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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파' 코너가 미워진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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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드로이드가 일자리를 모두 가져가게 되면 어떻게 될까?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이 리뷰에는 게임에 대한 스포일러가 상당히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렸다. 이에 대해 가장 많이 나오는 주제 중 하나가 인공지능이다. 이세돌을 이긴 인공지능 ‘알파고는 기술에 대한 신기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인공지능이 프로 바둑기사를 이길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는 경이로움과 함께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언젠가는 이들이 사람이 할 일을 대신하며 내 일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도 생긴다.

이러한 세상이 실제로 온다면 어떻게 될까? 이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지난 25일 국내에 발매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는 인간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안드로이드가 상용화된 가까운 미래를 다룬다. 게임 속 세상에서 안드로이드가 침범하지 않은 직업은 없다. 공장 생산직, 매장 직원은 물론 의사, 교수와 같은 전문직까지 진출했다.

이로 인해 실업률은 40%에 육박하고, 많은 사람들이 뭘 해서 먹고 살아야 되냐는 큰 걱정에 부딪치게 된다. 전세계 부 94%를 전세계 인구 0.4%가 보유하는 극심한 ‘부의 집중’도 일어나게 된다. 진보된 기술이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이쯤 되면 안드로이드를 모두 폐기해야 된다는 마음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플레이어가 안드로이드 편을 들도록 만든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안드로이드,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스토리와 감동을 극대화하는 연출이 결합되며 인간의 마음을 움직인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맞이할 미래를 플레이어 스스로가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역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주인공은 안드로이드다. 안드로이드 해방을 위해 싸우는 ‘마커스’, 자유를 찾아 캐나다로 도피하는 ‘카라’, 안드로이드가 저지른 강력사건을 수사하는 ‘코너’가 등장한다. 플레이어는 이 세 캐릭터를 오가면서 스토리를 진행하게 되며,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스토리는 극과 극으로 갈라진다. 여러 인물을 조명하며, 분기마다 갈라지는 결론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제작사 퀀틱 드림 대표작 ‘헤비레인’과 비슷한 부분이다.


▲ 안드로이드 해방을 위해 싸우는 '마커스'



▲ 평화와 안정을 찾아 도망치는 '카라'



▲ 안드로이드 사건 해결사, '코너'가 주인공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세 주인공 중 이 부분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인물은 ‘코너’다. ‘코너’는 게임 속에서 마주한 사건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역할이 180도 달라진다. 안드로이드를 해방시키는 주역이 될 수도, 동족을 배신하고 혁명을 실패로 이끄는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 목표를 위해서라면 같이 일하는 형사가 죽든 말든 버리고 범인을 추격하는 냉혈한으로 남을 수도 있다.


▲ 나의 군세를 보아라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안녕하세요, 친인파입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형사 목숨보다는 임무죠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 커뮤니티에서 ‘코너’를 두고 ‘친인파’라며 비난하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동족인 안드로이드를 배신하는 ‘코너’를 ‘친일파’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재미있는 포인트는 어느새 플레이어들이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 편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플레이어가 '코너'를 보고 배신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 지닌 스토리의 힘이다. 안드로이드는 인간 같고, 인간은 기계처럼 냉정하다.


▲ 안드로이드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 출입금지 구역이 있고


▲ 버스에서 좁은 곳에 서서 오고


▲ 이유 없이 학대하는 사람도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점이 부각되는 부분 중 하나가 ‘칼’이 사망하는 대목이다. ‘칼’은 유명한 화가이자 ‘마커스’의 주인이다. 하지만 ‘칼’은 ‘마커스’에게 존재감을 깨우쳐주고 그림을 그리게 하는 등 안드로이드를 인격체로 대한다. ‘마커스’ 역시 이러한 ‘칼’을 아버지처럼 존경하며 따르고 있다. 그런데 ‘칼’의 아들 ‘리오’는 ‘마커스’를 아들처럼 대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불만스럽고 돈이 급할 때만 아버지를 찾아온다.


▲ '마커스'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인 '칼'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마커스'의 그림을 보고 감탄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와중 ‘마커스’와 ‘리오’가 충돌하는데 ‘칼’은 이를 말리다가 심장발작으로 쓰러져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만다. 이 때 둘의 반응이 정반대다. 아들 ‘리오’는 놀란 얼굴로 쳐다보기만 하지만 안드로이드 ‘마커스’는 무릎을 꿇고 ‘칼’을 감싸며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죽음을 슬퍼한다. 마치 아버지의 죽음을 본 아들과 같다. 이처럼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서로 대비되는 모습에 이를 지켜보는 플레이어도 ‘안드로이드’ 쪽으로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 뒤에 서 있는 사람이 '칼'의 아들 '리오', 엎드린 쪽이 안드로이드 '마커스'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패드를 쥐고 고민하게 만들다, 선택의 무게감

게임 속 모든 이야기는 앞서 말했듯이 플레이어 손에 달렸다. 선택에 따른 결과는 극과 극이다. ‘마커스’의 혁명은 실패할 수도 있고, 폭력으로 도시를 점령할 수도 있고,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이는 평화 시위를 성공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중요 대목에서 뭘 골랐느냐에 따라 스토리가 크게 갈라지고, 등장인물이 어떠한 관계로 남는가도 갈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경찰 콤비로 활동하는 ‘코너’와 ‘행크’는 서로 친구가 될 수도, 적이 될 수도 있다.


▲ 힘으로 자유를 쟁취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 여론이 매우 악화되고


▲ 평화 시위를 성공시키면


▲ 대통령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선택은 쉽지 않다. 버튼을 누르는 것이 망설여질 정도로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린다. 작은 부분은 어항 밖으로 튀어나온 물고기를 수조에 넣느냐, 방치하느냐부터 사람 혹은 안드로이드를 죽일 것인가, 말 것인가까지 나아간다. 사건을 풀 결정적인 단서를 듣기 위해서는 눈앞에 있는 안드로이드를 죽여야 되는데 매우 갈등된다. 안드로이드도 감정이 있고,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무고한 안드로이드의 머리에 총을 쏘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 죽이냐, 살리냐를 결정하는 문제는 물고기부터 안드로이드까지 넘어온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어려운 선택의 순간은 언제나 다가온다. 게임 속 안드로이드 거점 ‘제리코’ 습격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다. 밖에서 군대가 안드로이드를 죽이고 있는 상황에서 ‘카라’는 ‘엘리스’를 데리고 안전한 곳에 숨었다. 그런데 밖에서 어떤 안드로이드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때 주어지는 선택지는 문을 연다, 혹은 열지 않는다 두 가지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싶지만 열면 ‘카라’와 ‘엘리스’가 위험에 처할 것 같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애정하는 캐릭터를 죽이고 싶지 않은 마음과 도덕적인 부분이 충돌하며 ‘어떻게 하지’를 반복하게 한다.


▲ 어떻게 하면 좋을까?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결정에 대한 후회도 있다. ‘마커스’가 평화적으로 시위를 이어가는 와중 경찰관들이 출동해 안드로이드 다수를 사살하는 대목이 있다. 이 때 ‘마커스’는 경찰관을 죽일지, 말지를 고르게 된다. 1회 차 플레이에서는 죽이는 것을 선택했는데 그 다음 챕터에서 이 경찰관에게 3개월 전 태어난 아기가 있음을 알게 된다. 아버지가 사망한 후 아내와 아기의 삶은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에 휩싸이며 ‘이럴 줄 알았으면 죽이지 말 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 평화적으로 시위를 진행했으나


▲ 경찰의 총격에 안드로이드가 사망해서


▲ 결국 경찰을 죽였으나 다음 챕터에서 후회하게 되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선택지가 많다. 하지만 선택이 쉽지는 않다. 몇 번이나 게임을 일시 정지해놓고 게임패드를 쥐고 고심하게 된다. 특히 내 선택이 세 주인공은 물론 그 주변 인물의 삶을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하면 신중하게 버튼을 누르게 된다.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갈라지는 점은 선택의 무게감과 결합해 플레이어를 게임에 온전히 몰입하도록 만든다.




▲ 죽이냐, 살리냐 그것이 문제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각 챕터에는 스토리 분기를 순서대로 정리해놓은 ‘순서도’가 있다. 첫 엔딩을 본 다음에 다시 게임을 시작하면 순서도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어떤 부분이 막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점은 다음 플레이에 대한 기대감을 준다. 만약 내가 이 때 다른 선택을 하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를 궁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스토리 중심 게임은 엔딩을 한 번 보면 다시 손에 잡기 어려운데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수 십가지로 확장되는 이야기로 다시 해도 흥미진진하다.


▲ 아직 안 본 선택지를 풀어가는 재미도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스토리를 끌어가는 인물의 힘

그리고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주역은 단연 게임 속 인물이다. 게임 속 주연인 ‘마커스’, ‘카라’, ‘코너’ 외에도 개성이 강하고, 매력적인 조연이 더해져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부분은 표정이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실제 사람을 게임 속에 데려다 놓은 듯한 그래픽을 선보인다. 여기에 배우들이 실제로 연기한 얼굴 표정을 함께 담아 미묘한 감정변화를 눈으로 느끼게 한다.






▲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 한 소녀를 기쁘게 해준 안드로이드들의 표정을 보라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인물들의 개성도 살아 있다. 엄마가 되고 싶다는 감정에 휩싸인 ‘카라’와 정체성을 시험하는 여러 가지 난제에 놓인 ‘코너’, 안드로이드를 이끄는 ‘마커스’가 살아 있는 인물처럼 느껴진다. 주변 인물에도 마음이 간다. 처음에는 적이었지만 나중에는 ‘카라’ 못지 않은 부성애를 보여주는 ‘루터’, 안드로이드 의사가 집도한 수술이 실패하며 어린 아들을 잃고, 이를 원망하는 마음을 가졌지만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안드로이드’를 이해하게 된 형사 ‘행크’도 놓칠 수 없다.


▲ 처음에는 무서웠으나 나중에는 든든한 아버지로 자리한 '루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안드로이드를 싫어햇으나, 나중에는 이해하게 된 '행크'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게임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원인 제공자, 캄스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안드로이드를 도와주는 인간 여성, 로즈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안드로이드만 가능한 연출도 신기함을 더한다. 이 점이 두드러지는 부분은 ‘코너’가 ‘제리코’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안드로이드를 심문하는 장면이다. 선택지 중 하나는 도주에 실패하고 사망한 ‘안드로이드’ 커플을 이용하는 것이다. 한 안드로이드의 머리를 떼어와서, 그 목소리를 흉내 내며 마치 연인인 것처럼 상대를 속이는 것이다. 수사를 위해 수단을 안 가리는 ‘코너’의 특징을 보여줌과 동시에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라 가능한 일이다.


▲ 재가동시킨 안드로이드에게


▲ 연인을 흉내내어 보여주는 이 연출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하지만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도 옥의 티가 있다. 바로 조작이다. 쉬운 난이도로 하면 낫지만 숙련자로 진행하면 억지스러운 조작이 있다.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은 듀얼쇼크4를 좌우로 기울이거나 위에서 아래로 흔드는 조작이다. 이는 패드 속 자이로 센서를 이용한 것인데 움직인 방향대로 컨트롤이 안 돼서 의도치 않은 실수가 발생한다. 이 점은 잔뜩 몰입했던 감정을 해치는 부분이다. 전작 ‘헤비레인’에서도 도저히 한 사람 손으로는 못 누를 거 같은 버튼 압박이 있었는데,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역시 조작의 불편함을 100% 해소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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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
초심을 잃지 말자. 하나하나 꼼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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