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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 시절 한국 좇던 중국, 모바일시대 일본으로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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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5~6년 전만 해도 중국 게임시장의 핵심은 한국 온라인게임이었다. ‘던전앤파이터’, ‘미르의 전설’, ‘크로스파이어’, ‘열혈강호’, ‘뮤’ 등이 중국에서 많은 인기를 끔에 따라 ‘한국 온라인게임’에 대한 수요는 꾸준했다. 이에 많은 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노리고 자사 인기 IP들을 중국에 선보였다. 일각에서는 한국 게임에서 영감을 얻은 파생작이나 심지어는 표절작까지 여럿 등장하곤 했다. 이 당시 중국의 워너비 모델은 한국이었다.

그러나 중국 게임시장의 대세가 모바일게임으로 옮겨지며 상황이 달라졌다. 이를 명백하게 드러내 준 것이 중국 최대 게임쇼 ‘차이나조이’ 풍경이다. 작년부터 조짐이 보이긴 했지만, 올해 ‘차이나조이’를 장식한 콘텐츠는 ‘일본풍’이었다. 과거에만 해도 한국 이상으로 왜색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던 중국이지만, 최근에는 일본 IP를 적극 활용함은 물론 일본 코믹스풍 그림체, 일본 유명 성우를 통한 음성 녹음 등 일본 문화를 알리지 못 해 안달이 난 모양새다. 즉 ‘일본풍 게임’ 이라는 단어가 이미 하나의 브랜드화 됐다.



'차이나조이 2018' B2C 전시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일본 IP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차이나조이 2018' B2C 전시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일본 IP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실제 둘러본 ‘차이나조이 2018’ 회장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 유저들이 입장할 수 있는 B2C 전시관에서는 눈만 돌리면 일본 게임들이 보였다. 일본 게임사가 중국 법인을 통해 직접 출전한 경우부터, 중국 파트너사를 통해 IP로만 출전한 곳도 다수였다. ‘나루토’, ‘원피스’, ‘블리치’, ‘헌터x헌터’, ‘슬램덩크’, ‘유유백서’ 등 일본 유명 IP들이 회장을 수놓았다.

여기에 중국에서 탄생한 일본풍 서브컬처 게임, 이른바 ‘2차원 게임’들도 힘을 더했다. 국내에서도 흥행한 ‘소녀전선’, ’붕괴 3rd', ‘영원한 7일의 도시’ 등이 이 같은 게임들이다. 행사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여기가 도쿄게임쇼인지 차이나조이인지 헷갈리기 시작할 정도였다. 중국 게이머들도 이러한 게임에 큰 호응을 보내며 올해 중국 게임시장의 판도가 이 쪽에 있음을 증명해 줬다.


▲ 일본 IP 게임과 '2차원 게임'들이 행사장 곳곳을 가득 채웠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반면 한국 게임은 조용했다.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기존 인기 게임 몇 개만 판넬이나 소규모 시연대 정도로 전시장 구석구석에 선보여졌을 뿐이다. 그나마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가 텐센트 부스 내 단독 공간을 만들었으며, 펄어비스 ‘검은사막’ 정도가 한국발 기대작으로서 체면을 지켰다. 이마저도 온라인게임 위주로,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열중하고 있는 모바일 분야에서는 진출작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B2B 전시관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올해 국내 업체의 경우 카카오게임즈를 제외하면 대형 부스를 낸 업체가 한 곳도 없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회사 사업구조상 수출보다는 수입을 위한 상담에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그라비티, NHN엔터테인먼트 등은 2부스 규모로 구석에 조그마한 홍보 부스를 냈으나 규모상 큰 이목을 끌지 못했으며, 올해 들어 ‘한국’ 이름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된 한국공동관 부스는 부스 벽 높이를 낮추는 등 여러모로 노력하긴 했지만 중소 게임사들이 모인 특성 상 한계가 존재했다.

유일한 B2B 대형 부스 참가사였던 카카오게임즈
▲ 유일한 B2B 대형 부스 참가사였던 카카오게임즈

중소기업들이 모여 출전한 한국공동관은 대만공동관에 비해 한산한 모습이었다
▲ 중소기업들이 모여 출전한 한국공동관은 대만공동관에 비해 한산한 모습이었다

반면 일본은 그야말로 날아다녔다. 앞서 설명한 일본 IP 게임들 외에도 아예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TV채널 업체들까지 등장해 다양한 IP를 선보였다. 이들 부스는 다른 업체가 가져가지 않은 일본 IP를 찾는 중국 바이어들로부터 열렬한 관심을 받았다. 이쯤이면 굳이 홍보를 하지 않아도 중국 게임사들이 먼저 찾아오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1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중국 정부의 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 중지가 이 같은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차이나조이 2018’에 방문한 국내 업체 관계자들은 “국내 게임사는 판호 문제로 거의 참여하지 않은 반면, 일본 게임 부스는 부쩍 늘어난 것 같다”, “작년 말 한중 정상회담과 한한령 해제 등으로 분위기가 좋을 것이란 예측도 있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아 지금까지 오지 않았나” 라고 하소연했다.



'차이나조이' B2B 전시관을 수놓은 일본 IP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차이나조이' B2B 전시관을 수놓은 일본 IP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러나 이는 판호 발급이 중지되기 전에도 중국에서 장기 흥행에 성공한 국산 모바일게임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배제한 발언이다.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이미 규모상으로 세계 최대급을 자랑한다. 글로벌에서 흥행한 대작 게임은 물론, 마니아층을 겨냥한 ‘2차원 게임’, 몰라보게 발전한 기술력과 싼 인건비로 무장한 중국 업체들의 수준급 작품들이 활발히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 한국 게임들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부 인기 온라인게임 IP를 활용한 중국 게임들이 단기적인 성과를 거두긴 했으나, 국산 게임들 중에서는 그마저도 찾기 어렵다. 즉, 판호 발급 중단이 결정타를 먹이긴 했지만 그 이전부터 한국 모바일게임들이 중국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 업체들에게 있어 올해 중국은 ‘파는’ 시장이 아닌 ‘사는’ 시장으로 바뀌었다. 국내 게임들이 중국에 통할 만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향후 판호 발급이 재개되더라도 이 같은 양상은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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