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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게임쇼 지향하는 지스타, 휠체어 타고 와도 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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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부터 막을 올린 지스타 2018 현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2년 전, 게임스컴에서 인상 깊었던 상황이 있다. 기자는 소니가 출품한 PS VR 신작을 체험하기 위해 시연 존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연 공간은 2층 구조였으며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했다. 그리고 기자 앞에는 휠체어를 탄 참가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심 걱정된 부분은 휠체어를 타고 어떻게 계단을 오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 때 운영 요원 2명이 다가왔다. 그리고 참가자를 태운 채로 휠체어를 번쩍 들어 옮기는 모습을 봤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것 중 하나는 장애인의 문화활동이다. 영화관에서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지원이나 시각장애인을 위해 영화 내용을 음성으로 해설해주는 등, 장애인도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리고 게임은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대중적인 여가활동이자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게임업계가 '대중문화'를 지향한다면 내노라 하는 신작이 모이는 게임 전시회도 이에 발을 맞출 필요가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게임스컴이나 E3와 같은 해외 게임쇼에는 휠체어를 타고 현장에 방문한 참가자를 종종 만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 대표 게임쇼 '지스타'는 과연 어떨까? 휠체어를 타고 방문해도 큰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 행사일까? 게임메카는 11월 15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18 현장 곳곳을 돌아보며 이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부스 입장은 편하지만 시연은 편하지 않다

'지스타' 주최측은 각 참가업체에 '부스를 만들 때 이 부분을 지켜달라'는 점을 정리한 매뉴얼을 제공한다. 이 매뉴얼을 보면 장애인이 입장할 수 있도록 부스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부스를 세울 때 휠체어와 같은 탈 것이 출입할 수 있도록 입구를 만들어야 하고, 바닥도 통로 바닥보다 10cm 이상 높으면 안 된다는 내용이 있다. 이와 함께 통로로 나가는 부분은 완만한 경사를 주어 휠체어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지스타 참가업체 매뉴얼에는 휠체어가 입장할 수 있도록 입구 및 바닥을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자료출처: 지스타 2018 공식 홈페이지)


▲ 부스가 바닥보다 높다면 이런 식으로 경사로를 마련해 휠체어로도 오를 수 있게 해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만약 규정대로 부스를 설치하지 않는다면 일정 기간 내에 고쳐야 한다는 부분도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지스타 2018 부스는 입장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다. 일반 참가자가 몰리는 B2C 부스 대부분이 벽을 세우지 않고 외부에 공간을 탁 트여 놓은 개방형으로 디자인됐다. 여기에 부스 입구에 휠체어로 넘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턱을 세워놓은 곳도 없었다. 앞서 이야기한 매뉴얼에 맞지 않는 부스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 좋은 환경은 결코 아니었다. 부스 입장은 큰 어려움이 없지만 '시연'에는 난관이 있다. 올해 지스타 현장을 둘러봤다면 알겠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시연 공간을 계단형으로 설치한 곳이 꽤 된다. 넥슨은 3층까지 체험존을 세웠으며, 넷마블 역시 가장 큰 시연 공간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이 외에도 카카오게임즈, 펍지, 에픽게임즈 등 주요 참가사 부스 대부분에 계단이 있었다. 부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계단형으로 시연대를 설치한 점은 이해하지만 휠체어로 들어가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부스 도우미들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말이다.








▲ 행사장 곳곳에서 계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만 이처럼 계단을 타고 오르는 시연 공간을 마련한 게임사는 1층에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놨다. 만약 휠체어를 타거나 계단을 오르기 어려운 참가자가 부스에 방문할 경우 1층에 있는 시연 공간으로 안내하여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것이 참가사들의 답변이다. 다만 장애인 참가자 체험을 돕기 위한 명확한 부스 운영 지침이 있다기보다는 현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1층 시연 공간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스타 시연 공간은 대부분이 서서 게임을 하는 방식이다. 이는 1층 시연 공간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휠체어를 탄 상태로 게임을 하기에는 시연대가 너무 높다. 어린아이가 어깨 높이까지 팔을 들어올려야 기기에 손이 닿을 정도다. 비장애인보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입장에서는 게임 체험에 최적화된 공간은 아니다.






▲ 1층에도 시연 공간이 있지만 서서 게임을 즐기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어린아이가 팔을 어깨까지 올려야 기기에 손이 닿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사실 모바일에서는 앞서 이야기한 부분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모바일이나 태블릿 PC는 기기 자체가 가볍기 때문에 폰을 손에 쥐거나, 무릎에 기기를 놓고 게임을 체험하면 된다. 문제는 PC다. PC는 모바일과 달리 키보드와 마우스를 양손에 쥐거나, 무릎에 기기를 놓고 게임을 즐길 수 없다. 반드시 기기를 받쳐줄 테이블이 필요하다. 휠체어에 앉아서 게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테이블이 높다면 시연 공간이 1층에 있어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합격점은 줄 수 없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이동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통로에도 사람이 가득해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을 확보하는 것 조차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평일보다 많은 참가자가 몰린 주말이 되자 오전부터 모든 통로에 사람이 꽉 차서 빈 공간을 찾아 몸을 비집고 들어가야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을 정도로 붐볐다.

특히, 행사장에서는 통로에 서서 상품을 나눠주는 행사 관계자를 종종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 때마다 그 주변을 참가자들이 둥글게 둘러싸며 앞이 막혀버리는 때도 많았다. 실제로 기자 옆에서 휠체어를 타고 가던 참가자 앞에 음료수를 나눠주는 관계자가 멈춰 섰고, 주변에 있던 참가자들이 음료를 받기 위해 모여들자 앞이 막혀서 이동하지 못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 주말이 시작되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참가자가 몰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복잡한 와중 통로에서 상품을 나눠주며 길이 막히는 경우도 발생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사실 이 부분은 공간적인 한계가 있다. 지스타보다 10배 이상 큰 전시관을 보유한 게임스컴이나 차이나조이도 많은 참가자로 붐빈다. 통로는 사람들로 꽉 차며 휴식공간이 부족해 바닥에 앉아 쉬는 사람도 곳곳에 있다. 그러나 지스타는 전시장 자체도 상대적으로 좁고 제1전시장과 컨벤션홀에 참가자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작년을 기준으로 지스타는 나흘 동안 20만 명 정도가 방문했다. 이처럼 한정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다 보니 더욱 더 붐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올해 지스타는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기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다만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행사장 곳곳에 장애인을 배려한 공간이 조금씩 마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우선 펍지는 주요 행사가 열리는 무대 앞에 휠체어 전용석을 두었다. 휠체어를 탄 참가자가 부스에 방문한다면 이 곳에 우선적으로 안내해 무대 바로 앞에서 앉은 채로 행사를 관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여기에 현장 요원이 수화를 사용해 장애인 참가자에게 상황을 설명해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 무대 앞 가운데에 마련된 휠체어 전용석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전용석에서 보이는 무대 모습은 이렇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런 식으로 전용석에서 편하게 무대 행사를 관람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넥슨도 장애인을 위한 게임 시연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부스 제일 왼쪽에 가면 계단이나 턱이 없고, 입구가 넓게 뚫려 있는 공간이 있다. 이 곳에 입장하면 휠체어에 탄 채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장애인 시연 공간에 배치된 모바일 기기는 4개이며, 기기 하나에 여러 게임이 설치되어 있어 원하는 작품을 선택해 즐길 수 있다. 여기에 대기자가 몰려 있는 상황에서도 이 공간은 비워두어 장애인 참가자가 우선적으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 부스 왼쪽에 마련된 장애인 전용 시연 공간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대기자가 많아도 장애인 전용 시연 공간은 비워두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기기 하나에 여러 게임이 설치되어 있어 원하는 것을 골라서 체험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커츠펠'을 출품한 KOG 부스도 눈길을 끌었다. KOG 시연 공간은 기본적으로 낮은 의자에 앉아서 키보드와 마우스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설치됐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의자를 테이블 안에 넣을 수 있게 디자인한 것이다. 테이블 아래 빈 공간에 의자가 쏙 들어가기 때문에 휠체어를 타고 방문했을 경우 의자를 넣어놓고 바로 앞에 앉아 시연하면 된다. 실제로 지스타 현장에서도 KOG 부스에서 휠체어에 앉은 채 게임을 즐기는 참가자를 볼 수 있었다.




▲ 휠체어에 앉아서도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KOG 부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종합적으로 보면 장애인에 대한 편의 제공 측면에서 지스타 2018에 합격점을 줄 수는 없다. 입장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붐벼 이동이 어렵고, 시연 환경도 서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비장애인에 포커스를 맞췄다. 다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아직 미비하지만 무대 행사를 즐기는 전용석이나 시연 공간을 마련해 장애인 참가자의 편의를 도모하려는 시도가 눈에 뜨였다. 내년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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