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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 김동건 PD ˝과거를 기록해야 게임이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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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2019 기조강연은
▲ NDC 2019 기조강연은 김동건 PD의 강연으로 구성됐다 (사진제공: 넥슨)

판타지 라이프 '마비노기'가 서비스를 시작한지도 벌써 15주년이다. 그동안 무려 7개 챕터, 23개의 메인스트림이 업데이트 됐으며, 누적 레벨이 5,000을 가볍게 넘는 유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밀레시안(마비노기 유저)'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 지스타에선 '마비노기 모바일'이 선보여져 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당연하겠지만, '마비노기'가 유저들이 꿈꾸는 판타지 라이프를 만들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실제로 '마비노기' 제작을 총괄했던 데브캣스튜디오 김동건 프로듀서는 'NDC 2019' 기조강연인 '할머니가 들려주신 마비노기 개발 전설' 강연 중 "게임을 만들고 운영하면서 남다른 열정을 쏟기도 했고 적지않은 상처를 받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새로 이사 온 아이가 갖고 나오는 장난감

어릴 때부터 각종 콘솔게임을 즐겨오던 김동건 PD는 대학 시절 게시판을 하나 만들어 운영하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평범한 게시판을 운영하는 것이 싫었던 김 PD는 게시판에 게임 개념을 적용했다. 게시물을 올리면 아이템도 나오고, 그 아이템을 직접 사고 팔면서 갖고 놀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게시판에 일종의 보상 시스템을 적용한 셈이다.

김 PD는 여기서 한 가지 독특한 사실을 발견했다. 게시판에 상주하다시피 사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항상 접속해 있으며 모든 글을 읽는 사람들 말이다. 이를 보며 김 PD는 새로운 동네에 이사 온 아이가 장난감을 들고 놀이터를 배회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김 PD는 "친구들과 같이 놀고 싶고 싶은 내성적인 아이가 관심을 받기 위해 장남감을 갖고 나오는 상황이 떠올랐다"며 "게시판에 상주하는 사람들도 사실 그런 사람들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많은 관객들이 강연에 참석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많은 관객들이 강연에 참석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김 PD가 '마비노기'를 만들게 된 계기는 이런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장난감을 쥐어주고 싶어서였다. 게임의 스토리이자 주제인 '낙원과도 같은 현실'을 직접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이 부분은 '마비노기'를 이용해 만든 애니메이션 '로나와 판의 판타지라이프'에서 잘 드러난다. 일종의 튜토리얼과 같았던 해당 영상은 게임을 통해서 새로운 일상을 즐기고 이를 통해 용기를 얻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김동건 PD는 "게임을 이렇게 즐겼으면 좋겠다는 가이드 영상이기도 하다"며 "게임의 중요한 메시지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로나와 판의 판타지라이프'는
▲ '로나와 판의 판타지라이프'는 일종의 게임 가이드 영상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쉽지 않았던 3D 게임 만들기

하지만,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건 쉽지 않았다. 특히 당시 한국에 채 정립되지 않았던 3D 환경을 구축하는 것과 게임과 관련된 DB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어려웠다. 특히, 그래픽의 경우 세가의 Xbox 게임 '젯셋 라디오 퓨처'에서 영감을 얻어 카툰렌더링 기법을 사용하려 했지만, 기술적으로 이걸 구현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이에 개발팀은 아래아 한글 프로그램에서 외곽선을 출력하는 기법을 분석해 게임에 적용, 고유의 카툰렌더링 기법을 완성했다.

이렇다 할 게임 엔진이 없는 것도 문제였다. 때문에 개발 초창기에는 김 PD의 친구가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3D 게임엔진을 단돈 500만 원에 구입해 사용했으며, 정식 버전에서도 자체 개발 엔진을 제작해서 사용했다. 이는 다른 게임에선 볼 수 있는 독특한 효과를 자아내 많은 유저를 매료시킬 수 있었으나, 지금까지도 최적화 문제로 고생할 정도로 관리가 쉽지 않았다.

개발진이 고집을 피워 구현한 것은 바로 아바타와의 일체감이었다. 대화를 나눌 때는 고개를 돌리거나, 허리를 돌리고, 때로는 몸 전체를 돌려 가며 대화를 나누도록 구성했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다수의 2D 셀 애니메이션을 참고했다.

▲ 김동건 PD는 "MMORPG에 스토리를 넣는 것 부터가 굉장한 모험이었다"고 밝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더불어 게임 내 여러 콘텐츠 비율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김동건 PD는 "모험이 가득찬 세상은 흔하지만, 그래서는 다른 게임과의 차별성도 잘 안되고 실제와 같은 경험을 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상적인 것과 비일상적인 것의 비율, 전투와 생활의 비율, 남녀 캐릭터의 비율, 화면에서 녹색이 차지 하는 비율, 심지어는 모자를 쓴 사람과 안 쓴 사람의 비율까지 고려해서 게임을 구성했다.

이렇게 만든 게임의 첫 테스트 날은 최악이었다. 버그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전투가 진행되지 않는 건 평범했으며, 몬스터를 때리지 않고 가로등을 치거나 캐릭터가 드러눕는 경우도 발생했다. 김 PD는 "그러나 유저들은 게임이 독특하고 재밌다고 대답해줬다"며 "여기서 얻은 용기가 게임을 끝까지 만드는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게임을 만드는 과정을 남기는 것

김동건 PD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마비노기 개발 완수 보고서'에 대해 언급했다. 런칭 후 게임 운영에 어려움을 느낀 그가 게임을 라이브 본부로 이관하고 디렉터에서 프로듀서로 직책을 바꾸면서 제작한 해당 보고서에는 위에서 언급한 게임 제작 중 느꼈던 모든 어려움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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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건 PD는 "과거를 이어 미래로 선을 이어가자"고 말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보고서를 제작하면서 과거 이야기를 무시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운을 뗀 김동건 PD는 "한국 게임들이 발전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과거가 빠르게 유실되고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작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부분이 재미없는지, 만들 때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를 기록으로 남겨둬 게임 제작에 도움을 주자는 이야기다. 

실제로 김동건 PD는 당시의 감성과 현재 신작 '마비노기 모바일'을 개발 중이다. 김동건 PD는 단순한 복각이 아니라 당시의 여러 어려움 속에서 채 다 모여주지 못했던 것들을 이 기회에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실되는 과거의 한국 게임들을 이어 미래로 선을 이어가자"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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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 2004년 6월 22일
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데브캣스튜디오
게임소개
'마비노기'는 지루하게 반복되는 싸움이 아닌 교감과 소통, 이해와 사랑이 있는 판타지 세계에서의 낭만을 체험하는 것을 주요 콘텐츠로 내세운 MMORPG다. 카툰 랜더링 기법을 사용하여 게임의 그래픽을 애니메이션과...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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