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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MMORPG만 파는 한국, 글로벌 경쟁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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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 해외 게임 빼면 모두 MMORPG다 (자료출처: 구글플레이)

한국에서는 MMORPG가 대세라지만 해외에서는 다른 이야기다. 주요 마켓 매출 TOP10을 살펴보면 한국과 해외는 격차가 상당히 크다. 한국의 경우 MMORPG가 매출 상위 대부분을 빽빽이 채우고 있지만 주요 시장이라 할 수 있는 북미, 일본, 중국은 장르 하나가 마켓을 점령하고 있지도 않고, MMORPG가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곳은 중국이 유일하다.

12월 29일 기준으로 미국 구글, 애플 매출 1위는 올해 이용자 수 1억 명을 돌파한 샌드박스 게임 ‘로블록스’이며 2위는 ‘클래시 오브 클랜’, 3위는 ‘캔디 크러시 사가’다. 오픈월드, 전략, 퍼즐까지 국내에서 모두 비주류로 통하는 장르다. 여기에 ‘꿈의 집’과 같은 소셜 게임, 수집형 RPG ‘드래곤볼 Z 폭렬격전’, AR 게임 ‘포켓몬 GO’ 등 다양한 장르가 상위에 포진해 있다. 그리고 마켓 상위 10위 안에 MMORPG는 없다.

일본은 현지 인기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게임 다수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본 애플 앱스토어 최상위권은 ‘몬스터 스트라이크’, ‘페이트/그랜드 오더’, ‘드래곤퀘스트’를 원작으로 한 AR 게임 ‘드래곤퀘스트 워크’가 차지했다. 구글, 애플 게임 매출 상위 10위 중 일본 게임이 아닌 것은 중국 벽람항로와 황야행동 2종밖에 없으며, 매출 10위 중 MMORPG는 단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나마 한국과 성향이 비슷한 곳은 중국이다. 애플 앱스토어 기준 매출 1위는 AOS ‘왕자영요’이며, ‘몽환서유’나 ‘천룡팔부 모바일’과 같은 MMORPG도 있다. 아울러 배틀로얄 게임 화평정영, 음양사 등 수집형 RPG도 이름을 올렸다. 다만 중국은 2년 넘게 굳게 닫혀 있다. 2017년 초부터 한국 게임은 중국에 게임을 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판호를 단 하나도 받지 못했다. 판호 문제는 시급히 풀어야 할 당면과제지만 언제 열린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중국 외 다른 대안을 함께 찾아야 수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 앱애니 발표 누적 소비자 지출 상위 10위에도 MMORPG는 '몽환서유' 하나다 (자료제공: 앱애니)

내년에 중국 판호가 뚫린다 해도 성공은 보장할 수 없다. 중국 현지에도 수많은 게임이 자리하고 있으며, 개발력도 한국 이상이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중국이 열린다고 해서 국산 MMORPG가 현지에서 반드시 성공한다고 예상할 수 없으며, 무수한 MMORPG가 한국과 중국이라는 한정된 시장에서 출혈경쟁을 벌여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은 모바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3대 시장이다. 올해가 끝나가는 이 시점 3개 지역 매출 상위 현황을 살펴보면 MMORPG가 잠식한 국내와 달리 RPG, 전략, 퍼즐, 소셜까지 다양한 장르가 매출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그나마 한국과 비슷한 중국은 당장은 진출할 수 없고, 큰 시장으로 손꼽히는 미국과 일본에서는 MMORPG가 롱런한 사례가 없다.

국내 게임업계는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완전히 체질을 바꿨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싶다면 MMORPG 하나만 깊이 파는 것으로는 답이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MMORPG는 주류가 되지 못했고, 국내에서 시도하지 않는 전략이나 퍼즐이 득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렇게 MMORPG만 파는 경향이 강해질수록 다른 장르를 만들어본 경험이 지닌 개발인력도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도 큰 문제다.

여기에 여러 게임사가 MMORPG 하나에 매진하다 보니 국내 모바일 시장은 경쟁이 극도로 심해졌다. 시장 내에서도 MMORPG를 좋아하는 한정된 유저를 두고 게임 수십 종이 다투는 형국이기에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게임을 띄을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12월 31일 기준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상위 TOP 10에 오른 국내 게임사는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펄어비스까지 규모가 큰 업체다. 허리가 없는 업계 상황을 극복하고 싶다면 MMORPG가 아닌 다른 장르로 여러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

유명한 투자 원칙 중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이 있다. 돈을 한 군데 몰지 말고 여러 군데 나눠서 투자하는 ‘분산투자’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야기다. 이를 게임업계에 빗대어 말하면 장르 분산투자가 필요하다. 국내 주류 MMORPG를 가져가되, 다른 장르도 계속 시도해서 게임을 시장에 내놓으며 완성도를 검증하는 것이다.

그래야 글로벌 진출도 좀 더 힘을 받을 수 있고, MMORPG 유행이 꺼졌을 때도 다른 장르에서 쌓아둔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부드럽게 사업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 내년에는 국내 게임업계에도 MMORPG 올인이 아닌 장르 분산투자가 일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력 회복은 먼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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