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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드디어 콘솔 시장 1티어 국가로 떠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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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게임 시장을 지니고 있지만, 콘솔 게임은 논외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주류가 되는 플랫폼은 단연 모바일과 PC며, 상대적으로 콘솔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적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 콘솔기기 제조사들은 우리나라를 우선순위에서 배제해왔다. 실제로 그동안 새로운 기기가 나올 때마다 국내 게이머들은 항상 다른 나라에 비해 늦게 기기를 접하거나, 독점 타이틀임에도 불구하고 현지화가 안 되어 있는 경우를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에 차세대 기기가 출시되는 양상을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도 더이상 콘솔 불모지가 아니라는 것이 느껴진다. 새로운 기기가 나올 때마다 수 개월가량 늦게 출시되던 옛날과 달리 이제는 한국이 1차 출시국에 포함되었으며, 예약 판매 또한 일본, 북미와 거의 동시기에 진행된다. 콘솔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꽤 높아졌으며, 흔히 말하는 콘솔 1티어 국가에 속한 것이다. 

▲ 우리나라도 이젠 엄연히 콘솔 1티어 국가다 (사진출처: 각 기기 공식 홈페이지)

1차 출시국과 예약 판매, 클라우드 게이밍 테스트까지

소니는 지난 17일,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PS5의 가격 및 출시일을 공개했다. PS5 출시는 11월 12일과 19일 1, 2차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1차 국가에 한국이 포함됐다. 참고로 1차 국가에는 미국과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등 전통적으로 콘솔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보이는 국가들로 구성돼있다. 물론 PS4 프로가 출시될 당시에도 우리나라가 1차 판매 국가에 속한 적 있지만, 그때는 차세대 콘솔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다. 더욱이 이번엔 1차 판매와 2차 판매 기간이 겨우 1주일밖에 차이나지 않기 때문에 1차 판매국가에 포함될 거라 단언하긴 힘들었다.

▲ 국내 콘솔 게이머들이 환호할 수 밖에 없었던 순간 (사진출처: PS5 온라인 쇼케이스 갈무리)

소니의 과거 행적을 살펴보면 한국이 1티어에 편입됐음은 더욱 명확하다. PS4 출시 당시엔 1차 출시국에 비해서 1개월 가량 늦게 출시됐으며, PS3는 7개월이나 늦게 출시됐었다. 그러던 것이 PS5에 이르러서는 당당히 7곳 뿐인 1차 출시국에 포함됐으며, 예약판매 또한 북미 및 일본과 거의 동시에 진행됐다.

MS 역시 마찬가지다. Xbox 시리즈 X(이하 XSX)는 전 세계 동시 발매이므로 1차 출시 국가 등의 개념은 없지만, 전 세계 동시발매 국가에 한국이 포함됐으며, 9월 22일에 진행되는 예약판매 또한 똑같이 진행된다. 전작인 Xbox One X가 무려 10개월이나 늦게 국내에 출시됐던 부분을 생각하면 이 역시 고무적이다. 

▲ MS는 아예 한국형 맞춤 판매 서비스도 준비했다 (사진출처: SKT 5GX 클라우드게임 온라인간담회 갈무리)

더 놀라운 부분은 MS가 자사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인 엑스클라우드 주요 서비스 국가로 한국을 계속 지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MS는 작년 10월 우리나라를 엑스클라우드 첫 테스트 국가로 선택한 바 있으며, 최근엔 정수기 렌탈 서비스나 통신사 약정 판매가 떠오르는 독특한 형식의 XSX 판매 시스템 올 엑세스도 국내 도입된다. 현재 SKT와 함께 펼치는 다양한 마케팅을 보고 있으면 MS가 한국 시장에 얼마나 큰 공을 들이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클라우드 게이밍 강국 한국의 콘솔 시장의 무서운 성장세

콘솔 불모지라고 불리던 우리나라가 단숨에 콘솔 1티어 국가로 떠오른 것은 그만큼 국내 콘솔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콘솔 게임의 국내 시장 매출 점유율은 모바일과 PC에 이어 3위로 겨우 3.7%에 불과지만, 성장세를 확인해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콘솔게임 매출액은 2016년 2,627억 원이었으나, 2017년엔 42.2% 증가한 3,734억 원, 2018년엔 41.5% 증가한 5,285억 원이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41.8%에 달한다. 새로운 콘솔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2021년의 예상 매출액은 무려 7,042억 원이다. 실로 무서운 성장세라 할 수 있다.

▲ 국내 콘솔 시장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사진출처: 2019 게임백서)

이 같은 성장세를 보여준 구체적인 예가 바로 닌텐도 스위치로 발매된 '모여봐요 동물의 숲' 대란이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발매된 2분기의 닌텐도 스위치 국내 판매량은 9만 964대로 전년 대비 106.4%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게임 타이틀 판매량은 32만 5,545개로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국내에서도 콘솔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한국은 PS5의 7개 주요 시장 중 하나다”라며 “한국에 PS5를 가장 먼저 선보일 수 있게 되어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엄청난 인파가 몰렸던 '모여봐요 동물의 숲' 대란 (사진: 게임메카 촬영)

콘솔 시장의 국내 주요도가 높아진 또 다른 이유로는 곧 다가올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에 대한 대비가 있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5G 서비스가 개척되면서 콘솔 3사도 어느덧 클라우드 게이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시기에 도달했다. MS는 이미 이 시장을 직접 형성하고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과 상품을 선보이고 있고, 소니 또한 그 과도기에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진 해당 기술이 완벽하게 구현됐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조만간 무시 못 할 시장으로 떠오를 것은 자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가 지니고 있는 무선 네트워크 기술력과 인프라, 그리고 모바일 중심의 시장 구조는 클라우드 게이밍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안정성을 평가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 MS 클라우드 게임 총괄 부사장 카림 초우드리는 올해 초열린 엑스클라우드 미디어 프리뷰 세션에서 "한국은 게임 문화적으로 모바일 중심적이고 무선 네트워크 부분에선 따라올 자가 없다"며 "그런 관점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가올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의 핵심 거점으로 우리나라가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 MS 클라우드게임 총괄 부사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국내 게임업계와도 좋은 시너지 낼 수 있기를

글로벌 콘솔 제조사가 우리나라에 집중하듯, 우리나라 게임업계도 콘솔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로 일찌감치 콘솔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넷마블과 스마일게이트 또한 각각 '세븐나이츠 타임 원더러', '크로스파이어 X' 등 콘솔 게임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더욱 가속되면 콘솔 업계와 우리나라 게임업계가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어 한국도 언젠가는 세계에서 손 꼽는 콘솔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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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기자 기사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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