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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임산업 진흥, 언제까지 제작비 직접 지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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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콘진원 게임본부 사업 및 예산 (자료출처: 콘진원 지원사업 설명회 갈무리)

정부에서 진행하는 게임산업 진흥 정책은 제작비 지원에 쏠려 있다. 올해 정부 예산에서도 이 부분이 드러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 올해 게임본부 예산은 총 606억 원인데, 이 중 게임 제작지원에 배정된 금액은 작년보다 35% 늘어난 243억 원이며, 창업 3년 이내 스타트업과 인디게임에 제작비를 지원하는 게임기업 육성에 투입된 28억 원을 합치면 271억 원이다. 이는 콘진원 게임본부 전체 예산 중 44.7%에 해당한다. 아울려 각 지역 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 역시 제작비 지원에 쏠려 있다.

정부 게임산업 진흥 정책이 ‘제작비 지원’에 집중된 이유는 20여 년 전 게임산업 초창기에 잡은 사업 방향이 현재도 유지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에서 게임산업 진흥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시기는 2009년에 콘진원에 통합된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의 전신인 게임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한 1999년이다. 90년대 후반 한국 게임산업은 초창기였기에 제작비를 정부에서 직접 지원해 우수 게임을 키우는 사업이 유효했다.

그러나 현재는 게임산업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국내 게임산업은 지난 20여 년 간 초창기와 성장기를 넘어 성숙기에 도달했다. 게임백서에 따르면 2000년 국내 게임시장은 8,358억 원 규모였으나 2019년에는 15조 5,75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현재 국내 게임산업 규모는 정부에서 직접 제작비를 지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커졌고, 정부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게임 제작비도 높아졌다.

▲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게임시장 규모 및 성장률 (자료출처: 2020 게임백서)

여기에 정부에서 제작비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은 실 수요자라 할 수 있는 중소 게임사에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중소 게임사가 부담을 느끼는 부분 중 하나는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문서 작업이다. 게임 제작지원 사업 역시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신청은 물론 진행 과정, 완료 후에도 규격에 맞춘 문서 작업이 필요하다. 규모가 작은 게임사의 경우 제작 인력 하나가 아쉬운 상황에서 문서 작업에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은 게임 제작지원 사업이 옥석을 가려낸다는 취지와 다르게 운영될 수 있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2017년 국정감사에도 한 게임사에 3개월 간 17억 원이 배정되며 특정 회사에 사업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대한 콘진원의 사후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로 국정감사 현장에서 콘진원에서 올해 9월과 10월에 각각 제출한 게임제작지원사업 지원 게임 목록을 보면 각 게임 서비스 여부가 다르게 표시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콘진원이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게임제작지원사업 목록, 9월과 10월에 같은 기관에서 제출한 것임에도 운영 여부 등이 다르게 표시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출처: 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이쯤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게임산업 진흥 예산을 줄이자는 것이 아니다. 매년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제한될 수밖에 없고, 비슷한 규모의 예산이라면 현재 산업 환경에 맞춰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바꿔보는 것을 고민해볼 때가 됐다는 것이다. 예시 중 하나는 게임 개발사에 대한 세제지원이다. 해외의 경우 캐나다 온타리오 등 일부 주와 프랑스에서는 게임개발에 대한 세액공제가 있고, 영국에서도 추가적인 세금감면을 고려 중이다. 독일의 경우 연방정부의 직접적인 세제지원은 없으나 주 단위 콘텐츠 진흥 기관에서 개발비를 상환해준다.

아울러 콘진원은 올해 1월에 게임을 포함한 콘텐츠기업 조세지원 제도개선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게임사 대다수가 현재 운영 중인 조세지원 제도에 대해 잘 모르거나, 혜택이 미비해서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아울러 연구개발비에 대한 추가적인 세제지원과 상대적으로 제작 기간이 긴 게임의 특성을 반영한 세제지원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렇다면 게임사가 잘 모르는 세제지원정책을 알려주거나 게임산업에 맞는 정책을 발굴하는 것도 정책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 해외 주요 국가 콘텐츠산업 세제지원제도 (자료출처: 콘진원 공식 홈페이지)

세제지원 외에도 중국 판호 문제처럼 주요 현안 중 국가간 외교를 통해서 풀어야 하는 문제해결에 집중하거나 포화 상태에 도달한 국내외 주요 게임시장 환경을 고려해 중소 게임사가 진출할만한 새로운 게임 시장을 발굴해 현지에 대한 정보를 주거나 수출을 도와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게임 제작비를 정부에서 직접 지원하는 방식은 앞서 언급된 게임 자격증처럼 현재 시장환경과 국내 게임산업 규모에는 맞지 않는 낡은 제도이기에 정부에서도 직접지원보다는 간접지원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이에 맞춰 예산 배분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콘진원은 게임은 물론 콘텐츠 진흥 정책과 지원사업 전반에 걸쳐 관리부실, 의미 없는 예산사용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올해를 정리하고, 내년 계획을 수립하는 현재 콘진원 전체적으로 현대에 맞는 진흥정책 방향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고, 전향적인 방향 전환을 논의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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