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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부검에 대한 담담한 서술, 당신의 안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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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안녕을 위하여 메인 타이틀 (사진출처: BIC 페스티벌 2022 당신의 안녕을 위하여 페이지)
▲ 당신의 안녕을 위하여 메인 타이틀 (사진출처: BIC 페스티벌 2022 당신의 안녕을 위하여 페이지)

부검.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사인 따위를 밝히기 위하여 사후 검진을 함. 또는 그런 일”을 설명하는 단어로 등록돼 있다. 최근 우리는 다양한 사건 및 사고를 통해 부검의 중요성을 느끼긴 하지만, 그럼에도 부검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부검에 관련된 게임 또한 공포, 혹은 고어 장르로 제한된 것이 많아, 이 또한 부검이 가진 이미지가 어디에 치우쳐 있는지를 확인하게끔 한다. 

그런 와중에 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 2022에서 독특한 게임이 등장했다. 부검이 주된 게임임에도 공포 요소나 스산함은 없다. 잔잔한 음악과 낮은 톤의 화면, 그러면서도 거부감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비주얼로 구성된 추리 어드벤처 게임 '당신의 안녕을 위하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다양한 동물들로 이루어진 개성 뚜렷한 캐릭터가 눈에 들어온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다양한 동물들로 이루어진 개성 뚜렷한 캐릭터가 눈에 들어온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데모 버전에서는 가장 먼저 '선배'와 '플레이어'의 대화가 진행되고, 사건이 접수되며 게임이 시작된다. 플레이어는 경찰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은 후 현장을 방문하고 사건 리스트를 받아 정보 수집을 시작하게 되는데, 수령한 사건 리스트는 조사를 진행하며 습득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된 부분의 대화만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도구다. 

다만, 이 정리는 큰 맥락을 가진 대화만 보여줄 뿐 가장 중요한 사건의 진실은 플레이어가 직접 조사를 진행해 정보를 습득하고 기록해야만 채워진다. 이렇게 채워진 정보는 폭넓게 맞물리며 점차 진실을 짜맞추게 되는데, 이것이 게임의 기본 골자이며, 이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진행하는 조사와 부검이 '당신의 안녕을 위하여'의 핵심 요소다.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진술 확인 및 조사를 이어가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진술 확인 및 조사를 이어가며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하나씩 증거를 확보하고 증거에 대한 정보를 기록해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하나씩 증거를 확보하고 증거에 대한 정보를 기록해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은 플레이어가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막연함을 느끼지 않도록 해당 화면에서 몇 가지의 증거를 채취할 수 있는지 제시하고, 아울러 현재까지 플레이어가 채취한 증거의 개수도 함께 시각적으로 제시해 진행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습득한 증거는 사무실의 전화를 통해 게임의 주 활동무대가 되는 '가야과학수사대' 산하 분과에서 조사할 수 있다. 게임은 조사과정에서 분과에 대한 직관적인 설명을 함께 보여줘 플레이어가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했다. 

자칫 어려울 수 있을 의학용어는 플레이어가 헷갈리지 않도록 쉬운 단어와 직관적인 묘사로 설명한다. ‘부검 과정’은 시뮬레이터에 가깝게 진행하면서도 사실적 묘사보다는 정보 전달에 중점을 두어 전개되는데, 이는 게임의 핵심인 '부검'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면서, 플레이어가 '부검'에서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끔 만든다.

부검은 우선 해부 전 검시단계부터 시작해 외표를 살피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부검은 우선 해부 전 검시단계부터 시작해 외표를 살피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현장에 이어 사망자에 대한 정보와 환경을 알아가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현장에 이어 사망자에 대한 정보와 환경을 알아가며 (사진: 게임메카 촬영)

사망자에게 있었던 일, 혹은 죽기 전의 상황들을 파악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사망자에게 있었던 일, 혹은 죽기 전의 상황들을 파악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렇게 수집과 부검을 반복하며 밝혀진 정보는 플레이어가 사건 리스트 내에서 빈칸을 채워나갈수록 점차 정보가 진실에 가깝게 조합되고, 이에 맞춰 채워야 할 선택지의 폭도 저절로 줄어든다. 게임은 이를 통해 플레이어가 정확한 정보를 습득하지 못한 곳이 있더라도 다른 방향으로 유추할 수 있게끔 도우며, 사건의 진실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BIC에서 공개된 데모 버전은 장기 적출 및 장기 내 샘플 채취 과정에서 진행이 종료되기에 확실한 사인까지 증명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플레이를 하는 동안 직관적인 조작과 섬세한 고증 등이 눈에 띄었고, 아울러 담백하게 '부검'이라는 요소와 부검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냈다는 점이 인상 깊다. 음악 또한 잔잔하고 또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산점을 줄 수 있다. 

검안을 끝내면 옷을 자르고 시신을 해부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검안을 끝내면 옷을 자르고 시신을 해부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장기를 적출하고 예상치 못한 사인이 있는지 등을 파악하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장기를 적출하고 예상치 못한 사인이 있는지 등을 파악하며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의혹과 의문이 아닌 진실을 추구할 수 있도록 점차 세부적으로 접근하는 구성을 취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의혹과 의문이 아닌 진실을 추구할 수 있도록 점차 세부적으로 접근하는 구성을 취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만 아쉬운 점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우선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 튜토리얼이나 마땅한 설명이 없어 플레이어가 막연하게 이곳저곳을 둘러봐야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어디를 클릭해야 하는지 정확하기 구분하기 힘들다는 점도 포함돼 있었다. 가시성과 유저 경험에 대한 고려를 조금 더 진행해 게임의 인터페이스와 설명을 직관적으로 제시한다면 게임을 진행함에 있어 더욱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게임은 매우 고무적이다. 공포 요소나 불안을 유발하는 요소 없이 '부검'의 필요성을 담담하게 그린다. 하나의 사건을 조사함에 있어 무수한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과, 부검은 마냥 두렵고 거부감이 드는 것이 아닌 정확한 사인을 판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임을 간단한 조작과 점차 뚜렷해지는 진실로 제시한다. 게임으로서는 조금 서툴지도 모르는 단계이나, 기획의 의도만큼은 데모를 통해서도 뚜렷이 전달한 만큼 정식 출시가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그래도 정보를 조사하고 검증된 사실을 채워나가며 진실에 가까워지는 과정은 흥미로워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그래도 정보를 조사하고 검증된 사실을 채워나가며 진실에 가까워지는 과정은 흥미로워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만 데모버전에서부터 세부적인 설명 없이 기능만 제시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게임의 기획 의도와 주제만큼은 확실히 전달한다는 점에서 호평을 주고 싶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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