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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言] 한국적 색채로 그려낸 강렬한 리듬게임 ‘풍비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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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에서 만난 '풍비박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에서 만난 '풍비박산' (사진: 게임메카 촬영)

2025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은 유독 한국적, 동양풍 색채의 타이틀이 많았다. ‘귀귀살전’, ‘전국퇴마사협회’, ‘그날의 신문’, ‘연옥꽃’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동양을 재해석한 게임들이 인기를 끌었다. 그 중 유독 눈길을 끈 타이틀 중 하나는 ‘풍비박산’이다. 그 이름부터 강렬한데, 한국 민화와 장식물에서 찾아보기 쉬운 밝은 색감이 두드러지는 리듬게임이었다.

플레이 방식도 독특하다. 리듬게임을 통해 요리를 만들고, 이를 요괴들에게 대접한다. 여기에 카툰처럼 그려진 매력적인 요괴 캐릭터가 더해져, 짧은 시간 플레이했음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이에 풍비박산을 만든 팀 PBBS와 접촉해 게임의 콘셉트, 기획 등에 대해 자세히 물어봤다.

▲ 요괴들의 나라에 온 유일한 인간이 운영하는 식당 '풍비박산' (사진: 게임메카 촬영)

'풍비박산'을 만든 세 사람, 팀 PBBS

팀 PBBS는 김성우 대표, 이종환 아트 담당, 장용희 프로그래머 세 사람으로 구성됐다. 소수의 팀인 만큼 장용희 프로그래머가 사운드 작업까지 맡고 있다. 김성우 대표는 "힘든 점도 많지만, 좋은 점에 집중하고 싶다"라며, "서로 취향을 빠르게 공유하고 긴 토론과정 없이 게임에 콘텐츠를 추가할 수 있는 부분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게임 '풍비박산'은 2021년 9월 처음 개발이 시작됐다. 그 전부터 아이디어 자체는 가지고 있었으나, 실제 빌드가 만들어 진 것은 2022년도였다. 이후 생업과 병행하며 게임을 만들었고, 2023년도에는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과 버닝비버에도 참가했다. 하지만 이후 2023년 12월 프로젝트를 잠시 중단했다.

왼쪽부터 장용희 프로그래머, 김성우 대표, 이종환 아트 담당 (사진제공: 팀 PBBS)
▲ 왼쪽부터 장용희 프로그래머, 김성우 대표, 이종환 아트 담당 (사진제공: 팀 PBBS)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을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은 지난 6월로, 캐릭터, 세계관, 아트는 유지한 채 전반적인 게임플레이를 크게 바꿨다. 김성우 대표는 "지인이 (리듬게임) 방식으로 접근하라는 추천을 해줘 속는 샘 치고 변화를 줬다"라며, "기획을 실제로 구현했을 때 재미있어, 이 방향을 채택했다"고 전했다. 장용희 개발자는 "본래도 리듬게임을 좋아해 의욕이 생겼고, 이전에 만든 리소스를 다시 활용할 수 있어 리듬게임 요소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타이틀명이자 배경이 되는 식당 이름이기도 한 '풍비박산'은 '하나도 온전치 못하고 모든 것이 사방으로 날아 흩어짐'이라는 부정적인 의미의 성어다. 김성우 대표는 "일도 잘 안 풀려 블랙 코미디를 좋아하던 시기에 문득 떠오른 제목이다"라며, "왁자지껄하고, 일이 훌륭하게 진행되지는 않지만, 웃으며 보내는 모양새를 게임에 더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종환 아트 담당은 "타이틀명에 잘 어울리는 소란과 혼란이 더해진 게임으로, 검색했을 때 괴로운 분들의 이야기가 아닌 게임에 대한 내용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다양한 사건이 발생하는 식당 '풍비박산'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한국형 요리 리듬게임 '풍비박산'

풍비박산의 주인공은 요괴들의 세계에 떨어진 인간이다. 세계관은 인간계와 요괴계가 완전히 분리되어있다는 설정으로, 주인공은 그 존재 자체로 신기하다. 물론 평범한 인간인 만큼 초자연적인 힘을 사용하는 요괴들의 장난은 그 자체로 위협이며, 전투원도 아닌 만큼 싸움이 벌어지면 몸을 피해야 한다.

주인공은 식당 ‘풍비박산’을 운영하며 리듬게임을 통해 요리한다. 설명만 들으면 다소 이상할 수 있는데, 등장하는 노트 박자에 맞춰 재료를 손질하고 합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쌀밥 레시피는 곡물, 곡물, 육수 순서다. 각 재료는 2개 화살표 커맨드 조합으로 만들 수 있는데, 곡물은 왼쪽 화살표, 오른쪽 화살표를 순서대로 입력해야 한다.

▲ 원하는 음식을 고르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레시피대로 노트를 입력하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처음 게임을 플레이하면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만, 직관적인 UI와 튜토리얼 덕에 적응은 쉽다. 여기에 서양 애니메이션과 한국풍 외형이 결합된 독특하고 매력적인 요괴 손님들이 더해진다. 김성우 대표는 "캐릭터로 부여되는 서사와 더불어 원초적인 리듬게임으로서의 재미를 추구했다"고 전했다.

요리 하나를 제공하고 나면 요괴의 공격을 리듬게임으로 회피하는 일종의 '전투 파트'가 진행된다. 김상우 대표는 "요리를 하는 과정은 치열한 전쟁 같은 느낌이 든다"라며, "손님이 식당에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를 치열한 공방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식사를 내는 과정은 공격, 손님의 밥 투정은 방어인 셈이다.

요리 완성, 만족스럽게 먹는 요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요리 완성, 만족스럽게 먹는 요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여우의 공격, 효과는 굉장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간혹 신세를 지게 되는 선녀님 (사진: 게임메카 촬영)

카툰풍으로 그려낸 매력적인 요괴 캐릭터

비주얼 측면에서 김성우 대표는 본래 반 실사 풍을 지향했으나, 이후 한국적인 카툰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배경 역시 기획 단계에서는 어두웠으나, 동양 고전풍 게임 다수가 이런 방식을 채택해 전반적으로 채도를 크게 높였다. 이후 외곽선, 그림자 등을 추가하며 배경과 캐릭터를 확실하게 분리하는 과정을 거쳐 특유의 그래픽을 완성했다. 이종환 아트 담당은 "인디게임이 아니라면 이 정도로 과감하게 밝은 채도를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풍비박산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특유의 그래픽으로 구현된 요괴 캐릭터들이다. 체험판에는 여우 요괴 '여우', 저승사자 요괴 '저승이', 두억시니 '복슬이', 도깨비 '두두리', '점순이' 등이 등장했다. 각 캐릭터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저승이는 애니메이션 '체인소 맨'의 등장 인물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저승사자, 우울증, 공무원 영업직이라는 개성을 지녔다. 주변 효과나 음악도 이에 걸맞도록 음침하고 음울한 색 위주로 꾸며졌다.

▲ 여우, 주인공을 돕는 착한 요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엄청 무서워 보이지만, 사실 배가 고플 뿐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종환 아트 담당은 "여우는 여우 요괴에 대학생 누나가 연상되는 이미지를, 두두리는 한국 도깨비와 사물놀이패 패션에 방정맞은 발명·폭파광 이미지를 더했다"라며, "점순이는 향토적인 이름과 대비되는 강하고 쿨한 캐릭터로, 전투 기믹 역시 키보드를 마구 두들기는 방식으로 구현했다"라고 전했다. 

캐릭터 배경 음악이나 독특한 기믹 역시 이런 성격에 기반해 제작됐다. 예를 들어 '두두리'는 박자 사이 사이 폭발 드론을 끊임없이 보내는데, 노트를 잘못 누를 때마다 화면을 어지럽히는 드론이 하나씩 추가되어 혼란을 더한다. 이종환 아트 담당은 "장용희 프로그래머에게 구현이 가능하겠냐고 물었는데 잘 만들어 줬다"라며, "진짜 방정맞고 정신 사나워서 정말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장용희 프로그래머는 "캐릭터가 숨을 쉬듯 조금씩 움직이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많은 신경을 썼다"라고 전했다.

두두리, 드론을 없애줘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두두리, 드론을 없애줘 (사진: 게임메카 촬영)

직무를 포기하고 극락으로 도망칠뻔한 저승사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직무를 포기하고 극락으로 도망칠뻔한 저승사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고유의 색채로 재해석된 패러디와 음악

이런 캐릭터들은 다양한 애니메이션과 게임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종환 아트 담당은 "'팬티 & 스타킹 위드 가터벨트', '은혼', '헬테이커' 등의 아트를 참고했다"고 전했다. 김성우 대표는 "언더테일, 스콧 필그림 등 서양풍 요소에서도 영향을 받았다"라며, "이외에도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나 '1박 2일'을 참고해 '모자라지만 착한 친구'나 광적으로 천진난만하고 긍정적인 캐릭터도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런 요소들은 게임 특유의 그래픽으로 자연스럽게 묘사됐다. 체험판에서 패배 시 만나볼 수 있는 선녀는 '죠죠의 기묘한 모험'을, 점순이 스테이지 클리어 연출은 유명 광고를 패러디했다. 음식을 낼 때 등장하는 실사 손은 '네모바지 스폰지밥'에서 영감을 얻었다. 김성우 대표는 예상보다 더 재미있게 나와, 주인공이 등장할 때는 항상 실사 손이 나오도록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네모바지 스폰지밥 패러디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네모바지 스폰지밥 패러디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광고에서 본 듯한 장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과하게 활발한 두두리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과하게 활발한 두두리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한국풍이 진하게 느껴지지만, 일부 음악과 게임 플레이 요소에서는 독특한 시도를 엿볼 수 있다. 등장하는 스테이지와 요괴에 따라 배경 음악, 노트 타건음 등이 변화한다. 기본적인 배경음악은 동양 악기 현악기, 피리, 큰 북 등이 기반이 되며, 버튼음은 꽹가리다. 반면 각 캐릭터에게 음식을 건네거나, 공격을 피할 때의 음악은 콘셉트에 걸맞게 변화한다.

사물놀이를 콘셉트로 한 두두리의 배경음악은 사물놀이에서 사용되는 타악기가 두드러지며, 타건음은 꽹가리다. 전투에서는 국악 장단이 연상되는 박자도 선보인다. 반면 강렬한 인상이 돋보이는 점순이는 이에 걸맞게 전반적인 배경음악에서 디제이 믹싱이 연상되며, 노트 타건음은 박수 소리와 턴 테이블 스크래칭이다. 

풍비박산은 연내 체험판 출시, 내년 4분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에서는 리듬게임을 중심으로 선보였으며, 출시 버전에서는 선택지를 중심으로 한 어드벤처 요소까지 더할 예정이다. 김성우 대표는 "게이머분들의 라이브러리에 한 자리를 차지하면 좋겠다"라며, "출시까지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전했다.

▲ 매력적인 캐릭터, 한국적인 분위기의 '풍비박산' (사진: 게임메카 촬영)

풍비박산 개발 화면 (사진제공: 팀 PBBS)
▲ 풍비박산 개발 화면 (사진제공: 팀 PB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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