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디아블로3의 첫 공식 발표 이후 어느덧 5년이 흘렀다. 그 동안 디아블로3는 수많은 이슈를 뿌렸다. 유저들은 블리즈컨이 있을 때 마다 공개된 신규 시스템과 클래스 정보에 환호하기 바빴고, 그래픽의 색감과 현금 경매장에 관한 논란으로 밤을 지새웠다. 이제 게임 발매를 목전에 둔 디아블로3, 숨가쁘게 달려온 지난 5년을 돌아보도록 하자.
악마의 귀환! 디아블로3 첫 공개
때는 2000년대 중반, 디아블로 팬들은 디아블로2의 엔딩에서 디아블로가 완전한 죽음을 맞이해 스토리가 종결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디아블로의 아성을 넘보는 게임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며, 디아블로2의 인기는 저물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2006년 10월에 출간된 소설 ‘디아블로 죄악의 전쟁’의 저자 리차드 A 나크는 “나는 죽은 세계를 위해 글을 쓰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
디아블로 프렌차이즈의 귀환, 그 첫 스타트를 끊은 `죄악의 전쟁`
또한 비슷한 시기에 블리자드는 디아블로3 닷컴(Diablo3.com)의 도메인을 구입하고, 2008 월드와이드 인베테이셔널(이하 WWI)의 티저 홈페이지에서 정체불명의 이미지를 공개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유저들은 디아블로 프렌차이즈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디아블로3에 대한 루머가 각종 매체와 유저들 사이에서 오가고 있을 때, 블리자드 개발부문 부사장 랍 팔도가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WWI에서 모두가 흥분할만한 큰 발표가 있을 것이다”
▲
2008 WWI 티저 사이트에 등장했던 정체불명의 이미지
이러한 소식에 모든 게임계 시선은 2008 WWI에 쏠렸다. 2008년 6월 28일, 2008 WWI가 개막된 프랑스 파리에 모인 팬들은 정면 포스터에 있는 디아블로의 모습을 목격했다. ‘설마 설마’하는 팬들의 앞에 나타난 마이크 모하임 대표. 그의 신호로 트리스트람 마을의 BGM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커다란 화면에 나타난 Diablo 3로고, 설마는 사실이었다. ‘악마가 돌아왔다!’ 수많은 팬들은 일제히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엄청난 열기 속에 디아블로3는 그 모습을 드러냈고, 이후 관련된 정보는 핫이슈로 떠오르게 된다.
▲
2008 WWI 당시 영상, 디아블로3 로고를 본 팬들의 반응이 보이는가?
악마의 적통은 다르다. 5인 5색의 캐릭터들
디아블로3가 처음 공개될 당시 분위기만큼은 아니지만, 5명의 캐릭터들은 공개 될 때 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블리자드는 먼저 2008 WWI에서 야만용사와 부두술사를 공개했으며, 이후 순차적으로 매해 마법사와 수도사, 악마사냥꾼을 공개했다. 각 캐릭터들은 공개될 때 마다 넘치는 개성으로 유저들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모았다. 특히 기운 넘치던 젊은이에서 노인으로 변해버린 야만용사는 전작을 즐겼던 팬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
늙어버린 바바리안, 유저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이외에도 좀비 소환과 독특한 군중제어 스킬을 선보여, 유저들이 가지고 있던 네크로맨서에 대한 기억을 날려버린 부두술사, 그리고 소서리스의 계보를 이어 더욱 박력있고 신비로워진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는 유저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또한 격투게임의 캐릭터를 보는듯한 수도사와 어둡고 차가운 이미지의 악마사냥꾼은 각자의 뚜렷한 개성을 선보여 유저들의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신규 시스템과 그래픽에 대해서는 유저들의 호불호가 갈리며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디아블로3의 적은 디아블로2? 변화에 대한 논란
가장 먼저 논란이 일어난 부분은 색감에 대한 유저들의 지적이었다. 2008년 WWI의 첫 공개 직후, 몇몇 골수 팬들은 공개된 영상과 스크린샷을 보고 ‘너무 색감이 밝다’, ‘전작의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디아블로와 디아블로2의 수석 개발자였던 빌 로퍼는 “캐릭터 디자인 등은 멋질 수 있어도 기존 시리즈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며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예상보다 격렬한 반응에 당황한 블리자드는 “밝은 곳이 있고, 어두운 곳도 있다. 아직 모든 곳이 공개된 것은 아니다”라 설명했지만, 유저들의 불만은 쉬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
한 팬이 포토샵으로 스크린샷의 색감을 수정했다
색감뿐만 아니다. 이후 유저들은 새롭게 변화된 시스템을 두고 계속 충돌했다. 2009년, 스킬 트리를 삭제하고 스킬 베이스 방식으로 변경한다 발표 했을 때도, 유저들은 “더 재미있어 질 것이다”와 “스킬을 선택하는 재미가 없어진다”며 갑론을박했다. 또한 스탯 포인트가 삭제되고 자동으로 상승한다고 밝혔을 때도 유저들은 이를 쉬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만큼 유저들의 뇌리에는 전작 디아블로2가 깊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
스킬트리 시스템은 상당히 완성 되어 있었지만, 블리자드는 과감히 삭제해버린다
그러던 2011년 8월, 기존의 논란을 뒤덮어 버릴만한 초대형 허리케인이 몰아쳤다. 누구보다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블리자드가 디아블로3에 현금 경매장을 도입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에 현금 경매장을 반대하는 유저들은 크게 실망했다. 또한 게임성을 논하는 단계를 벗어나 사회적 문제까지 대두되며, 논란은 확산되었다.
▲
현금 경매장의 파장은 상상도 못할 만큼 거대했다
블리자드는 “디아블로2에서 아이템 현금 거래를 막으려고 애썼지만, 결국 막지 못했다. 게다가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서 거래한 유저들이 피해를 받기도 했다. 차라리 이를 직접 지원해, 유저들에게 안전한 게임 환경을 제공하겠다”라고 도입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기존 아이템 현금 거래를 반대했던 유저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현금 경매장을 찬성하는 유저들과 반대하는 유저들 사이의 격렬한 논쟁은 현재도 꺼질 줄 모르고 있다.
악마가 뭐길래? 길고 긴 유저들의 디아블로3 앓이
각종 논란과 더불어, 팬들을 지치게 한 것은 멀게만 느껴지는 게임 발매일이다. 2008 WWI, 블리자드가 디아블로3의 개발을 2004년부터 시작했다고 말했을 때, 유저들은 ‘곧 발매되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가졌다. 물론 대부분의 예상대로 블리자드는 “구체적인 발매일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말이다.
▲
`나 기다릴거야 디아3 기다릴거야`라고 마인드 컨트롤 할 수 밖에...
끊임 없이 공개되는 새로운 정보에 열광하며 신규 시스템에 대해 논쟁하다 보니 어느새 2011년이 되었다. 연초부터 블리자드는 디아블로3 베타 일정을 발표하며 발매가 머지 않았음을 시사했고, 9월에 디아블로3 베타를 선보였다. 베타의 높은 완성도를 눈으로 확인한 유저들은 새로운 컴퓨터를 구입하고 게임 구입을 위해 총알을 장전하는 등, 악마를 영접할 준비를 해나갔다.
그러나 베타의 열기가 채 불을 지피기도 전인 9월 23일, 블리자드의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이러한 열기에 찬물을 뿌렸다. 디아블로3의 발매를 2012년으로 연기한 것이다. 블리자드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발매를 연기한다”고 설명했지만, 유저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물론 더욱 높아질 완성도를 기대하며 분위기를 환기 시키려는 유저들이 있었으나, 기다려온 시간이 너무 길었기에 팬들의 후유증은 컸다.
▲
이제는 모두가 피곤하다...
충격과 공포의 2011년이 저물고 2012년이 밝았다. 비록 한국 심의와 계속된 발매일 지연으로 인해 디아블로3가 언제 출시될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유저들은 길고 긴 시간을 기다려 왔다. 또한 블리자드의 완성도에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서도 기다리는 것을 포기 하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이유 아니었던가? 지난 수년간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디아블로3, 하루빨리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치겠다.
글: 게임메카 조상훈 기자(밥테일, dia3@gamemec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