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임에는 항상 버그가 존재한다. 버그는 악용될 수 있지만, 한편으론 웃지 못할 추억을 남겨주기도 한다. 디아블로 시리즈에서도 이는 적용되며, 아마 다들 한 번쯤은 겪어 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화살이 없는데 아마존의 스킬이 발동된다던가 립어택(디아블로2 바바리안의 스킬) 사용 시 가끔 공중에 계속 머무는 황당한 버그 말이다. 그 때를 추억하며 금일 필자는 디아블로3에서 크고 작은 버그 영상과 스크린 샷을 관찰한 내용을 토대로 `에이단 곤충기`를 연재하려 한다.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네 가지 버그를 간략하게 소개해보겠다.
※ 에이단 곤충기의 소제목은 A-XX 형식으로 추가되며, 스케일은 필자의 기준으로 임의로 설정됨을 알려드립니다.
A01. 망자의 손아귀 버그
스케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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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술사 스킬 망자의 손아귀
첫 버그는 부두술사 스킬인 `망자의 손아귀(가칭)`다. 망자의 손아귀는 8초 동안 지정한 바닥에서 여러 개의 손이 나와 피해를 입히는 광역스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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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의 손아귀 버그 영상
위 영상에서 플레이어는 스킬을 시전한 후 지정한 효과가 보이지 않는 지역까지 이동하고,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스킬 시전 후 8초가 지나면 바닥 효과가 사라지는 것이 정상이지만 여기서는 스킬 효과가 2~3초 추가로 연장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시야가 닿지 않는 동안 스킬 지속 시간에 약간의 딜레이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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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대기 시간이 초기화되었으나 스킬이 사라지지 않았다
필자는 처음에 이 현상의 원인을 단순한 서버 불안정 때문이라 추측했다. 하지만 서버 불안정이 이유라면 스킬 자체가 발동되지 않아 버그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 외에 몇 가지 추측을 더 해봤으나 별다른 이유를 찾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버그가 이것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필자의 머리를 스쳤고, 더 많은 버그를 찾기 위해 궁금함을 뒤로 돌리고 푸른 바다로 발걸음을 옮겼다.
A02. 5인 파티 버그
스케일 : ★★★★★
필자는 망자의 손아귀 버그를 뒤로한 채 블리자드의 푸른 바다를 여행하다가 `5 people in the game!?`이란 제목의 글에 발걸음을 멈췄다. 버그 제보자는 `게임 플레이를 하다 오류가 발생해 ESC를 재빨리 눌렀더니 파티원 한 명이 추가로 들어왔다`고 설명하며, 영상 하나를 링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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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파티원 플레이에 대한 버그를 올린 제보자
현지 시각으로 지난 7일, 북미 커뮤니티 매니저 Bashiok는 유저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서 “최대 파티원을 5명으로 하면 안될까요?”란 질문에 “그럴 계획 없습니다.”라고 간결하게 대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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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응답에서도 파티원을 5명으로 늘릴 계획은 없다고 짧고 강한 답변을 남겼다
하지만 이 영상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나에게 콧방귀를 뀌었다. 처음엔 4인이었으나 영상 재생 15초만에 5번째 인원이 추가된 것. 영상 속에 있는 사람들은 어떠한 오류도 없이 정상적으로 사냥을 진행했고, 시간이 좀 더 경과한 후에는 심지어 5명이 모여 다니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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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5인 파티 플레이 영상. 자연스럽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이 버그는 오랜 기간 제보가 들어왔지만, 영상으로 올라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상을 본 대부분의 유저들은 “클래스도 다섯인데 이참에 파티원을 5명으로 늘렸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머지 한 클래스도 소외받지 않을 수 있다.”라며 이 버그에 많은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버그라는 것은 개발진의 의도와 달리 발생하는 것이기에 좋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유저들이 바라는 방향의 버그라면 게임 시스템을 약간 변화시켜도 괜찮지 않을까? 차후에 이 버그가 어떻게 수정될지 기대하며 다음 장소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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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째 파티원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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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5인 파티로 구성이 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A03. 좀비 친구 버그
스케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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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친구 버그 영상. 플레이어를 공격하지 않고 주변을 계속 맴돈다.
대부분 몬스터는 일반적으로 플레이어를 인식하면 즉시 공격하지만, 이 영상에 등장하는 좀비는 플레이어 주위를 계속 맴돌기만 한다. 필자는 플레이어의 위치가 공격 불가능 범위로 잘못 판정되어 좀비가 공격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을 해보았다.
▲플레이어가
친구를 기다리는동안 지루하지 않게 도와주려고 했던 것은 아닐지...
27초 분량의 영상을 올린 사람은 친구와 함께 플레이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 혹시 `이 몬스터가 플레이어 주변에 서있는 것은 플레이어의 친구가 올 때까지 옆에 있어주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필자는 디아블로3 세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훈훈함을 느꼈다. 패치 후에 이 버그가 사라질 생각을 하니 약간 아쉬운 감정도 들었지만 세상은 넓고, 버그는 많은 법! 필자는 또 다른 버그를 찾아서 자리를 옮겼다.
A04. `공간 삭제 버그`
스케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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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삭제 버그 영상. 게임의 흐름이 끊겨 더 이상 진행이 불가능하다.
필자가 자리를 옮겼을 때 멀리서 기이한 현상을 목격했다. 던전 지도가 구현되지 않아 더 이상 플레이가 불가능한 것이다. 플레이어는 던전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자 게임을 접속 종료하려고 했지만 이것도 통하지 않았다. 그렇게 플레이어는 게임 속에 갇히게 된 채 영상은 종료된다. 영상을 보면서 한동안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만화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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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치도 못한 막다른 길에 접한 플레이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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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을 시도해보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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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종료도 허락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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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한 때 인터넷에서 유행이었던 웹툰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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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3 던전 지도는 무작위로 구현된다. 그러나 최근 원인 불명의 이유로 가끔씩 지도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이 영상에 나오는 던전 외에 다른 곳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찾아보았는데, 트리스트람 대성당 던전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는 제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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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스트람 대성당 던전 내부에서도 같은 버그 현상을 찾을 수 있었다
작년 모 방송국에서 게임의 폭력성을 시험하기 위해 PC방 전원을 내린 사건을 기억하는가? 당시 사람들은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욕설과 함께 격한 반응을 보였었다. 이 영상에서도 던전 진행 중에 당연히 구현되야 할 지도가 나오지 않아 게임의 맥이 끊기자 플레이어는 주어진 현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욕설을 적었다가 지우기도 했다.
▲ 결국
영상 속 플레이어는 순간적인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욕설과 함께 격한 반응을
보였다
게임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버그는 치명적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빠른 패치가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이번 시간을 마치겠다.
글: 게임메카 김홍열 기자(에이단, dia3@gamemec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