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온메카>메카리포트] 황금빛으로 빛나는 유일등급 아이템을 얻기 위해 유저들은 수 없이 인스턴스 던전을 공략해왔다. 하지만 아이온의 특성상 아이템 드랍율이 굉장히 낮기 때문에 긴 시간 투자해서 던전을 돌아도 손에는 허무함만을 쥐고 “수고하셨습니다”를 말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유저들은 더욱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그 해답이 ‘던전 달리기’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대체 ‘달리기’란 무엇이길래 개발사가 의도하는 정식 공략법을 밀어내고 실질적인 [정석]으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는지 알아보자.
던전 달리기란 말 그대로 던전의 일정 구간에 배치된 몬스터를 처치하지 않고 이동하여 던전 진행의 소요 시간을 줄여주는 방법을 말한다. 일단 맷집이 좋은 직업(수호성, 검성)이 선두로 달려가서 몬스터를 몰아 아이돌을 따라다니는 소녀떼의 모습을 연출하면 나머지 파티원들은 그 사이에 목표지점까지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다. 목표지점에 도달했다면 선두로 나선 직업은 파티원들과 최대한 떨어진 곳에서 사망하고 나머지는 캐릭터 선택창으로 빠져나간다. 그러면 대상을 잃은 몬스터에겐 일명 ‘리셋’이라 불리는 위협수준 초기화 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캐릭터 선택창으로 빠져나갔던 인원들은 다시 접속하여 그 위치에서부터 던전 공략을 이어가면 된다.
‘달리기’가 이용되는 대표적인 던전으로는 천족의 ‘테오모보스 연구소’, 마족의 ‘아드마 성채’, 천마족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드라웁니르 동굴이 있다. 테오모보스 연구소와 아드마 성채는 마지막 보스만이 유일 무기를 드랍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1.5업데이트 이후 업그레이드 된 무기를 드랍하는 ‘군단장 바카르마’ 역시 던전 내 다른 중간 보스에 비해 월등히 좋은 아이템을 드랍한다. 이렇듯 최종 보스와 일반 몬스터의 보상 차이가 확연한 던전 일수록 ‘달리기’가 자주 쓰인다. 하지만 잘 차려놓은 음식 중에서 맛있는 반찬만 골라먹는 듯한 달리기 공략 방법이 과연 개발사가 의도한 던전의 진행 방법일까?
달리기 공략 방법의 역사는 과거 ‘불의 신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드랍율이 낮은 유일아이템을 얻기 위해지루한 던전의 무한 반복을 피할 수 없던 유저들이, 최종보스 크로메데를 최대한 빨리 잡기 위한 달리기 방법을 고안. 현재까지도 성행하고 있다.
개발사 측은 이런 던전 진행 방식을 바꿔보기 위해 일정 확률로 등장하는 중간 보스들이 크로메데 무기와 동급인 ‘백염 시리즈’를 드랍하게 하였고, 던전 재 입장 시간을 30분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유저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고 달리기 공략은 끊이질 않았다. 그러던 와중 드라웁니르 동굴이 등장했고, 이 역시 유저들의 달리기 공략 방법에 속수 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중간 보스가 유일급 방어구를 주기 때문에 불의 신전처럼 최종 보스만 잡아버리는 상황까지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던전 내에서 활강이 가능하다는 특성을 이용. 중간 보스와 중간 보스의 이동경로를 단축시켜 버리는 활강 달리기를 개발하여 진행 시간을 단축했다. 게다가 1.5업데이트 이후, 드라웁니르 동굴의 최종 보스인 ‘군단장 바카르마’가 드랍하는 무기는 누구나 탐낼만한 50레벨 유일등급으로 변했다. 덕분에 당시 만레벨 이었던 50레벨을 달성한 유저들이 다시 던전을 찾아오는 반가운 일이 생겼지만 이 역시 활강을 이용해 엘리베이터가 위치한 붉은 송곳니 동굴까지 이동. 한번에 군단장까지 이동하는 ‘군단장 직팟’의 유행만 더 부추겼을 뿐이었다.
천마족이 각각 가지고 있는 종족 고유 던전인 테오모보스 연구소와 아드마 성채도 달리기 공략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랜덤으로 드랍되는 열쇠 시스템을 이용해서 던전의 진행 경로가 임의로 결정되도록 만들었지만 유저들은 이런 개발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면 몬스터를 한 마리라도 덜 잡을 수 있을까?” 의 고민을 했다. 그래서 결국 유저들은 달리기를 통해 목표지점에 도달해서 전멸한 뒤 부활을 하는 신개념의 ‘달리기’ 방법을 고안해냈다. 설상가상으로 아드마 성채의 최종 보스인 ‘영주 란마르크’를 살성 혼자서 잡을 수 있는 ‘버그 자리’가 발견되고, 죽지 않고도 몬스터의 위협 수준을 초기화 할 수 있는 버그 자리까지. 각종 버그에 몸살을 앓게 되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개발사는 각종 버그 장소를 대폭 수정하고, 이동 경로에 ‘신경 독가스’라는 디버프를 추가해 이동속도를 느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업데이트 역시 달리기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임시 방편이었다. 그렇다면 달리기를 직접 사용하는 유저들은 이 공략 방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던전을 이용하고 있는 당사자들도 달리기 공략의 문제점을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알면서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던전 시스템에 오히려 불만을 토로하며 새로운 개념의 던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달리기 공략을 반대하는 유저들 중 대다수가 ‘수호성’과 ‘검성’이라는 점이다. 달리기 공략중 필연적으로 죽을 수 밖에 없는 선두 직업의 애환이 담긴 메시지인데, 죽음으로 인한 경험치 손실을 복구할 때 소모되는 영혼 치유비가 상당히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지금 사용되고 있는 던전의 달리기 공략은 개발사에서 유도하는 공략 방향에서는 다소 벗어난 `꼼수`에 해당한다. 개발사는 이 `꼼수`를 막아보고자 여러 방면으로 손을 써보았지만 아직까지도 달리기 공략은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저들의 끝없는 `쥐구멍 찾기`를 단순히 시스템상의 허점 탓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던전의 규모에 비해 다소 불필요할 정도로 빼곡하게 배치된 일반 몬스터들은 어느 누가 보더라도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자 `던전 클리어 시간을 늦추기 위한 수단`일 뿐. 만약 던전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충분한 재미와 함께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즐길만한 동기를 제공해주었더라면, 굳이 `달리기`와 같은 변칙적 공략 방법이 환영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터이다. 현재의 전투시스템 테두리 내에서 유저들의 다양한 `달리기 공략`을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매번 이러한 문제가 발견된 후 막는 것에 급급하기 보다, 유저들 스스로 온전히 즐기고 싶다고 느끼게끔 할 수 있는 `던전 콘텐츠`를 최대한 선보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글: 게임메카 고영웅 기자(aion@gamemec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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