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RvR의 꽃이었던 시공의 균열을 추억하다

/ 1

[아이온 메카>메카 리포트]
 

아이온은 RvR을 지향하는 게임으로 천족과 마족 그리고 용족이 그리는 극한의 대립구도를 기반으로 삼고 있다. 때문에 각 종족간의 전투를 위한 다양한 컨텐츠가 존재하는데, 그 중에서도 유저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 역시 ‘시공의 균열’일 것이다.


  ▲저 무지개빛만 보면 가슴이 설레이던 때가 있다

시공의 균열이란 상대 종족의 지역으로 이동하게 해주는 일종의 ‘순간이동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단순한 PvP 이동 통로를 넘어 퀘스트와 던전의 입구로도 사용되면서 아이온의 대표 컨텐츠로 자리매김 하게 된 시공의 균열. 하지만 1.5 업데이트 이후로 쇠퇴의 길을 걷게 되는데…

어째서 [유저에게 가장 기억 남는 컨텐츠] 1위를 차지한 시공의 균열이 소외 받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자.


▲유저들의 무한 시공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시공의 균열이라고 알아?

남자들이 술자리에 모이면 반드시 나오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바로 전국 남자들의 영원한 술안주 ‘군대 이야기’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 아이온 좀 해봤다”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시공의 균열(이하 ‘시공’)을 넘어가 상대방 종족을 뒤흔든 자신의 무용담이다.

이처럼 시공은 요새 많이 쓰이는 표현으로 ‘국민 컨텐츠’라 불리울 정도의 인기를 자랑했다. 시공을 넘어가 상대 종족을 많이 학살한 유명 유저들은 영웅으로 추앙 받기도 하였고, 한발 더 나아가서 아프리카 TV방송을 이용한 BJ도 등장.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하...바로 이 스릴감 때문에 시공을 탄다

시공이 대세임을 알아차린 개발사는 20명 내외의 인원만 이용이 가능했던 시공 제한 인원을 대폭 늘려주었고, 일부 하드 유저들의 승전보만 기다리던 라이트 유저들도 직접 넘어가 PvP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천족 지역에 마족이 더 많거나, 마족 지역에 천족이 더 많은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한 유일등급 무기를 얻을 수 있는 ‘잠입 퀘스트’도 추가되어 PvP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이용해야 하는 아이온의 필수 코스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많은 유저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거쳐야만 했던 시공은 플레이의 목적을 찾지 못해 지루할 수 있는 아이온의 밤길을 환히 비춰주던 달과도 같았다. 하지만 밝은 만큼 그 뒷면은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 지기 마련이고,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시공의 균열이 불러온 문제들

시공의 균열을 이용하는 유저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 동안 알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말과도 같다. 유리한 위치에 키스크를 사용하기 위한 ‘택시’부터, 이동 불가 지역을 등반하는 ‘등산’까지. 개발사의 상상력을 간단히 뛰어 넘는 유저들의 ‘꼼수’는 나날이 늘어만 갔다.

이런 ‘꼼수’ 플레이의 가장 큰 문제는 게임상의 오류를 이용한 버그 플레이가 아니기 때문에 제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개발사가 원만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서 고민하고 있을 때, 유저들은 편안하게 게임만 플레이 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 오히려 개발사가 겪고 있는 문제는 치명적이라기 보다 의도한 방향과 달랐을 뿐이지만 직접적으로 플레이에 지장을 받는 것은 유저였다.


▲좋은 자리는 언제나 키스크가 산을 이뤘다

시공의 인원 제한이 풀리면서 포스 단위로 몰려다니며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일이 잦아졌고, npc들은 모두 죽임을 당해서 시공이 열린 지역은 퀘스트 수행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런 일들은 키스크를 이용하면 사실상 적진에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의 제한이 없다는 점 때문에 더욱 심해져만 갔다.

게다가 야심차게 등장한 RvR 지역인 ‘어비스’에 대한 관심도와 호응이 “시공보다 못하다.” 라는 쪽으로 기울게 되자, 개발사는 이미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시공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것은 ‘시공 죽이기’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 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공 죽이기의 시작

우선 레벨과 어비스 계급의 차이가 심한 유저들을 일정 수 이상 사망시키면 1단계로 ‘저주’, 2단계로 ‘천벌’이라는 디버프가 적용되도록 변경했다. 이 디버프들의 공통적인 효과는 지도상에 위치가 표시되고, 은신을 하여도 타이틀이 보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천벌의 경우엔 키스크에서 부활이 금지 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학살’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해졌다.


▲PvP 패널티는 시공 매니아들에게 절망을 가져다 주었다

이미 PvP패널티 업데이트로 인해 그로기 상태에 빠진 시공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모든 캐릭터의 위치를 초기화하는 작업이었다. 이동 할 수 없는 장소에 키스크를 설치하여 시공에서 살다시피 하던 유저들을 억지로 돌려보내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적용된 비행 경로의 증가 업데이트는 필드를 돌아다니는 유저의 숫자를 크게 줄였기 때문에 고생해서 시공을 넘어가도 할 것이 없는 상황을 만들게 되었다.
 

   시공의 균열을 대신할 RvR컨텐츠의 부재

이렇게 ‘시공 죽이기’ 패치로 몸살을 앓던 시공의 균열은 결국 잠입 퀘스트를 하는 유저들 이외엔 아무도 찾지 않는 아이온 역사의 한 부분으로 추락해 버렸다. 그 대신일까? 개발사는 시공을 대체할 지상형 어비스 지역인 ‘용계’를 공개했다.

아이온 스토리상의 ‘용계’는 그 동안의 마족과 천족의 깊은 원한을 잠시 뒤로 미루고, 용제 티아마트를 상대하기 위해 만든 전초기지를 세운 것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시공을 버리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용계의 RvR’은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개발사의 전초기지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일까? 용계는 동시 다발적인 소규모 전투와 자기 지역이라도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없는 스릴감을 주며 예전 시공의 그것을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어비스와 같은 요새전 기반의 RvR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시공과 어비스가 가지고 있던 RvR 문제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용계는 ‘시간의 균열을 넘어선 RvR의 미래’라는 이름의 새싹이다. 지금 당장의 모습이 예전에 나온 컨텐츠 보다 못하다고 비난만 줄 것이 아니라, 격려라는 영양분과 의견이라는 물을 뿌리면서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화려한 꽃이 피기를 기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다시 한번 시공처럼 `무한 전투`를 느끼고 싶다
(이미지 출처: 하르퓽의 본격 힐하는 만화)
 

글: 게임메카 고영웅 기자(aion@gamemeca.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엔씨소프트
게임소개
'아이온'은 천족과 마족, 그리고 두 종족을 위협하는 용족간 극한 대릭을 그린 RVR 중심 MMORPG다. 동서양 신화 및 설화를 바탕으로 개발된 1,500여개 이상의 퀘스트와 5,000장 이상의 원화 작업 및 ... 자세히
게임잡지
2005년 3월호
2005년 2월호
2004년 12월호
2004년 11월호
2004년 10월호
게임일정
2025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