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온 메카 > 메카 리포트]
대부분의 RPG에서 파티를 구성하는 인원들은 몬스터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어 동료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탱커와, 적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딜러. 그리고 손실된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힐러로 그 역할이 나뉘어 진다. 아이온 역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위에서 말한 파티 구성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직업의 종류는 8가지나 되는데 비해 파티의 최대 수용 인원은 6명이기 때문에 특정 직업이 소외 받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 “아이템 테이블이 겹치기 때문에” 혹은, “효율이 떨어져서” 등의 이유로 파티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집에 돌아와 피곤한 몸을 의자에 던지며 발가락 끝으로 컴퓨터의 전원을 켜요. 길다면 긴 아이온의 로딩 화면이 끝나고 번쩍이는 판금 갑옷을 입은 김수호씨의 캐릭터가 보여요. 믿음직스러운 자신의 캐릭터를 보면서 미소를 짓는 김수호씨의 피곤은 박XX를 원샷 한 것처럼 스르르 사라져요. 캐릭터를 선택하고 게임에 접속하니 같은 레기온의 사람들이 따뜻하게 김수호씨를 반겨줘요.
가족 같은 분위기를 추구하는 레기온이지만 믿을 놈 하나 없어요. 모두 자신을 버리고 던전에 먼저 가버린 것이었어요. 김수호씨는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참도록 해요. 왜냐하면 넓은 마음을 가진 귀족 ‘수호성’이니까요. 김수호씨는 레기온 파티를 포기하고 파티찾기 창을 열어요. 여기 저기서 김수호씨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와요.
그럼 그렇지. 수호성의 한 없는 인기에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못해요. 하지만 정작 김수호씨가 가고싶은 암포는 검성을 구하고 있어요. 김수호씨는 자신의 폭풍리딩을 경험하지 못한 중생들의 무지에 화가 나는 것을 눌러 참으며 어쩔 수 없이 파슈만디르 파티에 손을 들어요.
김수호씨가 할 수 있는 모든 어휘를 사용해 가장 점잖고 신사적인 멘트를 날려요. 이 정도로 말해줬으니 0.001초 안에 파티 초대가 올 거에요.
아니 달라는 초대는 안하고 갑작스레 가장 아픈 곳을 찔러요. 김수호씨는 “파템을 몇 개 끼고 있다는 걸 파티장이 눈치 챘나” 하고 염통이 쫄깃해져 와요.
김수호씨의 미간에 그랜드캐니언 같은 골짜기가 생겼어요. 다른 파티원들한테 물어본다는 건 면접 탈락이라는 얘기에요. 하지만 울릉도부터 하와이까지의 거리보다 넓은 마음을 가진 유저가 있을거라 굳게 믿고 기다려요. 5분을 기다려도 대답을 주지 않아요. 파티를 밭에서 기르는 것도 아닌데 너무 오래 걸린다고 생각한 김수호씨는 자존심을 버리고 먼저 말을 걸어요.
이런 개나리 후레지아 꽃이 활짝 피어요. 항상 이런 식으로 자신의 탱커 자리를 꿰차는 검성이 너무나 얄미워요. 김수호씨는 씁쓸한 듯 입맛을 다시며 담배를 입에 물어요. 세상은 수호성이라는 순수한 탱커가 살아가기엔 너무나 각박한 것 같아요. 이 때 여우 같은 마누라의 목소리가 들려요. “또 게임하고 있지!? 집에 들어오면 애랑 좀 놀아줘!” 김수호씨는 지금 기분 같아선 맞받아 소리치고 싶지만 눌러 참기로 해요. 왜냐면 넓은 마음을 가진 귀족 ‘수호성’이니까요. 아이온에서 인스턴스 던전을 공략할 때는 판금 방어구를 착용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방어력을 가진 검성과 수호성이 탱킹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위 던전이 화력이 중요한 ‘타임어택 형식’을 가지고 있어서 수호성보다 공격력이 좋은 검성 탱킹을 선호하는 파티가 많다. 게다가 검성은 마법 무기를 제외한 모든 종류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호성이 없다면 장검의 우선 순위를 확보해서 더 많은 아이템을 보장 받게 된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이 두 직업이 같은 파티에 들어가는 것을 꺼려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파슈만디르 사원같이 높은 난이도의 던전은 수호성의 인기가 높지만 파슈만디르 사원에 입장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장비 아이템을 구비해야 한다. 때문에 수호성은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던전의 아이템을 구비해야 그 던전을 공략할 수 있는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
잉기스온에서 파티를 구하고 있는 최정령씨는 한가로이 앉아있는 캐릭터와는 다르게 자신은 엉덩이에 땀띠가 찰 지경이에요. “간단하게 던전이나 하나 돌까”하고 찾아온 PC방에서 2시간 째 파티 찾기 창만 보고 있어요. 앗! 드디어 암포 A랭 파티에 로브를 구한다는 자리가 떴어요. 빛의 속도로 파티 지원을 해봐요.
빛의 속도로 파티 지원을 했지만 그보다 빠른 속도로 파티 거절 멘트가 흘러나와요. 파티 거절을 누르면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저 멘트가 새삼 밉게 느껴져요. 귓속말을 해서 한마디 해줄까 했지만 곰 발바닥처럼 넓은 마음을 가진 자신이 참기로 하고 다시 파티 찾기 창을 둘러봐요. 최정령씨가 가고 싶은 파슈만디르와 암흑의 포에타 파티에는 전부 마도성들이 가득 차있어요.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마족 마도성을 했을 텐데” 하고 후회해요. 하지만 그건 술값을 계산한 다음날 카드 고지서를 보는 것과 같아요. 그런 이루어지지 않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데 아는 치유한테서 귓속말이 왔어요.
하늘에서 구원의 손길이 내려왔어요. 뭐 암포나 파슈를 가고는 싶지만 이렇게 멍을 한 없이 두들기고 있는 것 보다야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최정령씨는 파티 초대를 받고 우사인 볼트 보다 빠르게 드라웁니르 동굴로 통하는 시공을 넘어갔어요.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자 마음이 안정되는 것 같아요. 역시 최정령씨는 자신은 역시 전투의 데바라고 생각하며 긴장되는 마음으로 부드러운 촉감의 마우스를 꽉 움켜 쥐어요. 모든 파티원이 도착했어요. 이제 출발하려고 하는데 아직 만 레벨이 아닌 사람이 있어서 앞쪽을 정리해야 한데요. 순간 귀찮음이 곤파스 태풍처럼 몰려왔지만 차가운 도시남자인 최정령씨는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꾹 눌러 참아요.
비행을 하다가 날개를 접어서 한 명이 죽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순조롭게 군단장 바카르마의 앞까지 도착했어요. 이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 되요. 등 뒤로 한 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려요. 오래간만의 보스전이라 그런지 항문에 싹이 틀 것 같아요. 전투가 시작되고 부하가 소환되었어요. 앗! 저 바보같은 검성이 치유님이 맞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어요. 간지가 흘러 넘치는 속박 스킬을 이용해서 치유님을 위기에서 구했어요. 자신의 멋진 컨트롤에 다시 한번 반할 것 같아요. 그렇게 힘들게 바카르마를 차가운 땅에 눕혔어요. 마치 혼자서 군단장을 공략한 듯이 최정령씨는 가쁜 숨을 몰아 쉬어요.
최정령씨는 자신의 빛나는 컨트롤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 현실이 너무나 미워져요. 마도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에서 정령성이 살아가는 건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씁쓸한 마음으로 아이온을 종료하고 친구들한테 연락을 해보지만 아무도 연락을 안받아요. 오늘도 혼자 깡소주를 마셔야 할 것 같아요.
법사 계열에 속한 정령성과 마도성은 마법 계열 원거리 딜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게다가 방어구와 무기 모두 같은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마도성과 정령성은 같은 파티에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두 직업 모두 각자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파티에서는 대부분 다양한 메즈 스킬을 가지고 있어서 위기 대처 능력이 좋은 마도성을 선호하는 편이다. 2.0 업데이트로 들어오면서 마도성의 주가가 하늘 높이 뻗어 올라가는 지금, 정령성과의 `파티 자리 대결`은 마도성의 압도적인 승리다.
8개의 직업, 최대 6명의 수용이 가능한 파티. 이런 제한은 어쩔 수 없이 파티 구성에 있어서 자리 다툼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더 높은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효율적인 파티 구성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효율과 아이템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직업이 완전히 배제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같은 노력을 하여 동등한 조건을 맞추고 파티 지원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노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이보다 억울한 일이 있을까? 과거와 달리 지금의 아이온은 ‘인던온’으로 불릴 만큼 인스턴스 던전의 비중이 높아졌다. 때문에 사냥에서의 직업간 밸런스 차이는 컨텐츠를 직접적으로 소비하는 유저들에게 있어 장애로 다가온다. 이는 아이온을 즐기는 유저들의 이탈을 유발할 수 있는 큰 문제이며, 신규 유저의 영입에 있어서 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의 아이온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글: 게임메카 고영웅기자 (제로곰, rkswkd5@gamemec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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