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크리티카'
지난 2012년 2월. 한 기사가 기자의 눈을 자극했다. 개발사 올엠의 김영국 이사를 인터뷰했던 것인데, 총을 들고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확히 1년 후, 김영국 이사는 더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지난 2월 파주 마샬 아트 갤러리에서 열린 ‘크리티카’ 유저간담회에서 그는 한층 더 ‘오버하는’모습으로 무장해 있었다. 앞선 인터뷰에서의 모습은 많이 절제된 것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포즈들이 많았는데, 한편으로는 ‘저래놓고 게임 재미없으면 어쩌려고 하나’와 같은 개인적인 우려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 기억만이 남아있던 MORPG ‘크리티카’가 지난 26일 공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크리티카’를 접해보기 전에는 김영국 이사에게 남아있던 이미지 때문에 과연 얼마나 잘 나왔는지 한번 보자는 심보가 있었는데, 실제로 플레이해본 뒤에는 느낌이 달랐다. 김영국 이사의 다소 과장된 행동들이 이해되지 않았다면, ‘크리티카’의 액션을 보면 그의 행동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장된 몸짓이 그대로 녹아있는 ‘크리티카’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보는 즐거움이 게임을 재미있게 만든다
‘크리티카’에서 가장 큰 인상을 받았던 것은 연출력이다. 다양한 표현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한편, 시점을 적절하게 조절해 절제된 느낌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상당한 몰입감을 준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장치를 통해 시각적인 즐거움을 극대화하는데 성공했다. 만약 게임이 장사라고 생각하면 시각적인 즐거움은 인테리어인 셈인데, ‘크리티카’의 인테리어는 합격점을 줄만하다.
‘크리티카’에는 기본적으로 전사와 도적, 마법사 등 전형적인 판타지 세계관의 3가지 직업이 존재한다. 하지만 유저의 눈을 사로잡는 액션이 예상치 못했던 곳에 숨어있다. ‘크리티카’는 단순하게 직업을 선택하고 외형을 정한 뒤 게임을 시작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이전에 캐릭터의 특성을 간단하게 알 수 있는 장면이 먼저 드러나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어 도적을 선택하면 빠른 몸놀림으로 화면을 누비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데, 약 10초가량 노출되는 화면으로 유저가 어떤 캐릭터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확실히 준다. 또한, 그 이후 캐릭터의 외형을 결정하는 세부설정에서도 실제 게임플레이 영상으로 여러 가지 모습을 노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애견샵에 방문했는데 수많은 강아지들이 자기 좀 봐달라고 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요컨대 처음부터 유저가 고민하게 만든다.
▲ 전직을 할 때도 많은 고민을 하도록 만든다
캐릭터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면 스토리를 살펴볼 수 있는 몇몇 장면이 지나간 후 바로 전투에 투입된다. 게임 초반부에서도 어김없이 과장된 표현들이 등장하는데, 중간에 삽입된 영상에서는 자신보다 100배 이상은 큰 골램을 상대하는 전사가 공격을 당해 여러 개의 언덕을 뚫고 날아가는 모습까지 등장한다. 왠지 ‘드래곤볼’에서 볼 법 한 장면이지만, 유치하다기 보다는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현실감을 추구하는 게임이 아닌 이상, 이런 과장된 표현들은 유쾌한 요소이지 않은가? 물론 게임을 진행하면서 산을 몇 개 부순다거나 땅을 가르는 효과는 없었지만, 눈을 사로잡는 연출을 몇 개 만날 수 있었다.
첫째로 EX기술을 사용할 때를 꼽을 수 있다. EX기술은 타격이나 피격에 의해 EX게이지를 모아 사용하는 기술인데, 대전격투게임에서 느낄 수 있던 필살기를 쓰는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게이지를 모아 기술을 사용하면 캐릭터가 클로즈업되며 강력한 기술을 쏟아내는데, 기자가 선택한 직업인 ‘폭마’는 마음까지 후련해지는 주먹 한 방을 날린다. 캐릭터를 클로즈업할 때의 그 모습은 기술이 나가기 전에 ‘과연 맞을까?’라는 긴장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고, 그 이후 시원하게 터지는 한방은 일반 스킬과 확연히 차이나는 압도적인 특수효과로 후련함을 준다. 전반적인 특수효과와 그에 걸맞는 타격감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셈이다.
▲ '드래곤볼'에나 나올법 한 지형돌파 장면
▲ 마법사는 정말 '마법사'다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반면
▲ 전사의 상위직업인 '폭마'는 불꽃이 시원하게 작렬할 정도로 각 직업의 개성이 뚜렷하다
두 번째는 캐릭터가 부활할 때의 모습이다. 플레이어가 죽었을 때 다시 부활하게 되면 하늘에서 낙하하는 캐릭터를 볼 수 있는데, 클로즈업과 동시에 ‘이 몸 등장!’, ‘재미있군!’과 같은 대사를 내뱉는 장면이 멋들어지게 연출된다. 단순히 등장해도 살아나기만 하면 상관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부활했다는 것을 강력하게 어필한다는 것은 ‘크라티카’가 가진 게임의 분위기에 더욱 플러스되는 요인이다.
불편함이 없는 조작으로 액션의 재미는 상승
문득 게임을 즐기는 동안 이렇게 편하게 연출들을 감상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보통 액션게임에는 다양한 기술이 존재하는 반면, 너무 많은 기술 때문에 키 배치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방향조작키인 WASD와 가까운 숫자키 앞부분에 자주 사용하는 기술을 배치하고, 비중이 낮은 기술들은 먼 곳으로 밀어낸다. 또한, 강력하지만 쿨타임이 긴 기술들도 뒤로 밀어낸다. 그런데 뒤돌아 생각해보면 ‘크리티카’는 그렇지 않았다.
‘크리티카’도 액션게임인 만큼 많은 전투에 있어서 많은 단축키를 사용한다. 기본적인 세팅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숫자키와 기능키(F1~F4), 그리고 Z, X, R, T, G, C 등 WASD의 주변에 배치된 키를 활용해 조작의 불편함을 던다. 기술의 최대 쿨타임이 1분일 정도로 짧기 때문에 여러 가지 기술을 골고루 사용하는데 있어 최적의 배치인 셈이다. 물론 이런 단축키는 다른 게임에서도 개인적인 설정에 의해서 바뀔 수 있는 부분이지만, 기본세팅으로 제공하면서 따로 복잡한 설정을 거치지 않고 쉽게 하도록 유도한 배려가 돋보인다.
▲ 기본적인 키 배치는 마음에 든다
▲ 하지만 화면에 보이는 'Q'처럼 특수한 상황에 등장하는 버튼이 액션감을 더욱 더한다
특수스킬을 만들어 조작에 재미를 더한 부분도 눈여겨볼 만하다. 가령 EX스킬인 EX게이지를 모두 모은 후 TAB키를 눌러 기술을 사용하기 위한 선행작업을 마친 뒤 스킬을 사용하도록 만들어 조작하는 맛을 더하는 한편, 별도의 쿨타임을 가진 기술이 단축키를 차지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또한, 피격 당했을 때나 타격 시 일정확률로 발동되는 스킬을 만들어 타이밍에 맞게 빠르게 입력하는 재미를 준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콤보와 타격감 뒤에는 편한 조작이 있었다.
액션을 이어갈 콘텐츠가 필요하다
전투와 조작이 상당히 만족스러워서인지 ‘크리티카’에 대한 인상은 좋은 편이다. 영상에서 느껴지는 액션보다는 직접 했을 때 볼 수 있었던 재미가 더 컸고, 캐릭터간의 개성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면 즐길수록 화려한 특수효과에 가려져있던 한계도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금 ‘크리티카’에는 콘텐츠부족이라는 한계가 벌써 찾아오고 있다.
일단 캐릭터를 육성하며 정신없이 퀘스트를 깨다가 느낀 점은 하나의 던전을 반복하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레벨이 상승하면 할수록 한 던전을 방문하는 수가 점점 상승했다. 퀘스트 아이템을 모으려고 다시 들어가거나, 개별적인 퀘스트가 한번에 해결되지 못하도록 드문드문 배치돼있는 것이 이유였다. 던전 하나를 공략하는데 드는 시간이 10분을 넘지 않고, 적들을 빠르게 사냥이 가능하다는 장점과는 달리 리듬이 더뎌지게 되는 부분이었다. 아직은 게임 초기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직업을 육성하느라 불만의 목소리가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안도할 만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PvP와 같은 콘텐츠가 빠르게 추가돼야 할 것이다. 이렇게 가다간 효율이 좋은 던전에서 반복적으로 사냥하는 것이 일이 되면서 지루한 게임이 될 가능성이 생긴다.
▲ 아무리 화려한 액션이라도 즐길만한 콘텐츠가 있어야 활용할 수 있다
▲ 같은 던전을 반복하다보면 화려한 효과에도 무덤덤한 자신을 발견한다
퀘스트에 있어서도 아쉬움이 드러났다.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3가지 직업을 모두 육성하게 됐는데, 각 직업들의 스타일이 각각 달라서 전투의 재미가 있었다. 또한, 3가지 캐릭터들은 저마다 다른 스토리를 가지고 있던 것은 물론, 퀘스트 대화 내용에 약간씩 차이가 있어 개별적으로 육성하더라도 반복적인 느낌은 덜했다. 다만 이 문제는 중요 퀘스트의 대화에만 국한된 것으로, 실제 수행하는 내용이나 서브퀘스트의 목표 등은 모두 동일하다. 전투에서 오는 쾌감은 있지만, 반복적인 퀘스트로 돌아오게 되면 결국 지루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크리티카’만의 직업별 퀘스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아직까지는 즐길 점이 사냥밖에 없다는 점은 아쉽다.
3D ‘던전 앤 파이터’? 이건 ‘크리티카’다
‘크리티카’를 시작했던 초기에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말은 3D ‘던전앤파이터’라는 말로, 비슷한 직업군 구성과 별도의 인스턴트 던전에서 사냥하는 게임방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마을에는 ‘던전앤파이터’의 한 캐릭터를 떠오르게 하는 NPC가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크리티카’를 플레이해 볼수록 개성 있는 직업군과 호쾌한 타격감 때문인지 ‘던전앤파이터’의 이미지는 지워지기 충분하다.
지금 ‘크리티카’는 액션이라는 무기를 내세워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앞으로 콘텐츠에서 오는 문제점만 대비한다면 충분히 롱런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본다.
▲ '크리티카'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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