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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등장! 최강 VGA 라데온 HD7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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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시장은 이래야만 재미있다. 경쟁 당사자들이야 신경이 곤두서고 뒷골이 쭈뼛거리겠지만, 비슷한 몇몇 기업이 시장에서 치열하게 치고 받는 난타전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구경거리이다. 이런 시장상황에서는 각종 프로모션과 이벤트, 가격 하락이 연이어 벌어지니 소비자들은 더욱 반갑다.

 

엔비디아가 GTX 680으로 최고의 자리를 빼앗자 AMD는 라데온(RADEON) HD7970의 동작클럭을 더욱 끌어올린 기가헤르츠 에디션을 시장에 내놓았다. 최근엔 AMD가 라데온 HD7790으로 가장 많은 소비자가 바라보고 있을, 그러나 제품이 없던 빈 틈을 교묘히 메우자 엔비디아가 지포스(GeForce) GTX 650 Ti Boost로 ‘멍군’을 불렀다. 그러자 이번엔 AMD가 최고급 플래그십 시장에 라데온 HD7990(이하 HD7990)을 꺼내들었다. 그러면 엔비디아의 대응은 무엇일까? 이미 지포스 GTX 690(이하 GTX 690)과 지포스 GTX Titan(이하 GTX 타이탄)이 있으니 가볍게 무시할까? 그러기에 HD7990의 성능이 만만치 않을 텐데? 어쩌면 엔비디아는 새로운 지포스 700 시리즈를 만지작거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오늘의 주제는 HD7990의 이야기이다. GTX 690이 출시된 지 1년여, GTX 타이탄이 출시된 지 두 달여 만에 마침내 AMD가 이에 반응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꽤나 늦은 셈이긴 하다. 소식은 이미 작년 초부터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다. 타이히 XT 코어, 62개 컴퓨트 유닛, 4096 스트림 프로세서, 256 텍스처 유닛, 64개 ROP 등등. 제품이 나와서가 아니라, 이미 작년 1월 알려졌던 내용들이다. 그러니 이 정보대로 제품이 출시되는데 1년 하고도 4개월이 걸린 셈이다.

 

물론, AMD에 듀얼 GPU 솔루션이 없던 것은 아니다. 국내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자력갱생’ 모델인 7870 x2도 있었고, 작년 여름엔 발표하지도 않은 HD7970이 파워컬러(PowerColor)사에서 제품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3DMark에서 신기록을 세운 에이수스 아레스2(ARES2)까지, HD7990의 전조는 시장에서 충분히 확인돼 왔다.

 

 

◆ 예상 제원 그대로 등장한 HD7990

 

듀얼 GPU를 채용한 최고급 그래픽카드의 첫째 덕목은 뭐니뭐니해도 ‘성능’ 그 자체이다. 가장 빠른 게이밍 머신을 위한 장비이다 보니 가격이 다소 높아도 그만한 성능이 뒷받침되면 시장은 반응하기 마련이다. 이 시장은 어차피 가격보다는 성능에 민감한 마니아들만의 리그니까.

 

하지만 성능이 빠르다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예전부터 듀얼 GPU를 장착한 그래픽카드는 그 거대한 덩치 만큼이나 무지막지한 소음을 내뱉었고, ‘전기 먹는 하마’가 되기 일쑤였다. 과거의 사용자들이 그저 ‘성능’이란 지표 하나에 올인했다면, 현재의 마니아들은 빠른 성능과 더불어 적절한 전력 사용과 발열의 제어, 보다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정숙성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듀얼 GPU의 길은 험난하다. 40억 개 이상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되는 엄청난 반도체를 하나도 아닌 두 개씩이나 사용하며, 나머지를 이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빅칩’ 전략을 들고 나왔다. 수율이 낮아지고, 이 때문에 가격이 높아지는 한이 있어도 두 개의 GPU를 사용하느니 큼직한 하나의 GPU로 모든 걸 끝내겠다는 전략이다. 엔비디아의 이런 전략이 탄생시킨 괴물이 바로 GTX 타이탄이다. 이 제품의 근간이 된 케플러 아키텍처 기반의 GK110 코어는 하나의 다이에 무려 7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돼 있다.

 

AMD의 시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무지막지한 불량률을 감내하며 저런 빅칩을 만드느니 현재 최적의 효율을 보이는 GPU 두 개를 사용하는 방식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어느 수준의 수율을 달성하는지에 따라 양 방식의 명암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28nm(나노미터) 공정으로 제조되는 HD7990은 타히티 XT(Tahiti XT)로 알려진 GPU 두 개를 병렬로 연결한 제품이다. 코드명은 몰타(Malta). HD7970 기가헤르츠 에디션이 그랬던 것처럼 동작속도를 높인 GPU 두 개가 탑재된다. HD7970 두 개를 탑재한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모든 것이 HD7970의 두 배라 생각하면 편리하다.

 

 

 

듀얼 GPU 탑재 제품은 필연적으로 거대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가졌다. 이는 HD7990도 벗어날 수 없는 부분. 미들타워 케이스라면 장착이 가능할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할만큼 길이가 길다.

 

 

하지만 이번엔 ‘정숙성’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조용하게 동작하는 액시얼(Axial)팬 세 개를 연이어 장착하고, 하단에 매우 정밀하게 제작된 히트싱크를 배치해 발열을 해소한다. 히트싱크에 촘촘하게 히트파이프가 꽂혀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거대한 PCB를 사용하다 보니 충격이나 장력에 의해 깨지거나 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일. 이는 그래픽카드의 정상적인 동작을 방해하는 위해요소 중 하나이다. HD7990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든든한 휨 방지 가이드가 마련돼 있다.

 

 

후면을 보면 이 제품이 두 개의 GPU를 내장했다는 사실이 대번에 확인된다. 전체를 덮고 있는 가이드 사이로 두 개의 텐션 가이드가 보이는데, 각각의 GPU가 자리잡고 있는 위치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하나의 듀얼 링크 DVI와 4개의 미니 디스플레이포트를 갖췄다.

 

 

이 정도의 그래픽카드를 구입할 사용자라면 이미 충분한 사전지식을 갖고 있겠지만, 행여 실수가 뒤따를 수도 있는 일. 구매를 계획 중이라면 자신의 케이스를 먼저 살펴보자. HD7990은 30cm를 살짝 넘는 비교적 긴 길이의 제품이다. 두 개의 GPU를 장착하고, 각각의 GPU가 연산해 내는 결과를 다시 하나로 엮는 브릿지 칩셋까지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우리 돈으로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출시될 제품이라면, 구매자들을 감동시킬 작은 이벤트 정도가 곁들여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엔비디아의 타이탄처럼 멋들어진 문자와 조명효과 정도라도…

 

 

현존 최강이라 불리기에 부족함 없는 성능

 

플래그십 그래픽카드라면 역시 ‘성능’이 가장 주요한 이슈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 그래픽카드 하나에 저렴한 PC 한 대를 통째로 구매하는 것보다 많은 비용을 들이는 사용자들은 의당 그럴 이유가 있으며, 제조사는 그 가격만큼의 효용을 구매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최근 새로 공개된 3D마크(Mark)는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측정하는 데 필요한 최신의 알고리즘을 모두 갖췄다. 여기에 급격히 확산되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그래픽 성능도 측정이 가능해 각기 다른 플랫폼간의 성능 비교도 가능해졌다.

 

이 중 클라우드(Cloud) 테스트는 노트북이나 일반 PC를 위한 테스트 항목들이 주류를 이루는 벤치마크. 다이렉트X11을 지원하지만, 그 지원항목을 다이렉트X10 수준으로 조절해 비교적 저사양 시스템에서 원활히 구동될 수 있는 환경을 임의로 설정해 성능을 측정하게 된다. 때문에 오늘 등장한 제품들과는 조금 맞지 않는 테스트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아쉽게도 급하게 진행된 이번 테스트에서 많은 독자들이 결과를 함께 보고 싶어 했을 엔비디아의 GTX 690을 수급하지는 못했다. 다만, 싱글 GPU로는 현존 최강이라 불리는 타이탄이 손에 들어왔고, 각기 엔비디아와 AMD의 차기 전략이 맞부딪치는 제품이므로 함께 비교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3DMark의 클라우드 테스트는 일방적인 HD7990의 독주에 다름아니다. 함께 테스트한 HD7970이 비록 레퍼런스 모델이긴 하지만, 두 배에 가까운 성능을 그대로 뽑아내고 있어 그래픽 옵션이 낮은 환경에서의 HD7990의 무시무시한 성능이 확인된다.

 

 

하지만 현존하는 최고의 그래픽 처리기술을 모두 이용하는 파이어 스트라이크(Fire Strike) 테스트에서는 GTX 타이탄과 HD7970이 무엇이 낫다 판단하기 어려울 만큼 박빙의 결과를 도출해 낸다. 익스트림 옵션을 선택해 테스트 했음에도 대동소이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상대적으로 HD7970은 두 제품에 비해 다소 부족한 인상이다. 기실 HD7970 역시 상당히 고가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HD7990과 GTX 타이탄의 성능이 대단하다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어 보인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다이렉트X11 기반의 테스트 결과를 살펴보자. 1920 x 1080 해상도에서는 GTX 타이탄과 HD7990의 성능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해상도를 2560 x 1440으로 높이자 역시 성능의 차이가 발생했다. 더 높은 해상도에서 테스트할 수 있었다면, 이 차이는 더 커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1Ghz에 달하는 두 개의 GPU가 상호 보완하는 그래픽카드의 강력한 성능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그렇다 해도 엔비디아 GTX 타이탄 역시 매우 놀라운 수준이다. 하나의 GPU로 저만큼의 성능을 뽑아낼 수 있다는 건 과거엔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을 일이다.

 

2560 x 1440에서 약 20% 가량 앞서는 결과를 내놓는 것을 볼 때, HD7990은 GTX 690과 비슷하거나, 조금은 앞서는 성능을 가졌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벤치마크 툴인 유니진 밸리(Unigine valley)는 발달할 기술에 맞춰 다양한 광원효과까지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최신 게임의 그래픽과, 이런 수준의 그래픽을 구현할 때의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인 셈이다.

 

어느쪽을 대단하다 해야 할까? 1920 x 1080 해상도에서 GTX 타이탄은 HD7990을 넘어서고 있다. 처리해야 할 텍스처가 GTX 타이탄의 한계 이내인 경우, 이 제품은 무시무시한 성능을 뿜어낸다. 이같은 결과는 앞선 3DMark에서도 한 차례 확인한 바 있다.

 

반면 이런 고사양 그래픽카드를 필요로 할 환경인 고해상도 모니터, 또는 아이피니티(Eyefinity) 기술을 활용한 초고해상도 다중 모니터 환경에서는 역시 듀얼 GPU가 그 힘을 발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저해상도에서는 약 2% 가량 뒤지던 HD7990이 고해상도에서는 전과 마찬가지로 약 20% 가량 앞서기 시작한다.

 

 

발열, 소음도 매우 중요해요

 

필자의 경우 AMD의 라데온 HD4000 시리즈가 시장의 주력일 당시 PC를 가장 심도있게 다루었다. 문제는 당시 이런 듀얼 GPU 제품 - 예컨대, 4870 x2 - 은 테스트를 진행하는 일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조금만 부하가 심해질라 치면 사무실 전체를 가득 채우는 엄청난 팬 소음에 귀가 멍멍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최신의 듀얼 GPU도 그럴까? 안타깝게도 측정장비를 확보하지 못해 이를 수치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AMD가 발표한 수치가 마냥 믿지 못할 자료는 아닌 느낌이다. 전반적으로 HD7970과 비슷한 수준의 소음으로 느껴지는데, 날카로운 팬의 동작소음 없이 풍절음 정도만이 느껴지므로 고부하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꽤나 정숙한 느낌이다.

 

팬 자체의 소음보다는 대부분 풍절음이므로 케이스를 조금만 효과적으로 이용한다면 소음도 더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엔비디아의 타이탄 역시 소음에 있어서는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명확한 자료의 제시는 어렵지만, 타이탄의 소음이 HD7990 이상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FurMark를 이용, GPU에 최대 부하를 가하고 온도를 측정해 보면, 세 그래픽카드 모두 비슷한 온도를 보인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초기 테스트 시의 온도나 부하 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는 수준의 미미한 차이만이 감지된다.

 

전반적으로 세 제품 모두 약 80도 남짓에서 발열의 제어에 성공하고 있다. 예상 외로 가장 시끄러운 제품은 HD7970이었으며, HD7990과 타이탄은 어느 것이 낫다 하기 힘들만큼 매우 정숙하게 동작했다.

 

 

누구나 탐낼만한 제품

 

라데온 HD7970은 두 개의 GPU를 장착한 탓에 기본적인 전력소모량이 많다. 다행이 AMD는 제품이 보다 효과적으로 동작하며 전력도 절감할 수 있는 제로코어 파워(ZeroCore Power) 기술을 효과적으로 접목했다. 이 기능 덕분에 GPU에 부하가 끊기면 온도는 순식간에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HD7990은 999달러로 가격이 고지됐다. 엔비디아의 GTX 타이탄과 정확히 같은 가격. 국내에 제품이 공급되며 발생하는 여러 변수들로 인해 이 가격이 그대로 지켜질 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엔비디아는 GTX 타이탄의 가격을 조정해 대응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AMD는 HD7990이 타이탄 이상의 가격으로 출시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두 제품의 성향은 다르지만, 양사가 바라보는 다른 지향점을 대변한다는 데에서 그대로 비교대상이 되고 있다. 비교적 협소한 공간과 케이스에서도 최고의 성능을 누리고 싶다면 타이탄을, 이것 저것 모든 제약조건은 다 극복할 테니 무조건 최고 성능을 원한다면 HD7990을 선택하면 될 만큼 모두 매력적이다. 때문에 HD7990은 출시 가격을 봐야 나머지 평가가 가능할 것만 같은 느낌이다. 과연 얼마를 지불하면 이 매력적인 그래픽카드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제품의 테스트에는 디앤디컴의 애즈락 Z77 Pro4 메인보드, 스카이디지탈의 80플러스 브론즈 모델인 파워스테이션3 750W 파워 서플라이가 사용됐다. 다소 험한 환경과 조금은 아슬아슬한 출력에도 이 두 제품은 묵묵히 제 할 일을 충분히 다 해줬다. 역시 국내 소비자들이 신뢰를 보내는 브랜드와 제품이란 느낌이다. 여러 번에 걸친 고사양 그래픽카드의 장착과 탈거에도 Z77 Pro4 메인보드는 한 차례도 문제를 일으킨 예가 없으며, 모듈러 방식의 파워스테이션3는 필요한 케이블만 연결해 테스트의 편의를 배가시켰다. 더구나 약간 아슬아슬한 출력에도 불구하고 이 파워서플라이는 충분한 출력으로 안정적으로 동작했다.

 

오국환 기자 sadcafe@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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