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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 한국의 로비오가 목표, 위대한 비글의 아빠 '바오밥넷'



지난 주, 카카오에 오랜만에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게임이 출시됐다. 러닝게임이라는, 이제 많이 본 흔한 장르지만, 귀여운 강아지가 도둑을 잡는 모습이 여성 유저들 혹은 어린이들의 마음에 들기 충분해 보였다.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귀여운 러닝게임 ‘러닝독’은 일전에 홍보 마케팅이나 소개도 없이 대중 앞에 나타나, 귀여운 외모로 유저들에게 각인하는 데 성공했다. 비글, 프렌치 블독, 치와와 등 친근한 강아지 캐릭터나 동글동글한 UI 디자인 등 영락없이 귀여운 모습. 물론, 실제 ‘러닝독’을 개발한 개발사 바오밥넷의 평균 연령대가 37세, 100% 남성이라는 점을 비추어 보면 쉽게 상상이 가는 조합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제 한 살도 채 안된 신생 개발사 ‘바오밥넷’은 정용원 대표 외 세 명의 직원으로 꾸려졌다. ‘러닝독’ 자체는 정용안 대표가 홀로 만든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발은 1인으로 시작해 개발 전반적인 업무는 정용안 대표가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후에 UI 디자인을 담당하는 아티스트 한 명이 붙게 됐다.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아웃소싱으로 관리했다. 물론, 지금은 사운드나 고객 지원 및 라이브 서비스 등 할 일이 많아져 추가 증원(?)을 했지만.


바빠 보이면서도 중년 아저씨들 후광 덕분인지 여유로워 보이기도 하는 바오밥넷을 찾아 정용안 대표를 만나 보았다.


창업에 대한 불안감이요? 그게 뭔가요





▲ 요즘 소위 말하는 '무심한 듯 시크한(?)' 바오밥넷 정용안 대표


홀몸(?)으로 모바일게임 개발에 뛰어드는 스타트업 회사는 여러 가지 불안 요소를 껴안게 된다. 내용은 개발비에서 개발 세부적인 것까지 다채롭다. 하지만 불안감, 위기의식, 절박함 등을 계속 묻는 기자의 질문에도 정 대표는 싱겁게도 “긍정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딱히 없었다”는 대답이었다. 


정용안 대표는 게임업계에 들어선 지도 10년이 넘은 개발자다. 게임 외길 인생을 달렸다면 반은 거짓말. 넥슨, YNK를 다니다 동영상 제작사를 차리면서 1인 창업을 몸소 실천했다. 7년 넘게 각종 온라인게임 프로모션 영상, 티저 영상, 그리고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국내에서 크게 인기를 끌기도 했던 상업 영화 홍보 영상도 만들었다. 이처럼 바람 아닌 바람을 피고, 다시 게임 개발 자리에 돌아 온 것이 2012년.


그때부터 첫 번째 타이틀인 '러닝독' 데모 버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가시적인 결과물은 금방 나왔고, 프로토타입을 눈으로 보니 확신이 서 큰 불안감 없이 개발에만 열중했다고 한다.


“흔히들 가지고 있는 원대한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죠. 1인 개발에 홀로 원맨쇼나 마찬가지였던 상황이었으니까 감당해야 할 리스크도 없었어요. 애초에 대박이 나라고 하는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한 게 더 컸으니까요. 뭐, 집에 가져다줘야 하는 생활비도 프리랜서로 뛰면서 감당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죠.”


요즘 스타트업이라면 누구나 시도해본다는 벤처투자도 생각하지 않았다. 투자사가 엮이면, 게임 개발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검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개발 프로세스가 경직될까 우려했던 것.





▲ 첫 타이틀이 된 '러닝독 for Kakao', 위대한 비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렇게 바오밥넷의 첫째가 된 게임 ‘러닝독’은 최근 카카오톡 게임에서 많이 본 ‘윈드러너’나 ‘쿠키런’과 같은 러닝게임 장르로 태어났다. 마을을 배경으로 달리는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이들을 이동시켜 도둑을 잡고 점수를 획득하는 방식이다. 자이로센서를 이용해 좌우로 이동하는 방식은 인기 모바일게임인 ‘템플런’과도 유사한 느낌이나, 화면을 터치해 강아지를 점프시키며 도둑을 잡는 등의 액션 요소를 가미해 신선함을 더했다. 특히 비글, 프렌치 불독, 치와와, 닥스훈트 등 귀여운 강아지와 커스터마이징,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3D 그래픽은 기존 카카오 러닝게임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캐주얼 모바일게임에서, 특히 러닝게임이 3D그래픽을 차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요. 모델링 문제나 스키닝 등 기술적인 지원이 많이 필요하면서 결국 충분한 기간이 받쳐주지 못하면 하기 어렵죠. 러닝게임에서는 더하고요. 이런 점이 바오밥넷의 차별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시하고 고작 일주일에 불과한 시간이지만, 바오밥넷은 연신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매일 쏟아지는 수백 통의 고객 지원 문의 등으로 숨 쉴 틈 없이 바쁘다. 고객 운영에 대한 레퍼런스가 없다 보니 맨땅에 헤딩하기 수준이지만, 하나하나 다 응대를 하는 것도 즐겁다고.


기대가 크지 않다고 말하니 지금의 결과가 상당히 꿀맛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플랫폼 출시 이래 별다른 마케팅 없이 인기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으니 말이다. 매출순위 1위도 아니고 인기순위 1위가 뭐 그렇게 대수인가 싶어도 요즘 그렇게 성공하기 어렵다는 카카오 플랫폼 아닌가. 정 대표는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시작한 것에 비하면, 참 잘했다”고 생각했단다.



생존에는 성공했다, 다음 목표는 ‘로비오’


신생 개발사 바오밥넷의 생존일지 첫 장은 넘겼다. 비록 본인들은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다 보니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지만 말이다. 어차피 사회에서 성공했다고 하는 유명인들도 자서전을 쓰면서 자기가 잘한 일을 안다고 하니까.


다만, 정용안 대표는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결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든다고 말했다. 없던 숙제를 돌연 떠안게 됐다는 것.



▲ 여전히 인기 순위는 높지만, 이제 매출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야 할 책임감이 생겼다

(순위 기준 6월 5일)


정 대표가 ‘러닝독’에 대해 자신 없는 부분, 즉 숙제는 딱 하나다. 바로 매출. 정 대표는 속 시원하게도 “매출이 안 나온다”고 인정했다. 원체 ‘템플런’ 같은 장르의 게임이 수익화에 약하다는 건 알고 있었고, 이제 그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성을 느꼈다고. 


그는 “자신이 내건 기준과 업계에서 보는 기준이 다르다”며, “라이브 서비스를 진행하든, 차기작을 만들든, 후에 투자를 받든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마다가스카르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할 정도로 회사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중책을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갑자기 자본과 네트워크를 생각하게 됐다. 재미있는 변화다.


“이제 ’러닝독’을 단편적인 콘텐츠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히 하나의 게임만을 위해 모든 아트워크가 소비되고, 등장인물, 스토리 등이 사용되는 건 확장성이 없으니까요. 제 꿈은 ‘러닝독’의 강아지, 도둑들의 스토리텔링을 진정한 ‘스토리’로 만들어 내는 겁니다.”


로비오의 ‘앵그리버드’가 전 세계에 방영되는 TV 애니메이션으로 새롭게 태어났듯이, 바오밥넷 정용안 대표의 큰 꿈도 ‘러닝독’의 애니메이션화다. 영상을 했던 사람이니까, 자신감은 충분했다.


▲ 애니메이션처럼 역동적인 프로모션 영상만 보아도 '러닝독'의 주인공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유기견의 마을의 악당(도둑)을 잡는 멋진 스토리



▲ 영상을 제작했던 정 대표의 과거 이력이 게임 '러닝독'을 제작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


“이런 일을 다 기획하고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달려오다 보니 점철된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지금 ‘뽀로로’가 나왔듯이, 게임을 통해서 ‘러닝독’이라는 IP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게임에서 태어난 유기견 강아지가 자신을 버린 마을에서 도둑을 잡으러 다니는 스토리를, 하다못해 비글의 위대함을 알리는, 동화같고 순수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요.”


창업의 경험이 몇 번 있는 정용안 대표야말로, 돈을 벌기나 네트워크를 쌓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그만큼 과거에 좌절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지금 ‘러닝독’이 만들어 준 좋은 기반을 충분히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바오밥 나무는 하나의 줄기에서 굵게 여러 가지가 뻗어나는 나무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 정용안 대표의 모습이 딱 그렇다. 



▲ 동글동글 귀여운 UI 디자인이 탄생하는 자리



▲ 하루에 백통이면 백통, 이백이면 이백

운영 및 지원은 맡겨 주세요



▲ 외주 직원들이 와서 일을 하기도 하는 자리

지금은 과자만...



▲ 과자 취향은 한결같이 감자 종류

그래도 마지막 사진은 기타와 함께 허세 느낌 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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