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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 게임 업계 제니퍼소프트를 꿈꾼다 ‘블루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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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게임 개발사의 직원이 태국의 유명 휴양지 파타야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말하자 사장은 ‘쿨’하게도 승낙했다. 이후 이 개발자는 항공권을 끊고 파타야에 도착, 재택근무를 하기 시작했다.

외국계 회사의 일인가 싶지만, 실제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국내 모바일게임 개발사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바로 스타트업 개발사인 블루윈드로, 유명하지는 않아도 탄탄한 ‘중견급’의 회사다. 대표작으로는 ‘가로세로 낱말맞추기’, 구글 플레이 1,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퀴즈게임 ‘퀴즈킹 for Kakao’,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괴도루팡’, ‘크리스마스 산타’ 등이 있다. 

블루윈드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가지는 꿈(?), 대형 회사로의 인수 합병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낸 경우에 속해, 지난 4월 아프리카TV가 32억 가량의 지분 약 40%를 인수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블루윈드의 홍두선 대표가 인수 금액으로 직원들 인센티브 지급은 물론 지분 배급 등을 한 것.

지금 당장은 수영장도, 멋진 까페테리아나, 정원은 없지만, 분명 언젠가는 대한민국 전역을 들썩이게 했던 신의 직장 ‘제니퍼소프트’같은 복지 회사를 만들겠다는 블루윈드의 홍두선 대표와 전승표 이사를 만나 그들의 꿈을 엿볼 수 있었다.




▲ 스타트업 개발사 블루윈드의 전승표 이사(왼), 홍두선 대표(오른)

먼저 블루윈드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홍두선 대표: 한 온라인게임 개발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다가 2006년 즈음 피처폰 시절부터 짬짬이 게임을 만들었는데 잘 안됐다. 나중에 스마트폰 시장이 생기면서 다시 도전했고, 그게 잘돼서 지금의 회사가 꾸려졌다. 초창기에는 4명이 온라인 메신저로 작업을 했다. 성과가 생긴 후에는 인력이 충원되고, 2011년 사무실을 얻고 19명 팀이 꾸려지더니 지금은 20명 이상이 됐다.

전승표 이사: 말이 좋아 온라인 환경이지, 재택근무였다. 중요한 회의할 때 한두 번 모이는 것 말고는 메신저로 소통했다. 개발자들은 개개인의 도전 의식이 강하고, 호흡이 제각각인데다 빠르기까지 하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퍼포먼스만 확고하다면 된다는 생각이다.

해외에서 메신저로 연락하면서 일하게 해주는 회사가 있다고 들었을 때, 개인적으로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신기했다. 사실 말이 쉽지 어려운 일이지 않나.

홍두선 대표: 모두가 재택근무를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근무제도가 있고, 자율적 선택에 따른다. 물론, 기본적으로 많이 풀어져 있기는 하다. 재택으로 하고 싶으면 집에서 일하면 된다. 큰 조직이라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전승표 이사: 개발자가 스스로 콘트롤 할 수만 있다면 집에서 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고 본다. 자본이 바탕이 돼서 개발자들을 자유롭게 해주고, 창의력을 키우는 공간을 조성해 주는 것이 가장 좋지만, 지금 당장에는 그런 복지를 꾸리기는 어려우니 택한 방법이다.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누구는 혜택을 받고, 누구는 못 받는 경우가 생기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전승표 이사: 모두가 재택근무를 하는 것은 아니다. 팀 단위 작업을 할 때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 어차피 시스템 자체가 품은 의도가 좋더라도, 누군가가 오남용을 하려고 하면 일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사용하는 사람들이 잘 사용해주어야 하고, 서로서로 배려해야 잘 굴러간다. 좋은 쪽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강제적으로 규칙을 시행하기보다는 선순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카카오로 출시된 블루윈드의 모바일게임 '퀴즈킹 for Kakao'


홍두선 대표: 쉽게 말하자면, 출퇴근 시간이 자율이지만, 일찍 오는 사람한테 식사 혜택을 더 준다거나 하는 식이다. 

전승표 이사: 일부러라도 출퇴근 체크를 한다. 다 공개를 하고, 스스로도 하고 다른 사람도 알고. 최대한 다른 사람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이끌려고 한다. 한번 잘못돼 누군가 불이익을 받게 되면, 더는 이런 일을 허용하기가 힘들어지니까.

직원들이 너도나도 재택근무를 요청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홍두선 대표: 오히려 나가라고 하면 더 불안해하는 경우는 많다. 하하. 제시간에 일을 끝내지 못하면, 밖에 나왔기 때문에 못했다고 하지 않을까 싶은 것 같다.

파타야에서 업무를 한 직원이 있었다던데, 사실인가. 게임 개발이 팀 단위로 이루어지는데, 어떻게 개발이 진행됐는지 궁금하다.

홍두선 대표: 프로그래머였는데, 평소에는 메신저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필요하면 화상전화를 했다. 지금은 또 귀국해서 같이 작업하고 있다. 아마 팀 작업이 끝나면 다시 나갈 것 같기는 하다.

전승표 이사: 출퇴근이나 재택근무는 물론 서로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에서 대화로 결과를 도출한다. 대표도 직접 개발을 하고 있으니까, 이해도는 높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개발에는 집중을 요하는 시기가 있다. 시즌에 따라서 다르고, 어떤 프로젝트냐에 따라 방법이 나뉠 수 있다. 물론, 기획 초기에는 회의가 많기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처음 해외 자택 근무 요청을 받았을 때 황당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사실 대부분의 회사 대표라면 굉장히 싫어할 것 같은데 말이다.

홍두선 대표: 정작 해보면 생각보다 안 불편하다. 재택이라도 메신저처럼 연결고리가 있다면 문제 될 게 전혀 없지 않나? 악용되면 문제겠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일이다.

들으면 들을수록 독특한 사훈 아래 회사가 운영되는 것 같다.

전승표 이사: 사업적으로 접근한 게 아니고, 처음부터 우리가 편하고 좋은 방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 의외로 주변에서는 걱정을 많이 한다. 이렇게 이끌어 나가는 게 힘들 거라고 한다. 물론, 경영자 입장에서는 쉽게 일반 회사의 구조를 적용해버리면 쉬울 것이다. 물론, 튕겨져나가는 사람은 있겠지만.

홍두선 대표: 하지만 그런 회사는 내가 다니기 싫을 것 같다.


▲ 블루윈드의 큰 꿈은 제니퍼소프트 같이 좋은 복지를 갖춘 회사가 되는 것

복지나 처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홍두선 대표: 창업하기 전에 회사에 직원으로 일하면서, 쉽게 말해 ‘팽’당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회사가 잘되면 나도 같이 잘 되는 줄 알았는데, 몇 년이 지나도 나는 여전히 가난하고, 왜 일을 계속 해야 하는 지도 모르겠었고, 희망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우리 회사의 직원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장은 내가 금전적인 보장을 줄 수는 없어도, 각자의 니즈에 따라 맞춰주자고 생각했다. 

아프리카TV에 32억 지분투자를 받았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지분도 많이 나누어주었다고 들었다.

홍두선 대표: 실제 근무했던 기간과 직급에 대비해서 성과급과 지분을 나누어 주었다. 그렇다 보니 대표인데, 여유 지분이 없는 편이다. 어차피 우리 직원 25명 안에서 승부를 보려고 하니까 문제는 없다. 

전승표 이사: 원래 직원들에게 지분을 주는 건 좋은 방법은 아니다. 떡밥 같은 거니까. 지분은 크게 의미가 없다. 사업하는 사람이야 의미가 강해도 개인에게는 말 그대로 현찰화 되기 전에는 종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블루윈드를 함께 이끌어 온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보증의 의미랄까, 우리가 투자를 받게 되는 시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던 부분이 크다. 결국 우리는 개발 조직이다 보니 사람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지금으로서는 우리가 복지를 늘린다 해도 성과를 낼 수 있는 중심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자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후에는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직접적인 보상을 지향해야 한다.

이제 투자사도 있고 하다 보니, 신작 출시가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게임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홍두선 대표: 올해 세 개 정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하나는 ‘괴도루팡’ 후속작, 판타지 느낌의 캐주얼 RPG, 그리고 소셜 게임이다. 재미있게 만들 자신은 있다. 모두 창의적인 게임이다. 다른 게임 개발사도 그렇겠지만, 자존심을 가지고 만들고 있다. 유행을 읽으려고 노력 중이고, 유행이 아니더라도 재미있는 게임을 출시하고 싶다.

신작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보상은 확실히 지급해줄 것같다.

홍두선 대표: 잘만 풀려서 그렇게 보상을 받는다면야 문제 될 게 없다. 신입 사원이 와도 본보기가 될 수 있지 않겠나. 나도 잘만 되면 저럴 수 있겠다는 자극을 받을 것 같다. 잘되면 문제가 없다. 

전승표 이사: 회사를 끌고 나가면서 최적의 조건을 찾아가고 있다. 좋은 개발 환경을 만드는 도전을 하고 있다고 본다. 만약 나중에 다른 회사들처럼 일반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더라도, 지금의 과정을 겪어 본 것은 큰 교훈이 될 것이다.

회사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고 싶은지 목표가 있다면?

전승표 이사: 큰 볼륨보다는 내실있는 조직을 꾸리기 위해 밑바탕이나 기본 제도를 만들어가는 상황이다. 우리 회사가 가진 장점이 경영진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좋다고 생각하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사실 지금은 우리가 그런 가능성을 증명할 정도로 성장한 회사가 아니다. 직원들이 원하는 만큼 흡족한 보장을 주지 못하고 있지만, 조금씩 그걸 이루어내고 싶다. 앞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스스로 함정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홍두선 대표: 내가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 사장이 다니고 싶은 게 아니라 직원으로 다니고 싶은 회사가 돼야 한다. 어차피 나도 일을 해야 하니까. 직접 겪어보니 왜 다른 사람들이 제니퍼소프트처럼 하지 못했는지 알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나 또한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다. 월급도 원하는 만큼 주고, 복지도 혜택도 좋고, 상사가 너무 쪼지도 않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슈퍼셀처럼 개발자들이 창의성을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도와주고 싶다.

▲ 스타트업 회사의 공통점은 현판이나 간판이 없다는 것인데
블루윈드는 나름 종이형(?) 현판을 갖추고 있었다

▲ 현판을 업그레이드 해야겠다며 토의 중인 홍두선 대표와 전승표 이사


▲ 자전거 소모임이 있어서 인지 각자의 책상마다 자전거가 소중하게 주차된 상태였다


▲ 모바일 개발사에서 아이맥을 고치는 방법 - 연장을 든다

▲ 대표도 직원들과 한 자리에 배치됐다. 그런데, 대표님 바탕화면 좀 청소 하세요 (...)


▲ 독특한 점은 개발사의 상징인 간식 창고 등이 텅 비어 있다는 점


▲ 개발자들의 필수 음식이 없다는 점에서 야근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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