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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연산가속장치 "리치랜드", 역할 다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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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AMD는 ATI를 인수하면서 큰 꿈을 꾸었다. 그것은 바로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 프로세서(GPU)의 융합. 이른바 퓨전 프로젝트는 시장의 주목을 받았고 AMD의 슬로건 또한 한 때 ‘퓨전이 미래(The future is fusion)’라고 할 정도로 역량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출시에 난항을 겪었고 실제 우리가 이를 보게 된 것은 오래 되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1세대 연산가속장치(APU)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AMD 프로세서 제조 기술에 라데온 그래픽 프로세서의 만남은 파격적이었지만 당초 예정된 출시보다 다소 늦었고 아직 불완전한 모습이 남아 있어 가능성을 점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이후, 파일드라이버 아키텍처를 입고 2세대로 업그레이드된 코드명 트리니티는 안정적인 성능과 가격적 요소로 주목을 받는데 성공했다.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세대를 넘기면서 바로 FM1에서 FM2로 플랫폼에 변화를 주면서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지금의 AMD에게 중요한 것은 APU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 그렇다면 무엇보다 APU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임팩트를 줄 한 방이 필요하다. 이번에 야심차게 내놓은 코드명 리치랜드(Richland)는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을까?

 

한 단계씩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APU
 

코드명 리치랜드(Richland). 코드명 라노(Llano), 트리니티(Trinity)에 이은 차세대 APU로 세 번째니까 3세대 APU라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구조상으로 봤을 때 2.5세대 정도로 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트리니티와 대부분의 기술을 공유하고 있으며 공정 또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 리치랜드의 코어 다이 맵, CPU 코어와 GPU, 캐시 메모리 등이 꽉 들어찬 모습이다.

 

▲ 리치랜드 속에 탑재된 CPU는 파일드라이버 아키텍처가 적용돼 있다. 현재 FX 프로세서에도 쓰이고 있는 아키텍처다.

 

먼저 새로운 AMD A 프로세서는 이전 세대와 동일한 32나노미터 공정을 채택했다. 하이-케이 메탈게이트(HKMG) 기술이 적용됐으며 다이 사이즈는 246 제곱 밀리미터다. 열 설계 전력(TDP)은 제품에 따라 65와트(W)부터 100와트까지 구성된다. 아키텍처는 파일드라이버(Piledriver)가 쓰인다. 이미 현 세대 AMD FX 시리즈와 2세대 APU가 이를 사용하고 있다.

 

성능을 높이기 위한 시도는 눈에 띈다. 병목지점을 인지하고 쓰레드를 분산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했고 높은 주파수와 전압을 통해 속도를 끌어내도록 했다. 터보코어 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그래픽적 요소에는 AMD 오버드라이브를 활용할 수 있으며, A85X 메인보드나 A75, A55 메인보드에서는 라데온 HD 6450~6670 그래픽카드와 호흡을 맞추는 AMD 듀얼 그래픽스 기술도 부린다.

 

프로세서 라인업은 제품에 따라 듀얼코어부터 쿼드코어까지 구성된다. AMD 파일드라이버 아키텍처는 불도저와 마찬가지로 두 개의 코어가 한 개의 모듈에 내장되는 방식을 쓴다. 작동속도도 4.1GHz부터 4.4GHz까지 제공된다. 상당히 높은 클럭 구성인데, 이 때문에 실제 TDP가 올라가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 AMD가 클럭당 TDP와 성능의 밸런스를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판단된다.

 

▲ 리치랜드 APU의 라인업 표. 우선 5개 제품으로 운용되고 차후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높은 TDP에 대한 부분은 다양한 전력관리 기능으로 해소하고자 노력했다. 리치랜드에는 다중 저전력(Multiple low-power states) 관리 기술에 시스템 관리 모드, 온도에 맞춰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AMD 터보코어 기술도 포함돼 있다. 기본적인 Cx, Sx 등 단계적 전력 관리 기능도 있다. 최고의 경험을 위해서는 힘을 아끼지 않고 그렇지 않으면 전기를 조금만 쓰면서 경제적인 환경으로 즉시 전환하게 된다. 항상 65W~100W를 모두 쓴다는 얘기는 아니다.

 

APU의 핵심 = 그래픽 프로세서
 

AMD APU가 가진 최대의 강점은 바로 내장 그래픽 프로세서다. 이미 AMD가 갖고 있는 최고의 그래픽 프로세서 브랜드 ‘라데온(RADEON)’이 APU 속으로 들어가면서 동급 최고 수준의 그래픽 성능을 뽑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 프로세서가 구성하는 스트림 프로세서의 수는 제품에 따라 192개부터 384개까지 탑재된다. 직접 비교는 무리지만 라데온 HD 6450의 스트림 프로세서 수가 160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급형 못지 않은 성능을 내줄 것으로 기대된다.

 

리치랜드에는 라데온 HD 8000대 라인업이 탑재된다. HD 8470D(A6), HD 8570D(A8), HD 8670D(A10)가 그것인데, 이름만 들어서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외장형 라데온 HD 7000 시리즈의 상위 라인업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녀석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AMD 자료에 따르면 리치랜드의 라데온은 VLIW4 구조로 작동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는 GCN(Graphics Core Next) 코어 구조가 아니라 과거 HD 6000 시리즈의 구성과 같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VLIW4 구조는 한 개의 SIMD 안에 16개의 VLIW4 쓰레드 프로세서가 일렬로 들어가는데, 이렇게 되면 리치랜드는 3개에서 6개의 SIMD로 구성된다. VLIW4 아키텍처는 벡터유닛 4개와 SFU 1개로 구성되어 있다. 벡터유닛은 각각 1개의 연산을 수행하게 된다. 1개의 스트림 프로세서가 4개의 연산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GCN은 컴퓨트 유닛(CU)으로 구성되는데, 1개의 CU에는 4개의 SIMD가 탑재된다. SIMD 속에는 다시 16개의 벡터유닛이 그룹으로 구성된다. 계산하면 결국 SIMD나 CU 모두 물리적 수 자체는 6개로 같아지지만 데이터 처리 구조가 일렬 처리에서 그룹 구조로 달라지기 때문에 GCN 아키텍처의 효율이 더 뛰어나다.

 

▲ 현재 AMD가 쓰고 있는 GCN 아키텍처가 아닌 과거에 쓰인 VLIW4 아키텍처를 쓰고 있는 리치랜드의 GPU.
(고토 히로시게의 이미지에서 발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치랜드에 탑재된 라데온 HD 8000D 시리즈는 경쟁사 내장 그래픽과 비교해 충분한 성능을 낸다. 직접적인 구조 비교는 어렵지만 이미 GPU 기술에 대해서는 AMD도 충분히 검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원하는 기술도 빵빵하다. 라데온 HD 그래픽 프로세서에서 오래 전부터 쓰이던 다중 모니터 기술, 아이피니티도 대를 이어 오고 있다. 이번에는 3개 모니터에 한 개를 더해 3+1 지원으로 강화됐고 디스플레이 포트 1.2 버전도 지원하도록 했다. HD 포스트 프로세싱 기술이나 영상 변환을 지원하는 UVD 기술도 APU에 고스란히 담았다.

 

APU의 공세는 지금부터?
 

세대를 거듭하면서 APU의 가능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첫 APU는 가능성을 엿보기 위한 정찰병의 역할이었다면 두 번째 APU는 틈새를 장악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선보인 리치랜드는 더 넓은 시장을 공략하려는 듯 하다. 2세대 APU인 트리니티의 부족한 점을 더 채우고 시장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처리장치와 그래픽 프로세서의 만남은 많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온다. 성능만 잘 따라온다면 크기는 줄이면서도 폭발적 성능을 내는게 가능하다. 이는 곧 특수한 환경 외에도 모빌리티 환경에서도 통한다는 얘기도 된다. AMD가 APU에 특별히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APU 출시는 고작 2년 남짓. CPU, GPU에 비하면 갓난 아기에 불과하지만 강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CPU + GPU… APU의 공세는 지금부터다. 그렇기에 리치랜드의 어깨는 어떤 APU보다 더 무겁다.

 

 

 리뷰=강형석 테크니컬라이터
기획/진행 정소라 기자
ssora7@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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