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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쿨링’을 외치는 시대, 그러나 저소음 대책은? 커세어 CARBIDE 330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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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시되는 케이스 대부분은 ‘원활한 공기의 흐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떤 제품은 케이스 전면 전체를 타공망 방식의 메쉬 소재를 사용하는가 하면, 상황에 따라 구멍 숭숭 뚫린 디자인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LED로 조명효과를 내는 등 기교를 부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살펴보면 최근의 하드웨어는 과거의 그것보다 오히려 발열이 줄어들었다. 전력의 소모와 발열 모두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는 오늘날 하드웨어의 흐름과 쿨링을 강조하는 케이스,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물론, 극한의 오버클럭을 즐기는 마니아라면 원활한 공기의 흐름 역시 중요한 변수가 되겠지만, 여타 사용자라면? 이보다는 오히려 있는지 없는지 모를 만큼 정숙하게 동작하는 PC가 더욱 매력적일지도 모를 일이다.

 

 

■ 커세어 카바이드(CORSAIR CARBIDE) 330R

 

정작 극도로 정숙한 PC를 구상하는 소비자들이라면, 선택할만한 케이스가 시중에 많지 않다는 현실과 맞닥딱뜨리게 된다. 메쉬 소재의 타공망을 이용해 원활한 공기의 흐름을 꾀한 케이스는 수도 없이 많은데 비해, 극도의 정숙성을 살리기 위한 콘셉트의 제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 커세어 카바이드(CORSAIR CARBIDE) 330R

 

이유는 간단하다. 원활한 공기의 흐름을 유도하는 케이스는 개발하기 쉽고, 치열한 가격경쟁이 펼쳐지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낮은 원가를 구현할 수 있다.

 

반면, 무소음 케이스는 끝없는 시행착오를 거쳐 최적의 정숙성을 구현해야 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품질의 소재와 부품을 사용해야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시중에서 이 같은 콘셉트의 제품이 많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소위 회자되는 ‘어려운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니아’, 또는 ‘명품’ 반열의 브랜드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커세어 카바이드(CORSAIR CARBIDE) 330R

 

오랜 기간 마니아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PC 하드웨어 브랜드 커세어(CORSAIR) 정도라면 이런 제품이 있지 않을까? 예상대로 커세어는 높은 정숙성을 요구하는 마니아를 위한 케이스를 출시하고 있다.

 

오늘 살펴볼 카바이드(CARBIDE) 330R 역시 바로 그러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커세어의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꼈을 마니아들을 위해 여러 부분 다이어트(?)가 이루어져 더욱 매력적이다.

 

▲ 모난 곳 없이 극도의 단순한 디자인을 가졌다

 

저렴한 가격, 요란한 조명효과, 나름 멋을 부린 울퉁불퉁한 외형의 케이스에 ‘유치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마니아라면, 커세어의 극도로 단순한 디자인이 오히려 더 눈에 들어올지도 모를 일. 군더더기 없이 극도의 심플함으로 마무리된 외관은 그래서 오히려 더욱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긴다.

 

▲ 전면 140mm 쿨링팬

 

전면 전체를 도어로 처리해 어떤 드라이브를 어떻게 장착하든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한다. 사용자에 따라 시스템을 좌측, 또는 우측에 놓을 가능성에 대비, 도어의 여는 방향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도 있다.

 

▲ 전면 제어부

 

제어부는 여느 케이스와 별반 다르지 않은 구성이다. 전원과 리셋 스위치, 오디오 관련 잭과 두 개의 USB 3.0 포트가 제공된다. 케이스의 크기로 볼 때 책상 아래 놓일 가능성이 많은 제품이라 생각한다면, 전원스위치를 상단에 배치하는 게 어땠을까 하는 느낌이 남는다.

 

▲ 후면 120mm 쿨링팬

 

방음을 콘셉트로 제품을 만드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PC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열이 발생하게 되고, 그저 내부 공간을 밀폐시키는 것만으로 소음을 잡을 수 있을지언정, 시스템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는 없기 때문. 따라서 소음이 새어나가지 않게 내부를 단도리 하는 동시에, 공기는 원활하게 빠져나갈 수 있게 설계해야 한다.

 

카바이드 330R의 전면에 설치된 140mm 쿨러, 후면에 설치된 120mm 쿨러는 시스템 내부의 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장치다. 쿨러를 장착하고도 저소음? 330R이 여타 케이스에 비해 높은 정숙성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아래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 소음이 새어 나오는 모든 틈을 봉쇄하라!

 

소음이 새어나올 수 있는 공간은 역설적이게도 공기가 흘러나올 수 있는 공간과도 같다. 이를 막는다는 건 내부의 뜨거운 공기를 외부로 배출할 통로를 막는 것과도 같다. 구멍 숭숭 뚫린 통풍 케이스를 만들긴 쉽지만, 극도로 정숙한 케이스를 만들기는 그래서 더욱 어렵다. 어쩌면 가격으로 승부하는 거의 모든 케이스들이 그래서 이 콘셉트의 제품에 도전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 방음을 위한 패드와 전면 먼지필터

 

카바이드 330R은 소음이 새어나올 수 있는 모든 공간마다 방음패드를 부착했다. 전면 도어에도 물론 적용돼 있다. 말랑말랑한 재질이라서 정확한 두께를 측정하기 곤란하지만, 육안으로 확인해도 약 5mm 수준은 돼 보인다.

 

흡기를 위한 140mm 팬 전면에는 먼지의 유입을 차단하는 필터도 적용돼 있다. 손쉽게 분리할 수 있어 간단하게 떼어내 청소할 수 있다. 이제부터 살펴보겠지만, 외부와 연결되는 거의 모든 부분에 이같이 철저한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

 

말랑말랑한 전면 방음패드가 공간을 완전히 밀폐시키면 전면의 팬이 효과가 있을까? 내부의 열기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까? 330R을 꼼꼼히 살펴보면, 외부로 새어 나오는 소음을 차단함과 동시에 내부에 적당한 흡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기의 통로를 확보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공기의 흐름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소음이 새어 나오는 것은 차단한다.

 

 

▲ 상단 메쉬 구조와 방음패드가 적용된 커버

 

상단에도 두 개의 140mm, 또는 120mm 팬을 장착할 수 있다. 팬이 기본으로 제공되지는 않으므로 사용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인 셈이다.

 

역시 두터운 방음패드가 커버에 장착돼 있다. 빠른 공기의 순환을 의도할 땐 커버를 제거하거나 별도의 팬을 장착할 수 있고, 높은 정숙성이 필요할 땐 커버를 덮으면 내부의 소음을 깜짤 놀랄 수준까지 차단해 준다.

 

▲ 양쪽 사이드 패널 모두에 방음패드가 장착돼 있다

 

케이스의 양쪽 측면을 덮는 사이드 패널에도 빠짐없이 방음패드가 장착돼 있다. 내부의 공기를 배출하는 후면을 제외하면, 양쪽 사이드 패널과 전면, 상단의 공간마다 빠짐없이 방음패드를 장착한 셈이다.

 

 

▲ 편리한 자석 방식의 먼지필터

 

파워서플라이가 장착되는 하단에는 원활한 공기의 흐름을 위해 별도의 에어홀이 마련돼 있다. 역시 먼지 유입을 막기 위한 필터도 함께 제공된다. 먼지필터는 자석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근처에 대면 자동으로 장착되므로 분리와 청소, 재장착이 매우 간편하다. 

 

 

▲ 충분한 수량의 드라이브를 장착할 수 있다 

 

총 4개의 3.5/2.5인치 드라이브를 장착할 수 있다. 슬라이딩 도어 방식을 채택해 장착과 탈거도 매우 간편하며, 3.5인치 드라이브 장착 시엔 나사를 조여줄 필요조차 없다.

 

상단의 5.25인치 베이도 3개를 제공한다. 원터치로 간편하게 장착하거나 분리할 수 있는 편리한 방식을 제공하는 것은 커세어에서는 이제 기본.

 

▲ 완벽이라 불릴 수준의 마무리

 

마니아들이 커세어의 제품에 바라는 부분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저렴한 케이스로 시스템을 조립하다 보면 어딘가 까지고 베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330R은 어느 한 부분 완벽하지 않은 마무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내부의 도장이나 철판의 절곡상태, 프레임의 성형까지 흠잡을 곳을 찾기 힘든 수준이다.

 

 

■ 마니아에게 더욱 가까이

 

커세어의 제품에 따라오는 문제점이라면 역시 높은 가격을 들 수 있다. 만만치 않은 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하는 원동력 역시 가격이겠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선택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선택하는 소비자가 적다면, 반대로 가격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카바이드 330R는 그런 면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가진 제품이다. 그저 군침만 삼키며 바라볼 수밖에 없던 커세어가 아닌, 이제 내것으로 만들 수 있는 커세어이기 때문이다. 330R은 이렇듯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많은 고심 끝에 만들어진 제품이라 할 수 있다.

 

▲ 카바이드 330R과 옵시디안(OBSIDIAN) 550D

 

비슷한 콘셉트의 옵시디안(OBSIDIAN) 550D와 나란히 놓고 보면, 330R이 효과적으로 크기를 줄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 걱정은 붙들어 매도 좋다. 330R은 무려 450mm에 이르는 VGA도 무리 없이 장착 가능한 크기를 가졌으니까.

 

 

 

 

▲ 알루미늄 재질의 도어를 가진 550D

 

550D는 전면 제어부의 디자인도 약간 다르다. 330R은 전면 도어 상단에 제어부를 배치한 반면, 550D는 도어 중간에 창을 만들어 이곳으로 제어부가 드러나게 했다.

 

도어의 재질도 약간 다르다. 550D는 알루미늄을 사용한 반면, 330R은 헤어라인을 살린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이런 작은 차이들이 330R을 조금은 더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커세어를 만나고 싶다면, 상위 등급의 제품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커세어니까!

 

 

  

▲ 좌측 사이드 패널에도 팬을 장착할 수 있다. 방음패드와 자석 방식 먼지필터는 기본!

 

550D는 측면 패널에도 별도의 쿨링팬 장착 공간을 제공한다. 또 330R과 다른 점은 모든 커버를 원터치로 여닫을 수 있는 점이다. 아울러 모든 먼지필터 역시 자석 방식을 사용해 손쉽게 떼고 붙일 수 있다. 전반적으로 330R보다는 세세한 편의성에 조금은 더 신경을 쓴 모습이다.

 

 

 

▲ 상단 메쉬 패널과 편리한 원터치 패널 개폐

 

상단의 에어홀 역시 동일하다. 자석의 힘을 이용해 결속되는 간편한 먼지필터가 추가돼 있으며, 커버 역시 원터치로 여닫을 수 있다.

 

심지어 측면 사이드 패널을 여닫을 때 조차 드라이버는 필요 없다. 핸드스크류도 아닌, 버튼을 눌러주는 원터치 방식이다.

 

 

▲ 두 개의 팬을 제공한다

 

전면에도 먼지필터, 두 개의 쿨링팬을 제공한다. 330R에 비해 하나를 추가로 제공하는 셈. 역시 자석 방식의 먼지필터도 장착돼 있다.

 

 

▲ 보다 넉넉한 드라이브 베이 지원

 

지원하는 드라이브의 숫자도 다르다. 550D는 4개의 5.25인치 베이와 무려 6개의 3.5/2.5인체 베이를 제공한다. 다량의 드라이브를 운용하는 사용자에게 훨씬 유리한 조합이다.

 

 

■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변화가 돋보이는 제품

 

커세어의 끝간 데 없이 높은 가격은 웬만한 마니아들도 결정을 내기리 쉽지 않게 만드는 요인이 되곤 한다. 일단 손에 넣으면 대다수 사용자가 그만한 가치를 하는 제품이란 점을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주머니 얇은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저렴하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 아닐까?

 

그런 점에서 카바이드 330R은 커세어와 소비자 간의 간극을 좁히고, 보다 넓은 접점을 만드는 데 공헌할 제품이다. 대량의 드라이브를 사용할 마니아에게는 확장성의 아쉬움이 남을 수 있겠지만, 대개의 사용자들에게는 충분하고도 남을 수준의 확장성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커세어임에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출시돼 선택의 고충을 덜어준다.

 

비록 여타 케이스와 비교하면 엄청난 가격이라 하겠지만, 이만한 스타일, 이만한 마무리, 이만한 품질의 케이스가 더 높은 평가와 가격이 매겨져야 함은 당연하게 느껴지는 수준이다. 아울러 유치한 디자인의 싸구려가 범람하는 케이스 시장에 제대로 된 제품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하나 긍정적인 점은, 천편일률적으로 ‘쿨링’을 강조하는 시장 분위기 속에서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요소인 ‘정숙성’을 보장하는 제품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사방에 메쉬 패널을 달아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건 사실 간단한 일이다. 그래서 다수의 기업들이 신제품의 출시 때마다 쿨링을 강조하곤 한다.

 

반면, 내부의 발열을 효과적으로 처리함과 동시에 소음을 막아내는 철저한 대비책은 만만치 않은 노하우를 가져야 한다. 또 단가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선택한 제품이라면, 그것만으로 그 도전은 인정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330R은 단순히 ‘도전’에만 그친 제품이 아니다. 높은 품질과 신뢰성, 소비자가 다가설 수 있는 가격까지 갖추었다. 세련된 시스템, 더욱 정숙한 시스템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몇 안 되는 대안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오국환 기자 sadcafe@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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