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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충우돌 린족 꼬맹이, 크앙과 함께 '블소' 세계로 떠나 봅시다
‘블레이드앤소울’ 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어느덧 한 달을 넘겼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보니 만렙 캐릭터들이 판을 치고 돌아다니고, 포화란을 잡는다 어쩐다 하며 각자의 모험을 즐기고 있더군요. 그런데, 의외로 많은 이들이 ‘블소’ 의 메인 스트림을 잊어버린 채 단순 노가다에 심취해있었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의 한 친구에게 ‘블소’ 의 스토리를 묻자 ‘주인공이 홍문파에서 나와서 모험을 하는데 진서연이 나쁘다’ 라는 두루뭉실한 내용만을 이해하고 있더군요.
사실 ‘블소’ 는 온라인게임 중에서도 스토리텔링이 상당히 잘 구현된 게임입니다. 굳이 홈페이지에서 배경 스토리를 읽어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홍문파의 복수’ 라는 사명을 깨닫게 되며, 몇몇 영상들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의 스토리 이해가 가능하죠. 그러나, 주인공을 향해 퍼부어지는 수많은 퀘스트들을 일일히 읽어가며 진행하면 메인 스토리를 놓치기 쉽고, 그렇다고 모든 걸 안 읽다 보면 그게 습관이 되어립니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을 타파하고자, 게임메카에서는 ‘블소’ 의 메인 스토리를 총정리 해 보는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이 글의 주인공은 유저 모두의 분신을 아우르는 오리지널 ‘블소’ 의 주인공이 아니라, 때로는 경박하고 유치한 상꼬맹이 ‘크앙’ 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원활한 스토리 진행을 위해 대부분의 서브 스토리를 포함한 일부 씬은 과감히 삭제/변형했으며, 새롭게 재해석한 장면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블소’ 의 중심축이 되는 스토리는 모두 담고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출발해 볼까요?
[크앙의 블소스토리] 다른 편 보러가기 | |

한밤중에도 28도를 넘나드는 열대야 탓에, 나 크앙은 밤새 뒤척이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냉혈귀라도 안고 자면 조금이라도 시원해 질 것 같은데, 우째 이 방에는 선풍기는커녕 에어컨도 없다. 심지어 방문까지 활짝 열어젖혀져 있어 밤새 모기가 발등을 물어뜯었다. 뭐 이런 데가 다 있어, 차라리 온몸을 물어라! 자포자기한 상태로 옷을 훌훌 벗어제꼈다. 옷을 벗으니 모기들도 굳이 발등만을 집중 공격하지 않았고(그 대신 온 몸이 퉁퉁 부었지만), 나름 시원해지기도 해서 서서히 잠이 왔다.
“막내야, 어서 일어나!”
“……”
“뭐하는거야 대체! 벌써 해가 중천에 떴다구!”
“방학… 이잖아요”
겨우 잠들었는데 누가 날 깨운다. 감히 잠자는 크앙을 건드리다니, 내 잠투정을 보여주… 려고 했는데 곧 그 결심을 접었다. 처음엔 약간 온화하던 목소리가 점점 무서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왠지 여기서 더 자다가는 한 대 맞을 것 같았다. 크앙 하면 생존력과 빌붙기, 줄타기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간 아닌가. 퉁퉁 부은 눈을 어렵사리 뜨니 익숙한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갈색 피부에 백색 머리, 새침한 눈매의 여성, 음… 엄마는 아닌데?
“아직 잠이 덜 깼어? 어서 도복 챙겨 입어.”
기억났다. 이 곳은 ‘블레이드앤소울’ 의 세계. 그리고 저 누나는 나와 같은 방을 쓰는 홍문파 넷째 제자인 진영 사저였다. 그러고 보니 몇 달 전, 마음씨 좋아 보이는 린족 할아버지를 따라 이 곳 무일봉으로 왔던 기억이 난다. 무술을 가르쳐준다고 해서 따라왔는데, 우째 잡일만 시킨다.
내 바로 위의 화중 사형에게 듣자 하니 막내는 기본 2년 동안 허드렛일을 하며 기초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한다(최근에는 병역기간 축소정책(?)의 일환으로 1년 6개월로 줄었댄다). 그나저나 꼬마 린족이라고는 하지만 나도 어엿한 남자인데 여선배와 한 방을 쓰게 하다니… 아무래도 난 남성으로 느껴지지조차 않나 보다. 으흐흐… 여탕이라도 따라갈까…?
“빨리 나와, 사형들 깨우러 가야지.”

▲ 우째 나와 같은 방을 쓰고 있는 진영 사저, 그래도 목욕은 같이 하지 않습니다
맞다. 사형들 깨우는 일은 막내의 일인데, 정작 막내는 펑펑 퍼자고 진영 사저가 먼저 일어났네? 반성하며 옆 방으로 가니 흐리멍텅한 얼굴의 셋째 길홍 사형과 다섯째 화중 사형이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생각해 보니 진영 사저가 넷째고 화중 사형이 다섯째, 내가 막내인데, 아무래도 이 동네는 군기가 부족한 것 같다. 뭐,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사형들을 깨운 후, 아침 시간은 꽤나 정신없이 흘러갔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저 멀리 절벽에서 새나 날리며 궁상을 떨고 있던 둘째 무성 사형을 데려와 사부님 조회를 끝마치고 나니 무일봉의 아침 일과가 대충 끝났다. 아, 그나저나 밤새 모기가 극성이다 했더니 집 앞에 개천이 졸졸 흐르고 있다. 방역도 제대로 안 되어 있는 것 같던데… 모기가 내 피를 빨아다 저기에 알을 낳고, 그 장구벌레들이 모기가 돼서 다시 내 피를 빨아먹는 게 아니겠는가! 언젠가 내가 대사형이 되면 저 개천을 싹 다 메워 버리던가 해야겠다.
“막내야, 콜록. 내 말 듣고 있느냐?”
모기의 발생과정과 침소 앞의 개천의 관계에 대해 이리저리 고민하던 차에, 나를 이 곳으로 끌고 온 사람 좋아 보이는 조그마한 할아버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바로 이 곳 홍문파를 이끄는 홍석근 사부님이다. 우째 쁘띠샤방해서 힘 하나 못 쓰게 생겼지만, 이래봬도 천하사절이라 불리우는 최고 고수 4인방 중의 일원인 ‘역왕’ 이라고 한다. 사실 조금 뻥 같기도 하다.
“네 당근입죠 계속 듣고 있었어요. 헤헤”
“오늘 따라 이상하구나, 막내야. 그나저나, 너에게 줄 것이 있어서 따로 불렀다.”
“와우, 좋은 건가요? 홍문파 무공입문서 같은 건 아니겠죠?”
“허, 어떻게 알았느냐?”
“…”
어리둥절한 얼굴로 내게 두꺼운 책 한권을 건네는 홍 사부. 설마, 정말로 무공입문서를 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펼쳐보니 어려운 말만 잔뜩 써 있고, 기껏해야 앞에 몇 줄 정도만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게 어딘가. 언젠가는 여기 있는 오의를 모두 펼칠 수 있겠지?
“사부님이 정말 이 책을 너에게 주셨단 말이냐?”
연무장으로 내려와 사부님께 받은 책을 영묵 대사형에게 보여주니 모두들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아무래도 무공입문서를 받음과 동시에 홍문파의 정식 제자로 인정받는 것 같았다. 훗, 내가 좀 잘났어? 사실 모두들 ‘막내야 축하한다’ 라고 기뻐해 주긴 했지만, 항상 멍해 보이는 셋째 길홍 사형과 왠지 정이 안 가는 둘째 무성 사형은 왠지 모르게 덜 기뻐하는 것 같다. 자기들은 막내 생활 2년 2개월씩 했다 그건가? 흥, 시대는 변하는 거라구요.
아무튼 오늘로써 나는 부엌데기 막내에서 벗어나 홍문파의 정식 제자가 되어 본격적인 무공을 배우게 되었다. 보통 처음엔 오리엔테이션을 하며 자기 소개하고 노래하고… 해야 하는데, 멋대가리 없는 홍문파는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옆의 보조 수련장으로 항한 나는 영묵 사형과 함께 나무인형을 때리며 열화장과 충격파 등의 기본기를 익혔다. 나름 홍문파의 기초 무공이라고는 하는데, 솔직히 나 입문하기 전 동네 산적들이나 도굴꾼들도 이런 기술 쓰는 거 다 봤거든?
푱푱푱푱
팍팍팍팍
파앙~ 쿵!
처음 손에 쥐어보는 기공패. 비록 초반에는 약간 사용이 어려웠지만, 곧 내 몸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기공패는 착용자의 내력을 통해 화기와 냉기를 발현하고, 정해진 흐름대로 기를 흘려넣어 다양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장비다. 비록 내 손에 쥐어진 것은 수련용으로 제작되어 효율이 낮지만, 언젠가는 육각 자수정을 박아넣은 최고급 무기를 받을 날이 오겠지?
건전지도 없는 주제에 직립보행에 무술까지 써 가며 움직이는 나무인형을 때려 부수다 보니 어느새 하루 일과가 거의 끝났다. 잠시 쉬고 있자니 저 멀리서 영묵 대사형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대사형, 오늘 저녁은 오징어덮밥이죠?
“자, 이곳이 홍문파 정식 제자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수련의 동굴이다. 이곳에서 오늘 배운 무공을 마음껏 펼쳐 보거라.”
안돼! 저녁은 오징어덮밥이라 했잖아요! 아니, 밥은 주고 뭘 시키든 말든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알고 보니 홍문파, 상당한 스파르타식 교육을 시키는 곳이었구나. 꼬르륵대는 배를 안고 들어간 동굴 안에는 연무장에서 본 나무인형 몇 개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사람같이 움직이는데, 설마 안에 사람이 들어 있는 건 아니겠지? 자, 간다! 퓽퓽퓽퓽
“흥, 네가 홍문파의 새 제자냐?”
“응? 누구지?”
나무인형을 빠개고 있는 사이,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왠지 오늘 아침에 새 날리던 둘째 무성 사형 목소리인데? 나름 암살자처럼 보이려고 복면을 쓰고 있긴 하지만, 남자치고 긴 생머리와 야리야리한 얼굴형 등을 보아하니 100% 무성 사형이 틀림없다. 하긴 이 무일봉에 외부인이 자주 들락거리는 것도 아니고, 연무장에서 고작 100미터 떨어진 곳에 암살자가 숨어있을 리도 없지 않은가?

▲ 아무리 봐도 무성사형이잖아요...
그렇지만 크앙은 눈치가 빠른 꼬맹이다. 저렇게 대놓고 ‘속아주세요’ 라며 분장하고 나온 둘째 사형에게 ‘무성 사형? 여기서 뭐 하는 거에요?’ 라고 말을 걸어 분위기를 깰 수는 없지 않은가? 나름 ‘쿠키요미’ 에서 80점 맞았다구! 무성 사형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가볍게 화련장을 하나 날려 줬다. 정통으로 맞으면 장난이 장난으로 안 끝날 것 같아서 살짝 발 아래 땅바닥에 명중시키는 것도 잊지 않고. 그러나…
“으랴압~”
“헉?”
투닥! 쿵! 빠지직!!!!
첫 번째 효과음은 번개처럼 달려온 무성 사형이 내 발을 거는 소리, 두 번째는 발이 걸려 넘어지고 있는 조그마한 내 몸 위로 커다란 무성 사형이 올라타며 바닥에 내리꽃는 소리. 마지막은… 무려 신장 180cm의 성인 남성이 겨우 100cm나 될까 말까 한 막내의 가늘고 여린 팔을 거침없이 꺾어버리는 끔찍한 소리였다. 맙소사!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내 팔! 마이 암! 이런 미친 사형!”
“이제 운기조식을 해서 부활해 보거라.”
“운기조식이건 뭐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막내 팔을 이렇게 불구를 만들어 놔? 우아아아악! 이 말미잘, 개불, 올로레 같은!!!”
그러나 너무 아파서였는지, 내 비명은 입 속을 맴돌 뿐이었다. 할 수 없이 저 나쁜 무성 사형이 시키는 대로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아니, 애초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팔 부러져 본 경험 있는 사람은 내 맘 알거다. 안 아파진다면 뭐라도 할 거라는 걸… 눈물을 훌쩍이며 홍문파에 입문해 처음으로 배운 운기조식을 시행하자 아파 죽겠던 팔이 살살 나아가는 기분이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자 저 미친 무성 사형이 웃는 소리가 들린다.
“하하하! 막내야, 제법이로구나. 이것이 홍문파의 마지막 통과 의례란다.”
어이가 없어서 말도 나오지 않는 상황. 관절 잘못 꺾다가 영원히 불구가 될 수도 있는데… 아까 팔이 230도 가까이 휘어졌단 말이야! 21세기에 아직도 이런 구타 신고식이 남아 있다니, 기무대에 신고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고는 던져주는 것이 고작 만두 하나다. 이거 먹고 회복하라나? 상식이 있으면, 이거 먹고 회복되겠냐! 어? 회복되네? 뭔가 신기한 세계다. 저녁도 못 먹은 터라 만두를 꾸역꾸역 입에 집어넣고 있으니 무성 사형은 일이 있다며 먼저 나가버렸다. 아무튼 저 아저씨, 나한테 미운 털 단단히 박혔다.
“으.. 아파. 언젠가 복수해주겠어!”
그러나 복수의 날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아니, 바야흐로 무일봉의 평화로운 일상이 종말을 고하고 있었다.
[크앙의 블소스토리] 다른 편 보러가기 | |
글: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크앙, 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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