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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앙의 블소스토리] 7장. 불타는 대나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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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충우돌 린족 꼬맹이, 크앙과 함께 '블소' 세계로 떠나 봅시다

‘블레이드앤소울’ 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어느덧 한 달을 넘겼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보니 만렙 캐릭터들이 판을 치고 돌아다니고, 포화란을 잡는다 어쩐다 하며 각자의 모험을 즐기고 있더군요. 그런데, 의외로 많은 이들이 ‘블소’ 의 메인 스트림을 잊어버린 채 단순 노가다에 심취해있었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의 한 친구에게 ‘블소’ 의 스토리를 묻자 ‘주인공이 홍문파에서 나와서 모험을 하는데 진서연이 나쁘다’ 라는 두루뭉실한 내용만을 이해하고 있더군요.

사실 ‘블소’ 는 온라인게임 중에서도 스토리텔링이 상당히 잘 구현된 게임입니다. 굳이 홈페이지에서 배경 스토리를 읽어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홍문파의 복수’ 라는 사명을 깨닫게 되며, 몇몇 영상들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의 스토리 이해가 가능하죠. 그러나, 주인공을 향해 퍼부어지는 수많은 퀘스트들을 일일히 읽어가며 진행하면 메인 스토리를 놓치기 쉽고, 그렇다고 모든 걸 안 읽다 보면 그게 습관이 되어립니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을 타파하고자, 게임메카에서는 ‘블소’ 의 메인 스토리를 총정리 해 보는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이 글의 주인공은 유저 모두의 분신을 아우르는 오리지널 ‘블소’ 의 주인공이 아니라, 때로는 경박하고 유치한 상꼬맹이 ‘크앙’ 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원활한 스토리 진행을 위해 대부분의 서브 스토리를 포함한 일부 씬은 과감히 삭제/변형했으며, 새롭게 재해석한 장면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블소’ 의 중심축이 되는 스토리는 모두 담고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출발해 볼까요?


화르르르……

순식간에 당도한 대나무 마을 입구. 그러나 그곳은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옥이었다. 하늘을 덮으며 날아온 수천 개의 불화살은 마을 전체를 화염의 도가니로 만들고 있었다. 이래서 목조 건물로 마을을 구성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건물과 건물 사이 간격을 충분히 띄우고, 불에 타기 쉬운 것들을 붙여 놓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대나무 마을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은 물론, 마을 전체가 대나무숲으로 둘러쳐져 있지 않나. 다른 마을이었으면 집만 타고 말았을 것을, 괜히 장식용으로 대나무를 안 베고 놔뒀다가 마을 전체가 불타고 있다.

불 뿐만이 아니었다. 수많은 충각단원들이 개미떼처럼 대나무 마을을 습격하고 있었다. 평소의 습격에서는 해안 방어선에 밀려 마을 안으로 발도 붙이지 못하던 충각단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자경단원들이 불을 끄느라 잠시 경계를 늦춘 사이, 대포를 퍼부으며 순식간에 마을로 들어와 양민들을 학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이런!”

부랴부랴 무기를 가지고 나온 자경단에 비해, 애초에 전투 준비를 하고 들어온 충각단은 수적, 질적으로 우위에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경단원들이 하나둘씩 총칼에 쓰러지고 있었다. 다행히 본신의 실력은 자경단원들이 한 수 위였지만, 전투의 기세가 충각단으로 기운 지금은 그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 충각단에 의해 습격당하고 있는 대나무 마을의 모습

“아이고!”
“흐흐, 날 애먹이다니. 죽어라!”

저 멀리서 낮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도천풍 단장의 외아들인 도천풍 공자가 쓰러져 있고, 그를 항상 따라다니는 꼬… 아니, 고붕이 험상궂게 보이는 대머리 충각단원과 겨루다가 막 무기를 놓치며 나뒹굴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상황! 황급히 충각단을 향해 불꽃을 날렸다. 워낙 급히 만들다 보니 위력이 적어서였을까, 대머리에 닿은 불꽃은 터지지 않고 사르르 미끄러지며 얼굴 앞쪽으로 향했다.

“아이고 뜨거! 내 눈썹!”

오, 열화장의 새로운 쓰임새를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머리카락 대신 눈썹이 타오르자 대머리 충각단은 무기를 버리고 나뒹굴었고, 나는 자비를 베풀어 냉기를 모아 그를 꽁꽁 얼려버렸다. 아마 내일까지는 이대로 움직이지 못하겠지?

“아이고~ 대협. 덕분에 살았습니다요~”
“그보다 도 공자의 상태가 심각한 것 같은데…”
“예? 아이고 공자님! 충각단원들을 막아서시다가 이렇게 다치시다니…”
“일단 도 공자를 의원으로 옮기죠.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네요.”
“네, 네. 그나저나 걱정 많이 했습니다요. 구하러 간 대협은 오질 않고 소유 아씨만 돌아오셔서 말이죠. 네~”
“남소유? 맞다! 지금 남소유 어딨죠?”
“아, 글쎄요… 아까 촌장님과 의원 옆 등대길로 올라가던 것 같던데… 그러고 보니 거길 왜… 아! 대협~”

남소유가 정말 충각단과 내통하고 있다면 촌장이 위험하다. 아니, 어쩌면 촌장도 충각단과 내통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들을 놓칠 순 없다. 길을 가로막는 충각단원들의 눈썹에 조그마한 열화장을 하나씩 날려주며 의원 옆의 언덕으로 올라갔다. 한참 올라가고 있는데, 위쪽에서 뭔가 소리가 들렸다.


“소유, 이제 둘이 떠나자고. 이 정도 챙겼으면 이제 둘이 잘 먹고 살 수 있어.”
“흥, 몰라요. 호강시켜 준다고 해 놓고 고작 이거에요? 누구는 운국 황후 부럽지 않게 호강시켜주겠다고 했는데.”
“너… 설마? 내가 누구 때문에 충각단과 손을 잡았는데!”

역시나! 내통자는 범박 한 명만이 아니었다. 이 정도의 사태를 벌이러면 단순한 정보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철저한 계략에 맞춘 내부에서의 찬동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범박의 경우 최선을 다해 자경단의 각종 정보를 유출시켰다고는 하나, 정작 자경단 내부에서의 영향력은 적었다. 충각단 남해함대 지부장 은광일이 남소유를 차지하기 위해 대나무 마을을 공격했듯, 촌장 역시 남소유와 개인적인 부귀영화를 위해 자신의 마을을 충각단에게 팔아넘긴 것이다. 저 가증스러운 모습이라니. 구역질이 난다.


▲ 단물이 빠질만큼 이용당한 남자의 결말은...

“소유, 그러지 말고… 오, 은광일. 자네구만! 고맙네. 구해주러 오다니!”
“훗.”

남소유와 촌장이 티격태격 하고 있는 사이, 저 뒤편에서 은광일이 나타났다. 대나무 마을을 불태운 주요 인물 3인방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저 셋을 일망타진해야 할 텐데… 어떻게 도망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크아악”

번쩍 하는 빛과 함께 은광일의 검이 공간을 갈랐다. 촌장의 옆구리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헀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촌장은 순간적으로 멍해 있었지만, 이내 통증을 느끼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으… 으아악. 은광일, 자네가… 설마…”
“정신차리세요 촌장 나으리. 내가 왜 널 따라가겠니? 허!”
“잘 가게나, 바보 같은 것”
“크아아아악!”

은광일의 배신, 아니. 애초에 처음부터 부귀영화에 마음을 뺏겨 철저히 이용당했던 촌장은 은광일의 발길질 한 방에 불타는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자신의 영화를 위해 마을을 불태우는 일에 앞장섰던 촌장의 허망한 최후였다. 그러나 난, 최후까지 놓지 않았던 남소유에 대한 신뢰의 끈이 완전히 끊어진 것이 더욱 가슴아팠다.

“뭐야, 왜 이제 나타나~ 내가 저 늙은이를 따라 가버렸으면 좋겠어?
“그럴 리가 있나, 우리 이쁜이 덕분에 이렇게 마을을 점령하는 큰 공을 세웠는데. 이걸로 난 함대장 자리는 따 놓은 당상이야. 하하하!”
“운국 황후 못지 않게 해주겠다는 말, 꼭 지켜.”


▲ 알고 보니 은광일과 내통하고 있었던 남소유
얼굴 값을 이런 식으로 하다니!

이제 확실해졌다. 남소유는 부귀영화를 위해 은광일과 손을 잡았고, 자신에게 연심을 품고 있던 촌장을 이용해 충각단에 마을을 팔아넘겼다. 그러고서는 도천풍 단장의 신용을 이용해서 우리 모두를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 여자는 요녀다. 착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자신의 허영심을 채워줄 남자를 찾아다니는 꽃뱀이다. 21세기에 태어났으면 클럽 죽순이가 되거나, 아이돌로 데뷔했다가 왕따 구설수에 휘말렸을 것이다. 그 순간, 남소유가 내 쪽을 가르켰다.

“자기야, 나 저 꼬마 때문에 무척 힘들었는데. 자기가 처리해주면 안 돼?”
“안 될 거 있나? 우리 이쁜이 소원이라면 다 들어줘야지.”

애초에 숨어 있을 마음도 없었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은광일 역시 검을 뽑았다. 사실, 은광일은 나보다 더 고수다. 그러나 저 자세를 보라. 검은 제대로 겨누지도 않고 건들거리고 있으며, 남소유에게 멋져 보이려고 폼이나 재고 있다. 말 그대로 빈틈 투성이, 빈틈맨이다.

“저 놈 정도는 내 초식 하나도 제대로 받지…”

심지어 시선까지 남소유에게 옮겼다. 이쯤이면 빈틈이 아니라 ‘나 잡아잡수쇼~’ 하는 꼴이다. 몰래 기공을 모으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대놓고 준비해도 모를 것이다. 이젠 숫제 한 손으로 남소유의 새하얀 어깨를 쓰다듬고 있다. 이게 기회가 아니고 뭐람!

콱 콱 콱콱 콱!

“헉, 크아악! 이 놈이 기습을!”
“화중 사형이 말했지. 선빵은 필승이라고!”
“이 놈… 용서치 않겠다!”

그러나 명치와 복부, 심지어 국부(가랑이 사이를 점잖게 이르는 말)에까지 기습 공격을 받은 은광일의 검은 전혀 위력이 없었다. 남소유의 앞이라서 필사적으로 아픔을 참고 있겠지만, 아마도 알 하나정도는 깨지지 않았을까 싶다. 같은 남자로써 조의를 표하는 바다. 그나마 본신의 무공 덕에 이 정도까지 버티고 있는 것이지, 일반인이었으면 벌써 거품 물고 뒹굴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아니나 다를까. 알이 뭉개진 것으로 추정되는 은광일은 얼마 못 가 얼굴 전체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뒤로 비틀비틀 물러났다.


▲ 정말 진심으로 아플 땐, 울음이 아니라 웃음이 난다

“뭐하는 거야! 제대로 안 해?”
“……”

남자의 아픔을 모르는 남소유는 철없이 재촉하고 있지만, 나는 알 수 있다. 알이 터진 고통에 이제는 말도 잘 못 하고 있는 은광일의 괴로움을… 어렸을 때 정글짐에서 놀다가 느꼈던 충격. 그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애도를 표한다. 말도 하지 못하고 나를 노려보던 은광일을 바라보고 있자니 과거의 추억이 떠올라서 살짝 가랑이가 아파왔다. 그러던 와중, 은광일의 눈이 빛났다.

휘이익~!

펄럭.

휘파람 신호와 함께 절벽 아래서 커다란 연이 날아왔다. 이번엔 내가 방심했다. 절벽 아래쪽에서 배신자 범박이 ‘지부장님~ 어서 피하십시오~’ 라고 외침과 동시에 남소유를 안은 은광일이 연에 매달렸고, 순식간에 하늘로 치솟았다. 내가 저 놈의 짜장범박을 살려두는 게 아니었는데! 잠깐의 방심으로 인해 남소유와 은광일을 놓치다니. 크앙 인생에 천추의 한이다!

“너, 기억해두겠다!”
“흥, 순순히 도망가게 내버려 둘 것 같아?”

연은 너무 높이 치솟아버려 기공파가 닿지 않았지만, 연 줄은 비교적 가까이에 있었다. 연 줄을 향해 화련장을 몇 방 날리자 연이 크게 요동치며 비틀댔다. 화염에 정통으로 휩싸인 몇 곳은 조금씩 불씨가 번지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밧줄 안쪽의 철심 때문에 완전히 끊어지진 않았지만, 간담이 서늘할 것이다.

“꺅! 은광일, 똑바로 조정 안 해?”
“젠장. 두고 보자!”

결전은 끝났다. 연에 대롱대롱 매달려 불타는 줄을 발로 끄며 도망가고 있는 은광일의 모습을 본 충각단원들은 급속히 사기를 잃기 시작했다. 여기에 도단하의 치료를 마친 도천풍 단장과 내가 가세하면서 전장은 급속도로 정리되었다. 공포의 대명사였던 은광일을 꺾은 크앙. 비록 알깨기로 이기긴 했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받아들이는 듯 했고 대나무 마을을 뒤덮은 화마 역시 때마침 내려 준 빗줄기로 진화되었다.

“고맙네, 크앙. 자네 덕분에 마을을 지킬 수 있었네.”

전투가 끝난 후. 도천풍 단장과 나는 도단하 공자의 침상머리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남소유를 어려서부터 돌봐 온 도천풍이었기에 그녀의 배신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을 터인데, 현실은 마냥 슬퍼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불타버린 마을도 재건해야 하고, 충각단의 재습격에 대비해 자경단원의 모집과 훈련에도 전념해야 한다. 정신을 잃고 신음하는 도단하는 여전히 꿈 속에서 ‘소유야…’ 를 외치고 있는데, 아들에게 이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역시 고민거리로 남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좋은 소식이 있네. 자네가 찾고 있는 진서연의 행방이 포착되었네.”
“에이 뭘요, 괜찮습니…… 네? 진서연이요?”


▲ 진서연... 넌 내가 잡는다

진서연이라고? 드디어 그녀에 대한 단서가 포착되었단 말인가? 마을을 돌아다니며 고맙다는 말을 하도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뭔가 얘기가 나오면 겸손한 모습을 보이곤 했는데, 하마터면 진서연의 행방에 대한 정보까지 사양할 뻔 했다.

“그래, 저 멀리 사막에서 그녀의 행적이 발견되었다고 하네. 좀 먼 곳이라 걸어가기는 뭐하고, 용맥을 새로 뚫어놨으니 밖으로 나가 보게. 축지술사 안두매라는 사람이 있는데, 내 그에게 그 곳으로의 이동을 부탁해 놨네.”

“가, 감사합니다. 지금 즉시 떠나야겠어요.”
“사람 참 급하긴. 가겠다니 말리지는 않겠네. 아, 대사막의 토문진으로 가면 한시랑이라는 장군이 있을 것이네. 그에게 안부 좀 전해주게나.”
“네, 감사합니다. 언젠가 복수를 끝마치고 다시 찾아올게요.”
마음이 급해졌다. 유란이나 거거붕 같은 곁가지가 아닌 진정한 흉수 진서연에 대한 단서를 최초로 포착했기에 더욱 그랬다. 막 경공을 사용해서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도천풍 단장이 내게 말을 건넸다.

“자네, 복수도 좋지만 그를 뒷받침할 실력이 없다면 결코 뜻을 이룰 수 없다네.”
“…… 알고 있어요. 힘을 기르고 말 거에요.”
“이제 홍문파는 우리 둘만 남았네. 부디 몸조심하고 홍문의 뜻을 잃지 말게나.”


▲ 아직도 남소유의 배신이 믿겨지지 않아 보이는 도천풍 단장

사실 이 때는 이 인사를 그냥 넘겨 들었다. 유란과의 싸움으로 인해 나 자신의 모자람을 뼛 속 깊이 느꼈기에, 단순히 실력을 키우라는 뜻으로만 들렸다. 그러나 훗날, 도천풍의 이 인사가 단순히 힘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대… 대협, 정말 떠나시는 겁니까요?”

대문을 나서는 내게 낮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도단하 공자를 그림자처럼 쫒아다니는 꼬… 고붕. 그리고 대나무 마을에서 각종 임무를 수행하며 만났던 자경단원들과 마을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있었다.

“고마웠네, 크앙. 이건 가면서 먹게. 특제 닭고기 약선 부침이라네.”
“좀 더 머무르셨으면 좋겠는데. 왠지 서운하네요. 또 들러 주세요. 언제든지 환영할게요.”
“아이고, 우리 소유가 배신자였다니. 저도 이제 정신 차리고 열심히 살렵니다.”
“좀 이것저것 먹고 다녀. 이렇게 조그마해서 어디 힘 쓰겠어?”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불타버린 마을 복구에 다들 바쁜데도, 나를 배웅해주기 위해 모두 이곳에 모인 것이다. 그때야 깨달았다. 복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순간만큼은 모든 걸 잊고 이 곳에 눌러앉아 살고 싶었다. 도천풍 단장이 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 그토록 애쓰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람들과 일일히 악수를 나누며 작별인사를 하고 나니, 저 멀리 처음 보는 할아버지가 주술진을 그려놓고 나를 보고 있었다. 보아하니 도천풍 단장이 말하던 축지술사인 것 같다. 저 봐,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하잖아?

“소협이 크앙이시군요.”
“네, 크앙입니다.”
“하하. 대사막까지는 먼 길입니다. 용맥을 탈 준비는 되셨는지요?”
“네!”
“그럼,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용맥을 여는 주술진에서 빛이 흘러나오고, 이윽고 하늘로 솟는 힘에 이끌려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용맥의 기운을 느끼며 잠시 뒤를 돌아보니, 아름다운 해안과 부지런히 재건되는 대나무 마을, 그리고 바다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무일봉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언젠가, 복수를 끝내고 나면 꼭 한번 다시 들를 생각이다.
그렇게 진서연의 행방을 쫒는 모험의 무대는 대사막으로 옮겨졌다. 과연 이 곳에서는 어떤 모험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크앙, 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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