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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앙의 블소스토리] 8장. 여기는 외톨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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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충우돌 린족 꼬맹이, 크앙과 함께 '블소' 세계로 떠나 봅시다

‘블레이드앤소울’ 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어느덧 한 달을 넘겼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보니 만렙 캐릭터들이 판을 치고 돌아다니고, 포화란을 잡는다 어쩐다 하며 각자의 모험을 즐기고 있더군요. 그런데, 의외로 많은 이들이 ‘블소’ 의 메인 스트림을 잊어버린 채 단순 노가다에 심취해있었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의 한 친구에게 ‘블소’ 의 스토리를 묻자 ‘주인공이 홍문파에서 나와서 모험을 하는데 진서연이 나쁘다’ 라는 두루뭉실한 내용만을 이해하고 있더군요.

사실 ‘블소’ 는 온라인게임 중에서도 스토리텔링이 상당히 잘 구현된 게임입니다. 굳이 홈페이지에서 배경 스토리를 읽어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홍문파의 복수’ 라는 사명을 깨닫게 되며, 몇몇 영상들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의 스토리 이해가 가능하죠. 그러나, 주인공을 향해 퍼부어지는 수많은 퀘스트들을 일일히 읽어가며 진행하면 메인 스토리를 놓치기 쉽고, 그렇다고 모든 걸 안 읽다 보면 그게 습관이 되어립니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을 타파하고자, 게임메카에서는 ‘블소’ 의 메인 스토리를 총정리 해 보는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이 글의 주인공은 유저 모두의 분신을 아우르는 오리지널 ‘블소’ 의 주인공이 아니라, 때로는 경박하고 유치한 상꼬맹이 ‘크앙’ 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원활한 스토리 진행을 위해 대부분의 서브 스토리를 포함한 일부 씬은 과감히 삭제/변형했으며, 새롭게 재해석한 장면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블소’ 의 중심축이 되는 스토리는 모두 담고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출발해 볼까요?


도천풍 단장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진서연 일당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대사막의 운대륙군 장군 한시랑의 곁으로 향했다. 걸어갔다면 족히 한 달은 걸릴 텐데, 다행히도 독초거사에게 배운 용맥 타기를 이용해 한순간에 이동할 수 있었다. 아, 솔직히 한순간은 아니다. 넓디 넓은 제룡림 지역 한쪽 구석탱이에서 저 멀리 대사막 지역까지 한 번에 가는 게 순식간이라면 그게 더 이상하지. 도착하니 왠지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는 누나가 내게 말을 걸었다. 옷을 보니 성군당에서 일하는 무당 같은데…?

“음? 자넨 누구지?”

“그게… 전 크앙이라고 하는데요. 도천풍 단장님의 소개로 한시랑 장군을…”

“미안하네만, 한시랑 장군은 지금 독에 중독되어 위독한 상태네.”

“네? 그게 무슨…”

“밖에서 들리는 병장기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사마교가 마을을 습격했네. 한시랑 장군도 그들을 막다가 환영초에 중독되었다네.”

이게 무슨 소리야? 우째 내가 정신을 차린 새로운 곳은 죄다 싸움판에 휘말려 있는거지? 대나무 마을에서도 정신 차리자마자 해안가 전투에 참여해야 했는데, 어째 오늘도 그래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이곳 사람들은 자길 찾아온 손님에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대신 시키는 이상한 문화를 존중하니까.

결국 나는 한시랑 장군에게는 말 한마디 못 붙여본 채 마을을 습격하고 있는 사마교 무리들과 맞서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바깥은 아수라장이었다. 성군당 소속으로 보이는 몇몇 무당들이 열심히 기공을 날리고는 있으나 오래 버티긴 힘들어 보인다. 보아하니 사마교라는 것들은 혼천교처럼 힘으로 세상을 구원한다는 교리를 가지고 있는 종교집단인 듯 하다. 그러나 마을을 습격하고 민간인을 죽이는 것을 보아하니 종교보다는 세력 확장과 사리사욕 챙기기에 겨를이 없는 놈들 같다.


▲ 외톨이 마을을 지키는 한시랑 장군(좌)과 백무(우)

“공격하라! 교주님을 위해 저들을 죽여라!”

나를 향해 일제히 달려오는 사마교도들을 쓰러뜨리니 품 안에서 뭔가 조그마한 병 하나가 데굴데굴 굴러나왔다. 환영초 해독제. 이것만 있으면 환영초에 중독된 한시랑 장군을 구할 수 있다. 나는 계속해서 사마교도들을 해치웠다. 그때였다.

“으드득… 이 하룻강아지 같은 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날뛰는 거냐!”

“응? 이 영감은 누구야?”

슬슬 처치한 사마교도의 수를 세기도 귀찮아질 무렵, 깡마른 할아범 한 명이 나를 향해 일갈의 호통을 날렸다. 번쩍번쩍한 옷을 보아하니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교리를 바꾸고, 교도들의 돈을 갈취하고, 커다란 회당을 짓고, 가끔 여교도들 성추행도 해 주고, 그러다가 꼬리 잡히면 아파트 고층에서 모기장 뚫고 뛰어내리고… 그런 짓이나 일삼을 것 같은 노인네였다. 한마디로 사마교인지 뭔기 하는 구더기들의 교주, 혹은 그와 맞먹는 고위 간부일 것 같다는 얘기지!

“교도님, 저 놈입니다! 저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꼬맹이가…”

“닥쳐라! 겨우 저런 꼬마 하나 해치우지 못하는 꼴이라니… 내 본산지로 돌아가 경을 칠…… 크헉!”

좋았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진영 사저는 ‘선빵은 필승이다’ 라고 가르쳐줬고 나는 그걸 충실히 이행할 뿐이다. 나보다 한 수 위인 은광일을 쉽게 이긴 것도 이것 때문이라니까? 그러므로 내가 방금 저 사마교도 영감의 회음혈… 쉽게 말해 똥침에 가까운 위치에 화련장을 날린 것은 결코 비겁한 행동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적을 앞에 두고 방심하는 게 잘못이라고.

“크아아악! 이런, 이런 비겁한……. 크허으어억!”

“교… 교주님!”

“으갸갸갸갸… 우구구구…”

“안 되겠다. 상태가 심각해! 어서 분타로 모셔!”

“이 비겁한 놈. 치루를 앓고 계신 교주님의 뒤를 치다니!”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그런 악독한 짓을!”

“악마다! 저놈은 악마가 틀림없어!”

저 놈들… 뭐라는 거야? 교주가 쓰러지자 사마교도들이 일거에 퇴각하기 시작했다. 역시 기습공격은 효과적이다. 이 공격이 진서연에게도 통하면 좋을 텐데… 전투가 끝난 후 사방에 널린 시체들을 뒤져보니 아까 발견한 환영초 해독제(+약간의 돈)를 대거 획득할 수 있었다. 얼른 한시랑 장군에게 먹여야지!

“으…음… 사, 사마교도들은?”

“한 장군, 정신이 드세요?”

독기운을 몰아내긴 커녕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에도 바빠 보였던 한시랑 장군. 그러나 내가 구해온 해독제를 먹더니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듣자하니 환영초라는 풀은 환각성 마약 성분이 짙기 때문에 중독이 심하거나 오랜 기간 복용할 경우 부모형제도 몰라볼 뿐 아니라 감각까지 없어지는 광인이 된다고 한다.

해독제를 먹고 정신을 차린 한시랑 장군에게 나는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홍문파를 습격한 진서연 일당의 만행, 제룡림에서 도천풍 단장을 도와 충각단을 해치운 일, 그리고 이 곳 대사막 지역에서 진서연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 곳으로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 더불어 아까 사마교 교주의 약점은 똥침이라는 사실까지… 다만, 한시랑 장군에게 내가 원하는 답은 듣지 못했다. 

도천풍 단장이 전해받은 소식은 한시랑 장군의 부하 봉찬이 알고 있는데, 이번 전투로 인해 그 역시 환영초에 중독되어 정신을 잃었다는 것이다. 겨우 잡은 진서연에 대한 단서인데 이 곳에서 또다시 발목이 묶이는 것 같아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은 상황, 그 지푸라기가 천천히 끌어올려진다고 투덜댈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니까.

일단 시간도 붕 뜨겠다, 사마교로 인해 고생하는 한시랑 장군과 주변인들이 안쓰럽기도 하겠다. 그런 연유로 나는 당분간 이 곳의 일을 돕기로 했다. 그러면서 느낀 건데, 여기서 처음 만난 한시랑 장군과 백무, 둘 사이의 공기가 심상치 않았다. 둘이 서로 좋아하는 건 맞는 것 같은데, 어째 애정표현이 전~혀 없다. 서로 대화할 때도 딱딱한 어투로, 밥 먹을 때도 따로, 심지어 환영초 해독을 도와준 백무에 대한 감사인사도 어물쩡 넘긴다. 어째 둘 다 쑥맥인 것 같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자칭 연애 고수라던 화중 사형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여러 가지 어드바이스를 해줬을 텐데, 아쉽다.

그나저나, 이 곳에 와서 처음 만나본 운국 조정의 부정부패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었다. 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아랫물을 보면 윗물을 알 수 있다 했던가. 중앙군을 이끌고 있는 거만하에게 원군을 요청하러 갔더니, 이것저것 시켜먹고서는 꼴랑 한 명의 원군만을 소개시켜줬다. 아니, 그것도 사실 원군이 아니었다. 거만하가 소개시켜준 사람은 가출한 딸을 찾아나선 길동이라는 아저씨인데, 그 역시 거만하에게 딸을 찾아줄 것을 부탁하러 왔다가 이리저리 부려먹히는 중이라고 한다. 불쌍한 길동 아저씨, 얼마나 고생했으면 볼 살이 저렇게 빠졌어! 저런 사람에게 원군 역할을 해 달라는 건 벼룩에게 간을 달라는 것보다도 더 인면수심, 후안무치, 파렴치한, 아전인수격인 행위다.

“음… 이곳인가?”

길동과 헤어진 내 앞에는 커다란 동굴이 입을 쫙 벌리고 있다. 내가 이 곳으로 찾아온 이유는 사마교 놈들이 마을 처녀들을 죄다 납치해 갔기 때문에, 이를 구출하려는 목적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의문의 여자에게 해를 당한다는 점괘가 나왔다나? 뭐야, 그럼 동쪽에서 온 사람에게 해를 당한다고 나왔으면 동쪽 풍제국을 향해 전쟁이라도 일으키겠네? 것 참!

마을 총각들의 희망(?)인 마을 처녀들을 죄다 잡아간 곳 치고 이 곳의 경비는 꽤나 약했다. 아니, 나 혼자였으면 다소 버거웠을 지도 모른다. 비교적 약한 놈들이긴 하지만 쪽수가 워낙 많아야 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쉽게 뚫고 왔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내 옆에 있는 무서운 아줌마…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 해라. 거의 다 온 것 같군.”
“네… 네!”

정정한다. 아줌마가 아니라 예쁜 누나다. 지금의 정정은 결코 무서워서가 아니다. 자세히 보면 차갑고 무서운 눈빛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예쁘기도 하고… 아무튼 이 누나는 자칭 낭인무사라고 하는 최진아 누나다. 이 곳에 보관되어 있는 의문의 비밀 장부를 빼앗으러 왔다고 하는데… 낭인무사 치고는 왠지 행동과 말투에 절도가 있는 것이 의심스럽지만, 어쨌든 실력 하나는 확실하다. 아까도 동시에 덤벼드는 4인의 사마교도를 칼질 한 번으로 물리쳤으니까.

<마영강군이 사마교와 결탁했다. 무신전은 마영강에게 넘어갔다

동굴 구석에서 찾아낸 비밀 장부에는 숫자가 아닌 수상쩍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사실 운제국군의 비리를 몇 번 봐왔기에, 마영강이니 뭐니 하는 군대가 사마교와 결탁하고 있다는 소식은 크게 놀랄 만한 거리가 아니었다. 무신전이니 뭐니 하는 건 관심 밖이고. 그렇지만 최진아라는 저 낭인 무사 누나는 그 장부를 읽고 표정이 굳어졌다. 안 그래도 무뚝뚝한 얼굴이 이제 숫제 귀신도 잡아먹을 냉기를 뿜어댄다. 장담컨대, 저 표정에서 나오는 냉기가 내 한빙면장보다 차가울 것이 틀림없다. 내 전재산과 오른손목을 걸지.

비밀장부를 손에 넣은 자칭 낭인무사 최진아 누나가 떠나가고, 주변을 둘러보니 개미집 같은 구조로 지어진 감옥이 보였다. 그 안에는 잡혀온 마을 처녀들이 앉아 있었다.

“자, 나오세요~”

“흑흑, 대협 감사합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자자, 빨리 집으로 돌아가시는 게 좋겠지만 원하시는 분은 제게 간략한 사례라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볼에 뽀뽀 같은거 좋아하구요, 포옹 더욱 좋아합…”

휑~

세상 인심 하고는! 이게 뭐야, 환영초에 중독돼서 죽을 뻔 하던 거 살려줬더니 고맙다는 인사만 딸랑 하고 도망가? 아니, 영화 보면 미녀 구해준 주인공들에게는 키스 세례는 기본이요, 심하면 영화를 청소년이용불가로 만들기까지 하던데! 왜 나만~!

“헤헤~ 제법인데?”

“엉?”

“아, 오해하진 마. 난 여기 납치당한 게 아니거든? 사마교의 보물을 탈취하기 위해 위장 잠입해 있었을 뿐이야.”

허탈해하고 있는 차에 감옥 안쪽에서 누나… 라고 하기엔 약간 어려 보이는 여자애가 비틀거리며 걸어나왔다. 어째 무장 해제까지 당하고 환영초 연기 속에 누워 있던 몰골로는 전혀 설득력이 없는데… 어쨌든 자신의 이름을 소연화라고 밝힌 이 아이는 두더지를 연상케 하는 장갑과 고글을 끼고 있는 것이 얼마 전 목격한 길동 아저씨와 상당히 닮았다. 설마…?


▲ 아직 어린데도 대담한 옷을 입고 있는 소연화

“흥, 고맙다는 인사라도 듣고 싶은 거야? 꿈 깨셔~! 너 때문에 계획을 다 망쳤다구!”

“고맙다는 인사는 듣기보다 느끼고 싶은…”

그녀 역시 내 기대를 산산이 배신하고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아쉽다. 의외로 대담한 옷을 입고 있길래 약간은 기대했는데…

그리고 한시랑군 막사로 귀환한 내 귀에 봉찬이 깨어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내가 대사막을 찾게 된 이유, 그 단서를 쥐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음에도 사마교의 습격으로 환영초에 중독되어 무의식 중에 놓여 있던 한시랑의 부하 봉찬이 깨어났다는 것이다. 대사막에 들어온 이래 최고의 속도, 마치 초원을 뛰어다니며 치타를 잡아먹는 우사인 볼트를 연상시키는 빠르기로 나는 한시랑군 막사를 향해 달렸다.


: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크앙, 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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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엔씨소프트
게임소개
'블레이드앤소울'은 '아이온'에 이은 엔씨소프트의 신작 MMORPG로, 동양의 멋과 세계관을 녹여낸 무협 게임이다. 질주와 경공, 활강, 강화 등으로 극대화된 액션과 아트 디렉터 김형태가 창조한 매력적인 캐릭터를...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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