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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자리가 없는 신형 카베리 APU "AMD A10-7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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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잇 최용석] 한때 AMD는 인텔과 더불어 PC용 CPU 시장을 이끌던 양대 산맥이었다. 그런 구조 자체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지만, 위상은 과거와 다르다.

 

인텔이 ‘코어’시리즈부터 성능이나 전력 효율 등에서 눈에 띄게 앞서간 반면 AMD의 CPU 제품들은 눈에 띄는 성능 향상을 보여주지 못한 채 인텔의 그림자만 쫓기에도 벅찬 상황이 됐다.

 

성능 면에서 도저히 인텔을 따라갈 수 없던 AMD는 새로운 틈새시장을 노렸다. 바로 CPU와 GPU(그래픽카드)가 통합된 개념인 APU(Accelerated Processing Unit)를 내놓은 것이다.

 

▲ 소비전력을 더욱 낮춘 신형 카베리 APU 'AMD A10-7800'

 

어느덧 AMD의 APU 시리즈는 4세대 ‘카베리(Kaveri)’에 이르렀다. 카베리 기반 APU는 CPU와 GPU와의 경계를 더욱 줄인 HSA(Heterogeneous System Architecture)를 정식으로 지원하는 제품으로, 당초 APU의 존재의의인 ‘통합 프로세서’에 더욱 근접한 제품이다.

 

카베리 기반 AMD APU는 올해 초 첫 선을 보였으며, 올해 여름에 전력 효율을 개선한 추가 모델이 출시됐다. 그 중 AMD A10-7800은 기존 카베리 기반 APU의 최상위 제품인 A10-7850K에서 작동속도를 살짝 낮춘 대신 TDP(열소비전력)를 기존의 95W에서 65W로 크게 낮춘 것이 특징인 제품이다.

 

더군다나 사용자가 TDP를 조절할 수 있는 '변경 가능 TDP(Configurable TDP)' 기능을 이용하면 최저 45W까지 낮출 수 있다. 4개의 CPU코어와 8개의 GCN(GPU) 코어를 지닌 것은 그대로 이어받았으며, 작동속도는 A10-7850K에서 불과 200MHz 낮은 3.5GHz(터보부스트 시 3.9GHz)다.

 

▲ 기존 A10-7850K의 스펙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비전력을 더욱 낮췄다.

 

카베리 APU는 기존의 ‘트리니티’나 ‘리치랜드’ 기반 APU에서 사용하는 FM2 소켓이 아닌 FM2+ 소켓을 사용한다. AMD는 아키텍처나 세대가 바뀌어도 기존 소켓이나 칩셋을 그대로 쓰는 경향이 있는데, 카베리는 모처럼 새 소켓을 쓰는 프로세서인 셈이다.

 

이번에 나온 A10-7800 역시 FM2+ 소켓을 쓰므로, 카베리 이전 세대 AMD APU 사용자라면 보드를 교체해야 한다.

 

▲ 카베리 APU부터는 새로운 FM2+ 소켓을 사용하기 때문에 보드도 바꿔야 한다.

 

AMD APU 시리즈의 장점은 역시나 ‘내장그래픽’이다. 경쟁사인 인텔과 달리 AMD는 고성능 GPU인 ‘라데온(RADEON)’ 시리즈를 가지고 있고, 이를 내장 그래픽으로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베리 기반 APU의 내장 그래픽은 가장 최신 라인업인 만큼 꽤나 강력한 그래픽 성능을 제공한다. 카베리 APU가 처음 발표됐을 때 AMD의 데모 영상에서는 다소 고사양 게임으로 유명한 ‘배틀필드4’를 풀HD 해상도에서 중간 그래픽 옵션으로 충분히 돌려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인텔의 내장 그래픽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성능이다.

 

▲ A10-7800 내장 그래픽(라데온 R7)의 3DMARK 테스트 결과. 어지간한 보급형 그래픽카드 수준의 그래픽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이번 A10-7800도 그때 괴력을 발휘한 A10-7850K와 동일한 사양과 속도로 작동하는 라데온 GPU를 내장했다. 내장 그래픽만으로도 보급형 그래픽카드 수준의 그래픽카드급의 그래픽 성능을 실제로 보여준다. 고사양을 요구하지 않는 캐주얼한 온라인 게임 정도라면 별도의 외장 그래픽카드 없이 충분히 돌릴 수 있다.

 

특히 자사의 외장형 그래픽카드를 추가로 장착하면 다중 그래픽 기술인 '크로스파이어'처럼 전체적인 그래픽 퍼포먼스를 향상시켜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여기에 게임에서 최대 10% 가량 성능 향상을 보이는 '맨틀(Mantle)' API도 지원해 더욱 퍼포먼스 향상의 가능성을 지녔다.

 

▲ 어도비 포토샵 CC와 같은 HSA 지원 애플리케이션에서 작업속도를 대폭 줄일 수 있다.(자료제공=AMD)

 

카베리로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된 HSA 기술도 활용하기에 따라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HSA 기술은 보통 CPU가 담당하던 연산 과정을 CPU 못지 않게 고속화/고도화된 GPU가 맡아서 처리하는 ‘GPGPU’ 기술의 일종이다.

 

특히 CPU와 GPU가 하나의 칩으로 통합되어 보다 효율적으로 연계되는 것이 강점이다. 중간에 운영체제나 다른 칩셋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는 고성능 CPU와 GPU를 모두 만드는 AMD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다.

 

포토샵이나 프리미어 등 사진 및 영상 편집 솔루션으로 유명한 어도비(Adobe)나 오픈소스 오피스웨어인 리브레오피스(LibreOffice)에서도 HSA를 지원하고 있다. 카베리 APU를 장착한 PC에서 이들 업체의 프로그램들을 돌리면 복잡한 인코딩이나 렌더링 등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이거나, 각종 애플리케이션이 보다 빠르고 가볍게 돌아감을 느낄 수 있다.

 

▲ 국내 시장 기준으로 AMD A10-7800은 상당히 어중간한 포지션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을 기준으로 AMD A10-7800은 상당히 애매한 입장의 프로세서다. 애초에 AMD의 APU는 단순히 CPU 성능보다는 내장 GPU와 적절히 조화된 ‘종합 성능’에 더 중점을 둔 제품이다. 단순히 CPU 성능만 비교해 보면 경쟁사인 인텔의 듀얼코어 제품보다도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HSA 기술이 부족한 CPU 성능을 보충할 수는 있다지만, 현 시점에서 HSA를 지원하는 업체와 소프트웨어는 소수에 불과하다. 즉 대부분의 일반 PC 사용자들은 HSA 기술의 혜택을 거의 누릴 수 없는 상황이다.

 

▲ 고성능·고급형 시스템에 사용하기엔 CPU 성능이 아쉽고, 보급형 PC에 사용하기에는 가격이 아쉽다.(이미지=다나와 캡쳐)

 

그리고 국내 PC 시장은 여전히 용도에 따라 PC의 성능이 양 극단에 치우쳐있다. 본격적으로 사진이나 영상편집, 디자인설계 등의 무거운 작업이나 고사양 게임을 즐기기 위한 시스템은 좀 더 비용을 들여서라도 고성능 최고급 사양으로 꾸미는 편이다.

 

반대로 단순 인터넷 검색이나 사무업무용 PC는 내장 그래픽을 지닌 보급형 듀얼코어 CPU를 기반으로 20만~30만원대의 저가형 PC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A10-7800은 어중간한 CPU 성능으로 고성능 PC에는 어울리지 않고, 가격이 내렸다고는 하나 10만원대 중반의 가격대는 저가형 PC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설 자리가 없는 셈이다. 차리리 저가형 PC에는 A10-7800보다는 함께 나온 하위 모델인 A8-7600이나 A6-7400K가 가성비 측면에서 더 적합하다.

 

▲ '가성비' 측면에서는 함께 선보인 A8-7600이나 A6-7400K가 더 낫다. (자료제공=AMD)

 

게다가 AMD의 카베리 시리즈 APU는 출시 초기부터 불거진 ‘강제 스로틀링 문제’도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는 내장 GPU에 큰 부하가 걸리면 온도와 상관 없이 CPU의 작동 속도가 자동으로 제한되어버리는 문제로,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사소한 문제에도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에 자칫 ‘미완성 제품’으로 여겨질 수 있는 스로틀링 문제는 심각한 마이너스 요소다.

 

AMD A10-7800은 확실히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잘 만들어진 APU다. 쿼드코어 프로세서에 수준급의 내장그래픽을 갖추고, CPU와 내장 GPU가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HSA 기술로 GPGPU의 효과를 단독으로 발휘하는 것도 매력적이다. 초기 라인업에 비해 큰 성능저하 없이 소비전력까지 낮췄다.

 

그러나 그 어중간한 성능과 포지션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있다. ‘구슬이 서말 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지 않던가. 그나마 미니 사이즈로 균형잡힌 성능을 추구하는 멀티미디어용 HTPC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국내에서 HTPC는 여전히 마이너한 분야다.

 

적어도 A10-7800은 국내 PC 시장에서는 설 자리를 잘 못 찾은 비운의 제품인 셈이다.

 

최용석 기자 rpch@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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