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간판 RPG `파이널판타지`는 때로 플레이 시 등장하는 뛰어난 영상이 실제 플레이보다 더 큰 화제로 떠오르기도 한다. 게임의 개발사 스퀘어에닉스가 동일한 완성도의 CG로 영화를 제작하기도 한 점은 `파이널 판타지`에서 영상이 가진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는 지표로 작용한다. 좀비를 소재로 한 FPS `데드아일랜드`는 작년 칸 국제광고제에 출품된 트레일러가 방송과 영화를 제치고 당당히 금상을 수상한 사실이 알려지며 경쟁작을 제치고 인기를 독차지하며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바 있다.
그만큼 영상은 게임의 완성도를 효과적으로 전해 작품에 대한 기대도를 높이는 매개체로 자리잡았다. 이미 패키지 게임계에서 화려한 액션과 연출이 담긴 영상은 필수다. 여기에 스토리를 각인시키고, 게임에 몰입시켜야 하는 중요한 역할도 수행한다.
하지만 MMORPG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장르의 특성 상 영상을 보여주기 힘들고, 기존의 MMORPG가 스토리보다 다른 부분에 더 공을 들여왔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업계의 흐름 안에서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은 새로운 시도를 준비 중이다. 사내에 별도의 시네마 팀을 구성하고 게임 영상은 물론 NPC들의 표정과 모션에 대한 심도 있는 연출을 시행한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진소아`와 `당여월`의 전투나 `홍석근` 사부의 죽음 등 패키지 게임에 버금가는 영상을 MMORPG에서도 즐길 수 있다.
▲ 화려한 연출로 2차 CBT 내내 인기를 끌었던 진소아와 당여월의
전투 영상
시네마틱 영상을 제작한 최형근 테크 시네마팀장은 “시네마틱 영상의 역할은 치어리더라고 생각한다. 유저들이 쉽게 스토리를 이해하도록 힘내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2002년 엔씨소프트에 입사한 그는 `리니지2`의 배경 아티스트를 거쳐 지금은 `블레이드앤소울`의 시네마틱 영상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그 어느 캐릭터보다 매력적인 김형태 AD의 캐릭터를 영상 속에서 살아 숨쉬게 만든 장본인, 최 팀장에게 직접 `블레이드앤소울`의 영상 제작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게임 세계에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시네마 팀의 임무
시네마 팀의 주 업무가 궁금하다
시네마 팀은 MMORPG 위주로 돌아가는 국내 게임 시장에서는 아직 생소한 팀이다.
애니메이션, 카메라 연출, 이펙트, 페이셜, 인터그레이션 담당으로 팀이 구성되어
있으며, 다들 해외의 이름있는 스튜디오나 게임 개발사에서 일하던 쟁쟁한 인력들이다.
주된 업무는 컷신 또는 시네마틱 영상 제작이지만, 전투를 제외한 환경 및 엔피씨들의
감정 연출도 작업하고 있다.
※페이셜: 영상 제작 중 얼굴 표정 쪽에 치중된 작업
※인터그레이션:
영상 제작에 들어가는 모든 요소를 복합적으로 엮어내는 작업
▲ 웃으면서
질문에 답해주는 최형근 테크 시네마 팀장
그렇다면 다른 회사에는 없는 시네마 팀의 의의와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시네마 팀이 존재함으로 인해 개발사는 유저들에게 게임 속 세계가 살아있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 나아가 유저들이 세계관의 구성원으로 활동하도록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시네마 팀의 존재 의의이자 장점이라 생각한다.
영상 제작 과정을 알려달라
우선 영상을 만들기 위해 캐릭터팀과 원화팀에 필요한 소재를 부탁한다. 소재를
받은 후에 카메라연출, 효과 등을 삽입하여 영상을 만든 뒤 성우의 목소리를 녹음한다.
마지막으로 사운드 팀에 영상을 보내 효과음이나 배경 음악을 삽입하면 최종 결과물이
나온다. 이러한 과정이 보통 30분짜리 영상 하나 당 6~7개월씩 소모되며, 인원은
약 5~60명이 참여한다. 아웃소싱이 많은 일이기 때문에 정확한 인원은 말하기 어렵다.
※아웃소싱:
회사에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다른 회사에 외주를 맡기는 것
2차 CBT를 기준으로 게임 내 삽입된 영상은 얼마나 되는가?
2차 CBT 기준으로 약 60분 분량의 영상이 제작되었다. 물론 여기에는 시네마틱
영상뿐만 아니라 NPC와의 대화 장면, 환경과의 상호 관계가 포함되어 있다.
영상의 분량이 많아 게임 진행에 흐름이 끊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염두하고
있는가?
나 스스로도 두 번째 플레이부터는 영상을 스킵하면서 게임을 즐겼다. 다만 그
영상을 봤을 때와 스킵한 경우의 감흥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유저들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신경 쓰고 있다.
영상을 제작할 때 주로 신경 쓰는 부분이 있는가?
시네마틱 영상의 본질인 스토리텔링을 위해 유저들의 감정을 자극시키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콘솔 게임의 영상들보다 극단적인 클로즈업이 주로 사용되었다. 영상은 물론
게임 내에서 NPC들과 대화 시 눈을 감거나, 눈썹을 떨고 눈알을 돌리는 등 다양한
얼굴 표정이 그 작업의 일환이다.
▲ 놀라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심스러우면 게슴츠레 뜨는 등
다채로운 표정 변화가 눈에 띈다
유저들이 영상을 스킵할 경우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게임 플레이다. 유저들이 생각하기에 게임 플레이에 방해가
된다면 스킵하는 것이 맞다 생각한다. 다시 보기 기능의 경우는 현재 논의 중에 있는
사항이다.
제작 영상 중 어려웠던 것은? 반면에 기억에 남는 영상도 말해달라
영상을 리얼 타임으로 제작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군중이 나오는 장면은 촬영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부분에서 물리적인 한계를 느끼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충각단의
제룡림 침입 장면인데 생각했던 것보다 소규모로 나와 많은 아쉬움을 느낀다.
반면에 마음에 들었던 영상이라면 초반에 나오는 홍석근 사부가 죽는 장면이다. 제작 당시 러닝 타임이 7분이나 되는 관계로 ‘유저들의 맥을 끊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매우 많이 한 영상이다.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를 거쳐 7분이 그대로 게임에 삽입되었는데, 유저들의 반응이 좋아 마음에 드는 영상이다.
▲ 도입부 7분 영상은 과감한 도전, 하지만 유저의 반응은 좋았다
NPC들의 얼굴 표정을 통해 느끼는 블레이드앤소울의 스토리
게임에 존재하지 않는 모션 연출은 어떻게 해결하는가?
최대한 게임 내의 소재를 사용하고 있으나, 필요할 경우 자체 제작을 한다. 캐릭터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 약 80%가 모션 캡처로 이루어지며, 인간이 할 수 없는 행동(하늘을
나는 장면 등)에 한해서만 키 애니메이션으로 작업하고 있다.
※키 애니메이션:
사람이 불가능한 모션을 3D 애니메이션으로 작업하는 것
앞으로 대규모 전쟁 장면이 자주 나올 텐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준비되어 있는가?
일종의 꼼수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은 카메라 연출로 해결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충각단 남해함대 지부의 거거붕이 변신하는 장면이다. 제작 당시 변신 장면을
상상할 수 없어 카메라 연출을 통해 많이 해결했다.
2차 CBT 당시 유저들이 영상의 화질이 낮은 점을 지적했다.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은 되는가?
게임 내 소재로 영상을 만들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카메라 연출에서 줌인 시 자주 발생하는데 이런 문제들은 다음 테스트에서 개선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이렇게
줌인 될 경우 도트가 튀는 부분은 많이 보안되었다고 밝혔다
유저들은 표정보다 여성 캐릭터들의 노출을 더 신경 쓰고 있다. 알고 있는가?
김형태 AD의 캐릭터가 매우 매력적인데다 본인도 섹시한 캐릭터를 좋아해서 특별히
신경 써서 작업하고 있다. 남소유 등장 영상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런 팬 서비스
영상은 3차 CBT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의복은 원화 팀에서 담당하는 부분이라 우리가
뭐라 말 할 수 없다.
▲ 특이한
패션으로 유명한 진소아의 신규 영상 중 한 컷
관찰자 입장의 연출이 항상 아쉬워……
연출을 위해 영화나 다른 게임의 영상을 자주 보는가?
연출을 위해 액션이 많은 영화를 찾아 보고 있다. 이퀼리브리엄 같은 영화를 좋아하며
게임 영상으로는 갓 오브 워 3의 시네마틱 영상을 좋아한다. 플레이 당시 영상을
보고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으며, 블레이드앤소울도 갓 오브 워 3처럼 게임에 녹아
드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상에서 영화 같은 장면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참조한 작품이 많은가?
블레이드앤소울은 지역별로 시나리오의 큰 줄기가 정해져 있다. 무일봉의 경우는
사부의 죽음과 복수, 제룡림은 외세의 침입, 대사막은 서부물 등이 그 예다. 이런
지역별 시나리오에 따라 해당 자료를 많이 참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사막 지역의
경우,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을 많이 참고하여 영상을 제작하였다.
콘솔의 시네마틱 영상과 MMORPG 영상의 차이점이 존재하는가?
콘솔과 MMORPG의 영상에서 가장 큰 차이점을 찾자면 시점의 차이다. 콘솔의 경우는
주인공 아바타가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만, MMORPG는 유저 수에 따라 다양한 아바타가
존재해 아바타를 영상에 등장시키기 매우 어렵다. 결국 영상의 시점을 관찰자 입장으로
고정시켜야 하고 다양한 연출은 어려운 결과를 자아낸다.
그 외에도 MMORPG는 유저들의 컴퓨터 사양이 다르기 때문에 최저 사양을 고려해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 결과, 더 좋은 영상을 볼 수 있는 유저에게 퀄리티 낮은 영상을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 매우 아쉽다.
블레이드앤소울의 영향으로 앞으로 게임에 시네마틱 영상 도입이 증가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 1세대 MMORPG가 텍스트로만 스토리를 보여줬던 점이 항상 아쉬웠다.
시네마틱 영상은 이런 한계를 뛰어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더욱 많은 영상들이 추가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3차 CBT를 기다리고 있는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3차 CBT에 앞서 2차 CBT의 영상들보다 재미있고 퀄리티 높은 영상을 대량 추가했다.
물론 게임 플레이도 더욱 재미있어질 예정이니 테스트를 재미있게 즐겨달라.
▲ 3차 CBT는 더욱 재미있습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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