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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소의 배경, 게이머가 울고 웃는 연극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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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배우가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 촛점을 두고 제작한다. 하지만 그런 배우의 뒤에는 항상 무대가 존재하며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먼지 하나 없이 정돈되어 있는 책상은 배우가 깔끔한 성격이라는 것을, 무대 구석에 즐비한 술병들은 배우가 애주가임을 말해준다. 이렇듯 무대는 배우들의 연기를 극대화시키고, 작품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무대 연출가인 로버트 존스도 ‘배우는 무대를 배경으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속에서 연기한다’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게임 배경도 연극의 무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아니, 오히려 게이머 한명 한명이 배우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연극보다 더 깊이 있는 존재감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이런 맥락으로 봤을 때 오늘 소개할 블레이드앤소울의 게임 배경은 한층 더 와닿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배경을 구성하는 개체 대부분이 캐릭터와 인터랙션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돼 있기 때문이다. 캐릭터, 정확히 말해 플레이어는 이러한 배경 안에서 모두 배우가 돼 누군가와 말하고 누군가와 행동한다. 말 그대로 연극이다. 블레이드앤소울 릴레이 인터뷰 마지막 다섯 번째 시간에는 조용환 배경 아트디렉터를 만나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엔씨소프트에서 11년 넘게 일을 한 `조용환 배경 리드 아트 디렉터`

우선 배경팀을 소개해달라
배경팀은 총 34명으로 블레이드앤소울의 그래픽 팀의 1/4에 해당하는 인원이 함께 작업하고 있다.  팀의 구성원으로는 콘셉트 원화를 통해 배경을 구성하는 원화 파트, 월드의 오브젝트를 3D 디자인하는 어셋 파트, 오브젝트를 배경의 분위기나 콘셉트에 맞춰 배치하는 인터그레이션 파트, 그리고 좋은 퀄리티의 작품을 적은 용량으로 처리하기 위한 TA 파트가 존재한다.

다른 팀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배경팀이 하는 역할에 대해 설명해달라
우리 팀은 이름 때문인지 항상 눈에 안 띄고 배경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 배경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연극이나 뮤지컬의 무대와 같다고 생각한다. 연극의 주인공이 이야기를 따라 울고 웃는 장소가 무대 위인 것처럼, 게임 내의 배경도 유저의 캐릭터들이 시나리오를 따라 뛰어 노는 장소인 것이다. 그리고 무대에 등장하는 기획, 시나리오, 캐릭터들간의 싱크로를 맞추는 작업이 배경팀이 주로 하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캐릭터 원화와 같이 게임의 느낌을 유저들에게 전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기존 서양 판타지 MMORPG와 다른 스타일의 배경을 추구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늘 서양 판타지만 생각하고 그려왔기에, 무협 배경을 그려내자니 많은 걸림돌이 있었다. 동양 무협이니 한국적 요소를 집어넣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 텍스처가 유독 많은 동양 건물의 최적화, 김형태 AD의 특이한 화풍 등이었는데 그 중 가장 큰 걸림돌은 한국적인 요소였다.


▲ 이렇게 게임 내에서 한국적인 요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로 한국적인 배경 요소라고 하면 온돌이나 처마, 단청, 전통 문양 등을 생각하는데, 이 요소들을 하루 아침에 게임 내에 완벽하게 녹여내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에서는 어설픈 구현보다 완벽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 전체적인 배경을 중국 무협을 기반으로 만들고, 소소한 부분들에 한국적인 요소들을 녹여냈다. 하나의 예시를 들자면 게임 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솔밭인데, 이는 우리나라 바닷가 휴양지에서 늘 보이는 솔밭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이런 부분들이 한국적인 분위기를 조성해내기 위한 배경팀의 노력이었다.

그 외에 배경을 작업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는가?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퀄리티를 그대로 가져가야 하는 딜레마와, 최적화 작업을 손꼽겠다. 특히 최적화 작업은 자동화 작업이 없어, 수동으로 오브젝트 하나씩 작업했는데, 그 작업 분량이 상상을 초월했다.

블레이드앤소울은 경공으로 다양한 오브젝트 작업이 필요한 편이다. 작업 과정을 설명해달라
경공은 원래 게임에서 연출적인 콘텐츠에 불과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혜성처럼 자유로운 경공이라는 모토 아래 주력 콘텐츠로 등장했는데, 이때 바로 떠오른 고민이 ‘지붕 위에 올라가면 다른 부분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였다. 그 외에도 사양 때문에 모든 부분을 완벽하게 보여줄 수 없는 점 등 다양한 문제들이 있었는데, 배경팀에서는 ‘그레이존’라는 방식을 통해서 해결하였다.


▲ 이런 식으로 스케치를 한 뒤


▲ 이렇게 그레이존을 생성해 중요 포인트를 찾아낸다


▲ 그 후 쉐이딩 등의 마무리 작업이 들어간다. 해당 스크린샷은 대나무 마을의 완성본

‘그레이존’는 일종의 러프한 매쉬로 구성된 월드로, 원화 파트에서 제작한 씬 콘셉트를 조합해서 만든 일종의 임시 배경이다. 이렇게 완성된 ‘그레이존’에서 유저들에게 보여주고자 할 포인트를 잡아냈으며, 이런 부분에 세부 디자인을 집중하여서 월드를 구성했다.

강제로 카메라 시점을 이동하는 등 블레이드앤소울은 특이한 액션들이 존재한다. 이런 부분을 위해 특별히 배경 작업에 중점을 둔 부분이 있는가?
블레이드앤소울의 액션은 Z축 이동이 즐비하고, 강제로 시점을 변경하는 카메라 이동도 많은 편이다. 그리고 이런 액션들 사이에 언뜻 보이는 장면이 바로 지평선이다. 배경팀 내부에서는 지평선 처리가 다른 게임들에 비해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며, 여기에 중점을 두어 다른 게임보다 미려한 지평선과 실루엣 처리를 보여주고 있다.

배경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예전에 공간과 빛의 설계를 다룬 건축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어떻게 하면 빛으로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지 알려준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자연스럽게 실내, 풍경 등을 주로 그리게 되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공개된 콘셉트 원화를 보면 어두운 분위기 일색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개인적으로 ‘사일런트 힐’ 같은, 어둡고, 호러 분위기 원화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래서 콘셉트 원화 작업 시에 쉐이딩 처리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 결과 원화 자체가 화사한 편이어도, 어두운 그림자나 역광, 반사광이 많이 표현되고 있는데, 특별한 화풍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 새로 공개된 원화에서도 어두운 분위기는 찾아볼 수 있다

그러면 앞으로 ‘사일런트 힐’처럼 호러 분위기의 배경이 준비되어있는가?
호러나 고어한 분위기 자체가 유저들에게는 매우 피로한 요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템을 위해 오랫동안 있어야 하는 장소에서는 최대한 그런 분위기를 배제하고 있다. 하지만 던전 중간에 어둡고 고어한 분위기를 살짝 가미하는 정도는 준비 중에 있다. 물론 고어 분위기를 살짝 가미한다고 해도, 인체 부위를 해체하거나 피를 튀기는 등 직접적인 고어가 노출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블레이드앤소울의 배경에 모티브가 된 장소가 있는가?
블레이드앤소울에서 풍경이 좋은 장소로 유명한 수련 계곡의 경우가 그 예다. 제대로 된 경공을 처음 사용하는 장소인 만큼 호쾌하게 뛰어내리는 재미를 부여하고 싶었고, 그 결과 다양한 요소들이 사용되었다. 우선 기본적인 배경은 중국의 장가계의 풍경이 사용되었고, 한국적인 요소를 위해 설악산의 색감이 표현되었다. 또한 수련 계곡 입구에 단풍 나무가 걸쳐지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서 수련 계곡을 바라보면 마치 달력에서 보는 설악산과 같은 풍경을 연출할 수 있다.


▲ 중국의 `장가계`, 수련 계곡의 느낌을 물씬 찾아볼 수 있다


▲ 단풍 나무를 걸쳐서 찍으면 그야말로 한 폭의 화보가 나온다

이 외에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우연찮게 지나가거나, 특정 시점에서만 보이는 등 모티브 삼은 장소들을 다양하게 넣어놓았다.

배경을 작업할 시에 캐릭터 디자인을 참고하는가?
당연히 캐릭터만 따로 노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캐릭터 원화 팀과의 연계 작업은 필수적이다. 일단 캐릭터들은 일정한 집단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색상 패턴이 통일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먼저 제작된 캐릭터들의 집단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경우 그 집단의 분위기에 맞춰 배경을 디자인 해주는 등의 협업이 이뤄진다. 그 외에 소소한 협업으로 그 레벨 대의 무기 디자인을 받아 잡화 상점이나 무기 상점의 배경으로 배치하는 등의 작업도 이루어지고 있다.

캐릭터와 배경 디자인의 차이점은 무엇이 있는가?
캐릭터는 그 캐릭터 안에 자체의 시나리오나 개성, 화풍 등이 모두 집약되어 있는 반면, 배경은 이런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여 시나리오를 따라 자유롭게 어우러지도록 만드는 역할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보다는 건축, 무대 설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부분에 강조를 줄 수가 없는 점이 캐릭터와 가장 다른 점이다.


▲ 새롭게 공개된 원화 중 한 장

작업 시에도 배경은 캐릭터 작업과는 다르다. 일단 배경 디자이너들에게 작업을 시키면, 서로 최고의 퀄리티를 가진 오브젝트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오브젝트들을 배경에 모두 집어넣는다면? 십중팔구 오브젝트들끼리 서로 따로 노는 배경이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배경 작업 시에는 강조가 필요한 하나의 포인트를 제외, 나머지 오브젝트들의 퀄리티를 살짝 낮춰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기획과 많은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기획팀과 많은 충돌이 있었는가?
기획 시나리오 상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지만 순식간에 지나는 장소를 만드는 부분에서 많은 충돌이 있었다. 대표적인 부분들이 시나리오가 주로 진행되는 에픽 퀘스트 부분인데, 기획팀에서 쉽게 양보하지 않아 매우 피곤했었다.

기획 때문에 배경을 고쳐야 하는 상황이 있었는가?
충각단 남해함대의 경우가 기획 때문에 배경에 많은 수정을 가한 부분이다. 처음에 충각단 남해함대를 디자인 할 때, 다리를 지나서 해골 건물을 바라보는 시점을 기반으로 완성했다. 하지만 완성된 후, 충각단 남해함대가 던전으로 활용되는 기획으로 변경되면서, 가운데에 벽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했었다. 벽을 만들게 되면 기반으로 했던 해골 건물을 바라보는 시점이 사라지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고, 결국 담을 살짝 만들고, 떨어지면 죽게 만드는 등 우회 작업을 통해 수정했다.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새로 나올 지역에서도 기획으로 인해 갈아 엎은 장소가 한 곳 존재한다.


▲ 기획팀과 많은 충돌이 있었던 충각단 남해함대 지부

만들어놓고 보람이 있던 장소는?
모든 곳에 심혈을 기울여 구현했지만, 가장 고생이 많고 어려웠던 부분이 무일봉이라 기억에 남는다. 무일봉은 처음에는 ‘머털도사’에서 나오는 ‘누덕봉’을 모티브삼아 구현했는데, 로그인하자 처음 보이는 장면이 너무 수수했기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 경공이 주력 콘텐츠로 등장했고, PD와 협상을 통해 얻은 몇 일 사이에 전부 갈아 엎어서 만든 장소가 무일봉이었다.

블레이드앤소울에서는 계절, 환경에 따라 배경 변화를 볼 수 있을까?
배경 변화는 이벤트가 생겼을 때 배경이 바뀌는 등 지금까지 사용되어 왔다. 이런 배경 변화는 던전 진행 상황에 따라 빛이나 이펙트가 변경되는 방식으로 계속 사용될 예정이다. 그 외에 날씨에 따른 변화는 새롭게 추가되는 지역에서 볼 수 있을 예정이다. 아쉽지만 계절에 따른 배경 변화는 아직 고려만 하고 있는 사항이다.

아이온이나 리니지2에 비해 블레이드앤소울의 하늘 풍경이 심심하다
지금까지 테스트를 거치는 중이었다. 다음 테스트에서는 구름이 흘러가거나 낮과 밤이 바뀌는 등 더 화려한 모습을 보여 줄 예정이다.


▲ 신규 지역의 스크린 샷, 구름 사이로 무언가 날아가고 있다

PC판과 콘솔판의 최적화는 따로 되고 있는가?
PC 개발팀에서 한 최적화를 콘솔 개발팀에 전달하고, 이를 한번 더 최적화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애초에 PC와 콘솔의 데이터 흐름 등 다양한 부분에서 차이점이 있어 아예 따로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2차 테스트에 비해 3차 테스트에서 달라지는 점이 있는가?
2차 테스트 기간까지 완성되지 않은 더미 데이터가 던전이나 어셋 등에 많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3차 테스트는 이런 부분들이 모두 완벽한 데이터로 구성되어 더 높은 퀄리티를 보여 줄 예정이다. 또한 하늘을 표현하는 부분 등 2차 CBT에 비해 다양한 변화들이 준비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3차 테스트를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한마디
이런 말을 스스로 하기에 민망하지만 ‘강호에 어서 오십시오.’


▲ 이번에 공개된 신규 콘셉트 원화


▲ 이번에 공개된 신규 지역의 스크린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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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엔씨소프트
게임소개
'블레이드앤소울'은 '아이온'에 이은 엔씨소프트의 신작 MMORPG로, 동양의 멋과 세계관을 녹여낸 무협 게임이다. 질주와 경공, 활강, 강화 등으로 극대화된 액션과 아트 디렉터 김형태가 창조한 매력적인 캐릭터를...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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