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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홀, `개발자를 작업자가 아닌 동반자로 대하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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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뱅뱅사거리를 향해 한참을 걸어가다 보면, 블루홀 스튜디오의 ‘둥지’를 만날 수 있다. 제법 큰 빌딩의 2층 전체와 3층 절반 정도를 쓰고 있는 블루홀 스튜디오는 지금 한창 ‘테라’의 개발에 여념이 없다. 일반적인 게임개발사의 모습이라면 모두 비슷비슷하겠지만, 유독 게이머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따로 있다. 단 하나의 MMORPG 개발을 위하여 백 여명 이상의 개발자가 투입되었으며, 그 게임으로 온라인 게임의 역사를 새로 쓰겠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한다. 당연히 ‘테라’ 이야기다.

MMORPG 명가(名家)를 꿈꾼다

아무리 규모가 큰 게임개발사나 자금력이 풍부한 퍼블리싱 업체라고 하더라도 쉽게 만들 수 없는 것이 대형 MMORPG다.

이미 ‘빅3’라 불리던 게임 서비스 사례에서 보여지듯이 대작 MMORPG 개발은 한 게임 개발사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다.

그렇다면 이제 막 설립 2년을 넘은 블루홀 스튜디오에게 ‘테라’는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어떤 ‘환경’에서 개발되고 있는 지 궁금해졌다.

기자가 찾아갔던 시간은 점심시간도 지난 오후. 썰물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곧 끊기고 굳게 닫힌 개발사의 문을 열고 나온 것은 블루홀 스튜디오의 김강석 대표다. 지난 한게임 인비테셔널 행사 이후 한 달여 만에 만난 김강석 대표는 밝게 웃으며 기자를 반겨주었다.

블루홀이 생각하는 `테라`의 의미는 분명했다.

 ▲ 블루홀 스튜디오 김강석 대표이사

“테라는 MMORPG 명가(名家)를 지향하는 블루홀 스튜디오의 첫 시작이기 때문에 상업적인 성공뿐만 아니라 게임의 퀄리티에서도 게임 역사를 두고 평가할만한 게임이어야 합니다. 국내 MMORPG 역사가 10년이 넘었습니다. 이제는 게이머들의 입맛이나 트렌드도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게임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를 반영하면서 게이머들에게 기대와 설렘을 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것이 블루홀의 목표입니다.”

게임회사의 ‘기본과 상식’, 시작부터 전통을 만드는 회사

먼저 김강석 대표를 통해 회사를 간단하게 둘러보고 소개를 받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식사 후에는 직원들과 휴게실에 있는 콘솔 게임기를 통해 ‘위닝 일레븐’같은 축구게임도 함께 즐긴다고 말했다. 그는 마침 휴게실에서 커피 한 잔을 가져가려는 사람과 함께 즉흥적으로 `한 게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흔히 잘 나가는 게임 개발사라면 쉽게 떠오르는 가벼운 분위기의 휴게공간은 블루홀 스튜디오에도 있다. 관리하는 사람도 따로 없기 때문에 원한다면 직원 누구나 자유롭게 커피나 차, 음료를 먹거나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엔씨소프트, 넥슨, 네오위즈게임즈 등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복지를 자랑하는 게임업체에서 온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굳이 내세울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블루홀 측의 설명이다.

 ▲ 블루홀의 문을 열고 제일 처음 만나는 로비 겸 휴게공간은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실속있게 만들어졌다. 음료수를 마실 수 있는 공간과 `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함께 어우러져있다.

블루홀 스튜디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게임 개발사답게 제작 부문. 일단 개발 스케줄에 따라 업무 강도가 높은 개발자들을 배려하여 되도록이면 천장이 높고, 창문의 개폐가 가능하며, 개별 냉난방이 가능한 현재의 건물을 골랐다고 말했다. 여기에 개발자들이 여러 층을 나눠 쓰지 않고 한 층에 모두 모일 수 있도록 넓은 면적의 공간도 최대한 고려했다. 김강석 대표가 생각하는 ‘기본과 상식’이다.

사장실? 임원실? 일반 개발자들과 똑 같은 환경에서 일한다

블루홀 스튜디오는 김강석 대표와 박용현 실장이 각각 경영 전반과 제작실 관리로 나뉘어져 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나누어 가졌다. 많은 인원이 하나의 프로젝트에 매달리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드급(매니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김강석 대표가 지적했다.

‘테라’는 오는 여름 첫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개발 스케줄은 매우 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개발실을 이곳 저곳 돌아보면서 개발 현장의 숨죽인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모니터에는 현재 개발 중인 각종 지역의 원화 및 모델링 작업 페이지, 메신저 등이 어지러이 보였다. 촘촘하게 놓여있는 책상에는 거의 빈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채용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 기자가 개발사를 찾는 이유는 개발실의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서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어깨 너머로 보이는 게임 이미지는 `덤` 백여명이 넘는 개발자들이 빼곡하게 자리잡은 블루홀의 풍경은 여느 개발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블루홀에서는 일반적인 회사에서 인사팀이라고 부르는 것을 피플팀이라고 부릅니다. 직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죠. 지난 2년 동안 이직률도 10명 미만이었습니다. 그나마도 개인적인 일이나 건강상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그만둔 경우가 다수였습니다.”

블루홀 스튜디오를 돌아보면서 알게 된 또 하나의 사실은 김강석 대표의 공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일반적인 회사의 넓은 사장실은커녕 일반 직원과 똑 같은 책상과 의자를 썼다. 자리만 개발실이 아닌 경영 지원, 전략, QA 인원이 주로 모여있는 2층이 아닌 3층에 있었다. 심지어 CSO인 장병규 대표의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칸막이로 나뉘어진 한 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에 김강석 대표의 데스크톱과 노트북이 자리가 비좁다는 듯 놓여있었다.

 ▲ 회사 소개 중에 우연히 카메라에 담긴 김강석 대표, 3층에 자리잡은 김 대표의 공간은 일반적인 사장실이나 임원실과는 거리가 먼, 보통의 평사원과 다를 바 없었다. 잠시 업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개발자가 작업자가 아닌 동반자가 되는 회사를 만든다

개발공간도 부족한 상황이며, 향후에도 사장실 같은 공간을 따로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김강석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손님이 찾아와도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휴게실을 이용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아직 게임의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경영자인 김강석 대표의 이야기와 설명으로만 우리는 블루홀 스튜디오의 이미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게임사업을 오랫동안 해 온만큼 김강석 대표는 블루홀 스튜디오의 경영에 대해서도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직원을 새로 채용하는 면접이나 퇴직이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직접 상담을 하고 있다.

“게임업체의 경우 예측 불가능한 사고가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임금이 체불되거나 갑자기 윗선이나 누군가의 지시로 인해 개발 중이던 게임이 엎어지거나 새로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채용 면접을 진행하면서 새삼 개발자들이 기업에 대한 신뢰감이 매우 낮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상처를 받으신 분들이 많았어요. 실제로 개발자들은 지인이나 인맥에 의해, 프로젝트에 의해 회사를 옮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의 가치나 생각에 공감해서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죠. 블루홀은 개발자를 기술자나 작업자가 아니라 동반자로 원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습니다.”  

 ▲ 애니메이션 파트 회의 모습, 최원경 파트장의 주도로 각 몬스터, NPC 애니메이션 담당 제작자들이 모였다. "광석캐기를 해봤어요?", "식물채집 모션을 해봤어요?", "에너지잡기를 해봤어요?" 개발현황 체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새로운 10년, 항해의 돛을 올리자” 블루홀 스튜디오는 온라인 게임 역사 10년 역사를 다시 시작하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세웠다. 과연 그들의 항해가 꿈에 그리던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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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비디오
장르
MMORPG
제작사
크래프톤
게임소개
논타겟팅 MMORPG '테라'는 '발키온' 연합과 '아르곤'과의 전쟁을 그린 게임이다. 언리얼 엔진 3를 기반으로 개발된 '테라'는 화려한 그래픽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휴먼과 케스타닉, 아만...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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