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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테라’ 게임판의 판도를 바꿀 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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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가 뜨겁다. ‘녹음 전 귀신을 보면 뜬다’라는 가요계 속설처럼 게임계에도 서비스 전 안팎으로 시끄러우면 게임이 뜬다’라는 속설이 있다. 일반 유저들은 잘 모르겠지만 요즘 테라가 지나치게 시끄럽다. 귀가 멍멍할 정도로…

개발자에게 있어 ‘고려’라는 단어는 중국집에서 ‘출발’이라는 말만큼 뻔하다. 그들에게 주어진 발언권이 자장면에 들어간 고기조각만큼이나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예, 아니오. 조차 말하기 겁내 하는 모습은 지나치게 현실적이면서 또 실감나게 비현실적이다. 지난 22일 역삼동 메리츠 빌딩에서 열린 ‘테라 2차 CBT 간담회’에서도 역시나 ‘고려’가 많이 언급됐다. ‘고려해보겠습니다’, ‘고려 중입니다’, ‘고려할 예정입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묵묵히 받아쓰기만 할 터였다. 하지만, 개발자가 언급한 ‘고려’의 뉘앙스가 다른 때와 사뭇 달랐다. 뭔가 큰일을 저지를 것 같은 분위기였다. 프리젠테이션이 끝나고 2차 CBT 버전 게임시연이 시작되자 생각보다 빨리 테라의 속내가 드러났다. 본심을 숨기기엔 흑심이 너무 적나라했다. 혼자 알기엔 너무 아까워 묵은 [기자수첩]을 꺼내 그 동안 쉬쉬했던 이슈를 한자씩 적어보았다.


너무 커져버린 프로젝트, 안팎의 말말말

일단 ‘언리얼3엔진’으로 밑 장을 깔았다면 애초에 커질 수 밖에 없는 프로젝트다. 엔진 순수 구입비용만 약 5억원, 로열티와 라이선스계약을 어떻게 체결했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약 15억원 정도는 덮어놓고 시작한다. 게다가 게임업계의 ‘품절남’인 언리얼3개발자를 영입해서 MMORPG를 위한 최적화 작업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밑그림도 그리기 전에 손이 덜덜 떨릴 판국이다. 현재까지 개발 비용은 약 330억 이상, 순수 참여인력만 150명 이상인 이 프로젝트는 초기 기획 단계에서 부터 내수용이 아닌 해외시장을 염두하고 개발되었다. 단순히 산술적인 수치만 따지고 본다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초기 투자비용과 맞먹으며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과도 비슷하다.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스케일은 분명 웰메이드.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시장의 판도를 바꿀만한 조커를 블루홀의 ‘테라’가 쥐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22일 1차 CBT를 통해 첫 선을 보였던 테라는 너무 수줍었던 탓인지 200명이라는 제한적인 인원으로 테스트를 벌여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언론매체와 사소한 트러블까지 생겨 단숨에 업계의 안주로 급부상 했다. ‘손이 가요. 손이가 테라 떡밥에 손이가요. 매체손, 업체손 자꾸만 손이가~’ 대화가 단절 될 땐 ‘테라’ 떡밥을 투척한다. 언제 어디서 씹어도 단맛이 나는 테라는 업계의 알찬 밑반찬이었지만 반대로 주목할 수밖에 없는 뜨거운 밥상이 됐다.


1차 CBT 단평, 심심한 논타겟팅 하지만 압도적인 비주얼

‘수줍은 뽀뽀’ 테라의 논타겟팅 액션 첫 느낌은 그랬다.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귀싸대기를 맞을 망정 키스이상의 스킨십을 도전하고자 하는 모든 늑대들의 욕망. 그 짜릿한 스릴감과 손맛을 대변해주질 못했다. 논타겟팅 MMORPG라는 이슈를 등에 업었기 때문에 가마소프트의 불세출의 명작 ‘릴(Ryl)’의 액션성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분명 실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타격감, 사운드, 조작법등 매우 충실하게 다져진 기본기는 테라가 ‘물건’임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기대했던 그것과는 다르지만 블루홀이 이끄는 ‘테라’의 방향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다만, 비주얼 부분은 이미 한계를 넘나들고 있는 것 같아 최적화 부분에서 얼마만큼 양보할 것인 것 궁금해진다. 사실 테라와 그래픽을 견줄만한 온라인 게임들은 많이 있지만, 심리스 방식의 MMORPG에 논타겟팅 게임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특히 ‘다대다 PVP(전장)’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현재 구현된 그래픽이 그림에 떡일 가능성이 크다. 와우는 서버과부하를 견디지 못해 인스전장을 만들었고 워해머는 텍스쳐의 질을 떨어트려 과부하를 줄였고 가장 최근에는 아이온이 캐릭터를 마네킹형태로 만들어 대규모 전쟁 시 랙을 최소화했다. ‘압도적인’과 ‘환상적인’의 수사는 그저 프리뷰용으로만 쓰였을 뿐이다.

요컨대, 테라가 구현한 비주얼과 기술력은 동일장르의 게임으로써 압도적인 경지에 올라와있지만, 그것이 단지 현실적인 타협 이전에 구현 가능한 기술력의 한계를 뽐내려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그런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지 테라바이트급 불안감이 엄습한다. 아마 2차 CBT에서 조금 밝혀질 것이다.


2차 CBT에 거는 기대, 테라의 노림수

테라를 통해 유저들에게 확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려는 블루홀의 움직임이 숨 가쁘다.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확실한 건 일부는 의도했고 일부는 의도하지 않았다. 그래도 방향은 크게 엇나가지 않은듯하다. 올 하반기를 뜨겁게 달굴 테라의 행보에 주목하자. 그리고 이를 견제하기 위해 나오는 업체들의 움직임도 유심히 살펴보자. 가만히 살펴보면 게임보다 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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