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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아캄 나이트, 시리즈 대단원의 ‘닥구’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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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캄' 연대기의 종지부를 찍을 '배트맨: 아캄 나이트'가 왔다

2009년 출시된 락스테디 스튜디오의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은 슈퍼히어로게임은 거기서 거기라는 편견을 날려버린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방불케 하는 미려한 연출과 깊이 있는 스토리, 간단한 조작으로 화려한 액션이 가능한 ‘프리 플로우 시스템’에 영리한 퍼즐까지… 출시 당시 기준 1년 전 개봉한 영화 ‘다크나이트’의 흥행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뱃신’을 연호했던 기억이 난다.

2년 만에 등장한 ‘아캄 시티’는 전작의 장점들을 계승 및 발전시키는 한편, 세계관을 확장시켜 수준급의 오픈월드게임으로 거듭났다. ‘아캄 어사일럼’ 때만큼의 충격은 아니었지만 모든 면에서 발전한 게임성과 충실한 콘텐츠를 갖춘 후속작의 모범답안이었다. 락스테디가 직접 개발하지 않아 시리즈에서 열외 당하곤 하는 ‘아캄 오리진’도 베트맨과 악당들의 기원을 다룬 심도 깊은 스토리가 매력적이었다.

이처럼 버릴 작품 하나 없는 ‘아캄’ 연대기가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락스테디가 4년간 공들인 ‘배트맨: 아캄 나이트(이하 아캄 나이트)’가 지난 23일 PC, PS4, Xbox One으로 출시됐다. 시리즈 최초로 등장하는 ‘배트모빌’과 오리지널 악당 ‘아캄 나이트’, 오픈월드로 구현된 고담 시, 역대급 콘텐츠는 이미 갖춰졌다. 과연 ‘아캄 나이트’는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만한 명작일까? 본 리뷰는 저급한 PC포팅 문제는 논외로 두고 PS4판을 통해 게임성 자체를 평가하는데 집중했다.


▲ '배트맨: 아캄 나이트'  트레일러 'Gotham is mine'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락스테디의 4년은 헛되지 않았다, 100시간은 우스운 방대한 콘텐츠

‘아캄 나이트’는 조커의 최후로부터 9개월 후를 그린다. ‘아캄 시티’ 사태를 거치며 고담 시에도 겨우 평화가 찾아온 듯 했으나, 한층 강력해진 공포 가스를 내세운 ‘스케어크로’가 등장하며 다시금 배트맨이 나서게 된다. 도시에 공포 가스를 살포하겠다는 ‘스케어크로’ 협박에 시민들은 떠나버리고, 여러 악당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의문의 적 ‘아캄 나이트’가 이끄는 민병대까지 가세하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 '아캄 어사일럼' 때와 비교도 안되는 위압감을 풍기는 '스케어크로'


▲ '아캄' 최초의 오리지널 빌런으로 기대를 모은 '아캄 나이트'

여기까지가 ‘아캄 나이트’ 도입부다. 이것만 봐도 작은 수용소나 격리지구가 주무대였던 전작들과 비교도 안되게 판을 키웠음을 알 수 있다. 고담 시는 3개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나 하나가 ‘아캄 시티’와 비슷하거나 더 크게 느껴졌다. 이곳에는 수많은 악한들과 전차가 배회함은 물론 깊이 있는 메인스토리와 14개의 굵직한 사이드미션들이 마련돼 있다. 게임 내에서 현재 클리어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데, 서브퀘스트까지 알차게 즐기려면 100시간으로는 어림도 없어 보였다.

사이드미션에서는 전작의 인물들이 재등장하는가 하면 처음으로 모습을 비추는 악당도 있다. ‘아캄’ 연대기 마지막 작품인 만큼 전작에서 언급된 ‘허쉬’, ‘아즈라엘’ 이야기도 제대로 끝을 맺는다. 전체적으로 모든 미션이 뛰어난 연출과 다채로운 플레이 방식을 갖췄으며, 약방의 감초 ‘리들러’ 또한 한층 영리한 수수께끼들을 들고 나왔다.


▲ 3개 섬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고담 시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다


▲ 포기를 모르는 근성남 '리들러', 그나마 이번 퀴즈는 참신해서 덜 질린다

전작 ‘아캄 시티’ 사이드미션이 메인스토리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반면 이번 작에서는 중심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각각의 사건으로 연결되는 식으로 구성됐다. 이처럼 당위성를 부여하는 연출 덕분에 게임에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다만 ‘베인’, ‘미스터 프리즈’ 등 쟁쟁한 악역들을 재치고 새롭게 합류한 ‘맨배트’, ‘피그’ 등은 기존 악역들에 비해 캐릭터성이 심도 깊게 표현되지 못했다. ‘아캄’ 최초의 오리지널 빌런 ‘아캄 나이트’ 역시 트레일러의 위압감과는 달리 ‘스케어크로’보다 적은 비중과 애매한 역할로 아쉬움을 준다.

▲ 새로 합류한 악당들은 '베인', '미스터 프리즈' 등에 비해 다소 매력이 떨어진다


▲ 출시 전 기대에 비해 게임 내 존재감이 오락가락하는 '아캄 나이트'

과연 ‘아캄’ 종결자! 한층 발전된 비쥬얼과 액션성

거대한 오픈월드로 구현된 고담 시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경관을 보여준다. ‘아캄’ 특유의 아르데코 양식에 부분적으로 미래적인 디자인도 보이며 건물 외벽에 새겨진 작은 문양 하나까지도 뭉개짐 없이 세밀하게 표현됐다. 여기에 하늘 높이 솟은 웨인 타워부터 시계탑, 파넷사 스튜디오 등 특색있는 건물들이 즐비해 그저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 고담 시에서 가장 높은 웨인 타워에서 바라본 도시 전경


▲ 아무리 봐도 좀 과하게 개성이 넘치는 도시다

그래픽 발전은 액션에도 활기를 불어넣었다. 전투 동작은 한층 자연스러워졌으며 타격 시 스파크가 튀고 칼날의 궤적을 따라 빛이 감도는 등 시각효과도 화려해졌다. 여기에 단숨에 다수의 적을 쓸어버리는 ‘연속 테이크다운’과 무기 뺏어 쓰기, 주위 환경을 이용한 제압기술 추가 등 시스템적으로도 큰 발전을 이뤘다.

특히 게임 중간중간 이루어지는 ‘나이트윙’, ‘캣우먼’ 등 동료와의 태그매치는 이번 작의 백미라 할만하다. 두 캐릭터를 자유롭게 오가며 적들을 패대기치는 것은 혼자 싸울 때보다 속도감도 좋고, 특히 ‘협동 테이크다운’ 연출은 절정에 달한 액션을 보여준다. 태그매치는 분량이 너무 적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인상적인 요소였다.


▲ 격투전은 대단한 혁신은 없지만 한층 더 다듬어졌다


▲ 이번 작에 백미는 역시 태그매치! 분량이 적은 것이 흠이다

지나친 비중과 강제성으로 빛이 바랜 배트모빌

‘아캄 나이트’는 ‘배트맨’의 상징 중 하나인 ‘배트모빌’을 핵심 콘텐츠로 내세웠다. 1200마력에 달하는 이 강력한 차량은 특별한 제한이 없는 한 고담 시 어디에서나 불러낼 수 있으며, 주행모드에서는 작중 어떤 차량보다도 빠른데다 순식간에 탱크로 변할 수도 있다. ‘아캄 어사일럼’부터 이어져온 대인전투에 드디어 중장비를 활용한 액션이 추가된 것이다.


▲ 과하면 모자란 것만 못한 법, 호불호甲 '배트모빌'

문제는 ‘배트모빌’ 사용이 너무 잦고 강제적이라는 것이다. 무수히 반복되는 전차전은 그저 공격과 회피, 유도미사일 3개 패턴으로 압축되기 때문에 그래픽을 걷어내고 보면 미니게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특히, ‘데스스트록’처럼 당연히 격투를 벌일법한 보스조차 ‘배트모빌’로 상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나마 주행모드는 시원스런 속도감이 살아있지만, 제어가 어려워 추격미션에서 곤욕스럽기도 하다. 아울러 ‘배트모빌’을 이용해 건물 사이를 오가고 옥상 위를 돌아다녀야 하는데 자칫 땅에 떨어질 경우 처음부터 다시 올라가야 해 반복되는 과정에 따른 피로가 몰려온다.


▲ 장애물을 박살내며 질주하는 순간만큼은 정말 끝내준다


▲ ...문제는 재미도 감동도 없이 반복되는 전차전


▲ '배트모빌'로 어딜 오르거나 뛰어다니는 것도 조금 피곤하다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 장점들, 결론은 역시나 ‘닥구’ 나이트

‘아캄 나이트’는 분명 완벽한 게임은 아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배트모빌과 존재감이 약한 신규 악당들, 인상적인 보스전의 부재 등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시종일관 몰입하게 되는 스토리와 뛰어난 연출, 한층 발전한 액션, 그리고 무엇보다 배트맨에 대한 심도 깊은 주제의식이 단점을 커버한다.

콘텐츠 달성률 100%에 도달했을 때 볼 수 있는 ‘진엔딩은 여러분의 가슴 한 켠에 진한 여운을 남길 것이다. ‘아캄 나이트’는 전작를 즐겼거나 혹은 배트맨을 좋아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저 액션게임을 선호하는 유저라도 시쳇말로 ‘닥구’할만한 걸작이다.


▲ 새로운 슈트는 정말이지 끝내준다


▲ 락스테디와 관련한 놀라운 반전을 간직한 '아캄 나이트'


▲ 이번 작의 진정한 승리자는 미소녀화한 캣우먼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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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액션
제작사
락스테디스튜디오
게임소개
'배트맨: 아캄 나이트'는 DC코믹스의 영웅 '배트맨'을 소재로 삼은 잠입 액션 게임 '배트맨: 아캄'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이다. '배트맨: 아캄 나이트'는 '배트맨: 아캄 시티' 이후를 다뤘으며 고담시를 무대로...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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