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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유저를 위해서’라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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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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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게임메카 이구동성입니다. 이번 주 내내 끈적끈적한 날씨가 계속됐는데, 우리 독자 여러분들은 괜찮으신가요? 앞으로 더 더워진다니 몸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주 업계에는 늘 그렇듯 여러 이슈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슈를 꼽으라면 역시 ‘서든어택’ 재계약을 둘러싼 CJ E&M 게임즈(이하 넷마블)와 넥슨-게임하이(이하 넥슨)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알다시피 넷마블과 게임하이의 ‘서든어택’ 서비스 계약은 오는 7월 종료되는데, 넥슨이 게임하이를 인수함으로써 재계약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럼 이번 사건을 간단하게 정리해볼까요? 양 사의 이번 갈등은 넷마블에서 먼저 터뜨린 ‘폭로’가 화근이 됐습니다. 지난 5월 30일, 넷마블의 남궁훈 대표가 협상을 진행하며 게임하이에 제시한 계약금이나 수익배분율 등을 모두 공개했기 때문이지요. 일종의 ‘선제공격’이었던 셈입니다. 게다가 제시조건이 넥슨에 훨씬 유리한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일단 여론은 넷마블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였습니다. 당시 NDC 행사로 분주하게 지내고 있던 넥슨은 갑작스런 넷마블의 공세에 큰 압박을 받았겠죠. 시쳇말로 ‘물 먹은 셈’입니다.

이에 지지 않고 넥슨도 맞불을 놨습니다. 넷마블에서 밝힌 내용은 사실과 다르니 여론을 호도하지 말라는 식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죠. 또한 넷마블이 그동안 ‘서든어택’의 이용자 풀을 활용해 타 FPS에 힘을 실어주려고 한다면서 크게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넷마블이 ‘서든어택’을 진심으로 서비스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이용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는 거였죠. 결국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양 측은 계속되는 입장발표를 통해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가며 점점 지저분해졌죠.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양 측 모두 싸움의 명분이 같다는 점입니다. 바로 유저를 위해서라는 거죠. 수긍할 수 없는 말이지만, 기업 이미지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저런 표현을 쓸 수밖에 없었겠죠. 그럼 이번 사건에 대해 게임메카 독자 분들의 의견을 좀 볼까요?

ID religion6 “유저 볼모로 잘하는 짓이다”

ID 카콜라 “그냥 돈 좀 더 많이 벌고 싶다고 해”

ID 애깅스 “기업의 이미지 메이킹이라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어떤 형태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지만 이상하게 넥슨이 나쁜 X같이 보임 ㅋㅋㅋㅋ”

ID GM포스 “넷마블은 서든어택에서 초딩유저들로 인해 돈을 벌고, 넥슨은 메이플에서 초딩유저들로 인해 신나게 돈을 벌었다. 어디로 가나 그게 그거라는 소리다. 중간에서 얻어터지는 게임하이가 불쌍할 뿐이다. 하여튼 대형 기업들은 돈을 더 못 가져서 안달이구나”

현재 넷마블의 상황은 그야말로 ‘이판사판’입니다. ‘서든어택’이 넷마블의 전제 게임 매출의 20%나 차지할 정도로 그 비중이 큰데, 계약 종료일이 코앞까지 다가온 마당에 넥슨은 질질 끌기만 하고 있으니 참 답답했겠죠. 그래서 이판사판으로 폭로전을 선택하게 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타이밍’까지 노린 것으로 보아 계획적으로 준비한 모양새죠. 그러나 협상 과정 중에 그 내용을 공개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상장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NDA가 체결되지 않았더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더 조심해야 하죠. 일부에서 비난여론이 일고 있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이 카드를 선택해 결과가 좋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을 경우 감내해야 할 비난의 몫은 몇 배나 되겠죠.

이와 반대로 넥슨의 상황은 ‘격화소양’이라 불릴만합니다. 애초에 게임하이를 인수할 때부터 넥슨은 ‘서든어택’의 자체 서비스를 염두에 두었을 것입니다. 당연한 거겠죠. 그러나 서비스사가 옮겨졌을 경우 유저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게임 DB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게임 DB는 넷마블이 쥐고 있으니 참 난처했겠죠. 결국 게임 DB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퍼블리셔 몰래 유저들이 스스로 캐릭터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패치까지 감행하는 깔끔하지 못한 행동까지 저지르게 됩니다. 말 그대로 ‘격화소양`. 신발을 신고 발바닥을 긁는다는 의미로 문제 해결을 위해 뭔가는 하지만 핵심은 찌르지 못하고 겉돌고만 있는 상황인 것이죠.

옛말에 ‘견리사의’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이익을 보면 의를 먼저 생각하라는 의미인데요, 이는 역설적인 표현일 뿐이고 결국 눈앞의 이익만 탐하지 말라는 거죠. 현재 넷마블과 넥슨의 상황이 이렇습니다. 원래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게 목적이긴 하나,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두 기업이 ‘유저’를 볼모로 이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참 안타깝네요. 넷마블의 남궁훈 대표가 사의표명까지 한 마당에,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양 측은 이런 저런 후폭풍에 머리가 지끈거릴 수밖에 없겠네요. 기업과 기업은 ‘신뢰’보다는 역시 ‘돈’이 더 중요하다는 현실을 잘 일깨워준 사건 같습니다. 그래서 ‘견리사의’라는 말이 더 생각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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