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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적으로 만날 때 반가운, 게임 속 '노답' 캐릭터 T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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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위 정하는 남자]는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 당시 한 말이죠. 과연 자타공인 국내 ‘일류’ 기업다운 모토지만, 1등을 제외한 절대 다수에게는 야박한 소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사회라니… 당장 전국의 ‘폭풍 저그’ 추종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되돌아보면 그간 ‘순위 정하는 남자’도 너무 각박하지 않았나 반성합니다. 근 8개월간 연재를 이어오며 필자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게임 속 최고의 미녀, 최강의 무기, 최악의 보스만이 가득했죠. 외모나 실력이 떨어지는 캐릭터는 가차없이 후보에서 제외했습니다. 뭐, 여기서 안 뽑혔다고 게임 캐릭터가 상처받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오늘은 순위 맨 꼭대기가 아닌, 밑바닥에서 다섯 캐릭터를 찾아냈습니다. 그야말로 선택하는 것 자체가 페널티이며, 아군일 때보다 적으로 만났을 때 더욱 반가운 최약의 존재들이죠. 그렇다고 굳이 이들을 피하거나 내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외모나 성격이 마음에 든다면 애정을 가지고 육성해주세요. 세상에 게이머의 열정으로 구원할 수 없는 캐릭터는 없답니다.

5위 알쳄(영웅전설 4), 회복 아이템보다 쓸모가 없는 힐러


▲ 겉보기에는 훌륭한 파티원처럼 보이는 '알쳄'

5위는 ‘영웅전설 4: 주홍물방울’에 등장하는 백마법사 ‘알쳄’입니다.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는 상냥한 마음의 소녀로, 우연찮게 주인공 일행을 만나 함께 사교도의 음모를 추적하게 되죠. 여성 동료 중 수위를 다투는 미모에다가 게임에 몇 안 되는 백마법사인지라 초심자 파티에 곧잘 기용되는 편입니다. 그녀의 진실을 아는 유저는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습니다만.

보통 RPG를 하면 ‘파티에 힐러 한 명쯤은 있어야지’하고 생각하죠. 그래서 마침 초반에 만날 수 있는 ‘알쳄’이 꼭 필요한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첫 번째 함정이죠. ‘영웅전설 4’는 시스템상 힐러가 전혀 필요치 않거든요. 회복 마법의 사정거리가 한 칸밖에 안되고 범위 효과 같은 것도 없어서 넘쳐나는 회복 아이템보다 나은 점이 없습니다. 기동성까지 따지면 아이템만도 못한 셈이죠.


▲ 일각에서는 자애로운 심성을 고평가하기도
(영상출처: 유튜브 demysoul 채널)

그렇다면 힐러 외에 쓰임새가 있느냐? 이것이 ‘알쳄’의 두 번째 함정입니다. 마력 외에 모든 능력치가 전부 하위권인데다 HP는 동료 12명 중 최저에요. 후반에는 전투가 시작함과 동시에 즉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나마 연애(…) 이벤트라도 기대하겠지만, 아쉽게도 스토리상 비중은 공기에 가깝죠. 결국 ‘알쳄’은 소중한 파티원 슬롯 하나를 스스로 봉인하는 하드코어 플레이 외에는 쓸모가 없습니다.

4위 히비키 단(스트리트 파이터 제로), 약체의 운명을 타고난 무도가


▲ 모르고 선택한 이의 동전을 집어삼키는 '히비키 단'

3위는 ‘스트리트 파이터’의 감초 ‘히비키 단’입니다. 주인공 ‘류’와 ‘켄’의 직계 사형으로, 황당할 정도로 어설픈 실력과 미묘한 분홍색 도복이 트레이드마크죠. 밸런스가 최우선인 격투게임에서 아예 대놓고 성능이 떨어지는 보기 드문 캐릭터입니다. 풍림화산류를 익히기는 했지만 제대로 숙달하기도 전에 파문 당한지라 기술이 죄다 엉터리에요.

손바닥에서 곧바로 소멸하는 파동권과 상승 시 무적판정이 없는 승룡권, 주먹을 내지른 후 손목을 접질리는 정권 지르기까지 도무지 어떻게 써먹을지 막막합니다. 그렇다고 통상기가 받쳐주는 것도 아니고 기본적인 판정, 딜레이, 위력까지 어느 것 하나 괜찮은 점이 없어요. 필살기 ‘도발전설’은 그야말로 화룡정점인데, 화면을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상대를 놀리는(…) 것이 전부입니다.


▲ '용호의 권'의 두 주인공 '로버트'(좌)와 '료'(우)를 합친 것

이처럼 격투게임의 불문율은 깨는 최약체가 탄생한 배경에는 캡콤과 SNK의 첨예한 대립이 있었습니다. 1992년 SNK가 ‘스트리트 파이터’의 ‘류’와 ‘켄’을 모방해 ‘용호의 권’을 내놓자, 이에 격분한 캡콤이 반대로 ‘용호의 권’ 주인공들을 희화화하여 ‘히비키 단’을 만든 것이죠. 애초에 경쟁사를 비꼬기 위해 만든 캐릭터이니 필연적으로 성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3위 부스터(포켓몬스터), 높은 종족치가 아까운 허당 포켓몬


▲ 귀엽기는 무지 귀여운 부스터, 그런데 그게 끝이다

2위는 ‘포켓몬스터’ 1세대의 ‘부스터’입니다. 다양한 속성으로 변화할 수 있는 ‘이브이’에게 불꽃의 돌을 사용한 결과죠. 다른 진화형에 비해 ‘이브이’ 본연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어 복슬복슬하니 귀엽고, 종족치도 준수합니다. 특히 공격 수치가 130이나 되는데 이는 불꽃타입 포켓몬 전체를 통틀어서도 몇 없는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그러나 걸출한 공격력을 살리기에는 ‘부스터’ 앞에 놓인 장애물이 너무나 많습니다. 우선 130이나 되는 공격력에 비해 다른 종족치가 너무나 암담합니다. HP도 낮고 속도도 떨어지다 보니 무언가 해보기도 전에 먼저 뻗어버리기 일쑤이죠. 종족치 불균형이 ‘이브이’ 계열 포켓몬의 숙명이라지만, HP만 높은 ‘샤미드’나 속도밖에 내세울 것이 없는 ‘쥬피썬더’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생존 자체가 가능하니…


▲ 잘못된 진로를 선택한 '이브이'가 한 마리 보인다

지나치게 협소한 기술폭도 ‘부스터’의 발목을 잡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진화형과 콘셉이 겹치는 것을 피하다 보니 불꽃타입 포켓몬이 뻔히 배울 수 있는 기술도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가령 햇빛을 모아서 쏘는 ‘솔라빔’은 이미 풀타입 진화형 ‘리피아’가 가지고 있어서 안되고, ‘번개엄니’는 ‘쥬피썬더’ 때문에 곤란하죠. 그나마 최신작에 들어서 불꽃계 최강인 ‘플레이드라이브’를 쓸 수 있게 됐지만, 경쟁자들은 메가 진화를 익히는 바람에 되려 격차만 더 벌어졌습니다.

2위 머키(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영웅과 악마들 사이에 끼인 아기 멀록


▲ 썩 호감가는 외형은 아닌데 이상하게 귀여운 '머키'

2위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귀염둥이 아기 멀록 ‘머키’입니다. 당초 ‘워크래프트 3’에 처음 등장한 멀록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은 하급 몬스터에 불과했죠. 그러나 물고기와 개구리를 반씩 섞은 묘한 외형과 ‘아옳옳옳’거리는 재미있는 울음소리 덕분에 점차 컬트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애완동물로 출시되는가 하면, ‘하스스톤’에서는 독자적인 종족군까지 부여 받았죠. 그리고 끝내 최고의 영웅과 악당들이 모이는 ‘시공의 폭풍’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불타는 지옥의 대악마, 칼날 여왕, 리치왕, 자치령 최고의 암살자가 운집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서 한낱 아기 멀록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게임에 구현된 ‘머키’는 스치면 죽는다고 할 정도로 극단적으로 허약한 캐릭터입니다. 가뜩이나 체력도 없는데 열심히 적에게 다가가 물고기로 때리고 점액를 묻혀야 하죠. 믿었던 궁극기조차 자신보다 더 작은 멀록들을 불러내 것이 전부이니 이건 뭐 답이 없습니다.


▲ 영상에서는 매우 강력해 보이지만, 멀록은 결국 멀록일뿐

그나마 ‘머키’의 강점이 있다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머키’는 이미 맵 여기저기에 알을 놓아두고, 사망 시 해당 위치에서 곧바로 부활하는 게 가능합니다. 대기 시간이 5초에 불과한데다 경험치도 거의 주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상대를 괴롭힐 수 있죠. 물론 그렇다고 너무 자주 죽다가는 가랑비에 옷이 젖듯 큰 손실을 보기도 합니다. 따라서 ‘머키’를 플레이할 때는 부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남들보다 두 배, 세 배는 더 기민하게 행동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아니면 그저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일 뿐이죠.

1위 황호(삼국지), 나라를 말아먹은 삼국 제일의 간신배


▲ 너무 배가 고팠던 나머지 촉나라를 말아먹은 환관 '황호'

1위는 ‘삼국지’의 촉나라 환관 ‘황호’입니다. 흔히 ‘유비’ 삼형제가 건국한 촉나라를 망친 주범으로 아들 ‘유선’을 꼽는데, 이 ‘유선’의 눈을 흐려 암군으로 만든 원흉이 바로 ‘황호’랍니다. 무당의 점괘를 맹신하여 전령이 가져온 정보를 일축하고, 틈만 나면 전방에 나가있는 장군을 모함해 혼란을 초래하는 등 적인지 아군인지 헷갈리는 전형적인 간신입니다.

원작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아부랑 협잡질뿐이니, 게임에서라고 대우가 좋을 리 없죠. 코에이 테크모 ‘삼국지’에 등장한 ‘황호’는 ‘잠혼’, ‘하후무’, ‘한현’ 등 기라성 같은(…) 무능력자 중에서도 독보적인 능력치를 부여 받았습니다. 최신작인 13편 기준으로 통솔 1, 무력 1, 지력 30, 정치 10으로 총합이 겨우 42에 불과하죠. 참고로 각 능력치의 상한성은 100이며, 대표적인 사기 캐릭터 ‘조조’의 경우 통솔 99, 무력 72, 지력 92, 정치 91로 총합이 350이 넘습니다.


▲ 매력 수치가 존재하는 11편에서는 그나마 총합 43을 달성했다

무력이나 정치력이 워낙 처참해서 지력 30이 상당히 높아 보이지만, 이 정도는 ‘여포’나 ‘허저’처럼 뇌까지 근육으로 들어찬 무장들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당연히 제대로 된 특기도 없어 내정을 시키기도 애매하고, 전투에 투입하자니 패전으로 가는 지름길이죠. 사형시키면 속이 후련하겠지만 ‘삼국지’는 워낙 인도적인 게임이라 자신의 신하를 참수할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최대한 먼 곳으로 전근을 보낸 뒤 내쫓는 것이 ‘황호’를 처리하는 가장 잘 알려진 팁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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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AOS
제작사
블리자드
게임소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블리자드의 대표 게임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이 총출동하여 전투를 벌이는 AOS 게임이다. 이전까지 '블리자드 도타', '블리자드...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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