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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게임 속 흙수저 TO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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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위 정하는 남자]는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극장가 대세는 단연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입니다. 마블코믹스 최고의 영웅들이 서로 적대한다는 충격적인 전개와 시종일관 펼쳐지는 현란한 액션이 버무려진 수작이죠. 영화 속 인물들은 ‘초인등록법’에 대한 찬반과 개인적인 원한이 뒤엉켜 두 패로 나뉘는데, 양측 멤버의 사회적 위상(?)이 하늘과 땅 차이라 온갖 유머 이미지가 양산되기도 했습니다.

‘아이언맨’측은 리더부터가 세계적인 재벌이며 ‘블랙 팬서’는 부유한 국가의 왕, ‘워머신’은 부자 친구를 둔 인정받는 미군 장교, ‘비전’은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존재로 그려집니다. 반면 ‘캡틴 아메리카’는 70년째 전역조차 못하고 있으며 친구 ‘버키’는 정서 불안한 상이군인, ‘팔콘’은 PTSD에 시달리는 퇴역병이라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조합이죠. 시쳇말로 흙수저가 따로 없습니다.

흙수저란 부잣집 자식에 대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표현을 살짝 비튼 것으로, 태생이 불우하거나 장래가 불투명한 삶을 뜻합니다. 날 때부터 흙이나 곱씹어야 한다니 생각만해도 입이 텁텁한데, 이러한 비유가 유행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빈부격차를 방증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현실의 피난처인 게임에서는 흙수저도 답이 있을까요? 어우… 그럴 리가요. 그래도 영화배우 황정민의 명언처럼 '돈은 없어도, 가오는 있는' 멋진 캐릭터들입니다.

5위 타카츠키 야요이(아이돌 마스터), 숙주나물 축제를 꿈꾸는 빈곤돌


▲ 숙주나물과 어린 동생은 '타카츠키 야요이'의 트레이드마크

5위는 ‘아이돌 마스터’ 최고의 치유계 ‘타카츠키 야요이’입니다. 티없이 맑고 활달해 보이는 겉모습 그대로, 플러스 에너지로 속이 꽉 찬 소녀죠. 언제나 기운찬 언행과 착한 성품으로 팬덤의 사랑을 담뿍 받고 있답니다. 혹시 주위에 ‘아이마스’ 하는 친구가 뜬금없이 ‘웃~우~’하고 몸을 떤다면 100% ‘타카츠키 야요이’를 좋아하는 겁니다. 여러분도 따라 해보세요. “웃~우~”

이처럼 인기 아이돌이라면 은수저 정도는 가볍게 되어야겠지만, 작중 ‘타카츠키 야요이’가 지닌 돈은 겨우 38엔(한화 410원)뿐입니다. 아저씨 팬이 넘쳐나는 현실과 달리 게임 속에서는 아직 신인에 불과하니까요. 아이돌 활동 틈틈이 가사를 도맡아 하며 홀로 동생 넷(!!!)을 돌보는데, 학교에 낼 급식비가 없어 전전긍긍할 정도로 사정이 안 좋답니다.

‘타카츠키 야요이’의 흙수저스러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로 ‘숙주나물 축제’가 있습니다. 자신의 앨범 가격이 2,300엔(한화 2만5,000원)이라는 말을 듣자 질겁을 하며 “네에에엣? 그 정도면 저희 집에서 숙주나물 축제를 벌일 수 있어요!”라고 감탄한 것이 시초에요. 참고로 일본에서 숙주나물의 위상은 우리네 콩나물 정도로 저렴한 식재료의 대명사입니다. 그런 숙주나물조차 원 없이 먹지 못하는 소박함에 가슴이 아려오네요.

4위 크로우 브루스트(슈퍼로봇대전), 희대의 코인 드롭 시스템 장착자


▲ 슈로대 역대 최고의 수전노 주인공 '크로우 브루스트'

4위는 ‘제2차 슈퍼로봇대전 Z’ 주인공 ‘크로우 브루스트’입니다. 본래 ‘슈퍼로봇대전’은 온갖 로봇물이 난립하는 크로스오버작인만큼, 이를 한데 규합해야 하는 주인공은 대대로 무난한 인물상이었죠. 그러나 ‘크로우 브루스트’는 기존 클리셰를 비웃기라도 하듯 첫 등장부터 강렬한 흙수저 기믹을 밀어붙입니다. 돈도 없고, 집도 없고, 직장도 없고, 가진 거라곤 1G가 전부랍니다. 참고로 1G는 게임 내에서 통용되는 가장 적은 액수(…)죠.

단순히 찢어지게 가난한 거라면 모를까 여기에 100만 G에 달하는 엄청난 빚까지 있어 어떻게 수습이 안됩니다. 매일 설탕물로 연명하며 빚쟁이에게 쫓기며 살고, 다른 로봇물 캐릭터들과 얽히게 되는 계기조차 그저 돈이 될 것 같아서죠. 다만 조금 더 진득하게 살펴보면, 의외로 생각이 제대로 박힌 인물입니다. 사실 인생이 꼬여버린 것도 죽은 아버지의 빚더미를 외면하지 않고 본인이 떠안았기 때문이죠.

게임이 전개되며 ‘크로우 브루스트’에게 ‘스피어’라는 미지의 힘이 깃들어있음이 밝혀지는데, 발동을 위해선 흔들리지 않는 의지와 결단력이 필요하답니다. 다만 지나치게 몰입할 경우 목적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어 폭주하고 말죠. 이를 막기 위해 마련된 것이 바로 희대의 ‘코인 드롭 시스템’입니다. ‘크로우 브루스트’가 폭주할 기미가 보이면 자동으로 동전 떨어지는 소리를 내어 정신을 차리게 하는데, 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의 흙수저스러운 심층심리를 이용했답니다.

3위 마샬 로우(철권), 재벌들 상속 싸움에 가린 서글픈 출전 목표


▲ 남들은 재벌 상속 싸움할 때 생계를 위해 출전하는 '마샬 로우'

3위는 ‘철권’ 절권도 고수 ‘마샬 로우’입니다. 빠르고 강력한 기본기와 손쉬운 조작체계, 무엇보다 이소룡에서 따온 호쾌한 절권도로 잘 알려진 캐릭터죠. 출중한 실력에 나름 훈훈한 외모까지 갖췄으니 못해도 은수저는 될법한데, 그 실상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철권’ 최고의 흙수저랍니다. 등장인물에 1/3이 재벌인 게임에서 홀로 출전 목표가 가난 탈출이니 말 다했죠.

95년작 ‘철권’ 1편 당시 ‘마샬 로우’는 스물다섯의 젊은 나이에 생활고(…)를 벗어나고자 격투대회에 나서게 됩니다. 오직 상금만을 바라보며 힘겹게 싸움을 이어갔지만, 중국계 무술사 ‘왕 진레이’에게 패해 우승의 꿈이 좌절되고 말죠. 그나마 의적 ‘요시미츠’가 거리에 돈을 뿌릴 때 근처에 있었던 덕분에 아사를 면하고 자신만의 도장을 열게 됩니다.

여러 차례 도장 깨기를 견뎌내며 중년이 되었을 즈음, 동업자의 배신으로 ‘마샬 로우’는 다시금 빈털터리가 됩니다. 심지어 아들 녀석은 나잇값도 못하고 비행만 일삼는 실정이죠. 결국 일발역전을 노리고 4회째 대회에 참가하지만 당연하게도 또 탈락하고야 맙니다. 귀국할 여비조차 없어 현지 중식당을 전전하며 접시를 닦는 와중에 이번에는 아들이 남의 오토바이를 훔쳐 타다 사고를 냈다는 소식이… 아, 잠시 눈물 좀 닦아야겠습니다.

2위 게럿(시프), 게임 역사상 가장 흙수저스러운 직업의 주인공


▲ 천연 흙수저답게 꾀죄죄한 '게럿', 이래뵈도 명작의 주인공

2위는 잠입 액션게임 고전 ‘시프’에 ‘게럿’입니다. 도시의 시궁창과도 같은 슬럼가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도둑질을 해야만 했던 그야말로 천연 흙수저죠. 그나마 소매치기 대상 중 하나가 비밀결사 ‘키퍼’의 간부였던 터라 그에게 입양되어 한동한 무사히 보냈는데, 결국 손버릇을 못 버리고 탈주해 유명한 괴도로 거듭납니다. ‘키퍼’들은 그가 언젠가는 도시를 지켜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리라 여기고 조용히 지켜보죠.

게임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게럿’은 일개 도둑이 불과합니다. 비록 비밀결사에서 10대 시절을 보내긴 했지만, 그렇다고 여느 게임 주인공처럼 대검을 휘두르고 함성을 내지르거나 손끝에서 벼락을 내뿜을 수도 없죠. 대신 그는 어둠 속에서 움직이며 경비의 눈을 속이고 원하는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털어버립니다. 이러한 플레이야말로 ‘시프’의 묘미인데, 다 적고 보니 어딘지 이런 점까지 흙수저스럽네요.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게럿’을 움직이는 것은 정의감이나 영웅심이 아닌 탐욕과 증오입니다. 물론 최소한의 사리 분별은 하지만, 돈만 보고 일을 저질렀다가 그걸 수습하느라 진땀 빼는 경우가 훨씬 많죠. 악당을 처단할 때도 도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겪은 고초에 대한 복수를 한 것뿐입니다. 바로 이러한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이야말로 ‘시프’ 팬들이 ‘게럿’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괜한 영웅놀음보다는 서민적이고 좋지 않습니까?

1위 짐 레이너(스타크래프트), 가난한 농부의 아들에서 우주의 구원자로


▲ 중요한 것은 태생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임을 보여준 '짐 레이너'

1위는 ‘스타크래프트’ 진정한 영웅 ‘짐 레이너’입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끝내 전우주의 운명을 뒤바꾼 뭇 흙수저의 귀감이라 할 수 있죠. 게임 본편 이전 시점에 얘기를 공식 소설을 통해 볼 수 있는데, 영세 농민인 부모의 부담을 덜고자 10대 시절에 군에 입대한 효자입니다. 물론 복무하며 받는 봉급도 전부 집으로 송금했죠. 가진 것 하나 없지만 ‘천국의 악마들’ 소대에서 믿고 의지할만한 전우들을 만나고, 점차 거친 해병 생활에 적응해갑니다.

그러나 세상은 좋은 사람을 가만히 두지 않죠. 그의 상사 ‘밴더스풀’ 대령은 적과 내통하여 ‘천국의 악마들’을 희생시키고 자신은 큰 돈을 만질 계획을 세웁니다. 다행히 음모를 간파한 ‘짐 레이너’가 어떻게든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이미 소대원 대부분이 전사한 후였죠. 결국 부대로 돌아갈 수도 없게 되자 실력을 살려 범죄자가 되었는데, 나름대로 확고한 기준에 따라 움직이는 의적이었습니다.

당시 ‘짐 레이너’의 나날은 고통과 배신의 연속이었습니다. 심지어 그렇게나 아끼던 부모가 유독물질이 든 배급식량 때문에 쓰러졌다는 비보까지 날아들었죠. 아들이 범죄로 번 돈을 거부했기에 저급한 배급에 의존해야 했던 겁니다. 장레를 치른 후 ‘짐 레이너’는 마음을 다잡고 보안관으로 새 삶을 시작하죠.

아내도 얻고 아들 ‘조니’까지 낳았지만, ‘조니’의 초능력에 관심을 가진 ‘테란’ 연합 고위층 때문에 다시금 가족을 전부 잃게 됩니다. 이에 절망한 ‘짐 레이너’는 살아갈 힘도 목적도 상실하고 말았죠. 얼마 후 외계 종족 ‘저그’가 쳐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이후 이 올곧은 흙수저에게 벌어진 일은 ‘스타크래프트’ 1, 2편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세상 모든 흙수저 여러분,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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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비디오
장르
육성시뮬
제작사
반다이남코게임즈
게임소개
‘아이돌마스터 플래티넘 스타즈’는 아이돌 육성게임 ‘아이돌마스터’ 시리즈 신작으로, 시리즈 최초로 PS4용으로 개발됐다. 차세대 콘솔에 맞춰 완전히 일신된 미소녀 모델링과 향상된 그래픽을 선보이며, ‘765 프로...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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