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 그대로 재현한 느낌
게임의 소재가 되는
작품의 유명성만큼이나 게임의 그래픽에 신경을 써야 하는 작품 ‘드래곤볼 Z 무도회’.
이 게임이 나오기 전 스크린샷만 접한 사람들은 익숙한 2D애니메이션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3D캐릭터들을 보고 “또 허접한 게임이 되는거 아냐?”하고 실망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드래곤볼을 소재로 한 게임이 현재까지 무수히 많이 등장했으며 그중에는
완성도 측면에서 형편없을 정도의 작품들도 적지 않게 등장했기에 게이머들의 이러한
우려는 당연한 것. 하지만 정작 게임을 구해 오프닝을 감상하고 나면 그러한 것들은
괜한 우려였음을 금방 깨닫게 된다. 왜냐하면 실제모습과 다른 캐릭터들이라 하더라도
그 움직임이나 세세한 이벤트의 표현이 각 장면의 특징을 강조하는 형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근두운을 타고 날아다니는 모습이나 오반이 산을 타고 달려가는 모습,
그 배경으로 거대한 신룡이 나타나는 모습 등은 머리 속에 기억돼 있는 ‘드래곤볼’이란
이미지와 눈으로 받아들이는 장면들을 조화롭게 매치시켜 이 게임은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을
제대로 표현해 낸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 준다.
그래픽이 화려하지 않다고 해서 떨어지는 건 아니다
이제
게임의 내부를 들여다보자. 오프닝 동영상과는 다르게 메뉴화면이나 각종 시나리오의
소개 부분에서는 애니메이션 원화수준의 퀄리티를 보여줘 시각적인 만족을 돋궈준다.
하지만 게임 속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부분이 이벤트와 전투장면이니만큼 그것을
빼놓은 평가는 의미가 없는 것. 우선 게임의 스토리를 배경으로 한 이벤트 장면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각 장면들의 특징을 살려 표현해 냈다는 점에 만족할만한 편.
소위 그래픽이 뛰어나다는 게임들이 사용하는 CG기법이 아니라 풀3D로 표현된 만큼
환상적인 그래픽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눈을 자극하는 색깔들을 교환하는 기법
등을 통해(포켓몬스터의 피카츄가 전기를 발사하는 장면을 생각하자) 원하는 만큼의
장면강조를 이뤄냈다.
부드러운 움직임 표현이 압권
전투에서는 어떠한가?
매끄러운 캐릭터들이 펼치는 전투. 3D라고 해서 철권, 버추어파이터는 물론, 최고의
그래픽으로 평가받는 DOA 시리즈와 비교를 하는데에는 무리가 있다. 예로 든 게임들이야
게임 속에서 실제와 같은 느낌을 전달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진화해나가는 게임들이기에
이벤트 중심의 허구성에 강조를 둔 드래곤볼과는 진화방향이 다르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로 든 게임들만큼의 그래픽을 표현해낸다면 더 바랄 건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3D게임이라는 것만 놓고 볼 때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으로 폴리곤이 깨져 거친 느낌이 드는 것이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어떠한 공격,
효과에 마주한다 하더라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캐릭터의 움직임을 잘 표현했다.
실제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네르기파를 빠른 속도로 날리는데 반투명효과를 사용한
점과 각종 필살기 발동시 시간의 멈춤을 두어 그것을 더욱 강조한 점, 일정 지형
밖으로 나서면 특수효과가 발동해 새로운 지형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 등은 게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데 한몫을 했다. 단, 바위 등에 붙어서 전투를 벌일 때 바위가
투명해진다거나 하는 점도 있지만 그렇게라도 캐릭터가 보이지 않으면 전투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점은 넘어간다.
이벤트만을 중심으로 구성된 사운드
오프닝에서
흘러나오는 보컬송. 게임의 전반적인 느낌을 전달해주는 역할만 하기에 멜로디로서는
적절하다고 볼 수 있으며 메뉴화면에서 나오는 음악 역시 모험을 한다는 인상을 남겨주기에
따로 꼬집어 비판할 것은 없다. 이벤트 씬 역시 캐릭터의 음성 및 장면의 상황에
맞는 배경음악이 흘러나와 문제될 것이 없다. 반면 전투에서는 배경음악보다 효과음이
더 강조된 경향이 있다. 심지어 전투 중 흘러나오는 소리로 에네르기파를 발사할
때의 효과음이나 타격음, 주변지형이 부숴질 때의 소리만 들릴 수도... 적의 공격을
반격했을 때 벌어지는 연타경합에서는 “아다다다다다~~”라는 식의 외침만이 존재한다.
하지만 다른 요소로 게임에 몰입할 수 있기에 전투시 배경음악의 부재는 게임의 분위기
형성에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뭐, 시리즈 전반적으로 배경음악이 간소화된
경향도 있지만).
소소한 에피소드들의 생략은 아쉬워
이 게임은
오공이 성인이 된 후, 오반을 납치한 라데츠와의 전투를 시작으로 베지터, 프리저,
인조인간, 셀을 차례로 꺾어나간다는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재현한 만큼 스토리적인 면에서도 어색함을 찾을 수 없는데... 한편 게임을 1회 클리어한
후 나오는 서브스토리는 원작과는 또 다른 신선한 재미를 가져다 준다. 피콜로의
시점으로 각종 이벤트를 본다거나 베지터로 플레이, 셀이 크리링과 합체해 전투력이
추락한다는 등의 이벤트는 게임을 색다르게, 재미있게 즐기도록 도와준다. 토너먼트를
클리어한 후 출현하는 사탄의 미니게임 역시 원작에서 별 볼 일 없게 묘사됐던 미스턴
사탄을 최강의 캐릭터로 승화시켜줬다는데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인상깊었던 장면만을 추려서 보여주기에 원작에서 느낄 수 있었던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생략된다는 점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재미를 지속시키는 캡슐시스템
스토리, 토너먼트,
연습, 에디트 스킬, 옵션 등의 모드가 수록되어 있는 메인시스템. 이 게임을 즐기는
가장 큰 핵심은 캡슐의 획득 및 편집에 있다. 왜냐하면 스토리 모드야 2번만 플레이하면
모든 이벤트를 볼 수 있는 것이고 전투라 해도 캐릭터가 지닌 기술의 종류가 10개
안팎이니 지속적인 즐거움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는
새로운 요소의 출현, 모든 캐릭터 및 기술, 특수아이템 등으로 상징되는 캡슐의 획득에
게임을 즐기는 목적을 맞추는데... 캡슐은 스토리 모드에서 각각의 이벤트를 클리어할
때마다 획득할 수도 있고 토너먼트에서의 우승 상금을 통해 자신이 임의로 구입할
수도 있다. 한번에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소수이지만 그 종류만큼은 수백가지나 되는
만큼 충분히 오랜시간동안 게임을 즐기는데에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캡슐을 단순히
수집하는 목적으로만 사용한다면 그리 큰 의미는 없는 것. 각 캐릭터마다 소유할
수 있는 캡슐의 수를 제한해 놓아 취향에 맞는 효과를 부가로 설정하는 것 등은 게이머들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 플러스 점수를 준다. 좀 흔한 설정이긴 하지만
그를 통해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도 될 터, 캡슐시스템은 꽤 괜찮은
설정으로 봐도 무방하다.
또 다른 시점에서 본 스토리 모드는 칭찬
이벤트
진행 방식은 어떠한가? 애니메이션에 소개된 스토리 전체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강조될만한 이벤트만 추려 따로 장면을 만들고 그것을 클리어하면 또 다른
장면을 연이어 플레이하게 하는 방식. 물론 ‘드래곤볼’이란 것을 알고 즐기는 사람이야
중간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상상을 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기에 적절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모른다고 가정할 때엔 애니메이션에서 비중있게 다뤄졌던 캐릭터가
원래의 설정과는 다르게 “별 것 아니다”라는 듯이 평가될 여지도 있다. 주인공
오공의 시점으로 게임을 한번 클리어한 후 선택할 수 있는 장면 재현 등은 꽤 편리한
면이 있다. 이로써 자신이 원하는 장면만 다시 이벤트를 진행시킬 수 있다. 또한
메인 스토리와는 다른 시점, 다른 스토리로 진행되는 장면들이 새롭게 추가된다는
점도 신선하다고 볼 수 있다.
기력 게이지를 통한 전투밸런스 조정은
적절
이제 전투시스템을 살펴보자. 적에게 물리공격을 성공시킬 때마다
기력 게이지가 늘어나고 그것을 통해 변신, 특수효과의 사용, 필살기의 사용을 가능케
했다는 점이 전투시스템의 핵심이다. 에네르기파를 발사할 때마다 기력이 소모된다는
설정은 한쪽으로만 치우치게 되는 무제한적인 공격을 방지했다는 점에 게임 밸런스
형성에 기여한다(캡콤의 유명게임 스트리트파이트에서는 장풍을 무한으로 발사했다지...).
하지만 자유자재로 지상과 공중을 왕복할 수 없다는 것과 쓰러진 상대에게 계속해서
데미지를 가할 수 있는 것, 캐릭터 위치의 고저차에 따라 공격을 성공시킬 확률이
달라진다는 점 등은 게임을 다소 답답하다고 느끼게 한다. 주변에 지형지물에 접근해
공격을 해 특수효과를 발동시키는 설정은 전투를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데 한몫한다.
이같은 효과는 최근 3D대전게임의 경향으로 테크모의 DOA 시리즈에서 거듭 사용된
바 있다.
초보자도 쉽게 깰 수 있는 난이도
게임의
난이도는 중하정도? 처음에 옵션을 따로 지정하지 않고 스토리 모드를 진행하면 게임오버당하기가
힘들 정도이다. 단순히 팔, 다리공격만 연타한다고 하더라도 왠만한 적들에 대해서는
쉽게 이길 수 있을 터, 체력의 차이를 둔 전투라거나 체력회복없이 연이어 벌어지는
전투에서는 조금 고전할 지도 모르지만 전반적인 게임의 난이도는 쉽다. 하지만 옵션설정을
통해 난이도를 상향 조절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상대캐릭터들의 가드가 더욱 두터워질
뿐만 아니라 자신의 캐릭터의 가드도 깨지기 쉬우며 회피시에는 적의 공격을 맞을
확률이 높아진다. 토너먼트의 경우 결승까지 오르지 못하고 중간에 승부를 져버리면
얻을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으므로 그야말로 허무한 것. 로딩시간도 긴 편이라 게이머의
짜증을 유발하기엔 더없이 적합한 모드인데 단순히 체력의 소모 외에도 링아웃이라는
개념의 승부조건이 있어 더 높은 난이도 형성에 기여한다. 물론 자신의 체력이 없을
때 적을 코너로 몰아 일발역전의 기회를 잡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러한 운이 계속해서
따를지는 보장할 수 없다. 한편 모든 토너먼트를 클리어한 후 등장하는 미스터 사탄의
미니게임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볼 수 있는데 적합하다.
시대의 변화와 발맞춰 진화해나가는 게임
마치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게임. 스토리 모드는 그야말로 게이머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원작에 가까운 이벤트 재현은 물론이고 캐릭터들이
새로운 기술을 얻으며 성장해 가는 요소도 있어 게이머의 관심을 지속시킨다. 또한
캡슐의 수집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게임을 지속적으로 플레이하게끔 동기를 부여해준다.
전투에 있어서도 기력 게이지라는 시스템을 채용해 항시 긴장하고 있게끔 유도한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새로운 것들을 얻어간다는 설정은 게임을 해도 후회가 들지 않게
하는데... 반다이가 기존의 드래곤볼 시리즈를 통해 내비췄던 불명예를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이 게임은 게이머가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알고 제작된 것이다. 시대의 변화와
발맞춰 진화해나가는 게임, 그것이 드래곤볼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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