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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니아: 고딕4 데모 체험기, 영웅의 계보가 다시 시작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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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 시리즈는 독일 개발사 피라냐 바이츠(Piranha Bytes)에서 2001년 첫 선을 보인 정통 RPG게임으로, 2008년 11월 발매된 ‘고딕3’까지 한 명의 ‘무명의 영웅’이 위기에 빠진 인간 세상을 구해가는 과정을 그려왔다. 유럽 지역과 RPG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방대한 세계와 자유도로 때로는 앨더스크롤4: 오블리비언과 비교되기도 했지만, 한글화가 되지 않아 국내 유저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게임인 것이 사실.

고딕3 이후 약 2년 만인 10월 12일 발매될 이번 타이틀부터는 ‘아르카니아: 고딕4’로 제목을 변경하고, ‘스펠바운드’사가 개발을 맡았다. 또한, 이번에는 전통적으로 이어온 PC판 뿐만 아니라 PS3, Xbox360 플랫폼도 함께 지원할 예정이다.

영웅이 세상을 구하고 왕위에 오른지 10년이 흘러 시간 속에 과거의 영광은 빛이 바래고 자만과 끊임없는 힘에 심취해 타락해버린 사악한 군주만이 남게 된 때. 작은 섬의 한 양치기를 통해 ‘새로운 무명의 영웅’의 계보가 이어져나간다. 그리고 약 세 시간의 플레이타임을 가진 PC판 데모 버전에는 그 기나긴 여정의 시작과 각성의 과정이 담겨있었다.


▲아르카니아: 고딕4 E3(2010) 트레일러 영상

난 그저 ‘결혼 승낙’을 받으려 했을 뿐인데?
전편에 등장했던 ‘무명의 영웅’은 첫 시작부터 항상 암울한 환경 속에서 고난과 역경에 맞서야 했다. 1편에서는 죄수의 신분으로, 2편은 공간이동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전장에 나서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주연이었던 3편에서는 대륙이 오크와 인간 세력으로 양분된 채 치혈한 영토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결국 그 덕분에 혼란을 타개하고 왕국을 다스리는 왕, 로바 3세(Rhobar III)로서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게 되었지만.

그러나 전작에서 그려진 ‘시작부터 암울한’ 이야기해 비해 ‘아르카니아: 고딕4’의 출발은 매우 가벼웠다. 작은 섬의 한 양치기가 주인집의 딸과 결혼하고 싶어 그 가문이 대대로 제시하는 몇 가지 ‘테스트’를 거치는 것이 게임에서 받게 되는 ‘첫 임무’이자 ‘튜토리얼’이었기 때문이다. 정통 RPG류 답게 NPC들과의 회화량이 상당히 많은 편이었지만, 초반 스토리의 주제상 등장하는 단어도 쉬울뿐더러 영어 자막을 옵션으로 설정해둘 수 있어 스토리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진 않았다. 그리고 진행하는 회화의 내용에 따라 NPC의 표정과 행동을 일치시켜 최대한 ‘현실성’을 강조하려 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무명의 영웅' 이라기 보다는 영락 없는 '백수' 분위기


▲아르카니아: 고딕4 초반 플레이 영상

 

익숙한 조작방식 vs 어려운 초반적응

‘아르카니아: 고딕4’의 조작방식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마우스 스윙을 통한 시점조절과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에서 표준화된 WASD+숫자단축키 방식이 혼합된 모습이다. 마우스 스윙을 통해 시점을 조절하는 만큼 게임 자체 옵션을 통해 ‘마우스 감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었다. 단, 최하 감도로 맞추어도 시점이 움직이는 속도가 꽤 빠른데다 약간 ‘헛도는’ 느낌에 적응이 되기 전까진 약간 어지럽기도 했다.


▲역동적인 액션 및 전투에 적합한 조작방식이 사용된 '아르카니아: 고딕4'

조작방식이나 인터페이스들은 이미 이와 비슷한 RPG를 즐겨온 플레이어라면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류의 게임에 익숙치 않은 플레이어가 '아르카니아: 고딕4'를 접했을 때다.

튜토리얼의 의미를 지닌 초반 플레이에서도 모든 이벤트의 초점이 ‘이미 유저가 기본적인 조작법과 단축키를 숙지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일어나며, 별도의 안내 화면이나 도움말은 주어지지 않았다. 레벨이 오를 때마다 찍을 수 있는 스킬포인트의 존재와 퀘스트 추적 기능 역시 본인이 스스로 해당 기능을 찾지 않는다면 그 존재를 알아채기 힘들 정도였다. 또한, 현재 착용한 장비와 인벤토리의 장비 툴팁이 동시에 표시되지 않아 두 아이템의 성능을 비교하기 위해 마우스 커서를 번갈아 기웃거려야 하는 매우 '기초적인 문제점'도 발견되었다.


▲아이템 성능을 비교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퀘스트의 '자동추적'이 기본 비활성화라
처음에는 이 기능이 있는 줄도 몰랐다

‘무명의 영웅’식 전투 기술: 다 섞어야 제 맛!

게임 속 플레이어의 분신으로 세상을 누비는 이 새로운 '무명의 영웅'은 양손무기/한손무기/석궁 등 게임 내에서 얻어지는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뿐만 아니라, 처치한 적이 사용하던 무기를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그리고 이렇게 입수한 무기들은 근거리 1종류, 원거리 1종류를 동시에 장착하여 전투 중 편의에 따라 교체할 수 있었다.


▲고블린이 죽으며 떨어트린 꼬챙이부터 이글거리는 해머까지
주인공의 손에 쥐어지는 순간부터는 '치명적인 무기'로 변한다

'무명의 영웅'이 가진 재능은 여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다. 물리적인 공격수단 외에 '마법'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역시 타고났다. 다만, 전작의 주인공과는 달리 화염/냉기/전기 세 가지 마법속성만을 연마할 수 있으며, '달리기 속도 증가' 같은 부수적인 마법들은 '룬(Rune)' 혹은 일회성 '주문서(Magic Scroll)'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간단한 버프들을 자신에게 걸 수 있는 '마법의 룬'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는 법! 레벨이 오를 때마다 3씩 얻을 수 있는 스킬 포인트를 활용하여, '무명의 영웅'이 가진 기술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것을 습득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했다. 물론 이들을 배우지 않아도 무기나 마법을 다룰 수는 있지만, 위력도 약할 뿐더러 마법을 대신해주는 '주문서'의 소모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허나 무조건 '한 가지' 특성에 모든 포인트를 올인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 보긴 힘들다. 각 적들마다 가지고 있는 '약점'들이 다 다른데다, 일부 몬스터들은 전투 도중 몸을 말아 단단해진 상태로 체력을 회복하여, 마법 공격으로 이를 중지시키지 않으면 공략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의 주된 공격방식과 이를 보완해주는 보조적인 공격수단들을 다양하게 활용해야 전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영상]아르카니아: 고딕4 근접공격&마법주문서 활용

 

저 레벨 던전이라도 결코 쉽지 않다

데모 플레이의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무명의 영웅'은 마법의 힘을 각성하기 위해 'Dark Forest' 속의 깊은 동굴을 탐험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2레벨이라는 극초반에 찾아가게 되는 콘텐츠라 크게 긴장하지 않았지만, 실제 체험해본 난이도는 무작정 마음놓고 플레이 할 수준이 아니었다. 만약 플레이어를 이 곳으로 안내한 마녀와의 대화를 자세히 읽지 않고 그냥 넘어가버렸다면, 이곳에 나타나는 적들의 공략힌트와 약점을 놓쳐 고생했을 지도 모른다.


▲스크롤을 다 썼을 때마다
뒤로 돌아가서 마녀를 만나고 오는 것도 꽤 번거로운 일

'아르카니아: 고딕4'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단순한 '샌드백'이 아니었다. 바닥으로 파고 들어가 숨는 거대 거미부터 언데드 마법사까지, 다양한 공격 방식을 구사하는 몬스터들이 출몰했다. 그리고 이들은 공격일변도인 초보 용사의 공격을 정확하게 가드해내는 기막힌 센스까지 지녔다. "공격이 곧 최선의 방어다"라는 식의 무대포 플레이 보다는, 적에게 공격을 가한 후 이어지는 적의 반격을 흘려보낸 후 그 헛점을 파고드는 지능적인 자세가 필수적이었다.


▲[영상]아르카니아: 고딕4 던전 플레이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모험을 기다리며

'쉬운 게임'이 범람하는 요즘같은 시대에 '아르카니아: 고딕4'가 추구하는 바는 다소 고집스러울 정도로 '의도적인 불친절함'을 내포하고 있었다. 건물 뒷편이나 던전 구석에 감춰진 보물상자 속에서 멋진 장비를 발견해내고, 게임 속 인물들이 알려주는 이야기와 경험을 통해 위기에 대한 대처법을 스스로 터득해야 했다.

현실에서 체험할 수 없는 '두근거리는 모험'을 가상의 세계에서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도록 실체화시킨 것이 바로 롤플레잉 게임(RPG)다. 그리고 이를 반대로 풀어내자면, 새로운 세계로의 호기심과 모험에 대한 갈망을 채워주지 못하는 게임은 반쪽짜리 RPG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아르카니아: 고딕4'는 RPG가 가지고 있어야 할 '두근거림'을 잘 간직한 게임이었다. 어둡고 침침한 동굴과 폐허를 넘어 '무명의 영웅'이 '타락한 과거의 영웅'의 환상과 조우하는 순간 데모는 끝이 났지만, 그 이후 펼쳐질 이야기들에 대한 궁금함과 뜻모를 여운에 그 순간이 못내 아쉬웠다.

※[자료실]아르카니아: 고딕4 데모 클라이언트 다운받기


▲데모 플레이는 여기서 끝나지만, 그 다음이야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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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장르
액션 RPG
제작사
게임소개
‘고딕 4’는 전작의 엔딩으로부터 10년, 페쉬르 섬의 평화로운 한 마을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1편에서 3편까지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이름없는 영웅’은 새로운 대륙의 타락한 왕으로 등장하며, 한적한 마을의 양치기...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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