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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아일랜드, 드레스에 삼선슬리퍼 신은 듯한 어정쩡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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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게임계에 ‘좀비 열풍’ 이 불기 시작했다. 사실 예전에만 해도 좀비 게임이라면 ‘하우스 오브 데드’ 나 ‘바이오하자드’ 같은 호러 슈팅 게임이 대부분이었는데, 차를 가지고 좀비 사이를 뚫고 달리거나, 집을 향해 다가오는 좀비떼를 식물을 심어서 막는 등의 참신한 좀비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FPS에서도 좀비 비슷한 콘텐츠 하나 정도 없으면 심심한 시대가 되었다.

그 와중, 지난 6일 발매된 ‘데드 아일랜드’ 는 좀비 게임의 물결 가운데서도 상당히 눈에 띄는 독특함을 자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픈 월드로 구현된 드넓은 필드, 그리고 좀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눈부신 남국의 리조트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이다. 마치 ‘GTA’ 나 ‘엘더스크롤’ 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오픈 월드, 당장이라도 꽃목걸이를 두르고 훌라춤을 추며 뛰어들어야 할 것 같은 에메랄드 빛 바다와 리조트. 그리고 그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각양각색의 좀비들… 그 미묘한 이질감은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올 정도다.

휴양지에서 만나는 좀비, ‘데드 아일랜드’ 를 직접 플레이 해 보았다.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묘한 느낌의 배경

게임을 시작하면 먼저 네 명의 캐릭터 중 하나를 고르게 된다. 캐릭터들은 각각 고유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으며, 무기 투척, 날붙이 무기, 총기류, 둔기류에 특성화 되어 있다. 이는 플레이 스타일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며, 후반부로 가면서 스킬 트리를 진행할수록 능력치는 더욱 세분화된다. 아쉬운 점은 캐릭터마다 고유의 스토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스토리에 사람만 바뀐다는 것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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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척, 총기, 날붙이, 둔기 등 캐릭터에 따라?고유적 특징과 기본 능력치가 각기 다르다

게임의 첫 느낌은 상당히 신선하다. 크롬엔진5로 구현된 남국의 배경은 특유의 따스한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바다 내음과 열대 과일의 향기가 풍겨 올 것만 같은 느낌이다. 리조트 또한 상당히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물결 표현 또한 기가 막히다. 갈매기는 한가롭게 울어대고, 해안가에서는 은은한 파도소리가 규칙적으로 전해져 온다. 이 배경 그대로 비치발리볼 모드를 만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여기에 좀비가 더해지니 참으로 묘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풀장에서 찰랑거리던 투명한 물은 좀비와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로 붉게 물들어 있으며, 해안 드라이빙 코스로 유명했을 법한 도로는 부서진 차량들과 시체, 그리고 그 것을 뜯어먹고 있는 좀비로 가득하다. 흥겨운 파티가 열리고 웨이터와 종업원, 손님들이 오가던 호텔 복도는 후레쉬로 비추어 가며 조마조마하게 걸어가야 하는 공포의 장소로 바뀌었고, 여행객들의 짐과 가방, 각종 시설물들은 어지럽게 부숴지고 널부러져 있다. 한가롭고 평화로운 리조트에 펼쳐진 죽음의 풍경들… 분위기 자체는 대만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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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이라도 저 곳으로 가서 뛰어놀고 싶을 정도의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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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주 한 캔 들고 파티를 즐기고 싶은 리조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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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섬으로 바뀐 것은 순식간이다

게임 플레이는 기본적으로 퀘스트를 받아 수행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좀비의 습격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생존자들에게 의뢰를 받고, 해당 장소로 찾아가 특정 물품을 모으거나 흔적을 조사하고, 좀비를 때려잡은 후 보상을 받는 것이다.

단, 게임 초반부를 지나면서 게임이 급속도로 단조로워진다. 오픈 월드의 방대한 맵에서 퀘스트를 수행하며 스토리를 진행하는 종류의 게임은 그 퀘스트를 수행하면서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데드 아일랜드’ 의 퀘스트는 대부분이 비슷비슷하다. 비록 퀘스트마다 목적이 다르고 다양한 특성의 일반 좀비와 보스급 좀비 등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게 전부다. 미니맵에 표시된 목적지로 가다 보면 여기저기 좀비들이 보인다. 배회하고 있거나, 눕거나 앉아 있다. 가까이 가면 좀비가 나를 알아차리고 서서히 다가온다. 그러면 열심히 발로 차거나 무기로 때려눕힌다. 수가 많으면 뒤로 살짝 도망가면 끝이다.

여기에 좀비 게임의 백미인 예기치 못한 곳에서의 깜짝 등장도 거의 없고, 좀비의 등장 패턴도 몇 개 되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금방 질리게 된다. 꾹 참고 게임을 계속 진행하더라도 무기 내구도와 관리와 합성, 아이템 수집과 관리, 스킬 트리 진행, 레벨이 높아지는 좀비 만나기 외에는 딱히 어필할 요소가 없다. 비록 후반부 퀘스트에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보스급 좀비와 스토리적인 반전 등이 있어 약간의 위로가 되긴 하지만, 오픈 월드와 자유도를 중시한 게임이라면 퀘스트 외적인 자유 탐험 부분에서도 재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데드 아일랜드’ 는 그게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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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을 하면서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패턴
1. 좀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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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좀비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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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발차기와 무기를 휘둘러서 좀비 때려눕히고 아이템 챙기기
이하 무한반복

참신한 복합 장르, 그러나 자세히 보면 뭔가 어정쩡

게임의 장르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데드 아일랜드’ 는 특히 그 장르가 애매모호한 복합 장르의 게임이다. 일단 1인칭 시점과 ASDW 이동키, Shift를 이용한 달리기, 마우스 조작 등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FPS의 느낌이 난다. 무기도 총기류에서부터 투척이나 근접무기, 탈 것까지 존재하며, 캐릭터의 특성도 근접무기, 총기 등에 특화된 4종류가 존재하는 등 나름 캐릭터 특성과 그에 따른 전술/전략의 차이도 존재한다. 그러나 슈팅 요소가 거의 없고(총이 있긴 하지만 총알이 거의 나오지 않음), 근접 무기를 사용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FPS라고 하기엔 이질감이 있다.

한편, 각종 아이템을 수집/합성하고, 경험치와 스킬 포인트를 모아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퀘스트를 수행해 가며 섬 곳곳을 탐험해 가는 부분은 영락없는 RPG다. 실제로 ‘데드 아일랜드’ 는 기존 좀비 액션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완성도 높은 육성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 총기류, 투척 무기, 날붙이, 둔기 등 자신이 좋아하는 무기 종류에 따라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게임을 진행하며 획득한 경험치와 스킬 포인트를 가지고 분노, 싸움, 생존으로 나누어져 있는 다양한 스킬 중 마음에 맞는 것에 투자할 수 있다. 같은 캐릭터를 키우더라도 육성 방향에 따라 다른 특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 밖에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전투, 상당한 컨트롤을 요구하는 보스 몬스터와의 결전, 각종 물품이나 아이템 수색 등의 장면에서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의 냄새도 강하게 풍긴다. 여기에 좀비 게임 특유의 한 순간도 불안함을 떨칠 수 없는 무거운 공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장르의 특징을 뽑아서 버무려 놓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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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만한 RPG 만큼 잘 구성되어 있는 스킬 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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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이빙 요소도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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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기 별로 머리를 부수거나 사지를 절단하는 등의 고어 효과도 존재

문제는 그 전체적인 조화가 상당히 어정쩡하다는 것이다. 마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삼선 슬리퍼를 신고 있는… 그런 느낌이다. 대표적인 어정쩡 요소는 조작감이다. 전반적으로 이동이나 모션 등이 심하게 단조로워서 ‘마인크래프트’ 를 보는 느낌이다. ‘마인크래프트’ 의 조작감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마치 ‘이건 가상 세계요’ 라고 어필하는 것 마냥 유영하는 느낌의 이동, 1인칭인데도 불구하고 아리랑 댄스를 추는 것 같은 플레이어 캐릭터의 모션 등은 솔직히 신경을 덜 쓴 느낌이 들었다.

타격/피격감도 결코 좋다고 말할 순 없는 수준이다. 좀비에게 맞아도 ‘공격당했구나’ 정도의 정보만 제공해주는 단순한 피격감, 그리고 슬로우 모션, 고어 효과, 블러 효과 등으로 떡칠해놓긴 했지만 좀비가 아닌 허수아비를 치는 듯한 가벼운 타격감 등은 게임에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그래픽 또한 얼핏 보면 꽤나 화려해 보이지만, 벽이나 문 가까이만 가도 손이 문을 통과하고 있는 등의 초보적인 버그가 곳곳에 산재해 있어 흥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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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격 효과, 솔직히 아프다기 보다는 화면이 붉어졌다는 생각만 든다

좀비를 좋아한다면 아무래도 괜찮다

사실 ‘데드 아일랜드’ 에 대한 비평만 잔뜩 늘어놓긴 했지만, 좀비물을 좋아한다면 위에 언급한 자잘한 단점들은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잘 만들어진 FPS나 RPG, 액션 등에 비교한다면 여러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노출되지만, ‘데드 아일랜드’ 특유의 분위기와 성장 요소, 무기 수집과 합성, 수백 마리의 좀비를 해치우며 섬 구석구석을 이동하는 짜릿함 등은 확실히 다른 좀비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매력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데드 아일랜드’ 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배경과 그래픽, 완성도 높은 성장 요소를 지녔으나, 완성도 측면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잘 못 만들었다기 보다는 위의 요소들과 비교했을 때 기대치 이하라는 느낌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천편일률적인 좀비 슈팅 게임이 아니라는 것 하나는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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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좀비 몰이 사냥은 매우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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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아일랜드 2011. 09. 06
플랫폼
PC , 비디오 | PS3 , Xbox360 , PS4 , Xbox One
장르
액션
제작사
테크랜드
게임소개
'데드 아일랜드'는 좀비를 소재로 한 1인칭 액션 게임이다. 몰려드는 좀비를 상대로 사투를 벌이는 생존자 4명의 이야기를 그린 '데드 아일랜드'는 퀘스트 기반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무기 개조와 조합 등 다양한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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