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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간다] 쉿! 이건 비밀이에요! 동인 프로젝트 `어이쿠 왕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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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매 전 제작되었던 '어이쿠 왕자님' 게임 홍보 동영상

‘소녀떼’들의 비밀스러운 스타, ‘대인배들(실제 팀명)’의 동인게임 프로젝트 ‘어이쿠 왕자님’. 단지 코믹월드에서 팔았던 게임이었지만 입소문을 듣고 요청하는 사람들에 의해 지난 3월 온라인 인터넷 서점 '리브로'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갔다. 게임이 코믹월드에 출시된 지 한 달 여 만의 일이다. 기자가 본격적인 관심을 가진 것도 그 즈임이었다.

미소년 육성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어이쿠 왕자님’은 기획부터 그래픽, 시스템, 사운드까지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게임은 단순히 동인 게임으로 한계를 긋지 않아도 될 만큼 잘 만들어졌고, 특히 구석구석 등장하는 포복절도할 패러디와 개그만으로도 주목할만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게임이 발매되고 정식으로 리브로 등 인터넷서점을 통해 유통되고, 게임과 관련한 다양한 상품(O.S.T. 일러스트집, 머그컵)도 함께 판매되고 있다. 우리나라 아마추어 게임시장에서 이 정도의 성과를 낸 동인 게임은 없었다.

그러나 이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어이쿠 왕자님’에 대해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은 ‘프린세스 메이커’를 닮은 이 게임의 주인공이 ‘남자를 사랑하는 내 아들’이라는 것. 매우 난감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의 완성도와 뻔뻔스러울 정도로 유쾌한 그들은 강렬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베일에 가려진, 여전히 베일 뒤에 모습을 감춘 동인 게임 제작 프로젝트팀 ‘대인배들’을 게임메카가 직접 만났다. 인터뷰에는 기획과 그래픽의 핵심멤버인 허벌, 뽀삐, 피로, 츄츄가 참여했다.

 ▲ 동인 프로젝트 '어이쿠 왕자님'의 제작진 팀 '대인배들' 왼쪽 끝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허벌, 피로, 츄츄, 뽀삐. 각자의 캐리커처로 얼굴을 가리는 것으로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게임메카는 해당 게임의 성격(?)상 이번만큼은 과감하게 개인정보보호에 동의했다. 독자분들도 널리 이해 부탁드린다.

한국판 프린세스 메이커? NO! ‘프린스 메이커’의 시작

게임메카: '어이쿠 왕자님'의 초기 기획도 현재와 같은 모습이었나요?

대인배들: 처음에는 이렇게 크게 만들거나 인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단순히 ‘패러디 게임을 만들자’라고 가볍게 생각했어요. ‘코믹월드’라는 시장이 있으니까 거기에 나가면 100~150장 팔리면 잘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6개월 정도 만들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발매일도 2007년 여름으로 잡았죠. (웃음) 게임 자체는 처음 기획과 같은데, 그래픽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갔죠.

뽀삐: 게임 개발이 처음인데 이렇게 스크립트가 많이 들어갈 줄 몰랐어요. 캐릭터도 많고 일기도 많고 이벤트도 많아서 시나리오만 10포인트로 500장을 썼어요.

게임메카: 처음 '어이쿠 왕자님'을 게임으로 개발하겠다고 마음 먹은 시기는 언제에요?

대인배들: 2006년부터 말 즈음에, 피로가 먼저 ‘프린세스 메이커’같은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죠. 여기에 선배(트롤리: 현역만화가 '박설아')가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어요. 정확하게 2007년 1월 21일에 첫 회의를 했어요.  

그 동안 이런 내용이나 장르가 없었으니까 한 번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게임은 고등학교 때 과제로 많이 만들었어요. 대인배들 내에는 애니고 출신들이 많아요. 게임과 대부분이 프로그래머였고, 그래픽만 끌어오면 게임은 만들 수 있었어요. 허벌은 제우미디어 아마추어 게임 제작 대회(AGC)에 출전해서 고등학교 시절에 상을 받은 적도 있어요.

애니고에는 한 학년에 100명이 있기 때문에, 3년 동안 같은 과나 마찬가지에요. 수업은 과대로 듣고, 기숙사 제도이기 때문에 다 함께 이야기를 많이 만들 수 있죠. 이 자리에는 만화과, 애니과, 영상과, 게임과 출신들이 다 모였네요.

게임메카: 멤버들은 어떻게 모았어요?

대인배들: 메신저에 있는 사람들 위주로 모았어요. 옛날부터 게임은 만들고 싶었어요. 그 때 갑자기 초대된 사람들이 결국 ‘어이쿠 왕자님’ 멤버들이 되었죠.

뽀삐: 저는 영상과라 영화만 찍었는데 어느새 게임을 만들고 있더라고요.

허벌: 저는 마지막에 참여했는데 어느새 팀장이…하하하. 그리고 지옥을 맛 봤죠.

▲ '어이쿠 왕자님(부제: 호감가는 모양새)'의 게임 시작 페이지와 플레이 스크린샷. 게임방식은 '프린세스메이커2'와 기본적으로 유사하며 대인배들이 특별히 제작한 기능(다이어리) 및 이벤트가 추가됐다.

대인배들: 개발에는 총 14명이 참여했어요. 자세한 것은 공식 홈페이지를 참조해주세요(웃음). 너무 많아요. 여기 있는 허벌이 기획과 그래픽 일부를, 뽀삐가 기획과 시나리오를, 피로가 기획과 그래픽을 했고 츄츄도 그래픽을 맡았죠.

사운드 팀과 보조 프로그래머 한 분은 연락을 통해 참여의사를 밝혀 주셨어요. 그 당시 저희에게는 생각도 못한 운이었고, 덕분에 매우 든든한 팀원을 만날 수 있었어요. 덕분에 게임의 퀄리티를 좀 더 높이는 것도 가능했고요.

게임메카: 개발을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어떤 거였죠?

대인배들: 작업실이 없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여름방학에는 기획 멤버만 모여서 합숙을 하기도 하고, 대부분 메신저로 연결해서 작업했어요. 여름방학 때는 친구 자취집에 모이기도 하고, 한 친구 집에 모여 방 하나를 얻어서 겨울방학 동안 일하기도 했죠.

특히 집에서는 무슨 여자애가 방학 내내 나돌아다니냐 하시면서 안 좋아하셨어요. 또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는 처음 해보는 거라서 다들 너무 힘들어했죠. 해도 해도 끝이 안 보이고, 계속 일이 늘어나니까 막막했어요. 하나 끝났다 싶으면 또 일이 오고, 또 시키고.

게임메카: 그렇게 힘들었으면 멤버들끼리 싸우거나 그만두자고 한 적은 없었나요?

대인배들: 특별히 싸운 적은 전혀 없어요. 의견대립도 없었어요. 어떤 이벤트를 넣을까 이야기는 많이 했는데 말이죠. 저희도 신기한 게 너무 힘든데도 누구도 그만둔 사람이 없어요.

게임메카: 실제로 제작에 걸린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대인배들: 거의 일년 내내 했죠. 특히 방학기간에는 하루 종일 하고, 300장 정도의 원화가 들어갔어요. 성장단계, 매력단계, 이벤트 이미지 등 그래픽 작업량이 많았는데 (원화를 맡은) 트롤리 선배님이 다행히 손이 엄청 빨라서 진행할 수 있었어요.

 ▲'어이쿠 왕자님'에 등장하는 '바이케'왕국의 '노므헨'왕과 왕족 '맨슨' 2007년에 제작된 게임으로 당대의 정치상황을 반영, 이를 절묘하게 패러디했다.

게임메카: 특히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 등을 활용한 정치 패러디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게임의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어요?

뽀삐: 제가 깊이 있게는 몰라도 정치에 대한 이슈를 읽고 상상하는 것을 좋아해요. ‘삼성가계도’ 같은 것도 보고 있으면 재밌다는 생각이 들고요. 메이저 회사에서는 이런 걸 못하니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을 넣고 공감할 수 있는 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게임메카: 공식 블로그에 4컷만화 형태로 연재된 제작일기에 게임을 개발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유머러스하게 잘 드러난 것 같아요.

대인배들: 제작일기에 게임 제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잘 나타나있나요?(웃음) 저희는 너무 안 나타나 있는 것 같아서, 이걸 게임 제작 일기라도 해도 되나? ‘뻘짓일기’, ‘삽집일기’라고 써야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일상에서 겪은 재미있는 일들을 자연스럽게 같이 공감하고 싶었어요. 블로그 같은 경우에 소통하기도 수월하고 쉽게 퍼져나가기도 하니까요.

홍보를 잘했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대인배들님은 홍보를 잘 못 한다’라고 말하는 분도 있어요. 또 ‘대인배들님은 이제 개발만 하시고 홍보나 유통은 다른 곳에 맡기시는 게 어떠냐’라고 말하는 분도 있어요. 저희를 이미 기업체로 생각하시는 분들인 것 같아요. 사실, 저희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죠. 기업체도 아니고요.

 

 

 ▲ 공식 블로그에 비정기적으로 연재된 제작일기. 게임을 개발하면서 멤버들이 겪었던 우스꽝스러운 상황들을 가감없이 표현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실제 크기로 볼 수 있습니다.)

 

뜬눈으로 밤새운 열흘, 아찔했던 발매 직전 에피소드

게임메카: 그렇다면, 정말 ‘위기’라고 느껴졌던 적은 언제에요?

대인배들: 게임 출시 이후에 힘든 일이 정말 많았어요. 게임 버그 문제, 배송 문제, 이벤트 특전 같은 문제 때문에 제작기간보다 훨씬 더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사실, 버그 테스트 기간이 너무 짧았거든요. 배송까지 정말 아찔했어요.

친구들 다 불러놓고 ‘패치 나왔어! 빨리 게임해! 너는 누구 공략해! 너는 누구 엔딩해!’ 막 시켰죠. 친구들이 거의 열흘 동안 잠을 못 잤어요. 자는 순간은 프로그래머가 버그 수정하는 동안 정도였어요. 버그 수정하면 일어나서 다시 테스트하고.

츄츄: 제 생일 날에도 밤새서 테스트하고, 집에서 작업하다 혼자 케익 먹고. 막바지 스케줄이었거든요.

대인배들: 버그가 계속 안 잡혀서 계속 삽질하다가 갑자기 잡히고 갑자기 잡히고, 이런 일의 연속이었어요. 겨우 마치고 씨디프레싱 가게에 맡기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전화가 오는 거에요. ‘언니, 사운드에 심각한 에러가 발생했어요. 씨디프레싱 기계 멈춰야 해요!’ 그때 정말 발매 못하는 줄 알고 절망했었어요. 여기 저기 새벽에 전화해서 사정하고 그랬죠.

그 다음날 아침에 다시 무사히 사운드에러가 수정된 버전을 넘겼지만 그 새벽에 정말 두려웠어요. 그 때 정말 부산으로 도피해버릴까 생각도 했었어요.

프로그래머도 울면서 일했어요. 일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데, 정작 본인은 우는 줄도 모르는 거에요. 출시를 연기 할까 말까 했는데, 이미 두 번이나 연기를 했는데 더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어요. 개발진도 여기서 연기하면 버틸 수 없다고 생각했고요.

고등학교 시절에 게임을 만들던 거나 공모전에서 만들던 것은 어느 정도 기술이 구현되고 돌아가기만 하면 됐거든요. 고등학생들이 정말 작은 게임 하나 완전히 완성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실질적인 경험은 없었던 거나 마찬가지죠.

게임제작에서 배송까지도 처음이라, 배송업체를 찾아보는데 마침 그 때가 설날 기간이라서 배송하는 데가 아무 데도 없는 거에요. 당황한 찰나에 생각난 게 우체국! 그 분들도 황당하셨을 거에요. 저희들이 이틀 동안 포장했던 양이 엄청났거든요. 옥상에서 포장 작업을 했는데 엄청 춥고 힘들어서, 친구들끼리 서로 입안에 김밥 넣어주며 일했어요.

 ▲ 게임 초판 발매 당시의 포장작업 실제 모습. 사진에 등장하는 포장상자가 전체의 1/3에 해당하는 양이었으니, 전체 작업양은 어마어마한 수준. 모두 한겨울(2월 초) 옥상에서 진행됐다.

게임메카: 발매 후에 기억에 남는 반응은?

대인배들: 게임 리뷰나 팬아트 같은 것. 또 코스프레 해주시는 분들까지 나오시고 좋았어요. 특별히 길게 리뷰해주시고 남겨주시는 분들을 보면 ‘와, 우리가 이 정도란 말이야’라고 생각하며 놀라워했어요.

씨디 버그 문제로 교환도 많이 했는데, 보내주시면서 과자나 초콜릿, 홍차 같은 것을 넣어주신 분들도 있었어요. 고마운 분들이죠.

게임메카: 초반 판매량이 어느 정도에요?

대인배들: 비밀이에요. 판매량의 70%는 거의 초반에 팔린 거에요. 리브로에서 팔린 것은 사실상 인기가 떨어지고 난 다음이라 상상하시는 것보다 훨씬 적어요.

게임메카: O.S.T.나 일러스트집, 머그컵 같은 것은은 처음부터 기획했어요?

대인배들: 아니에요. 그냥 우리가 기념으로 갖고 싶어서 만들었죠. 게임도 그렇지만, 그것도 리브로에서 많이 가져가요(웃음). 배송비도 많이 물고, 일러스트비도 거의 안 남아요.

게임메카: 주변에서 ‘돈 많이 벌었겠다’는 질문도 받았을 텐데요.

대인배들: 실제로 ‘얼마 벌었어요?’ 라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어요. 리브로 지수도 그렇고 저희가 돈을 많이 벌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가 일 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어도 (게임 판매로 얻은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었을 거에요. 하다 못해 미술 학원이나 화장품 가판대 아르바이트를 했어도 더 많이 벌었겠죠. 일년 동안 개인 시간까지 전부 바쳐가며 수 많은 인원이 작업했으니까요.  

사실, 리브로에서 판매된다는 부분 때문에 많이 오해하시는 것 같아요. 거기에 ‘지수’라는 게 나오는데, 그게 클릭숫자, 검색숫자, 인기도 다 포함되는 숫자거든요. 그 지수가 8만인 것만 보시고 그게 실제로 게임이 판매된 숫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희가 그만큼 팔았으면 학교 그만두고 이걸 전업으로 삼았겠죠(웃음).

게임메카: 불법 복사 문제는 없었어요?

대인배들: 있었죠. 처음으로 공유프로그램에 뜬 날짜까지 기억해요. 어느 정도 예상한대로였어요. 우리도 ‘출시 후에는 길어야 2개월이다’라고 생각했어요. 공유 전부를 막을 수는 없지만, 검색 금칙어 등록도 해 둔 상태예요. 불법공유 때문에 패키지 시장이 죽어 버렸는데, 동인게임조차 쉽게 공유하니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네요.

 ‘여성향’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게임메카: 구매하는 분들 중에 남자분들도 있었어요?

대인배들: 생각보다는 많았어요. 전체에서 5%? 3% 정도? 루리웹 같은 곳에도 '재밌다'며 리뷰가 올라왔었죠. 이른바 ‘씬’ 부분은 끄고 플레이했다는 남자분들도 있었어요. 저희가 코믹해서 대부분 재미있어 보여서 호기심에 해보셨다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게임메카: 개발진 중에도 남자분들이 몇 분 계셨던 것 같은데요.

대인배들: 제작진에는 남자가 총 3명이었어요. 보조 프로그래머 2분이 남자분이고, 사운드팀에도 남자분이 1명 있었죠. 일단, 보조프로그래머 분이 조금 나이가 많으셨어요. 예전부터 동인 게임 제작이 해보고 싶으셔서 직장인이신데도 불구하고 황송하게도 참여해주셨어요.

실제로 게임 제작하면서 그분들도 ('여성향 게임'이라는 것은) 개의치 않으셨어요. 게임 개발하는 걸 즐거워하셨고요. 저희도 처음에는 조심했는데, 개발이 진행될수록 표현이 거침없어지잖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희와 잘 어울려주셨어요. 외눈박이 나라에서는 두눈박이가 비정상이잖아요(웃음).

솔직히 여자들끼리 게임 개발하는 게 뭐가 다른 지 잘 모르겠어요. 아마 아직 남자들과 함께 같이 개발한 적이 별로 없어서인가 봐요.

  ▲ '대인배들'은 미소년 육성 게임에 대해 '여자라면 누구나 꿈꿔 온 게임'이라고 말했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들은 (누구도 나서서 만들어주지 않는) 자신들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어냈다.

게임메카: 평범한 소재가 아닌 이른바 '여성향 게임'을 만든다는 게 장애가 되지 않았어요?

대인배들: 초반에는 그런 사람들도 있었어요. 디씨갤러리 어딘가에서 ‘야, 호모게임 만든다더라, 테러하자!’같은 글도 올라왔었대요(웃음). 물론, 테러가 온 적은 없어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다 ‘미연시’나 ‘야게임’같은 거 하지 않겠어요. 가끔 일본에서 건너온 ‘오타쿠’라는 말이 잘못 정착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요. 물론, 이런 소재의 컨텐츠가 주류가 될 수는 없는 일이에요. 하지만 이런 컨텐츠가 아니더라도 만화 좋아하는 사람, 애니 좋아하는 사람을 마구 몰아서 오타쿠라고 부르는데, 영화 좋아하는 사람을 보고 오타쿠라고 부르지 않잖아요. 문화에는 고급, 저급이 없다고 생각해요. 오타쿠라는 말 자체가 그 문화 자체를 마이너하게 취급하고, 저질로 보는 시각이 들어간 것 같아요.

게임메카: 현재의 ‘동인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인배들: 잠재수요가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중학생일 때, 그러니까 당시에 그런 시장이 막 성장할 때 진입한 친구들이에요. 동인 시장이 많이 커졌어요. 저희 위나 아래나 숫자는 굉장히 많은데,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너무 적어요. 이런 동인 게임 제작도 저희가 처음이 아니에요. 규모는 작지만 시도는 있었죠.

저희도 ‘어이쿠 왕자님’이 이만한 사양과 그래픽에, 이만한 가격까지 나올 줄은 몰랐어요. 저희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 인맥과 운 좋게 만난 ‘능력자’ 팀원들로 만들어졌지만, 동인게임의 경우 대부분 프로그램 구성이나 제작을 이만큼 ‘하드하게’ 진행하기 어려운 여건에 있어요.

게임메카: 출시 이후에 아쉬운 부분 같은 게 있었을 같은데요.

대인배들: 저희 나름대로 커스트마이징이나 유저들이 즐길 콘텐츠에 대해 많이 신경 썼어요. 엔딩도 66개인데, 상대적으로 이벤트가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게임을 처음 만드는 거라서 얼마나 이벤트가 필요한 지 몰랐거든요. 개발 막바지에 엄청 많이 추가했는데도 썰렁한 편이에요. 저희도 제작 인원이나 기간에서 동인 게임의 한계를 완전히 벗을 수는 없었죠.  

처음에 만들 때는 해외 버전도 고려해서 만들자고 했죠. 그런데 2/3 정도 만들었을 때, 완성이 급해지니까 프로그래머한테 해외버전 고려하지 말고 만들라고 했어요. 아무래도 해외 진출은 무리라고 생각해요. 만약에 일본에라도 진출하려면 번역을 해야 하는데, 일단 텍스트 분량(워드 10포인트로 500장)이 너무 많죠. 게다가 저희가 말장난이 많은데 그걸 번역해주실 정도의 능력 있는 분 찾기도 힘들고요.

  ▲ 헬스클럽에서 근육 트레이닝을 하는 '아들'의 모습. 스크린샷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영화 300에 등장하는 스파르타 전사. 이런 식의 패러디는 게임 곳곳에 등장하고, 남성들까지 플레이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됐다.

동인 게임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근성’과 ‘즐기는 마음’

게임메카: 아마추어(동인) 게임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요? 반짝이는 아이디어, 잘 짜진 기획, 뛰어난 기술, 강철 같은 체력, 많은 자본, 여유로운 시간, 강한 인내심, 등 다양한 요건이 있을 것 같은데요.

대인배들: 다 필요한데(웃음). 제일 중요한 것은 근성, 근성밖에 없어요. 정말로 수면욕을 식욕으로 채워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잠은 못 자는데 체력은 없고, 자꾸 뭘 먹어서 그걸 채우는 거에요.

게임메카: 향후, 이 같은 프로젝트를 좀 더 진행하실 계획이 있나요?

대인배들: 한 십 년 뒤에? 안 좋은 기억들은 다 잊고, 좋은 기억만 남으면요(웃음).

아직도 ‘어왕지옥’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저희도 일러스트집만 내놓으면 끝날 줄 알았는데 아직도 끝이 아니에요. ‘아들’이 괴물이에요.

현재는 P2P 방식으로 네트워크로 즐길 수 있는 미니게임 같은 걸 구상 중이에요. 프로그래머가 ‘심심해요, 여름방학에 만들어요’라고 말하기는 하는데, 다들 아직 엄두가 안 나요. 저희도 처음에는 만들면서 ‘어이쿠 왕자님 2’같은 후속작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워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탈진상태에요.

  ▲ 게임 그래픽 부문 원화가로 참여한 '트롤리'의 활약은 게임 전반의 퀄리티를 끌어올렸다.

게임메카: 이 같은 결과에 만족하시나요?

대인배들: 생각도 못해본 결과에요. 심지어 저희를 ‘오타쿠의 최고봉’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저희는 단지 게임만 만들었을 뿐인데,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게 다가올 때도 있어요.

저희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분들도 좋아해주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첫 번째 고객이기 때문에, '우리'의 시점으로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허벌: 게임 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게 언제나 플레이어의 마음으로 해야 하는 건데, 제작자가 플레이어가 되기가 정말 어려워요. 저희는 철저히 저희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게임메카: 본인들은 아마추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돈을 받고 팔았으니 너희는 프로야’라고 생각하는 것 같네요.

대인배들: 역시 가격의 차이인가요. 저희는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고 만든 것은 아니었어요.

게임을 개발했지만, 정확하게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에 대해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어요. 실제로 게임에는 저희끼리만 아는 개그가 들어간 경우도 있어요. 만약에 대중을 상대로 상품을 제작하는 프로라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구매자를 많이 고려해서 만든다는 것은 저희에게 가장 나중 문제에 해당한 것 같아요.

게임메카: 가장 중요한 것, 이것만은 놓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어요?

대인배들: 무엇보다 저희가 재미있어야 해요. 저희가 재미있지 않으면 소용없어요. 많이 힘들었는데도 다들 재미있어서 중간에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한 것 같아요.

게임메카: 혹시 각자 가지고 있는 꿈이 있어요?

대인배들: 졸업부터 해야죠. (인터뷰에 참여한 멤버들은 현재 대학교 2학년, 3학년을 마친 상황) 그리고 어디든 취직을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게임 그래픽을 하고 싶어요(츄츄와 피로). 저도 졸업하고 게임 개발 하고 싶어요. 게임업계에는 여성 개발자도 많고 여성 CEO도 많고, 다른 분야에 비하여 여성에 대한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다고 생각해요. 게임 기획자가 되고 싶어요(허벌). 저는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가지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어요(뽀삐).

  ▲ 공식 홈페이지 제작진 소개에 등장하는 '대인배들'의 소개글. 이 정도 기개라면 못할 일이 있을까?

‘아무도 만들지 않는다면 내가 만들리라’는 당찬 포부. 부정적인 선입견과 무수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은밀한 꿈’을 당당하게 현실화시킨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직접 만난 ‘대인배들’의 모습은 이름 그대로 당차고 야무진 느낌이었다. 솔직하면서 거침없고, 조심스러우면서 진지하고, 뻔뻔하면서 유쾌했다. 즐기는 것과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이루어내는 지도 알고 있었다.

‘대인배들’이 ‘어이쿠 왕자님’과 함께 했던 지난 일년 여의 시간은 혹독한 아르바이트, 은밀한 취미 생활, 미리 해 본 인생경험, 미궁 같은 게임 제작기, 무엇으로 불러도 좋았다. 그것 자체로 즐거운 경험이었고, 그 시간은 누구도 쉽게 상처 낼 수 없는 그들만의 것으로 자리잡았다. 불모지와 같은 동인 게임 시장, 사회 경험이 부족한 어린 여성이라는 것도 장애가 될 수 없었다. ‘어이쿠 왕자님’과 ‘대인배들’, 색안경이 아닌, 호기심과 열정으로 가득 찬 이십 대의 도전으로 바라봐주는 것은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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