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4종의 타이틀로 전세계 게임 시장을 들썩이게 만드는 글로벌 게임 개발사가 있다. 바로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블리자드다. 1994년 ‘워크래프트’와 1995년 ‘워크래프트2’의 성공으로 일약 스타 개발사로 떠오른 블리자드는 ‘게임에 대한 장인정신’을 지키며 꾸준한 성과를 올리고, 팬들에 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20년이면 강산도 변할 시기인데, 오랜 시간 동안 게임계의 대표 회사로써의 입지를 굳건하게 지키는 그들의 위용이 새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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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20주년 기념 감사 메시지를 전하는
마이크 모하임 대표와 프랭크 피어스
수석 부사장
가장 성공한 게임 개발사로 손꼽히는 만큼 블리자드가 그간 걸어온 발자취에 대한 기사도 매우 많다. 1991년 창립부터 어떠한 게임을 만들고, 무슨 타이틀로 달콤한 첫 성공을 맛보았으며, 현재 상태가 어떠한 지, 이에 대한 자세한 특집 기사가 무수히 많을 정도로 흥미로운 소재로 다루어졌다. 그래서 게임메카는 블리자드의 수장, 마이크 모하임 CEO의 얼굴 변화를 토대로 좀 더 신선하게 이 게임 회사의 연대기를 다루어볼까 한다.
마이크 모하임의 리즈 시절, 실리콘 & 시냅스
블리자드의 창립 당시 이름이 ‘실리콘&시냅스’라는 사실을 모르는 유저는 거의 없을 것이다. 1991년, 현 블리자드의 CEO인 마이크 모하임과 부사장 프랭크 피어스가 부모님께 원조받은 2만 달러를 기반으로 설립된 ‘실리콘&시냅스’는 당시 PC 게임을 콘솔 게임으로 이식하는 하청 스튜디오로서 첫 발걸음을 떼었다.
▲ 갈색 머리의 상큼한 청년 사장, 마이크 모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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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프랭크 피어스 수석 부사장의 리즈 시절을 공개한다
수염 없는 말끔한 얼굴에 갈색 머리, 청년 사장 마이크 모하임의 당시 사진과 현재 모습을 비교해보니 흘러간 20년 세월이 실감나게 느껴진다. 모하임 대표는 현재도 책상 한 쪽에 첫 사무실에서 찍은 사진을 놓아두며 ‘납득할 만한 게임을 세상에 내놓자’라는 당시의 사훈을 일깨운다고 전하고 있다.
1992년 PC 기종으로 출시된 ‘로스트 바이킹’은 이 ‘실리콘 & 시냅스’가 가장 처음 만든 타이틀로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바이킹’ 3명을 플레이어 1인이 상황에 따라 바꾸어가며 플레이하는 액션 장르 게임이다. 블리자드 특유의 ‘지나간 소스의 재활용’ 원칙은 여기서부터 비롯되었다. 게임의 주인공인 ‘바이킹’들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던전 중 하나인 ‘울다만’의 네임드 몬스터로, 게임의 이름은 ‘스타크래프트2’ 싱글플레이의 ‘히페리온 휴게실’에서 즐길 수 있는 비행 슈팅 미니게임으로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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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바이킹'의 인트로 영상
웨스트 우드와의 사운을 건 승부! -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2001년 마이크 모하임은 국내에서 한창 인기몰이 단계에 접어든 ‘스타리그’의 명성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한국에 방문한다. 현재 e스포츠의 전설로 남은 임요환이 최초 우승을 차지하며 전성기 가도에 오른 것이 딱 이 시점이다. '워크래프트'의 첫 번째 타이틀과 그 후속작, 그리고 '디아블로'로 세계적인 명성을 거둔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까지 성공시키며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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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방한해 스타리그를 직접 관람하고 있는 마이크 모하임
1994년 ‘워크래프트: 오크 앤 휴먼’으로 시작해 1998년 ‘스타크래프트’의 탄생 그리고 2001년 ‘디아블로2: 파괴의 군주’까지 이르는 블리자드의 성공 가도는 이미 널리 알려진 만큼 간단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한눈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는 ‘실리콘&시냅스’라는 회사명을 버린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블리자드’를 새로운 이름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그는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블리자드의 원래 뜻, 즉 ‘맹렬한 눈보라’라는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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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우드를 누른 블리자드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천만 달러에 당대 최고의 게임 퍼블리셔 ‘데이비슨&어소시에이트’에 인수된 블리자드는 자사의 대표 시리즈 ‘워크래프트1’을 출시하며 ‘듄2’로 RTS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보유하고 있던 웨스트우드와의 긴 전쟁에 돌입했다. 두 회사의 싸움은 '워크래프트' 시절에 블리자드의 승리로 마무리되었으며, '디아블로' 때 도입된 블리자드의 인터넷 자유 대전 시스템 '배틀넷'은 '스타크래프트'에도 도입되어 웨스트우드와의 승부를 완전히 종결시키는 일등 공신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워크래프트2’의 음악 제작으로 인연을 맺은 콘도르 스튜디오를 인수한 블리자드는 전세계를 강타한 희대의 악마, ‘디아블로’까지 손에 쥐며 그야말로 등에 날개를 단 듯한 상승 곡선을 타게 되었다. 당시 음악 담당 제작자였던 빌 로퍼는 유연한 사고 능력을 인정받아 합병 직후, 블리자드 노스로 개명한 콘도르 스튜디오의 부사장으로 취임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턴제 RPG에 답답함을 느낀 빌로퍼는 ‘디아블로’를 실시간 액션 RPG로 기획했다. 당대 기자들이 ‘RPG계의 쓰레기’라고 평가한 이 작품이 전세계적인 히트를 치며 RPG 장르의 패러다임을 다시 정립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감추고 싶은 역사! - 연이은 신작 개발 중단과 빌로퍼와의 이별
2002년 출시된 ‘워크래프트3: 레인 오브 카오스’와 확장팩인 ‘프로즌 쓰론’이 북미 7개 매체의 각종 상을 휩쓸며, 블리자드는 자신의 라이벌인 웨스트 우드를 확실하게 눌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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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래 없는 신작 기근과 빌 로퍼의 퇴사로 마음 고생이 심했던 마이크 모하임 대표
연타석 홈런 덕에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릴 것 같은 기세를 자랑한 블리자드, 하지만 그들에게도 크나큰 시련이 찾아오며 고착 상태에 빠지고 만다. ‘스타크래프트: 고스트(이하 고스트)’ 등 총 10개의 신작 프로젝트를 완성도를 이유로 스스로 접은 일과, ‘디아블로’ 때부터 함께 해온 빌로퍼가 의견 차이로 인해 블리자드를 떠난 것이다. 2005년 당시 마이크 모하임 대표의 얼굴에 왠지 모를 씁쓸함이 묻어 있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2000년도부터 제작되어온 ‘고스트’는 블리자드가 제작하는 최초의 Xbox360 기종 타이틀로 이목을 집중시켰으나 미숙한 완성도 문제로 결국 2006년 3월 개발이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다. 최근 모하임 대표는 외국 게임 매체, 유로게이머와의 인터뷰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2의 개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고스트’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전하고 있다.
여기에 블리자드의 모기업인 ‘비벤디’는 흥행 타이틀 부재로 인한 재정악화에 시달려 결국 2002년 여름 블리자드의 매각을 결심한다. 이 사실을 꿈에서도 듣지 못했던 블리자드 노스 측은 큰 울분을 토해내고, 급기야 ‘빌 로퍼’를 위시한 대표 개발사가 단체로 퇴사하기에 이르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 빌 로퍼가 원활하게 의견 조율을 해서 ‘지옥의 문’을 열지 말고 남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든다.
천만 유저 제국 건설의 꿈 ‘WOW’ 드디어 수면 위로!
2002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게임쇼 ‘ESTC’에서 최초로 공개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암흑기를 맞이한 블리자드에게 한 줄기 희망으로 작용하며 훗날 천만 유저를 보유한 가장 인지도 높은 MMORPG로 성장한다. 2004년 1차 CBT 당시, 갓 대학에 입학한 필자가 이 게임은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단언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당시 외신들도 ‘에버퀘스트’, '파이널 판타지11' 등이 꽉 잡고 있던 MMORPG 시장에서 ‘워크래프트’를 세계관으로 삼은 온라인 RPG 신작의 성공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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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성전'이 공개된 블리즈컨 2005 당시 마이크 모하임 대표
하지만 많은 이의 예상과 달리 WOW는 큰 성공을 거두고 이듬해인 2005년부터 개최되어 블리자드의 대표 행사 중 하나로 자리잡은 ‘블리즈컨’의 1번째 자리에서 선보인 ‘불타는 성전’이 24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역대 가장 빨리 팔린 PC 게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크나큰 산고 끝에 ‘WOW’를 낳은 블리자드의 모하임 대표 얼굴에는 패배를 이겨낸 자의 여유와 만족감이 묻어난다. 최초 서비스 후 7년이 지난 현재, ‘WOW’는 한국을 포함한 15개 지역에서 서비스 중이며 약 1200만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2007년과 2008년, ‘스타2’와 ‘디아블로3’으로 재정비!
‘WOW’의 첫 확장팩이 출시된 2007년, 블리자드는 또 하나의 깜짝 소식을 터트린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목 빠지게 기다린 ‘스타크래프트’의 후속작,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의 개발 사실이 월드와이드 인비테이셔녈 2007을 통해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된 것이다. 한정원 전 블리자드 코리아 지사장과 함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모하임 대표의 표정은 더할 것 없이 평온하다. 경쟁력 있는 IP를 또 하나 보유하게 되었다는 자신감이 얼굴에 그대로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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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WWI 당시 마이크 모하임 대표
여기에 블리자드의 모회사인 '비벤디'가 2007년 12년 ‘콜 오브 듀티’로 유명한 콘솔 게임 업계의 대표 주자 ‘액티비전’과 합병을 실시해 전세계 최고 게임 회사 EA에 걸맞은 위용을 갖추게 된다. 당시 블리자드와 액티비전은 서로의 IP를 공유하지 않는 독립된 회사로 성장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따라서 각 제작사는 현재까지 ‘블리자드’와 ‘액티비전’으로 분리되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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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2'와 '디아블로3'으로 재정비! 자신감이 절로 느껴지는 마이크 모하임 대표의
사진
2007년이 ‘스타2’의 해였다면 2008년은 ‘디아블로3’의 시대였다. 각종 루머를 통해 유출된 ‘디아블로3’의 존재는 2008년 중국에서 개최된 마지막 WWI를 통해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이후 ‘스타2’와 ‘디아3’은 매년 개최되는 게임쇼마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관련 언론 및 팬들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WWI 현장에서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자사의 개발진들이 모여 결성한 밴드 ‘타우렌 족장’의 일원으로 참석해 공연을 여는 등 팬들과 호흡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WOW’가 중국에 풀릴 때까지 수염 안 민다
2009년에는 마이크 모하임 대표의 외모에 심대한 변화가 찾아온다. 2009년 블리즈컨 현장에서 그는 평소 공식 석상에서 즐겨 입는 블리자드 티셔츠 대신 멀끔하게 정장을 갖춰 입고 등장해 언론인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한결 깔끔해진 복장과는 반대로 턱에는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모습에 기자들은 왜 이렇게 외모가 변했는지 물었다. 이에 그는 “WOW의 중국 서비스가 공식적으로 재개되면 면도하기로 직원들과 약속했다.”고 답변하며 당시의 갈등 상황을 어필했다. 이후 모하임 대표의 ‘수염’은 블리자드에 근심거리가 생길 때마다 언급되는 화제거리로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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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W' 중국 서비스 정상화까지 면도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 마이크 모하임 대표
사건의 시작은 ‘WOW’의 중국 서비스 업체가 더 나인에서 넷이즈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온라인게임을 둘러싼 중국 신문출판총서와 문화부의 권력 싸움에 등이 터진 블리자드, 그 과정에서 중국 서비스가 다시 열렸다가 닫히는 등 원치 않는 갈등을 겪은 WOW의 상황이 대표의 얼굴에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다. 현재 넷이즈는 ‘WOW’의 새로운 확장팩 ‘대격변’을 서비스하기 위해 지난 1월 13일 중국 신문출판총서에 심의 서류를 제출한 상황이다. 관계자들은 최대 60일의 기간이 소요되는 중국 심의 시스템에 따라 올해 2분기 안에 ‘WOW: 대격변’가 중국에 상륙할 것이라 전망했다.
블리즈컨 2009에서 블리자드는 ‘프로젝트 히드라’라는 의문의 타이틀을 언급해 관련 언론 및 팬들에게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스타크래프트’의 MMORPG화 가능성까지 대두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실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정체는 ‘디아블로3’로 밝혀져 그 이후, ‘프로젝트 히드라’는 블리자드 희대의 낚시로 남았다.
3년 묵혀온 e스포츠 지재권 문제, ‘스타2’에서 터지다!
20여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와 드디어 바로 지난 해인 2010년에 다다랐다. 이 해 최대 이슈는 단연 ‘스타2’의 전세계 출시와 곰TV와의 국내 e스포츠 라이선스 독점계약 체결일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지난 2007년부터 3년간 묵혀온 e스포츠 지재권 문제가 급부상했다. 지키려는 자와 가지려는 자의 공방은 대화로 끝을 보지 못하고 현재 법정으로 넘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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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L 오픈 시즌의 개막식에 참석한 마이크 모하임 대표
블리자드는 지난 2007년부터 ‘스타2’의 e스포츠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업그레이드 내역, 뽑은 유닛 수 등 세부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옵저버 시스템을 구축한 것 역시 e스포츠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모하임 대표는 지난 9월에 개막한 GSL의 개막식에 참가하는 등 ‘스타2’의 e스포츠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선보였다. 그의 얼굴에 자리한 두툼한 턱수염에서 자사 게임의 e스포츠 지재권을 둘러싼 국내 관계자들과의 갈등에 대한 고민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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