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셧다운제와 관련된 논란이 한창입니다. 셧다운제는 적용범위와 관련된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의 의견대립으로 일단 4월까지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가 유보되기는 했지만, 셧다운제 도입이라는 큰 그림에는 양부처 모두 동의한 상태이기 때문에 적용범위와 유예기간에 대한 합의만 이루어지면 셧다운제 도입은 곧 가시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셧다운제도는 16세 이하 청소년들이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네트워크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고, 이를 방지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이러한 셧다운제는 헌법적 관점에서 봤을 때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3회에 걸쳐 셧다운제와 관련된 헌법적 문제점들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로 셧다운제 도입시 게임 할 권리를 제한 당하는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기본권 침해 여부를 논의하고자 합니다.
청소년이 "게임을 할 권리"도 기본권이다
현재 논의 중인 청소년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16세이하 청소년들은 특정시간(0시~6시) 동안 네트워크 게임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청소년들은 "게임을 할 권리"라는 기본권을 제한당하게 됩니다.
"게임을 할 권리"도 기본권에 포함된다는 사실이 약간 의아하실 수도 있으실 겁니다. 물론, 양심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처럼 헌법에서 명문으로 "게임을 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헌법에서는 "행복추구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행복추구권은 일반적인 행동 자유권을 주요 내용으로 합니다.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이란 국민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을 국가권력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하기 때문에, "게임을 할 권리"도 당연히 행복추구권의 내용에 포함되는 기본권입니다.
과잉금지의 원칙
물론, 기본권이라고 해서 언제나 무제한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모든 권리와 마찬가지로 "게임을 할 권리"도 법률로서 제한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국민의 기본권 제한이 지나치게 과도하여 침해의 정도에 이르게 되면 헌법재판소는 이를 위헌으로 판단하여 법률적 효력을 상실시키는데, 여기서 기본권의 합리적인 제한인지 여부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과잉금지의 원칙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그 내용으로 합니다. 다시 말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그 목적이 헌법과 법률체계 내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목적의 정당성), 기본권 제한의 수단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절한 것이어야 하며(수단의 적정성),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 수단 중 가장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적은 수단을 선택해야 하고(침해의 최소성), 기본권 제한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이 이로 인해 제한되는 기본권보다 크거나, 적어도 균형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만약, 법률이 위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이와 같은 법률은 헌법을 위반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게임 셧다운제도는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예방 및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일단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셧다운제가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정한 수단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선, 게임중독이란 "게임을 얼마나 오래 하느냐"의 문제이지, "언제 게임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시 말해, 심야에 게임을 한다고 할지라도 게임중독이 아닐 수 있는 반면, 허용된 시간에 게임을 한다고 할지라도 게임중독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고,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일정시간 이상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며, 특정시간에 일률적으로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시키는 것은 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문화연대와 청소년 인권단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5.5%에 달하는 청소년들이 셧다운제가 도입되면 성인 주민등록증을 도용해 게임을 이용할 것이라고 답변하고, 한국입법학회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94.4%의 청소년들이 게임셧다운제가 시행된다고 할지라도 다른 대안을 찾거나 규제를 회피할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답변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과연 셧다운제도가 실시된다고 해서 게임중독 예방 및 방지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른 한편, 게임 셧다운제도는 침해의 최소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셧다운제는 특정시간 동안 청소년들의 게임접속을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이보다 더 완화된 수단을 통해서도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게임중독 상태이거나, 게임중독이 우려되는 청소년들에 대해서는 법정대리인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면서도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임은 자아실현의 수단
필자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당구장은 성인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교복을 사복으로 갈아입고 대학생인 것처럼 몰래 당구장에 가는 친구들도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당구장은 금지된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1993. 5. 13.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판결을 내립니다. 18세 미만자가 당구장에 출입할 수 없도록 한 ‘체육시설의설치이용에관한법률시행규칙’ 제5조가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므로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판결이유에서 당구를 통하여 자신의 소질과 취미를 살리고자 하는 소년에 대하여 당구를 금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의 한 내용인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의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게임은 이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한 분야로 완전히 자리매김했으며, 게임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프로게이머가 되려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존재합니다. 이들에게 있어 게임이란 이미 오락이 아닌 자아실현의 수단입니다. 공부대신 운동, 음악, 미술을 자신의 길로 선택한 청소년들이 밤을 새워 연습을 하고, 작품을 만드는 것과 게임으로 자아를 실현하려는 학생들이 밤을 새워 게임을 하는 것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게임을 단순한 오락으로 즐긴다고 해서, 게임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려는 청소년들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에 대한 침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마치며
청소년의 게임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셧다운제를 도입하는 것은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기름값을 올리는 것만큼이나 단순한 발상입니다. 무엇보다도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을 훈육과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이미 독립된 인격체이며, 자신들의 여가시간을 소비하는 방법에 대해 선택권을 가져야 합니다. 청소년들의 선택권을 법률로서 제한하는 순간 그들은 독립된 주체에서 단순한 수범자로 변하게 됩니다. 모쪼록,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보다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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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찬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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