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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성 잃은 셧다운제도, 내수시장만 `위축`


게임 셧다운제의 헌법적 문제점을 다룬 칼럼을 3회에 걸쳐서 연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두번째 시간으로 게임업체 입장에서 바라본 셧다운제의 문제점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직업선택의 자유
 
헌법에서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비록 명문상 직업 "선택"의 자유라고 규정되어 있지만, 헌법에서 말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란 자기가 선택한 직업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포함합니다.
 
게임 셧다운제가 시행되면 게임업체는 16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0시부터 6시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되므로,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발생합니다.
 
셧다운제로 인해 직업수행의 자유가 침해되는 정도에 이르렀는지와 관련하여, 과잉금지의 원칙을 기준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수단의 적정성 측면에서 보면, 비대면 가입을 전제로 하는 게임서비스의 특성상 실제 가입자가 명의인과 동일한 사람인지 게임업체가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청소년들이 부모나 다른 성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여 게임서비스에 가입하는 경우에도 이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습니다. 이처럼 쉽게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셧다운제를 통해 게임중독을 예방 및 방지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또한, 게임업체가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요청에 따라 게임시간을 개별적으로 제한하거나, 총 게임시간을 이메일 등을 통하여 통지하는 방식으로도 아이들의 게임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면, 셧다운제와 같은 일률적인 통제방식은 지나치게 기본권을 많이 제한하는 수단이므로 침해의 최소성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네트워크 게임과 비네트워크 게임간의 차별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평등의 원칙에서 말하는 평등이란 모든 대상을 항상 동일하게 대하라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차별을 인정하는 상대적 평등입니다. 따라서, 입법자는 객관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규범의 대상을 실질적으로 평등하게 규율해야 합니다.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서는 셧다운제의 적용대상을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게임물"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조항의 해석상 PC, 모바일, 콘솔 게임을 불문하고 네트워크를 이용한 모든 게임은 셧다운제의 적용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온라인 PC 게임으로 그 적용범위를 제한하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셧다운제 적용범위는 결국 국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되겠지만, 일단 온라인 PC 게임으로 셧다운제 적용대상을 제한한다고 할지라도 일반 패키지 게임처럼 네트워크 기능을 포함하지 않은 PC 게임들은 셧다운제 적용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두가지 게임 사이에는 차별이 발생하게 되는데, 과연 이런 차별이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는 합리적 차별인지가 문제됩니다.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고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므로, 네트워크 게임에 대해서만 셧다운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차별이 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게임과 비네트워크 게임 사이에 중독성 측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 게임에만 중독성이 존재하거나, 네트워크 게임의 중독성이 비네트워크 게임에 비하여 현저히 높아야 합니다.
 
물론 네트워크 게임은 여러 게이머가 동시에 접속하여 상호 경쟁하고 협력할 수 있기 때문에, 비네트워크 게임에 비하여 보다 더 흥미로운 오락적 요소들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네트워크 게임 중에서도 이혼제조기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풋볼 매니저" '문명하셨습니다'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문명"과 같이 강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 다수 존재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네트워크 기능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셧다운제의 적용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차별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결국, 네트워크 게임만을 셧다운제의 적용대상으로 한 이유는 셧다운제의 적용이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중독성이 높은데도 셧다운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네트워크 게임, 중독성이 낮은데도 셧다운제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 네트워크 게임에 대해 불합리한 차별이 이루어지게 되며, 이는 헌법에서 말하는 평등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입니다.
 
외국업체와 국내업체간의 차별
 
게임은 이미 오래전에 국경을 넘나드는 서비스 산업이 되었습니다. 외국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의 경우 국내법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업체에 대해서만 셧다운제가 시행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내 게임업체와 외국 게임업체 사이에는 셧다운제와 관련된 차별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차별이 합리화되기 위해서는 국내 게임업체가 만든 게임의 경우에만 중독성이 존재하거나, 중독성이 훨씬 강해야하는데, 이렇게 판단할만한 어떠한 근거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유사한 문제는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한 "유튜브" 사건에서도, 게임물 등급심사와 관련된 "부족전쟁" 사건에서도 발생했었는데, 이는 기술적인 발달로 서비스는 점점 광범위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규제권한은 국경을 넘을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규제권한의 한계라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국내 게임업체에 대해서만 셧다운제를 적용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한 불이익은 모두 국내 게임업체가 감수해야 합니다. 셧다운제가 시행되어 국내게임에 대한 접속이 불가능해지면, 국내 게이머들은 외국의 유사 게임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이미 전지구적 범위에서 게임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실효성도 크지 않은 셧다운제로 국내 게임업체의 손발을 묶는다면, 과연 국내 게임산업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걱정이 앞섭니다.
 
게임중독의 문제는 비단 대한민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셧다운제라는 방식으로 이를 규제하는 나라가 극히 일부에 불과한지 우리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치며

우리는 자본의 벽을 뚫고, 규제를 버틸 수 있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의 창조성이 말살되어 왔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백화점에 매장을 내지 못하는 의류업체, 윤전기를 임차할 능력이 없는 언론기관, 기획사의 선택을 받을 수 없는 가수들은 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몰 덕분에, 블로그와 인터넷 덕분에, 유튜브 덕분에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잠재적 재능을 펼치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많은 게임 개발사와 게임 개발자들에게 또하나의 부담을 주어 이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막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과점시장의 폐해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는 셧다운제가 현재의 기술적 발전과 사회적 변화에 어울리는 정책인지 보다 더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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