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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닉 연대기(하) 스무 살, 너~무~ 달리고 싶은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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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닉 더 헤지혹 1' 에서부터 '소닉 더 헤지혹 4' 까지의
도트 그래픽과 일러스트의 변천사


세가가 ‘제 6세대 콘솔게임대전’에서 참패를 한 이후로 소닉 더 헤지혹(이하 소닉)은 제대로 달려보지도 못하고 2011년을 맞이했다. 그 동안 소닉은 “배불뚝이 배관공이랑 뛰는 속도가 비슷하다.” 며 굴욕을 당하기도 하고, 스네이크와 함께 대난투에 참전하여 전기 쥐랑 치고 박고 싸우느라 정체성을 잃기도 했다. 세가의 품에서 떠나 방황하는 소닉의 흥망성쇠를 다룬 ‘소닉 더 헤지혹 연대기 (하)’를 통해 쉴새 없이 마하의 속도로 달려온 소닉의 20년 역사를 마무리 해보려고 한다.



소닉 어드밴스


▲최초의 GBA 소닉 시리즈 '소닉 어드밴스'


1999년, SNK의 ‘아랑전설’ 개발팀이 떨어져 나와서 설립한 회사 딤프스는 휴대용 콘솔게임기 ‘네오지오 포켓 컬러(NGP)’ 전용 타이틀인 ‘소닉 포켓 어드벤처’를 출시한다. 이 작품은 기존의 ‘소닉 더 헤지혹 2’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긴 하지만, 최초의 타 기종으로 출시된 시리즈라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게임이다. 이후 2001년, 딤프스는 게임보이 어드밴스(GBA)’로 오리지널 소닉 시리즈인 ‘소닉 어드밴스’를 출시. 최초의 타 기종으로 출시된 ‘오리지널 소닉’ 타이틀을 얻는다.


▲몇 안되게 미소짓는 소닉을 만날 수 있던 작품


‘소닉 어드밴스’는 ‘소닉 어드벤처’ 이후 오랜만에 등장했던 2D 횡스크롤 방식의 게임으로, ‘소닉 더 헤지혹 2’와 같은 스테이지 구성(6개의 존, 2개의 엑트)에 ‘소닉 어드벤처 2’의 B 버튼을 활용한 전투 방식과 그라인드 레일을 도입해 명작 반열에 들어선다. 등장 캐릭터로는 소닉, 테일즈, 너클즈 외에 에이미까지 등장했으며, B 버튼을 통해 승룡권이나 망치 휘두르기 등의 액션도 사용할 수 있었다. 이후 후속작으로 ‘소닉 어드밴스 2’, ‘소닉 어드밴스 3’까지 출시되었지만, ‘소닉 어드벤스 1’ 이후로는 크게 흥행을 하지 못했다는 아픔이 존재한다.

소닉 히어로즈


▲'소닉 히어로즈' 는 '소닉 더 헤지혹 2' 다음으로 많이 팔린 소닉 시리즈라고 한다


2003년 소닉이 현실세계에 소환되면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소닉 X’가 전 세계에서 방영되던 중, 플레이스테이션 2(PS2), 게임큐브(NGC), 엑스박스(Xbox), PC의 멀티플랫폼으로 ‘소닉 히어로즈’가 출시된다.

‘소닉 히어로즈’는 ‘소닉’ 시리즈 사상 최초의 멀티플랫폼 발매작이자 한글화 출시된 작품으로, 세 명씩 한 팀을 이루는 ‘팀 액션’ 시스템을 도입, 특정 상황마다 캐릭터의 포메이션을 바꿔가며 플레이 하는 진행방식을 채택했다. 각 팀마다 달리기의 ‘스피드 포메이션’, 비행의 ‘플라이 포메이션’, 전투의 ‘파워 포메이션’을 ‘팀 액션’으로 구현했고, 팀 블라스트 게이지를 모두 채우면 발동하는 특수효과 능력도 있었다.


▲히어로 팀의 플라이 포메이션을 담당했던 테일즈
이렇게 보니 정말 힘들어보인다


‘소닉 히어로즈’의 새로운 방식은 나름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무조건 포메이션을 변경하며 진행해야 한다는 점과 사망 시 시작장소로 돌아가는 강제진행과 암기를 요구하는 플레이는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래픽이나 팀 액션의 구성, 음악 등의 부가적인 요소들은 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소닉 러시


▲2003년부터 방영을 시작, 2004년까지 방영했던 '소닉 X'
지금 생각난 것이지만 내 키랑 비슷한 고슴도치가 걸어다닌다면 놀라는 수준이 아닐 듯


이후, 고전 시리즈 합본만을 주로 출시하던 세가와 다르게, 딤프스는 2004년 닌텐도의 휴대용 콘솔게임기 NDS로 ‘소닉 어드벤처’의 뒤를 잇는 신작 ‘소닉 러시’를 출시한다. ‘소닉 러시’는 소닉 팀과 딤프스가 합작하여 나온 아이디어의 산물로, 2.5D 그래픽(전투 3D, 필드 2D)을 표현해냈다. 또한 ‘젯 셋 라디오’의 나카무라 히데키 프로듀서가 게임음악을 담당해 게임의 완성도를 높였다.

‘소닉 러시’는 듀얼 스크린을 활용한 필드 구성과 신 캐릭터 ‘블레이즈 더 캣(이하 블레이즈)’ 의 참전으로 소닉과 교대하며 다른 패턴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다만, 솔 에메랄드를 수호하는 이세계의 황녀 ‘블레이즈’는 이후 다른 시리즈에서 만나기 힘들어지면서 에이미에게 밀려나버리는 캐릭터가 된다.


▲최근에 다시 플레이하여도 꽤 재미있는 '소닉 러시'


이후 국내에도 정식 발매한 후속작 ‘소닉 러시 어드벤처’가 출시되지만 크게 흥하지는 못했다. 아쉽게도 딤프스는 후속작엔 약한 듯 하다.

소닉 더 헤지혹(소닉 더 헤지혹 넥스트 제너레이션즈)


▲이 작품을 은근히 기다렸던 필자의 가슴속에는 이 단어 하나만 떠올랐다...


소닉이 15살이 되던 2006년, ‘소닉 더 헤지혹 연대기 2부’ 에 반드시 다루어야 할 작품 ‘소닉 더 헤지혹 넥스트 제너레이션’ 이 생일 기념으로 출시한다. 이 타이틀은 시리즈를 리부트(Reboot)한다는 의미로 ‘소닉 더 헤지혹’ 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지만, 팬들이 기존의 시리즈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뒤에 ‘넥스트 제너레이션즈’를 붙여주면서 이 게임을 부르는 명칭은 두 개로 나뉜다.

‘소닉 더 헤지혹 넥스트 제너레이션즈’ 는 이미 별 의미 없어진 ‘제 7세대 콘솔게임대전’ 의 두 주인공 PS3, Xbox360으로 최초로 출시된 작품이다. 여기에 발매 전 공개된 프로모션 영상은 팬들을 잔뜩 기대하게 만들었다.


▲모든 원흉이라 할 수 있는(?) 실버 더 헤지혹


그러나 막상 출시된 게임은 팬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쳤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소닉 제너레이션즈’는 ‘그래픽만 좋은 괴상한 작품’ 이었다. 속도감은 소실, 커피 한잔 끓일 시간을 넘나드는 로딩, 그리고 게임의 정점을 찍어주는 버그등 심각한 문제가 산재했다. 이는 ‘소닉 더 헤지혹 넥스트 제너레이션즈’에 새로 참전한 ‘실버 더 헤지혹’의 특수능력 염력을 표현하기 위해 물리엔진을 변경하면서 기존의 물리엔진과 충돌이 일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자세한 내용은 접어두더라도 물리엔진을 잘못 사용하면 게임을 말아먹게 된다는 교과서가 되었다.


▲스크린샷만 보고 "오 괜찮아보여" 라고 생각하고 이 게임을 구매하려 한다면 절대 말리고 싶다.


결론적으로 소닉 팬들에게 ‘소닉 더 헤지혹 넥스트 제너레이션즈’ 는 악몽 그 자체였으며, 이와 함께 게임 음악으로 수록된 Zebrahead의 ‘His World’는 저주받은 명곡이 되어 게임 속에서 유일하게 쓸만한 콘텐츠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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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닉 언리쉬드 / 소닉과 암흑의 기사 / 소닉 크로니클

괴물로 변신하거나 무기를 들고 싸우는 소닉이 등장하는 2007년부터 2009년, 세가는 ‘소닉 더 헤지혹 넥스트 제너레이션즈’ 에서 받은 굴욕을 씻기 위해 다양한 도전을 한다.


▲'소닉 월드 어드벤처' 는 '소닉 언리쉬드' 의 일본판 이름
국내에 일본보다 더 빠르게 출시獰駭


괴물로 변신하는 소닉이 등장하는 ‘소닉 언리쉬드(소닉 월드 어드벤처)’ 는 2008년에 출시된다. ‘소닉 더 헤지혹 = 스피드’ 라는 간단한 공식을 이제서야 알아낸 세가는 ‘소닉 언리쉬드’를 제대로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전력으로 개발에 착수한다. 그 결과 나온 ‘소닉 언리쉬드’는 깔끔한 그래픽과 새로운 캐릭터 칩(Chip)의 등장으로 상당한 수작으로 평가받을 뻔 했지만, ‘웨어혹 시스템’ 의 추가로 또 다시 팬들의 뒤통수를 친다.


▲나름 그래픽도 좋고 재미도 있었다. 웨어혹만 없었으면...


‘웨어혹’ 이란 평범한 소닉으로 진행하는 ‘데이타임(낮)’ 과 소닉 더 웨어혹이라는 괴물로 진행하는 ‘나이트타임(밤)’ 두 개로 나뉘어 게임의 스토리를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이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가 스피드를 살리게 될 경우 몇 달을 걸쳐서 제작한 배경이 몇 초 만에 사라지는 것이 아까워서인데, ‘나이트타임’의 진행이 너무 단순하고 속도감 또한 없어서 엄청난 마이너스 요소가 되어버린다.


▲게이머들이 '소닉 더 웨어혹' 을 하고 난 후의 표정


그나마 정식 발매도 하고 ‘웨어혹 시스템’ 만 빼면 괜찮은 게임이라고 평가 받는 ‘소닉 언리쉬드’는 다행인 편이다. 이후 출시된 ‘소닉과 암흑의 기사’와 ‘소닉 크로니클’ 같은 경우 국내에는 소개조차 되지 않아 모르는 게이머가 더 많을 것이다.


▲이런 타이틀이 있었는 줄 안다면 당신은 소닉 팬

시리즈 사상 유일무이하게 소닉이 무기를 들고 싸우는 ‘소닉 암흑의 기사’는 2009년 Wii 전용으로 출시되었다. 이 게임은 소닉이 영국의 아더 왕 전설이 있던 중세시대로 소환되어 칼리번을 들고 엑스칼리버가 될 때까지 싸워나간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마을의 대장장이로 등장하는 테일즈를 시작으로 섀도우(란슬롯), 너클즈(가웨인), 블레이즈(퍼시발) 등이 원탁의 기사로 등장,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뭐, 독특한 스토리와 설정, 음악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플레이 자체가 위 리모컨으로 칼을 휘두를 뿐 속도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는 비평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벤트 CG는 그림책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줘서 상당히 좋았다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는 '소닉과 암흑의 기사'
사실 2008년 '대난투 스매시브라더스X' 를 통해 무기를 들고 싸우기는 했었다


마지막으로 소닉 20주년 공식 홈페이지 목록에도 없는 ‘소닉 크로니클: 더 다크 브라더후드’ 는 닌텐도DS로 출시한 턴제RPG다. 이 게임은 ‘드래곤에이지’, ‘스타워즈 구 공화국’을 제작한 바이오웨어와 소닉 팀이 합작으로 만든 작품으로, 유명 개발사가 합작으로 제작했다는 점과 예상치도 못한 턴제RPG라는 장르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터치 스크린으로 캐릭터를 이동하고, 더블 스크린을 통해 전투 정보를 파악하는 방식의 인터페이스에 소닉을 포함한 네 명이 한 파티가 되어 게임을 진행하는 이 게임은 바이오웨어의 노련미가 듬뿍 묻어난 수작이긴 했지만 정작, ‘소닉 더 헤지혹’의 근본적인 재미를 느낄 수 없어서 팬들에게는 색다른 도전을 했던 타이틀 정도로만 기억되고 있다.


▲이 게임은 소닉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플레이하면 재미있다


위의 게임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참신한 시도를 통해 이목을 집중시키긴 했지만, 시리즈 자체의 기본이 되는 속도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여 모두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역시 소닉은 소닉다워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사례들이다.

소닉 더 헤지혹 4 에피소드 1


▲여담이지만 원래 이 작품이 20주년 기념 작품이었다고 한다
'소닉 제너레이션즈' 가 나오기 전까지는

2010년, 세가는 딤프스와 함께 두 번째 리부트 작품인 ‘소닉 더 헤지혹 4 에피소드 1’을 출시한다’4’ 라는 넘버링에서 알 수 있듯이 ‘소닉 더 헤지혹 4’는 메가드라이브판의 ‘소닉 더 헤지혹 3’ 이후 17년 만에 출시되는 정통 시리즈라고 해서 상당한 눈길을 끌었다. PS3, Xbox360의 DLC로 판매되었으며, 시리즈 최초로 iOS로도 출시되었다.

‘소닉 더 헤지혹 4 에피소드 1’ 은 메가드라이브판 소닉 시리즈의 게임성과 ‘소닉 어드벤처’ 에서 볼 수 있던 ‘호밍 어택 시스템’을 더한 플레이 방식을 선보였는데, 메가드라이브판 소닉 시리즈에 등장하는 스테이지와 음악까지 리메이크로 채우는 바람에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작품 하나를 에피소드로 쪼개 출시하면서 역대 최악의 볼륨(스테이지 4개에서 5개 정도)을 자랑했다. 필자도 아이패드로 간혹 플레이 했었는데, 가만히 서 있으면 아이팟을 꺼내 음악을 듣는 귀여운 소닉의 모습만 기억에 남는다.


▲왠지 정겨운 분위기


같은 해인 2010년, 시리즈 신작인 ‘소닉 컬러즈’가 출시되기 전, ‘소닉 & 세가 올스타 레이싱’ 이라 하여 세가를 대표하는 유명 게임 캐릭터들이 한 곳에 모이는 레이싱 게임이 등장한다. 이 게임에서 소닉이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모습을 본 게이머들이 “소닉이 자동차를 타는 것 자체가 패널티 아니냐” 라는 농담을 하곤 했는데, 실제 출시하고 보니 필살기를 발동하면 자동차는 버리고 냅다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어 웃음을 자아냈다.

소닉 컬러즈


▲사실 필자는 이게 발매했는지도 몰랐다


‘소닉 더 헤지혹 4’와 별개로 소닉 팀은 2010년 ‘소닉 컬러즈’를 Wii와 NDS로 발매한다. ‘소닉 컬러즈’는 ‘플래닛 위습’에 세워진 유원지 ‘에그플래닛 파크’를 무대로 진행되는데, ‘위습’이라는 요정과 함께 다니는 모습이 닌텐도에서 발매한 ‘슈퍼 마리오 갤럭시’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픽 연출이나 분위기가 좋았다

특이하게도 ‘소닉 컬러즈’는 기기에 따라 게임이 약간씩 달랐다. Wii로 출시된 버전은 속도감을 중심으로 스테이지를 구성하였으며, NDS 버전은 ‘소닉 러시’와 비슷한 그래픽과 시스템을 따르게 된다. 두 버전 모두 ‘위습’과 함께 하늘을 날거나 가속으로 움직이는 플레이는 동일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소닉 컬러즈’를 더 높이 평가해주지만, 정작 판매량은 ‘소닉 더 헤지혹 4’가 더 잘 나왔다.

소닉 더 헤지혹은 세가타 산시로와 함께 기억될 것이다.


▲소닉 더 헤지혹 20주년 기념 영상
보고 있으면 감회가 새롭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소닉은 ‘소닉 제너레이션즈’를 준비 중이다. 세가의 공식 홈페이지에 나오는 말을 빌리면 ‘20년간의 역사와 즐거움, 놀라움과 그리움이 하나로 응축된 작품’ 이라고 한다. 이 게임에는 메가드라이브판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의 모던 소닉(클래식 소닉) 과 ‘소닉 어드벤처’ 시리즈의 샤프한 소닉이 함께 나오며, 지금까지 발매한 거의 모든 작품들의 스테이지나 보스들이 리메이크되어 등장한다고 한다. 이번 특집기사를 통해 모든 시리즈를 언급하지 못하여 아쉽지만 한때 마리오와 싸우고, 토로와 싸우던 그 시절을 한 번이라도 떠올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오는 11월 1일 정식발매되는 ‘소닉 제레이션즈’을 통해 오랜만에 소닉과 함께 달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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