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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게임업계의 `나는이슈다` Best 10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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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올해 들어 전화와 문자 기능 정도만 지원하던 피처폰에서 인터넷과 SNS, 미디어까지 지원하는 스마트폰으로 갈아탔다. 뒤늦게 깨달은 스마트폰의 매력에 한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가 하면, 반대로 작년까지 꽤나 열심히 플레이했던 휴대용 게임기에는 먼지가 쌓여간다. 물론 차세대 휴대용 콘솔이 나오긴 했지만 아직은 해외 얘기라 실질적인 구경은 거의 못 해봤다. 올해는 온라인 게임보다 패키지 게임에서 대작들이 많이 출시되었으며, 이를 위해 바이러스 투성이의 6년 된 노트북을 과감히 버리고 새 데스크탑 컴퓨터를 샀다. 반면, 게임 관련 방송과 뉴스를 보고, 듣고, 작성하다가 나도 모를 쓴웃음이 나왔던 기억이 상당히 잦았다.

2011년 한 해동안 일어난 개인적인 게임 관련 이슈들을 정리했다. 다른 기자에게 물어보면, 혹은 업계 관계자나 일반 게이머들에게 물어보면 또 다른 답변이 나올 것이다. 누군가는 몇 년 동안 기다렸던 게임이 1년 내내 나올까 말까 하면서 애를 태웠던 일을 떠올릴 수도 있고, 혹은 생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도 있겠다. 어쨌든 2011년에는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 이런 기자를 보고 혹자는 '드디어 문명 세계에 진입했구나' 라고 평했다

아래에 소개할 내용 역시 많은 사람들이 떠올릴 만한 이슈들이다. 사실 이 중에는 단순한 해프닝이나 추억, 현상 파악 정도로 끝날 만한 사건도 있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 미래는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하던가. 대부분의 이슈들은 현재 진행형인 경우가 많다.

 

TV방송, 게임이 봉이야?

올해는 유달리 TV를 보며 불편했던 기억이 많았다. 추적60분에서는 ‘살인을 부르는 게임중독’ 이라는 주제로 게임을 마약과 같이 표현했으며,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게임의 폭력성을 확인하겠다는 명목으로 PC방의 전원을 무단으로 내리는 등의 실험을 진행했다. 이러한 방송은 그들의 논리인 ‘게임=폭력성을 증가시키는 규제 대상’ 이라는 결론으로 전파를 탔고, 여론이 형성되었다.

물론 게이머들과 업계 관계자 및 현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 보도에 맹렬히 반발했다. 인터넷에서는 방송에 나온 대사와 캡쳐 사진들이 패러디되어 돌아다녔고, 게임메카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도 해당 보도를 질타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방송에서 말하는 바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반 시청자들도 매우 많았고, 조금씩 나아져 가던 게임에 대한 범국민적 인식은 다시금 ‘중독’ 과 ‘폭력성’ 이라는 키워드로 대체되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청소년의 심야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힘을 얻으며 결국 시행까지 이르른 것에도 이러한 여론몰이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물론 게임중독에 대한 위험을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권고하는 것은 합당하다. 그러나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어떻게든 게임 탓으로 몰아가려는 공영방송의 행태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문제가 되었던 '추적60분' 최영희 의원의 발언

▲ 논란이 된 MBC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캡쳐

 

정부부처의 게임산업 규제

위와 같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점차 확대되면서, 결국 각종 정부부처가 진행하던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 법안도 속속 통과되어 결국 실행에까지 이르렀다.

가장 활발한 게임 규제 활동을 벌인 정부부서는 바로 여성부다. 얼마 전 실행되어 게임계를 후끈후끈하게 달군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일명 ‘셧다운제’ 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5년 처음 제기되었던 셧다운제는 위헌과 실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여성부의 발의안이 통과됨에 따라 지난 11월 20일부터 셧다운제가 본격 시행되었다.

그러나 셧다운제 실행을 둘러싼 정책 수립 과정은 일종의 개그를 방불케 했다. 아, 개그에 비유하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개그맨들에게 실례가 될 것 같으니 이 말은 취소해야겠다. 그러나 게임산업 진흥을 도와야 할 문화부가 여성부와 협의 과정에서 오히려 선택적 셧다운제로 또다른 규제를 낳는 모습은 많은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입에서 실소를 흘러나오게 했다. 여성부와 문화부는 그 외에 셧다운제 적용 플랫폼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이 없이 ‘과금 유무’ 나 ‘개인정보 수집’ 등을 잣대로 내세우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셧다운제’ 의 의도에 찬성하던 시민들에게서도 비난을 받았다.

셧다운제가 ‘청소년 수면권 보호’ 를 내세웠다면, 보건가족부가 발표한 ‘PC방 금연법’ 은 말그대로 국민 건강 진흥과 관련된 법안이다. 내용은 현재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으로 나뉘어 있는 전국 2만여 곳의 PC방을 2013년부터 전면금연화 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국민들은 흡연자와 금연자의 입장으로, PC방 업주와 금연지역 확대 지지자들의 입장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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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방 금연법 반대 시위에 피켓을 들고 참여한 업주들

한편, 문화부는 청소년 이용 가능(전체, 12세, 15세 이용가) 등급 게임물에서 게임머니와 아이템 거래를 금지하는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해 업계의 빈축을 샀다. 문화부는 이번 개정안이 셧다운제와 함께 청소년의 게임과몰입을 방지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입법화 될 경우 그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템거래 사이트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게임물인 ‘리니지’, ‘아이온’, ‘던전앤파이터’ 등의 게임을 포함한 대부분의 인기작들이 청소년이용불가 미만의 등급을 받은 게임이며, 예외라면 ‘테라’ 정도다. 여기에 이미 아이템거래 사이트들은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돼 성인만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해당 법안은 청소년이 아니라 해당 게임물을 이용하는 성인들에게 적용된다.

위의 정책들은 현 상황에서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긴 어렵다. PC방 금연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가져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볼 때는 업계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새로운 유저층을 확보할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청소년게임 아이템거래 금지법이나 셧다운제의 경우에도 원래 취지를 잃지 않고 잘 적용되기만 한다면 그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2012년에는 ‘삽질’ 이나 부서간의 영역 다툼이 아닌 현명한 정책 수립과 시행을 기대해본다. 그런데, 이거 작년에도 한 말 아니었나?

  

인기 게임을 둘러싼 업체간 분쟁

게임을 둘러싼 업체간의 다툼 또한 2011년을 떠들썩하게 장식한 뉴스다.

먼저, 웹젠과 레드5스튜디오가 공동 출자해 개발한 MMOFPS ‘파이어폴’ 관련 분쟁은 올해 3월, 레드5스튜디오의 마크 컨 대표가 북미/유럽을 제외한 전 지역 퍼블리싱을 맡은 웹젠의 미온적인 태도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시작됐다. 이는 레드5스튜디오가 ‘파이어폴’ 퍼블리싱에 대해 법원에 계약 중재 신청을 함에 따라 심화되었고, 이어 웹젠의 허가 없이 레드5코리아에서 ‘파이어폴’ 게임시연회를 단독으로 개최함에 따라 절정에 달했다.

결국 해당 사건은 웹젠이 투자금을 반환받고 향후 5년간 수입의 10%를 로열티로 제공받는 조건으로 양사가 타협함에 따라 일단락되었으며, ‘지스타 2011’ 에서 레드5코리아가 ‘파이어폴’ 을 들고 나오면서 마무리됐다.

‘파이어폴’ 을 둘러싼 갈등이 업계 관계자들만의 문제였다면, 올해 중순 일어난 CJ E&M 넷마블과 넥슨 간에 벌어진 ‘서든어택’ 관련 분쟁은 많은 유저들까지 말려든 일대 사건이었다. 넥슨은 지난 5월 ‘서든어택’ 의 개발사 게임하이를 인수했으며, 넥슨닷컴을 통한 자체 서비스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서든어택’ 을 서비스 중이던 넷마블과의 재계약 관련 문제가 불거졌는데, 최악의 경우 재계약이 불발되며 넷마블이 소유하고 있는 유저 DB가 이전되지 않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유저들을 불안에 빠뜨렸다.

결국 ‘서든어택’ 관련 분쟁은 넥슨과 넷마블이 2년 간 ‘서든어택’ 을 공동 퍼블리싱 하는 것에서 마무리되었으나, 이로 인해 PC방 점유율 106주 연속 1위, 동시접속자 수 24만 명 등의 기록을 세우며 국내 최정상 급의 인기를 자랑하던 ‘서든어택’ 은 지금까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뻔 했던 아슬아슬한 기억을 유저들은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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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비스 분쟁에 이어 PC방 과금 문제까지 한 해동안 시끄러웠던 '서든어택'

 

게임업계를 뒤흔든 해킹 파문

21세기에 들어서며 모든 업무와 서비스가 온라인화 되면서 각종 기관과 업체는 항상 해킹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올해는 유달리 해킹에 대한 피해가 급증했다. 유저들의 소중한 개인정보는 마치 종잇장처럼 흩뿌려졌다.

올해 첫 대규모 해킹 사태의 피해자는 소니다. 지난 4월, 소니는 자사의 게임기 PS3와 PSP에서의 네트워크 플레이를 지원하는 PSN과 큐리오시티에 해커가 침입해 7,700만 회원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의 PSN 접속이 장기간 중지되어 게이머들의 큰 불편을 초래한 바 있다.

그러나 게임계를 휩쓴 해킹 사건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PSN 해킹이 보도된 직후 스퀘어에닉스, 닌텐도, 바이오웨어, 세가, 에픽게임즈, 베데스다 등 유명 해외 게임업체들이 연달아 해킹 피해를 입었다. 게임 업체 뿐 아니라 FBI 등 국가기관과 비자카드 등 금융기관 등도 해킹 피해를 입었으며, 국내에서도 농협과 네이트/싸이월드 사건이 벌어졌다. 그야말로 해커들의 난동이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넥슨의 인기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 가 해킹을 당해 1,300만 명 이상 회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메이플스토리’ 해킹 이전에도 중국 등지에서는 ‘한국인 생성기’ 로 불리우는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등록번호/실명/주소/핸드폰번호/보유차종 등의 유출된 개인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 '메이플스토리' 해킹 사건으로 고개숙인 넥슨 대표자들

그러나 이 같은 해킹 사태에 대해 정부는 미온적인 대책과 처벌, 그리고 인터넷 실명제로 대표되는 개인정보 수집 방침을 고집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이메일을 통한 본인 인증을 채택하고 있을 뿐 게임업체가 고객의 상세 개인정보를 보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핸드폰 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의 수집을 의무화 하고 있기 때문에 해킹, 혹은 고의적인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정도가 훨씬 크다. 문제는 이 같은 정보유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점점 많은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러다가는 회원가입 시 지문과 망막, 볼 안쪽의 DNA 정보까지 요구하지 않을까 겁이 난다.

해킹과 보안 문제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해커들은 신출귀몰한 방법으로 계속해서 보안의 허점을 공격하고, 이를 미리 예측하고 막기 위해서는 그 몇 배의 기술과 노력,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와 해외의 대규모 사태를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대규모 해킹 사태는 당장 내일이라도 덮쳐올 수 있음을 게임업체들은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차세대 휴대게임기 2종 발진, 그러나...

콘솔 업계에서는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 2종이 새롭게 등장했다. 닌텐도의 3DS, 소니의 PS비타가 그것이다. 두 기종 모두 국내에 정식 발매되지는 않았으나 3DS의 경우 일본에서 올 2월에, PS비타 역시 일본에서 오늘(17일) 출시되며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 전쟁’ 을 시작했다.

3DS와 PS비타의 성능은 확실히 뛰어나다. 3DS는 닌텐도만의 색깔을 살리면서도 안경 없이 볼 수 있는 3D 입체 기술과 뛰어난 하위 호완성 등을 앞세우고 있으며, PS비타는 PS2 이상으로 느껴지는 그래픽 퀄리티와 전/후면 터치 등 휴대용 게임기 사상 최고의 기기 성능을 자랑한다. 각각 전작인 NDS, PSP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좋아졌고, 인기도 나름 높다.

그러나, 과거 NDS와 PSP가 불러온 ‘휴대용 게임기 신드롬’ 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휴대용 게임기의 몰락’ 이라는 자극적인 평가까지 내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더 이상 휴대용 게임은 이 둘만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피니티 블레이드’, ‘레이지’, 심지어 최근 출시된 ‘GTA 3’ 등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스마트폰 게임은 더 이상 휴대용게임기에 이은 2등 주자가 아니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휴대용 게임기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조작감이나 용량, 퀄리티 등 스마트폰 게임이 휴대용 게임기를 추월하려면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다. 실제로 닌텐도와 소니도 ‘스마트폰은 휴대용 게임기를 따라잡을 수 없다’ 라는 철학을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 해답이 현재의 3DS인지, PS비타인지, 혹은 또 다른 제3의 플랫폼일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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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6일 일본에서 발매된 닌텐도 3DS
다만, 국내 발매 소식은 1년 가까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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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7일 일본에서 출시된 PS 비타
국내 발매일은 2012년 2월 11일이다

 

모바일게임 자율등급제 실시

게임물 사전심의제도로 인해 국내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사라졌던 게임 카테고리가 부활했다.

애플과 구글은 지난 7월 통과된 오픈마켓 자율 심의제도에 힘입어 1년 7개월 만인 11월 말에 국내 마켓의 게임 카테고리를 재오픈했다. 이에 따라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게임을 접하기가 더욱 간편해졌다. 이전에는 특정 게임을 다운로드 받기 위해서는 iOS의 경우 북미, 일본, 홍콩 등 해외 계정을 따로 만들어 해외 앱스토어를 이용해야 했고, 안드로이드는 각 통신사, 게임업체 별로 마련된 독자적인 마켓을 통해 게임을 접해야만 했다.

게임 업체들 역시 환영의 뜻을 표했다. 국내외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은 사전심의에 대한 부담을 벗고 다양한 게임을 서비스할 여건이 조성됨에 따라 손쉽게 국내 마켓에 신작 게임을 출시할 수 있게 되었고, 다양한 기존/신작 게임들을 앞다퉈 출시하는 등 오랜만에 찾아온 호황을 즐기는 모을 보여줬다.

단, 오픈마켓게임법이 7월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구글과 애플 게임 카테고리가 오픈되는 데 5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반성할 만 하다. 법안 발의에서부터 시행까지 애플,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내 업체와의 사전협의가 신속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는 하루 단위로 빠르게 바뀌어 가는 모바일 게임 산업에 대한 정부의 이해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11월 29일 오픈된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

 

협회-블리자드 갈등과 화해, MBC게임 폐지 결정

e스포츠에서는 두 가지 커다란 이슈가 보도되었다. ‘e스포츠는 공공재’ 라는 발언으로 유명한 e스포츠협회와 블리자드 간의 갈등이 극적으로 해소되며 ‘스타크래프트 1’ 저작권 관련 공방이 종결된 것, 그리고 국내 e스포츠 발전에 많은 역할을 해 온 MBC게임의 음악채널 변경 결정이다.

특히 MBC게임의 게임채널 폐지는 국내 e스포츠 팬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MBC플러스미디어는 게임 채널의 수익 한계로 인한 경영난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향 등으로 인해 내년 1월 31일 MBC게임을 폐지하고 MBC뮤직을 새로 개국한다고 보도했다. 물론 여기에는 회사 고위층 인사들의 직/간접적인 영향도 상당수 존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e스포츠 팬들은 항의의 뜻을 표했다. 지난 10년간 온게임넷과 함께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힘써온 MBC게임을 폐지하고 이미 포화 상태인 음악채널을 신설하는 것은 효과적이지도 못할 뿐더러, 산업 발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MBC게임은 폐지 수순을 밟고 있으며, ‘MSL’, ‘테켄크래쉬’ 등 MBC게임이 주최하는 프로리그 또한 종료된다. 이로 인해 국내 유일의 게임채널이 된 온게임넷은 MBC게임의 간판 이승원, 유대현 해설위원을 영입해 단독리그의 질을 높이기 위한 보강에 들어갔지만, 온게임넷 혼자서 e스포츠를 지속 발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MBC게임 채널 폐지를 반대하는 e스포츠팬들

 

자극적인 마케팅, 실효성과 논란

온라인게임 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몇몇 게임들은 게임성과는 관계 없이 단순히 유저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마케팅을 실시해 일약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드라고나 온라인’ 은 지난 1월, 사전공개서비스를 앞두고 홍보모델인 일본 AV배우 아오이 소라가 출연한 VOD ‘아오이 소라의 은밀한 고백’ 을 내건 마케팅을 실시한 바 있다. 캐릭터 10만 개가 생성되는 순간 성인 영상물인 ‘아오이 소라의 은밀한 고백’ 을 24시간 동안 방영한다는 이벤트가 그 주인공이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해당 이벤트는 기간 내 목표를 채우지 못했고, 다른 게임을 이용하기 위해 퍼블리싱 포털 사이트에 방문하는 청소년 이용자를 배려하지 않은 지나친 홍보 전략이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편 엔도어즈에서 퍼블리싱한 ‘불멸 온라인’ 의 경우 ‘자동 사냥’ 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본격적으로 내세운 마케팅으로 눈길을 끌었으며, 최근 IMI에서 퍼블리싱하는 ‘명품 온라인’ 은 아파트와 슈퍼카, 전신성형 등 ‘명품’ 경품을 증정하는 물량공세 이벤트를 실시해 검색어 상위를 차지하며 게임메카 인기순위 9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이러한 자극적인 마케팅은 ‘게임성으로 승부하려고 하지 않는다’ 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그 효과는 상당하다. 수많은 온라인게임의 홍수 속에서 이런 자극성 마케팅이 아니면 유저들의 눈길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단 눈길만 끌더라도 절반의 성공이라는 것이다. 물론 성숙한 게임문화의 발전을 추구하는 업계 관계자들은 비난을 하고 있지만, 내심 자극 마케팅에 매달리는 중소 게임들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 자극적인 마케팅은 그 비난 수위만큼이나 효과도 크다

 

올해 트렌드는 FPS와 AOS

올해의 게임 트렌드를 짚어본다면 단연 FPS와 AOS 두 장르를 뽑을 수 있다. 해외 FPS의 경우 ‘크라이시스 2’, ‘배틀필드 3’,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3’, ‘레이지’ 등의 대작 게임들에서부터 ‘홈프론트’ 같은 문제작(?)까지 많은 게임이 출시되었으며, MMOFPS인 ‘파이어폴’ 이나 ‘플래닛사이드 2’ 등도 막바지 개발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스페셜포스 2’ 를 비롯하여 ‘그라운드 제로’, ‘메트로 컨플릭트’, ‘머큐리: 레드’, ‘솔저 오브 포춘’, ‘S2(Sector Slug)’, ‘쉐도우컴퍼니’ 등이 베타테스트 혹은 정식서비스를 통해 유저들을 만났다.

AOS 장르 또한 ‘게임계의 핵’ 으로 떠올랐다. ‘워크래프트 3’ 의 ‘카오스’,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 외에는 딱히 히트작이 없던 AOS 장르 게임이 올해 들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다. 네오액트의 ‘카오스 온라인’ 에 이어 ‘리그 오브 레전드’, 시점은 조금 다르지만 네오플의 ‘사이퍼즈’ 와 드래곤플라이의 ‘킹덤언더파이어 온라인’ 등의 AOS게임이 국내에서 베타테스트/정식서비스를 실시했다. 아직 출시는 되지 않았지만 블리자드가 제작 중인 ‘블리자드: 도타’ 에서부터 밸브의 ‘도타(DOTA) 2’, 심지어 AOS로 제작 중임이 밝혀진 ‘킹 오브 파이터즈 온라인’ 까지 다양한 AOS 게임들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러한 FPS와 AOS의 강세는 2012년 상반기까지는 문제없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위에 언급한 개발 중인 게임들의 출시 예상 시기가 대부분 내년 초~중순인 데다, 트렌드에 맞춰 등장할 미공개 게임들까지 합하면 2012년도 FPS와 AOS의 해가 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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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세계적인 AOS 열풍의 선두주자 '리그 오브 레전드'

 

유명 게임 후속작 돌풍, 디아3에 일희일비

올해는 유달리 기존 게임의 후속작이 많이 발표된 ‘2’ 의 해였다. ‘지스타 2011’ 에서 발표된 ‘리니지 이터널’ 을 비롯해 ‘열혈강호 2’, ‘킹덤 언더 파이어 2’, ‘프리스타일 2’, ‘스페셜포스 2’, 심지어 ‘헬게이트 2’ 등의 온라인 게임에서부터 ‘인피니티 블레이드 2’, ‘철권 태그 토너먼트 2’ 등 다양한 ‘2편’ 들이 발표/공개되었다.

특히 블리자드가 개발 중인 ‘디아블로 3’ 는 한 해 동안 온갖 이슈를 몰고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레일러 영상 하나, 스크린샷 한 점, 정보 하나가 공개될 때 마다 유저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고, 결국 올해 출시가 불발되었을 때는 한마음으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리니지 이터널’, ‘수라 온라인’ 등 ‘디아블로 3’ 와 비슷한 느낌의 또 다른 기대작들에 유달리 관심이 쏠린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올해 정식 출시된 신작 온라인게임에서는 딱히 초특급 히트작이라 불릴 만한 게임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중~대박 히트작은 있었지만, '이 게임 안 하면 간첩' 이라 불릴 만큼 인기를 모은 게임은 올해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2012년 이후에는 대규모 신작들이 줄지어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만큼 실망보다는 기대가 크다.

▲ 기대만큼이나 비판도 많지만, 아무래도 올해 최대 이슈였던 '디아블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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