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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전선, 게임성 따라가지 못하는 운영에 팬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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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레드 오션’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작이 나오다 보니, 흥행을 장담하기 위해서는 출시 첫 주에 앱 마켓 매출 상위권을 선점하고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최근 모바일게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형 IP를 선택하고, 대규모 마케팅을 집행한다. 틈바구니에 낀 중소개발사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둔 게임이 있다. 중국에서 개발한 ‘소녀전선’이다. 지난 6월 30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소녀전선’은 ‘리니지’ 형제가 꽉 쥐고 있던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별다른 마케팅 없이 최고 매출 3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서비스 3개월 차를 맞이하는 지금도 ‘소녀전선’은 최고매출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머리를 쓰게 만드는 전략성 등, 뛰어난 완성도가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사건이 연이어 터지며, 운영이 게임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논란과 팬들의 실망이 커지고 있다.

'소녀전선' 대표이미지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소녀전선' 대표이미지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지난 9월 23일, ‘소녀전선’ 퍼블리셔인 X.D. 글로벌 리미티드(구 룽청)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동인 행사 ‘케이크 스퀘어 레드’에 ‘소녀전선’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큰 잡음이 빚어졌다. 행사에 대한 공지부터 실제 행사 진행까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 것이다.

‘소녀전선’ 운영진은 지난 9월 18일, 케이크 스퀘어 레드 참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는 ‘소녀전선’ 한국 서비스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오프라인 행사다. 현장에서는 열쇠고리나 아크릴 받침대, 중국어 설정집, 인형 등 다양한 ‘소녀전선’ 관련 상품이 판매되고, 인기 캐릭터 ‘파이브세븐’ 일러스트를 담당한 ‘물거북’ 일러스트레이터 사인회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러한 소식에 많은 팬들이 기대감을 품었다.

하지만 유저에게 자세한 내용을 알리는 공지가 비공식적인 경로로 나와 논란을 일으켰다. 어떤 상품이 판매되는지 등을 담은 행사 관련 정보가 유저들과 정식으로 소통하는 공식 카페가 아닌,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재된 것이다. 특히 글을 게재한 관계자는 “높으신 분들은 현장에서 느끼는 도키도키함(두근두근을 뜻하는 일본어)이 좋을거라고 생각해서 비공식적인 방법을 택했다”며, “절대 비공식 유출이 아닌 소녀전선(X.D. Global Ltd.)에서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소녀전선' 행사 관련 공지 (사진출처: 디시인사이드 갈무리)

행사 관련 중요 정보가 공식 창구가 아닌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것도 문제지만, 해당 관계자는 사용해서는 안될 혐오발언까지 공지글에 담았다.

해당 관계자는 글을 작성하며 ‘조무사’나 ‘쿵쾅이’ 같은 단어를 사용했다. ‘조무사’는 사전적인 의미에는 문제가 없지만 인터넷에서는 ‘실력이 의심되는 사람’이나 ‘어떤 것과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가짜’라는 의미로 비하해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관계자 역시 “고객 센터에 나에 대해서 그만 좀 물어봐라. 내 별명이 조무사가 되버렸다”고 말하며, 왜곡된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쿵쾅이’ 역시 요란한 소리를 일컫는 부사 ‘쿵쾅’에서 비롯했지만, 인터넷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으로 사용된다. 관계자 역시 ‘쿵쾅이들한테 교통사고 나는거 아니냐’는 질문에 남녀 성비를 답하고 있다. 즉, 해당 관계자는 공지문에서 특정 직업과 성별을 조롱하고 비하한 것이다.


▲ 혐오 발언이 공지글에 담겨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출처: 디시인사이드 갈무리)

그렇다면 과연 이 글이 ‘소녀전선’ 관계자가 올린 글이 맞는 걸까? 이에 대해 게임메카가 퍼블리셔 X.D. 글로벌에 확인해본 결과, 글은 ‘소녀전선’ 대행사 직원이  올린 것이다. X.D. 글로벌은 “’소녀전선’ 관련 공식 입장은 네이버 카페, 페이스북, 트위터로만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서는 “대행사 직원의 행동은 ‘소녀전선’과 이야기되지 않은 부분”이라며, 대행사 직원은 맞지만 자사 직원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X.D. 글로벌의 의지와는 달리, 행사 대행을 의뢰한 퍼블리셔가 대행사 직원의 돌출행동을 제지하지 못한 점에 대해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행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당초 ‘소녀전선’ 팝업 스토어를 찾는 유저 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현장에는 약 3,000여 명의 관람객이 모였으나, 실제 행사장은 수용인원이 300명 남짓한 크기였다. 여기에 준비된 상품의 수량도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소녀전선’ 팝업스토어를 찾은 유저들은 행사장 입장 자체가 힘들었고, 원하던 상품도 구매하지 못했다.

'소녀전선' 팝업스토어 대기열 (사진출처: '소녀전선' 공식 카페)
▲ '소녀전선' 팝업스토어 대기열 (사진출처: '소녀전선' 공식 카페)

이처럼 기념해야 할 ‘소녀전선’ 첫 오프라인 이벤트는 진행미숙으로 인해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그러나 ‘소녀전선’ 운영진은 여전히 실망한 유저 마음을 달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5일, X.D. 글로벌은 ‘소녀전선’ 공식 카페를 통해 ‘케이크스퀘어 레드 보고서 및 사과문’이라는 공지를 올렸다. 그러나 공지 대부분은 현장이나 코스튬 플레이, 사인회 사진으로 채워졌고, 사과문은 글 말미에 6줄 가량 작성됐다. 또한, 사과문 내용 역시 ‘추후 진행될 행사에서는 철저한 준비와 사전조사를 하겠다’는 정도다. 행사 상세 정보 유출, 상품 수량 부족 등, 유저들이 직접 불만을 표하는 문제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는 찾아볼 수 없다. 이에 ‘이건 사과문이 아니다’라는 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임메카는 X.D. 글로벌 측에 공식 입장을 요구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 '소녀전선' 운영진이 올린 공식 사과문. 행사 후기와 섞여 있다 (사진출처: '소녀전선' 공식 카페 갈무리)

‘소녀전선’이 국내 시장에서 거둔 성공은 유저 덕을 많이 본 결과다. 큰 규모의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아도, 유저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며 게임 인지도가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뛰어난 게임성이 맞물리며 괄목할 만한 성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소녀전선’의 최근 행보를 보면, 초심을 잃고 유저 마음을 읽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소녀전선’이 단 몇 개월 반짝 뜬 게임으로 그치고 싶지 않다면, 다시 한 번 초심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소녀전선'이 잃어버린 유저 신뢰를 되찾길 바란다 (사진출처: '소녀전선' 공식 홈페이지)
▲ '소녀전선'이 잃어버린 유저 신뢰를 되찾길 바란다 (사진출처: '소녀전선'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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