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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019년 시작부터 힘 빠지는 한국 게임산업


▲ 게임산업 성장동력이 줄어들 조짐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새해다. 작년에 아쉽게 못해본 것을 정리하고, 올해는 뭔가 해보자고 각오를 다지는 때다. 회사 차원에서 생각하면 작년에 세워둔 사업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분주한 시기다. 게임업체로 말하면 출시 궤도에 오른 신작이 잘 뜰 수 있도록 단단히 준비하거나 한 단계 성장을 위한 새 먹거리를 탐색하는 때다. 업계를 환기시킬 새 게임을 발굴하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일이다.

이처럼 바빠야 할 새해지만 한국 게임산업 두 어깨는 축 늘어져 있다.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은 샘솟지만 몸을 일으킬 힘이 나지 않는다. 산업적으로 보면 성장동력이 줄어들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작년을 돌아보면 적신호는 모바일에서 먼저 감지됐다. 가장 규모가 큰 게임 수출시장으로 자리해왔던 중국은 새 게임이 들어갈 대문이 닫혀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중소 게임사가 설 자리는 더 좁아졌다. 한국 시장을 침공한 해외 게임이 우후죽순 등장한 것이다. 1월 7일 기준 구글 플레이 게임 매출 TOP 30 중 절반에 가까운 14종이 해외 게임이며 대부분 중국 게임이다. ‘뮤 오리진 2’나 ‘라그나로크 M’처럼 한국 게임을 원작으로 삼은 게임도 있지만 개발 자체는 중국 게임사가 맡았기에 엄밀히 말하면 ‘국산 게임’은 아니다.


▲ 구글 플레이 게임 매출 상위권에 해외 게임 다수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자료출처: 구글 플레이 공식 홈페이지)

한국이 종주국이자 최강국이라 자부하고 있던 e스포츠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명실공히 e스포츠 종주국이지만 후발주자 추격이 만만치 않다.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중국과 전통 스포츠 산업에 일가견이 있는 미국이 대표적이다. 이를 직접적으로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 ‘오버워치 리그’다. ‘오버워치 리그 팀을 창단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가입비’가 필요하다. 초기에 알려진 금액이 2,000만 달러, 약 224억 원에 달하는 큰 돈을 투자해야 하며 현재는 금액이 더 늘어난 것으로 보도됐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이 들어감에도 시즌 1에 12개 팀이 참여했으며 오는 2월에 막을 올리는 시즌 2에는 20팀으로 늘어났다. 20팀 중 미국이 11팀, 중국이 4팀이다. 여기에 서울을 홈그라운드로 삼은 ‘서울 다이너스티’ 역시 엄밀히 따지면 외국 자본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서울 다이너스티’를 소유한 Gen.G e스포츠는 미국 실리콘밸리 자금을 기반으로 한 곳이다.

그리고 2019년이 막 시작된 현재 온라인에도 적색경보가 울렸다.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해외에서도 흥행한 온라인게임 다수를 보유하고 있는 넥슨이 매물로 나온다는 소식이다. 1월 3일에 터진 NXC 김정주 대표의 ‘넥슨 매각설’은 지금도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김 대표가 5일에 공개한 입장문에는 ‘매각설’을 직접적으로 부인하는 내용이 없어 매각을 고려하는 것이 사실이 아니냐는 예상이 곳곳에서 나왔다.


▲ 김정주 대표는 5일 넥슨 매각설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으며, 매각을 부인하는 내용은 없었다 (사진제공: NXC)

정말로 김정주 대표가 넥슨을 매각한다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국내 기업에 파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국내 기업 중에는 넥슨을 통째로 사들일 자금력을 가진 곳은 거의 없다. 실제로 유력한 매입 후보로 거론되는 곳도 해외 기업뿐이다. 라이엇게임즈, 에픽게임즈, 슈퍼셀까지 공격적인 M&A로 회사 규모를 불려온 텐센트, ‘피파 온라인’을 바탕으로 넥슨과 파트너십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EA, 2008년에 넥슨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았던 디즈니 등이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만약 넥슨이 해외 기업에 팔린다면 국내 게임산업을 지탱하는 기둥 하나가 통째로 뽑혀나가는 것과 같다. 온라인게임 시작을 알린 ‘바람의나라’부터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까지 한국 대표 게임을 더 이상 ‘한국 게임’이라 부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 여파는 강하게 시장을 때릴 것으로 전망된다. 작게는 온라인마저 해외 업체에 안방을 내주는 꼴이 될 수 있다. 크게는 국산 대표 게임이 해외에 넘어가며 ‘게임 강국’이라는 이미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 넥슨이 해외 기업에 인수된다면 그 여파는 국내 게임업계 및 시장 전체에 퍼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 넥슨)

더 암울한 부분은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대표 스스로가 회사를 매물로 내놓으려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의중은 다를 수 있으나 넥슨을 팔려 한다는 움직임 자체가 시장에서는 더 이상 한국에서 게임사업을 이어갈 비전이 안 보인다고 해석될 수 있다. 국내 게임업계 최정상에 서 있는 인물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 자체가 게임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게 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던 움직임을 위축시킬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면 국내 시장에서 게임으로 인해 발생한 수익이 해외로 빠져나가며 국부 유출이 발생하고, 반대로 한국에서 게임으로 벌어들인 돈이 국내 시장과 업계에는 돌지 않는 악순환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 이 경우 일정한 자금력을 가진 업체가 아니라면 살아남기 힘들어진다. 넥슨이 해외 업체에 인수된다면 그 여파는 국내 업계 전체를 뒤덮을 수 있다

넥슨 매각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김정주 대표는 “어떤 경우라도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혜택에 보답하는 길을 찾을 것이다”라고 밝히며 약간의 희망을 남겼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미궁 속이라 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모바일, e스포츠, 온라인까지 성장동력이 꺼져가는 업계 현실을 ‘넥슨 매각설’이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있다. 희망찬 이야기를 해야 할 새해 벽두부터 비관적인 내용을 작성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곳곳에서 터진 적신호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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