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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타석 홈런 ‘캡콤’, 아웃카운트 늘려가는 ‘스퀘어에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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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콤 및 스퀘어에닉스 CI (사진: 각 기업 공식 홈페이지)
▲ 최근 정반대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캡콤과 스퀘어에닉스 (사진: 각사 공식 홈페이지)

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스퀘어에닉스와 캡콤은 세계 게임 시장을 뒤흔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발한 게임들이 연달아 게임성과 흥행에 성공하며 다수의 명작 IP들을 보유하게 됐고, JRPG나 스타일리쉬 액션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두 회사는 비슷한 시기 암흑기를 겪기도 했다. 마치 “내가 왕년에는 말이야…….”라는 말로 시작하는 식상한 자기자랑처럼 자신들이 보유한 유명 IP들을 끊임 없이 재탕하고 터무니 없는 DLC 장사를 지속함에 따라 평판은 빠르게 하락했다. 신규 팬 유입은 고사하고 기존 팬들마저 빠져나가게 된 것이다.

이 때까지만 해도 비슷한 행보를 보여준 두 회사가 최근 보여주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 스퀘어에닉스는 기대를 모았던 신작들이 연이어 혹평을 받으며 흥행에 실패한 반면, 캡콤은 ‘고인’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시리즈까지 살려내며 성공을 거듭하고 있다. 한때 정점에 있었던 개발사들인 만큼 신작 소식이 들릴 때마다 많은 기대를 모으지만, 출시 이후 반응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웃카운트를 쌓고 있는 스퀘어에닉스

최근 출시된 게임들을 하나씩 뜯어보면 스퀘어에닉스의 속은 새까맣게 타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콰이어트 맨’은 청각장애 주인공이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시스템으로 신선한 시도라는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 설정 자체도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엉성한 부분이 많은데다 스토리, 그래픽, 조작 등 그 어느 것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출시 이후 각종 매체와 유저 혹평이 지속됐고, 메타크리틱에서는 2018년 최악의 게임 TOP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신선한 시도였지만 모든 것이 엉망이었던 '더 콰이어트 맨'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 신선한 시도였지만 모든 것이 엉망이었던 '더 콰이어트 맨'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작년 12월 4일에 출시된 ‘저스트 코즈 4’ 역시 비슷하다. 그 어떤 오픈월드 장르 게임들보다 광활한 맵에서 펼쳐지는 파괴적인 액션 덕분에 인기를 끌었던 ‘저스트 코즈’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이지만, 결론적으로 모든 면에서 전작들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3편 역시 2편에 비해 아쉽다는 평을 들었지만, 4편은 3편에 비해서도 많은 부분에서 후퇴했다는 평가가 주류다. 특히 3년 전에 출시됐던 전작보다 못한 그래픽은 기다린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최적화는 물론 전작보다 못한 그래픽으로 실망감을 안긴 '저스트 코즈 4'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 최적화는 물론 전작보다 못한 그래픽으로 실망감을 안긴 '저스트 코즈 4'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레프트 얼라이브’는 ‘도쿄게임쇼 2017’에서 공개되면서 대작 IP ‘프론트 미션’ 시리즈 귀환을 알리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렇기 때문에 실망은 지금까지 언급한 작품들보다 더 컸다. 비슷한 시기에 나와 혹평을 받고 있는 ‘앤썸’이 그나마 액션은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은 반면, ‘레프트 얼라이브’는 장점을 찾아볼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 아마존에서는 벌써부터 73% 할인가에 판매하고 있어 이러한 평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프론트 미션' 시리즈 명성에 먹칠을 한 '레프트 얼라이브'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 '프론트 미션' 시리즈 명성에 먹칠을 한 '레프트 얼라이브'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이렇듯 스퀘어에닉스가 최근 출시한 세 게임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이런 흥행 실패 외에도 작년 E3에서는 1시간 30분으로 예정된 신작 발표 쇼케이스를 30분 만에 끝내버렸다. 개발 중인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공개하지 않았다. 2015년 E3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잘 만들어지고 있다”라는 얘기만 계속됐기에 많은 이들이 새로운 정보 공개를 기대했지만, 실망감만 더하게 됐다.

호쾌한 스윙으로 연타석 홈런, 캡콤

나오는 타석마다 아웃카운트를 쌓고 있는 스퀘어에닉스에 비해 캡콤은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리고 있다. 먼저 2018년 1월 출시된 ‘몬스터 헌터: 월드’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완전히 새로워진 그래픽, 두터운 콘텐츠 볼륨, 그리고 신규 유저들을 대거 유입시킨 강화된 편의성까지 각종 매체들로부터 시리즈 역사상 최고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7개월 만에 1,000만장 이상이 팔렸다.

출시 7개월 만에 1,000만장이 팔린 '몬스터 헌터: 월드'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 출시 7개월 만에 1,000만장이 팔린 '몬스터 헌터: 월드'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록맨’ 시리즈는 인기 IP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버전 출시에 따른 판매량 저조와 게임 외적인 문제로 인해 ‘고인’이라는 굴욕적인 별명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 했다. 그러나 2018년 10월 ‘록맨 11’이 출시되면서 다시 살아나게 됐다. 전작에서 지적됐던 문제점들이 대폭 개선됐고, 새로운 유저들에 대한 배려까지 잊지 않았기에 만족스런 결과를 얻어 ‘록맨’ 시리즈가 다시 이어질 기반을 마련했다.

'록맨 11'은 죽은 '록맨'을 다시 살린 작품이었다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 '록맨 11'은 죽은 '록맨'을 다시 살린 작품이었다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캡콤의 성공은 해가 바뀌어도 계속되고 있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대표작 ‘바이오하자드 2’를 리메이크한 ‘바이오하자드 RE: 2’는 원작의 분위기를 잘 재현해내면서 각색을 곁들였다. 원작에서 볼 수 있었던 두부 모드도 더욱 포슬포슬해져서 돌아왔다. 1월 25일 출시된 직후 첫 주에 300만 장이 출하됐으며, 판매가 금지된 중국에서는 밀거래까지 일어날 만큼 성공을 거뒀다.

판매가 금지된 중국에서는 밀거래까지 성행한 '바이오 하자드 RE:2'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 판매가 금지된 중국에서는 밀거래까지 성행한 '바이오 하자드 RE:2'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최근 출시된 ‘데빌 메이 크라이 5’ 역시 폭발적인 반응이다. 출시 직전 공개된 매체 리뷰 중 가디언은 “’데빌 메이 크라이’가 돌아왔다”라는 간결한 문장으로 끝을 맺으며 최고 평점을 매겼으며 기타 주요 외신들도 높은 점수를 주며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 귀환을 반겼다. 유저들 역시 이런 평가에 크게 동의하고 있다. 이런 성공에 힘입어 캡콤 미국지사 CEO는 “캡콤이 돌아왔다”라는 자신감 넘치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분명하게 엇갈리는 행보, 반전을 위해서는

캡콤이 보여주는 연타석 홈런을 보면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기존 대작 IP들을 활용함에 있어 정체성을 적절히 유지함과 동시에 기술발전 및 유저의 요구들을 잘 반영하여 높은 게임성과 폭넓은 대중성까지 동시에 확보했다는 점이다. 매체 평점과 유저들의 반응이 갈리지 않는다는 것은 이를 반증한다.

스퀘어에닉스는 캡콤처럼 기존 IP들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저스트 코즈 4’, ‘레프트 얼라이브’ 등의 실패는 앞으로 나올 ‘드래곤 퀘스트’와 ‘파이널 판타지’ 등 주력 IP 신작들에 대해 반신반의하게 된다. 기존 시리즈보다 더 향상된 게임성과 대중성으로 호평을 받은 ‘니어: 오토마타’를 만든 노하우는 어디로 갔는지 의심될 정도다.

최근 스퀘어에닉스는 '니어: 오토마타'와 같은 명작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 최근 스퀘어에닉스는 '니어: 오토마타'와 같은 명작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두 회사가 명암이 확연히 갈리고 있는 가운데, 스퀘어에닉스가 단순하게 명성에 기댄 IP 우려먹기를 지속한다면 앞으로 나올 ‘드래곤 퀘스트’나 ‘파이널 판타지’ 신작 역시 ‘레프트 얼라이브’, ‘저스트 코즈 4’의 전철을 밟을 수 밖에 없다. 스퀘어에닉스는 반등을 위해 캡콤의 성공을 눈 여겨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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