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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빠진 앤세스터즈, 유인원 체험 다큐멘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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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세스터즈: 인류의 여정' 대기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앤세스터즈: 인류의 여정’의 소재는 매우 낯설다. 약 1,000만년 전 아프리카 야생에서 거주하던 인류의 조상으로부터 약 400만년 전 출현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까지, 무려 600만년이라는 장대한 시간 동안 ‘진화’를 이룩해야 한다. 이러한 낯선 소재는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여기에 ‘어쌔신크리드’라는 명작 시리즈의 기반을 닦은 패트리스 데질레가 파나쉬 게임즈 설립 이후 처음 만드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기대감까지 더해졌다.

대강 ‘주먹 도끼를 든 원시 인류의 액션 어드벤처’ 정도로 ‘앤세스터즈: 인류의 여정(이하 앤세스터즈)’을 기대했지만, 패트리스 데질레의 구상은 훨씬 심오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됨’이라는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말로 시작하는 이 게임은 인류 진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내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나 진지한 나머지 게임으로서의 재미가 희생됐다. 결론적으로 게임보다는 체험형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결과물이 나와버렸다.

▲ 진화의 끝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신작 '앤세스터즈' (영상제작: 게임메카)

우리 조상님, 진짜 고생하셨구나...

게임은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1,000만년 전 아프리카 야생에서 시작한다. 수풀이 우거지고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 어류, 조류 등 다양한 동물이 거주하는 이곳에 가끔 두 발로 서서 보행하는 인류의 조상이 등장한다. 지금에야 만물의 영장으로 불리는 인류지만, 우리 조상님은 나약하기 그지없는, 먹이사슬 최하층에 있는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레이어는 이 험난한 야생을 살아가는 한 유인원 집단의 리더가 돼 진화를 선도해야 한다. 낯선 자연환경을 구별하기 위해 지능, 그리고 청각과 후각 등 감각기관을 총동원해야 한다. 처음에는 냇가에 흐르는 깨끗한 물조차 마음대로 못 마실 정도로 ‘아는 것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조금씩 자연환경을 이용해 나갈 수 있게 되면서 잠자리와 울타리를 만들 수 있게 되고, 도구를 사용해 사냥을 하거나 맹수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된다.

▲ 게임 시작부터 인류의 나약함을 강조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야생에서 생존해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을 시작하게 되면 주변 모든 것이 낯설다. ‘지능’을 이용해 주변 사방을 둘러봐도 식별할 수 있는 대상은 같은 유인원 밖에 없다. 식별되지 않은 물체는 위험하다는 느낌을 가득 풍기며 검붉은 빛을 내뿜는다. 여기에서 필요한 것은 도전정신이다. 집단의 리더인 주인공 유인원이 가까이에 있는 식물줄기를 뜯어내 검사하면, 해당 식물의 정체가 밝혀지며 앞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된다. 플레이어가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식물은 스탕게리아속(Stangeria)과 썩은 나무 줄기로 각각 잠자리와 울타리를 지을 수 있다.

먹거리 역시 앞서 언급한 방법으로 식별해야 한다. 다행히도 시작지점 부근 먹거리 식물은 대부분 신체에 무해한 음식이다. 다만, 맛있어 보이는 버섯이 있어 확인 후 먹어봤더니 위장이 부글거리는 느낌과 함께 시야가 잠시 흐려졌다. 이처럼 먹거리의 정체를 식별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섭취했을 때 어떠한 부작용이 있을지는 플레이어가 직접 뜯고 맛봐야 알 수 있다. 손에 집은 낯선 물건을 입으로 가져가는 어린아이와 비슷한 느낌이다.

종의 진화는 혼자만 터득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집단 전체가 앞선 지식과 행동양식을 공유하고, 그것이 유전인자에 각인돼 후세로 전해져야 가능하다. 리더인 주인공은 자신의 집단을 인솔하며 터득한 지식과 행동양식을 따라 하도록 할 수 있다. 리더가 잠을 자면 함께 취침을 하고, 냇가에서 물을 마시면 다 함께 물을 마신다. 종족 번식 역시 매우 중요하기에 이성(異性) 유인원과 관계를 돈독히 하고, 교미를 해 아이를 출산하고 태어난 아이를 잘 보살펴야 한다. 앞, 뒤로 최대 2명까지 아이를 업고 다닐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행동양식을 터득하게 된다. 

‘앤세스터즈’는 이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활용해 험난한 야생에서 생존하고, 후대를 이어가며 첫 인류라고 할 수 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까지 진화해야 한다. 이 게임을 하다 보면 인류의 진화가 얼마나 어려운 과정이었는지 느끼게 되며, 현대인으로 태어난 것에 감사한 마음까지 들게 된다. 이 분들 정도는 돼야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 과일은 물론 식수조차도 발견이 필요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털 관리는 필수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멸종 직전의 유인원 부족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잘 만든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자

고인류학, 고고학 전공자라면 ‘앤세스터즈’만큼 재미있는 게임이 없을 것 같다. 글과 사진, 오래된 화석으로만 보던 인류 진화의 과정이 눈 앞에 생생하게 펼쳐질 뿐 아니라 직접 유인원이 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편적인 게이머 입장에선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먼저 ‘유인원’이라는 소재와 ‘어쌔신크리드’ 개발자 조합에 기대한 결과물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먹도끼를 든 유인원의 잠입액션 활극일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정적인 게임 진행과 맞물려 액션마저도 심심하다. 

▲ 직접 싸우는 것보다 싸우는 붙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재밌을 정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싸우는 것보다 도망치는 것이 더 많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독에 중독돼 시야가 흐려진 모습. 사실적이지만, 게임 진행이 너무 어려워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가장 처음 마주치게 되는 야생동물인 ‘맘바뱀’이나 ‘자이언트 혹멧돼지’ 같은 친구들도 유인원보다 강력한 존재다. 조상님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은 매우 제한적이다. 위협적인 행동을 해 야생동물끼리 싸움을 붙이거나 쫓아내고, 공격을 받으면 회피 또는 타이밍에 맞춰 반격하는 것이 전부다. 분명 긴장감은 느껴지지만, 전투 자체의 재미는 떨어진다. 게다가 자칫 거대한 구렁이나 어금니 큰 맹수라도 만나는 날이면, 그 날로 종족 전체가 멸종해버리는 참사가 벌어진다.

제한된 자유도 역시 ‘앤세스터즈’가 게임처럼 느껴지지 않는 주된 요인이다.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게임 진행 양상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맞다. 다만 그것이 생존과 멸종, 두 가지 선택지만 있다는 점이 한계다. 

누구나 한번쯤 나만의 인류 진화를 상상해 봤을 것이다. 똑똑한 원시인, 또는 힘이 센 원시인 등 과학적으로 밝혀진 진화 양상에서 다소 벗어난 독특한 형태를 말이다. 하지만 ‘앤세스터즈’는 정밀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전공서적을 뒤적이면 나올만한 그런 내용을 기반으로 600만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진화하는 것이 목표다. ‘앤세스터즈’에서 스킬 트리라고 할 수 있는 ‘신경 세포’는 ‘패스 오브 엑자일’의 ‘노드’와 비슷하게 방사형 모양으로 넓게 퍼져 나가지만, 커스터마이징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 결국 정해진 진화루트를 따라가야 하는 '신경세포'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 작은 도끼로 뭘 해야 하는지도 알아서 찾아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앤세스터즈’는 참신한 소재에 기반한 독특한 시도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게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참신함과 독특함이 언제나 좋은 게임이라는 결과물을 보장하지 않는다. 실제 있었던 사건 그대로를 게임에 반영하려다 보니, 문학적 상상력이 거세돼 재미가 반감됐다.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에 게임진행 속도마저 정적이다 보니 게임을 하는 것인지, 인류 진화 여정을 연구하는 중인지 경계가 모호했다.

한 마디로 ‘앤세스터즈’는 잘 만든 한 편의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게임 진행 방식을 참고하기 위해 ‘앤세스터즈’를 플레이 하는 개인방송을 시청했는데, 직접 게임을 하는 것보다 훨씬 몰입이 됐다. 이번 작품 이후로 3편까지 제작돼 현생 인류까지 진화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과연 게임으로서의 재미도 챙길 수 있을지 기대와 걱정이 공존한다.

▲ 5, 6번 멸종을 맞이하다 보니, 게임을 하는 것인지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인지 구분이...(사진: 게임메카 촬영)

▲ 후속작에서는 진지함을 조금 내려놓길 바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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