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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법 개정안 문제점 ② 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운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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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15년 만에 게임법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친다. 낡은 법을 현재에 맞게 고치겠다는 점은 환영할 부분이지만 공개된 초안에 대해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새로 발표된 게임법 전부개정안은 아직 초안이고, 내용을 보완하는 단계다. 신중한 논의를 통해 게임을 진흥하고, 이용자를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담은 법이 되기를 바라며 총 4회에 걸쳐 걱정되는 부분을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지난 18일에 열린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대토론회 현장에서 게임법 개정안이 공개됐다. 현장에 토론자로 참석한 법률 전문가가 공통으로 지적한 부분 중 하나는 법 내용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도 ‘대다수 조항이 대통령령 위임(96개 조항 중 86개)으로, 사업자에게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침해하고, 창작 활동을 제한하는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법이 모호하면 이를 지켜야 하는 게임사나 이용자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내용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아서 이용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이게 왜 없지?’라고 느낄만한 부분도 있고, 게임사가 생각했을 때 ‘이대로 서비스하기에 어려운데’라고 생각할만한 부분이 많다. 이에 게임메카는 대표 사례를 토대로 모호한 법안이 게임사와 이용자에 어떠한 혼란을 줄 수 있는지 짚어봤다.

오락실을 나이별로 구분해서 운영해야 하나?

▲ 달라진 게임법에 따르면 오락실 연령 등급이 두 단계에서 네 단계로 나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우선 게임사가 혼란을 느낄만한 부분부터 짚어보자. 대표적인 것은 오락실이다. 현재 오락실은 청소년이 할 수 있는 게임만 제공하는 곳과 성인에게만 게임을 제공하는 곳 두 가지로 분리되어 있다. 이에 맞춰서 ‘이 나이에 맞춰서 게임을 제공하라’는 의미의 ‘게임 연령등급’도 전체이용가랑 청소년이용불가 두 가지만 있다. 

그런데 바뀌는 게임법에는 등급이 네 가지로 더 자세하게 나뉜다. 전체이용가,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청소년이용불가다. 게임에 접속한 유저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게임에서는 이게 문제가 안 되는데 오락실은 다르다. 가장 큰 문제가 청소년 나이를 확인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등급에 맞지 않게 게임을 제공하면 그 사업자는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15세 이용가 게임을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14세 중학생이 하고 있다면 오락실 업주는 게임을 하는 사람이 15세보다 어린 중학생이라 판단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 정정원 연구원도 ‘연령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등이 발급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그와 같은 사업자 의무의 실절직 준수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의문’이라 설명했다.

▲ 정정원 연구원은 오락실 업주는 사실상 법을 지키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구글이나 애플처럼 모바일게임을 스스로 심의해 제공하는 ‘자율심의’에 대해서도 게임사가 불안을 느낄만한 부분이 있다.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은 모두 심의를 받아야 하고 정부가 아닌 자율심의 사업자한테 받아도 된다. 일어날 가능성이 아주 낮기는 하지만 구글이나 애플이 자율심의 사업자 자격을 받을 때 필요한 조건을 갖추지 않았는데 갖춘 것처럼 꾸몄거나, 자격을 얻기 위해 부정한 방법을 저질렀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게임법에는 자율심의 사업자 자격을 취소할 수 있는 부분을 설명하는 내용이 있다. 여기에 따르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자율심의 자격을 얻었다면’ 그 사업자가 심의한 게임도 심의를 받지 않은 상태가 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만약 구글이나 애플이 이러한 이유로 자격을 잃으면, 앱 마켓을 통해 서비스되는 수십 만에 달하는 모바일게임이 모두 ‘심의를 안 받은 게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켓이 닫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켓에 출시된 게임은 등급이 없어 서비스를 내려야 한다.

▲ 구글플레이에 서비스되는 게임은 상당히 많다 (사진출처: 구글플레이 공식 홈페이지)

더 중요한 부분은 앞서 이야기한 이유로 자율심의 사업자가 자격을 잃으면, 그 사업자가 심의한 게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이 없다. 심의를 못 받은 게임은 서비스할 수 없기 때문에 게임사 입장에서는 다시 등급을 받기 전까지 게임을 서비스할 방법이 만무하다. 그리고 그 많은 게임을 게임위가 직접 처리해야 한다면 등급이 나올 때까지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한다.

이는 게임사에도 타격이지만 게임을 이용하던 유저에게도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법무법인 온새미로 이병찬 변호사는 ‘기존에 한 등급분류 자체가 모두 취소된다고 해석되기에 게임 서비스 다수가 한꺼번에 중단되며 이용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라고 말하며 이런 게임에 대해 게임위에서 선별적으로 직권 재분류(게임위가 자체적으로 등급을 매기는 것)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왜 확률 정보에 강화가 없는 거야?

유저 입장에서도 봐도 이번 법에는 있어야 할 내용이 없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확률형 아이템이다. 소위 ‘뽑기’라 부르는 확률형 아이템은 열기 전에는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고, 확률에 따라 나오는 아이템이 결정되는 유료 상품을 말한다. 모바일게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캐릭터 뽑기나 장비 뽑기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게임을 많이 즐기는 유저가 생각할 때 ‘이 정보는 필요한데?’라는 부분이 없다. 바로 강화다. 강화 아이템은 아이템 성능을 높일 때 쓰는 재료고, 보통은 ‘몇 묶음에 얼마’ 식으로 파는 경우가 많다. 강화 아이템을 샀을 때 몇 개가 나올지 확률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아이템을 써서 무기 성능이 얼마나 높아질지, 강화에 성공할지는 확률에 따라 결정된다. 일부 게임은 강화에 실패해서 아이템이 깨지는 것을 막는 상품도 팔고 있다.

여기에 강화는 게임 이용자들이 좋은 장비를 뽑는 것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리니지M을 예로 들면 무슨 무기를 얻었느냐보다 이 무기를 얼마나 많이 강화했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이템을 사고파는 거래소에서도 강화가 1포인트 높냐, 낮냐에 따라 아이템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이처럼 강화는 이용자가 ‘아이템 획득 확률’만큼이나 알고 싶은 정보다. 하지만 법에는 ‘강화 성공 확률을 공개하라’는 내용이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 확률 정보를 공개하는 이유 자체가 ‘합리적인 소비를 돕기 위해서’라면 강화 확률도 넣는 것이 맞다.

▲ 아이템 획득 확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강화 확률'이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이병찬 변호사는 “강화, 합성(여러 아이템을 합쳐 더 좋은 아이템을 얻는 것) 등이 확률 공개에서 제외된다면 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해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한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확률 공개 의무 자체도 쉽게 우회할 수 있으리라 예측된다. 기능 향상이나 저하가 결정되는 모든 행위에 대하여 성공 확률 또는 결과물 획득 확률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지사가 없는 해외 게임사도 국내 게임 이용자를 보호하는 의무를 다하도록 ‘국내 대리인’을 두라는 것도 도입한 이유는 분명한데 해외 게임사에 국내법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가 분명하지 않다. 법에는 국내 대리인을 두라고 하고 있지만, 이 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한국 정부가 국내에 아무런 연이 없는 해외 게임사를 처벌하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에 국내 대리인에 관한 내용이 들어간 이유는 뭘까? 최근 해외 게임사가 국내 서비스 업체를 따로 두지 않고 자체적으로 서비스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 중에는 예고 없이 게임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이용자 문의에 답을 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같은 해외 게임사에 국내법을 적용할 방법이 없고 관련 피해가 늘어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대리인’을 게임법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외 게임사에 국내 대리인을 두라고 강제하기 어렵다. 국내 대라인을 두지 않아도 처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해 국내 대리인을 두는 목적이 흐려진다. 구글코리아 이정운 변호사는 “전세계적으로 법을 적용하려면 국제적인 보편성이 있어야 하는데 국내법은 그 정도의 보편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국내 대리인을 도입해도 실제로 법이 집행될 가능성이 낮고, 국내 대리인을 두지 않는 해외 사업자에 대해서는 사실상 제재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게임사 입장에서 생각해도 국내 게임사 혹은 국내 대리인을 둔 해외 게임사는 법적인 의무를 지지만, 국내 대리인이 없는 해외 게임사는 규제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법을 지키려는 쪽이 오히려 규제를 받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역차별 논란을 해소하고 싶다면 국내법을 해외 게임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거나, 국내 대리인이 해야 하는 의무를 ‘이용자 보호’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두지 말고, 어떠한 책임을 져야 하는가를 분명하게 명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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