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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질병의 시대 ⑩ 중독세 논란으로 바라보는 돈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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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임전문미디어협회과 기자클럽 공동기획: 게임 질병코드, 어떻게 볼 것인가?>

편집자 주: 한국게임사는 근본적으로 모순의 역사다. 게임은 수출 효자산업으로 각광받는 동시에 청소년을 타락시키는 중독물질로 낙인찍혔다. 정부의 게임육성 이면에는 서슬 퍼런 규제의 칼날이 숨겨져 있다. 성공한 게임회사 경영자는 벤처신화의 주인공으로 포장되지만, 정작 그들이 만든 게임은 마약 취급받고 있다.

정부는 육성이라는 당근과 규제라는 채찍을 써가며 게임을 '산업'의 울타리로 몰아넣었다. 사건만 터지면 사회의 책임을 게임에 덮어씌우기 일쑤다. 외화 벌어 오는 '게임산업'은 환영받지만, 게임이 일상과 어울리는 '게임문화'는 외면 받는다. 게임을 향한 우리 사회의 모순은 한치의 접점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그어왔다.

급기야, 작년 세계보건기구의 게임 질병코드 도입으로 본격적인 탄압의 명분이 제공됐다. '총 10부작'으로 진행될 이번 기획은 과거 한국게임이 받아온 탄압의 역사와 게임 질병시대를 맞은 현재의 상황을 다양한 시각에서 담아보았다. 

결론은 돈이다. 게임산업은 콘텐츠산업 중 가장 큰 매출과 해외 수출을 기록하고 있다. 그 매출의 일정 비율을 세금을 거둬들인다면 큰 돈이 모일 수 있다. 재정확충이라는 숙원사업을 이루기 위해 의학계가 일부 정치권과 결탁해 게임에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고 중독세 등의 명목으로 돈을 거둬들이려는 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결국 돈이다. '게임이용장애' 질병 등록 시도는 게임업계에서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문제는 결국 돈이다. '게임이용장애' 질병 등록 시도는 게임업계에서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매출 일정 비율 강제징수 담은 법안 상정 시도 계속돼

2013년 1월 발의된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과 '인터넷 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 등 게임산업 규제법안 2종은 게임산업 매출의 1%를 강제징수하는 내용을 담아 업계 반발을 산 바 있다. 당시 청소년 셧다운제가 시행되던 상황에서 게임이 청소년에게 문제를 야기하니 게임업계가 이에 대한 부담금을 징수하라는 내용이었다.

같은 해 정신과 의사 출신의 새누리당 의원 등이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은 게임을 알코올, 도박, 마약과 함께 중독유발물질로 규정하고 중독 예방과 치료를 위한 중독관리센터를 설치, 운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가 중독치료 전문인력 양성에 소요되는 경비의 또는 일부를 지원하도록 되어 있는데 국가 예산으로 모두 충당하지 못할 경우 '중독세' 등의 명목으로 게임업계에 부담을 전가하려는 의도가 드러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게임장애 질병 등록, 결국 돈 걷기 위한 명분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또한 국내 의학계가 게임사로부터 '중독세'를 거둬들이기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해 추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은 ‘MBC '100분 토론 '게임 중독 질병인가 편견인가' 편을 통해 게임장애 질병등록 시도가 2012년 3월 "재정확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신영철 중독정신의학회장의 취임사로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은 의학계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록 시도가 2012년 3월
▲ 위정현 게임학회장은 의학계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록 시도가 2012년 3월 "재정확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신영철 중독정신의학회장의 취임사로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사진출처: MBC 100분 토론)

위정현 학회장은 "취임사 이후 게임중독을 법률로 지정하려는 의학계 시도가 이어졌으나 모두 좌절되자 WHO를 통해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하려고 나선 것"이라고 의학계를 비판했다.

'100분 토론'에 의학계 측 패널로 출연한 노성원 한양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50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 게임중독 관련 신청자가 연간 200명 안팎으로 많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예산 문제로 알코올 중독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예산이 부족하니 게임업계에 부담을 전가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대답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게임은 무조건 중독물질'…답 정해 놓고 끼워 맞추기식 연구

게임중독을 반드시 질병으로 만들겠다는 의학계의 노력은 보건복지부가 2015년부터 5년간 진행한 '인터넷-게임중독 정신건강 기술개발사업 연구'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일명 '게임 디톡스 사업'으로 알려진 해당 사업에서 의학계가 '게임은 중독물질이다'는 결론을 미리 정해두고 끼워 맞추기 식으로 연구를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게임 디톡스 사업'이 결과를 만들어 놓고 쓴 보고서라고 비판했다 (사진제공:이동섭 의원실)
▲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게임 디톡스 사업'이 결과를 만들어 놓고 쓴 보고서라고 비판했다 (사진제공:이동섭 의원실)

지난해 12월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 '세금도 털리고 어이도 털리는 게임 디톡스 사업'에서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게임 디톡스 사업 연구 결과보고서를 받아봤는데 가관이다. 연구보고서는 치열한 이론적 고찰과 연구를 통해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데 (게임이 중독물질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놓고 쓴 보고서를 보고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위정현 게임학회장 또한 "연구들이 앞뒤가 맞지 않고 자기모순과 자가당착이 확인된다.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발생기전 및 위험요인 규명을 위한 전향적 코호트 연구' 보고서에서는 우울증과 게임장애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했으나 1년 후 상관관계가 0.46에서 0.27로 하락하는 내용도 확인됐다.

'관찰 시점별 인터넷중독, 인터넷게임장애 및 스마트폰중독 위험의 유병률' 항목에서 게임보다 인터넷 중독과 스마트폰 중독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중독 예방과 치료를 게임에 집중해야 한다는 건 논리적 타당성을 상실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안구전도'로 게임중독을 판단한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의 연구가 '게임 디톡스 사업'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 '안구전도'로 게임중독을 판단한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의 연구가 '게임 디톡스 사업'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최근 공개된 '게임 디톡스 사업' 보고서에는 피 검사를 통해 게임중독 여부를 판단한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다. 특허까지 받았다고는 하지만 해당 연구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의미한 결과로 보기에는 연구에 쓰인 사례가 적다"고 지적한다. 피 검사뿐만 아니라 눈 주위 피부에서 측정되는 전기 신호인 '안구전도'로 게임중독을 판단한다는 특허도 등록됐는데 이 또한 '게임 디톡스 사업' 결과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학계 입장에서는 게임이 중독물질이고,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이어야만 관련 역할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돈이 의학계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게임 디톡스 사업'만 해도 200억 원이 넘는 정부 예산이 투입됐는데 의학계가 많은 금액을 집행했다.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공식 인정되면 더 많은 돈이 의학계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내용이 어떻든 '게임중독은 질병이다'는 식의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죄악세’ 내고 부정적 인식 더블로?

게임업계에 대한 일련의 탄압은 일관성을 지니고 있다. 게임에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고 게임업계에서 '죄악세(Sin tax: 술, 담배, 도박 등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들에 부과되는 세금)'를 걷겠다는 것이다.

청소년에게 좋지 않다는 명분으로 일이 성사되지 않자 게임을 다른 '죄악세' 부과 대상과 마찬가지의 중독물질로 규정하려 했다. 이마저 통하지 않자 ‘게임이용장애’라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질병까지 만들어 ‘게임에 문제가 있으니 업계가 관련 비용을 부담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묻고 더블로 가기엔 '죄악세' 부과가 게임업계에 미칠 악영향이 너무 크다 (사진제공: 한국게임전문미디어협회))
▲ 묻고 더블로 가기엔 '죄악세' 부과가 게임업계에 미칠 악영향이 너무 크다 (사진제공: 한국게임전문미디어협회))

게임에 대한 탄압이 실제 추가 세금 부과 등 규제로 이어진다면 게임업계에 적지 않은 비용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매출 1% 강제징수를 기준으로 삼더라도 1조 원 매출을 올릴 때마다 100억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셈이고, 부과 비율이 높아질 경우 더 큰 부담이 따르게 된다.

메이저 업체보다 중소 개발사에 더 큰 타격이다. 개발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성공을 담보하기 어려운 게임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영세 업체들에 매출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내는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개발 시도 자체가 대폭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게임에 ‘죄악세’ 부과가 시행된다면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꼬리표가 공식적으로 달리는 셈이다. 가뜩이나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업계 입장에서 비용 부담보다 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유능한 인재의 유입이 줄어들어 전체적인 업계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줄어든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도 더 줄어들 수 있다.

해외서는 한국 게임에 대한 규제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직도 한국산 게임에 대해 판호 발급을 하지 않고 있는 중국은 한국산 게임 서비스를 막을 확실한 명분을 얻게 된다. 다른 해외 국가들도 한국 정부의 규제를 이유로 한국산 게임 수입을 규제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게임업계가 사활을 걸고 반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게임산업을 어떻게든 예산확충을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 하는 의학계의 집요한 시도는 거짓과 조작으로 부잣집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영화 '기생충' 속 기택(송강호)의 가족을 연상케 한다. 게임에 대한 ‘죄악세’ 부과가 예산확충을 위한 ‘숙원사업’인 의학계의 게임 탄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우려된다.

이번 공동기획은 한국게임전문미디어협회(KGMA)와 한국게임전문기자클럽(KGRC)에서 2020년 신년특집으로 준비한 것입니다. 이번 기획에는 KGMA 소속 15개 매체 편집장과 기자들이 참여했습니다.

대표편집자 이덕규 게임어바웃 국장, 김미희 게임메카 기자, 김성렬 게임포커스 기자, 김한준 지디넷뉴스 기자, 길용찬 게임인사이트 기자, 박상범 게임뷰 기자, 이원희 데일리게임 기자, 임영택 매경게임진 기자, 허새롬 PN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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