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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UI조차 없는 암흑 속 미로찾기를 개발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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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스 다크니스 (사진출처: 플로리스 다크니스 트레일러 영상 갈무리)
▲ 플로리스 다크니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인디 개발자들이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라”, “A라는 요소에 B를 더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등, 각자만의 다양한 사유로 개발을 시작하곤 한다. 오늘 소개할 플로리스 다크니스라는 게임은 그 계기가 조금 독특한데, “시장 조사 중 시각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게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다.

그렇다고 해 메시지 전달에 힘을 싣지는 않았다. 그저 모두가 동일한 환경에서 게임이 가능하게끔 디자인했다. 시각적인 요소가 없어 표현은 극도로 제한됐고, 혹자에게는 “검은 화면뿐이라 성의가 없어 보인다”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초기 기획 의도를 우직하게 고수했다. “본질이 게임인 만큼, 모험과 길을 찾는 재미를 중점으로 두고 게임을 개발했다”고 말한 올드아이스(Oldice) 박재형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오직 청각에 의존해 미로를 탈출하라, 플로리스 다크니스

플로리스 다크니스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완전한 암흑에서 미로를 탈출하는 어드벤처 게임이다. 미로에는 플레이어를 위협하는 괴물과 함정 등이 있고, 플레이어는 이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검과 방패, 미로를 파악할 수 있는 신호 발생기와 레이더 등을 활용해 역경을 헤쳐나가야 한다. 이렇듯 게임 자체는 단순하지만, 오직 청각에 의존해야만 나아갈 수 있다는 차별점이 특징이다. 구동 직후 게임 타이틀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본 설정이나 조작방법 안내 등도 모두 소리로만 제공된다.

▲ 플로리스 다크니스 트레일러 (영상출처: 올드아이스 공식 유튜브 채널)

플로리스 다크니스의 초기 기획은 개발을 준비 중이던 박 대표의 시장조사에서 시작됐다. 시각장애인, 특히 전맹 시각장애인이 즐길만한 게임이 거의 없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완전히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게임 경험에 차이가 생기는 일이 부지기수라 아예 시각적인 요소를 배제한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 해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이에 청각 중심의 플레이를 목표로 다양한 기획을 시도했다. 개중에는 무너진 건물을 기어다니며 잔해 틈을 비집고 돌아다니는 등의 기획도 있었다. 하지만 재난상황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게임으로서 즐기기에는 판타지에 가까운 요소가 좋다는 판단 하에 미로에서 길을 찾는 방향으로 전개하게 됐다. 여기에 현실에 있는 '레이더'를 게임에 도입하며 소리로 길을 찾아나가는 플로리스 다크니스의 초기 디자인이 완성됐다.

플로리스 다크니스의 플레이 방식은 앞으로 레이더를 쏘고, 박쥐의 초음파처럼 돌아오는 레이더의 신호를 통해 앞으로의 길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첫 번째 소리는 한 칸 앞, 두 번째 소리는 두 칸 앞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려주며, 나아가는 길에 별도의 샛길이 있으면 바람소리가 들려온다. 괴물의 울음소리나 함정이 있어 멈춰야 한다는 짧은 신호를 듣게 되면 시프트 키를 짧게 눌러 괴물을 공격하거나, 길게 눌러 함정을 방어할 수 있다.

▲ 플로리스 다크니스 데모 플레이 영상 (영상출처: 올드아이스 공식 유튜브 채널)

실제 게임 스크린샷. 게임의 정보값은 오직 전달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실제 게임 스크린샷. 게임의 정보값은 오직 소리로만 전달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현재 박 대표는 괴물, 함정 등의 오브젝트 디자인을 완료하고 레벨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다. 구성이 복잡하지 않은 만큼 레벨 디자인에 따라 재미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더해, 소리로 정보전달이 충분히 가능한지, 나레이션을 포함시켜야 하는지도 고민이 많다. 우선은 열쇠를 가진 플레이어가 열쇠를 들고 있을 때 걸을 때마다 열쇠 소리가 나는 등, 소리를 통한 세밀한 표현이 구현돼 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어떻게 해야 새로운 요소가 등장할 때마다 이에 대한 설명과 특징을 한 번만 듣고도 바로 전달할 수 있을지 등을 계속해 연구 중이다.

어느덧 4년 차, 1인 개발사 올드아이스

올드아이스의 박 대표가 게임개발에 뛰어든 것은 2019년 학부생 시절부터였다. 원래 시각디자인 전공이었던 박 대표는 게임 개발을 진로로 택한 후 재학 중 학부 생활과 개발 공부를 병행했다. 가장 처음 만든 게임은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이었다. 개발을 위해 3년 가량의 시간을 투자했지만, 원하는 목표치에 비해 실력이 부족해 ‘만들자면 10년은 걸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내려놓게 됐다. 이후 개발을 시작한 것은 디펜스류 게임이었는데, 후반부 작업에서 백업이 없는 상태로 코드가 꼬이게 되며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올드아이스 CI (사진출처: 올드아이스 공식 홈페이지)
▲ 올드아이스 CI (사진출처: 올드아이스 공식 홈페이지)

플로리스 다크니스는 이런 4년 간의 경험을 거쳐 개발된 만큼,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다만, 시각적 요소와 달리 청각적 요소에 대한 지식이 없어 이를 파악하고 조정하는 일에 긴 시간을 보내게 됐다. 이런 특성으로 벌어진 에피소드도 많다. 몰입감과 구현도를 테스트하기 위해 일부러 눈을 가리거나 방을 완전히 어둡게 한 뒤 헤드셋을 쓰고 사운드 이펙트를 파악하는 일은 예사였다.

서사나 게임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음성 작업을 준비할 때는 외주로 나가는 비용이 생각보다 높아 이를 아끼기 위해 녹음을 직접 진행해보기도 했다. 물론, 편집 프로그램으로 다듬고 나서도 만족할만한 퀄리티를 내지 못해 예정대로 외주를 맡겼다는 후문이다.


시각적으로는 이와 같이 정리되는 정보값을 청각적으로, 한번에 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사진제공: 올드아이스)
▲ 시각적으로는 이와 같이 정리되는 정보값을 청각을 통해,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사진제공: 올드아이스)

박 대표는 “개발 과정에서 그래픽 작업에 참 손이 많이 간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전 개발에는 그래픽 요소에 상당히 긴 작업시간이 소모됐는데, 이번에는 그 시간까지 기획과 사운드에 신경 쓰면 돼 개발과 수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만 그만큼 보여줄 수 있는 면이 적어, 제대로 소개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라 말했다.

“메시지보다 게임의 재미에 집중하겠다”

박 대표는 “9월 이전에 앞서 해보기 출시를 통해 4층으로 구성된 40개의 미로를 출시할 예정이다. 출시 후에는 연내 8층 80개 분량의 미로를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목표로 하는 플레이타임은 5시간으로, 업데이트를 통해 10시간 정도까지는 플레이타임을 늘려나가겠다”고 전했다.

이어 “게임이 시각적인 요소로 설명하기 힘든 특성을 가지고 있다 보니, 데모 플레이를 적극 권장한다. 완전한 암흑에서 플레이 하는 게임인 만큼 기존에 경험했던 게임과 확실히 다른 플레이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이라 말하며, “게임이 끝난 후에 시각장애인이 즐길만한 게임이 너무 적다는 것을 한 번만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플로리스 다크니스는 오는 9월, 스팀에서 앞서 해보기로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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