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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앞서 해보기'를 면피용으로 사용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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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 앞서 해보기 게임들에 붙는 문구 (사진출처: 스팀)
▲ 스팀 앞서 해보기 게임들에 붙는 문구 (사진출처: 스팀)

최근 들어 이상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옛날 같았으면 정식 출시였을 게임에 '앞서 해보기(얼리 액세스, Early Access)'라는 이름을 붙여 낸 후 한참동안 운영하다가, 대형 업데이트와 함께 '정식 출시'라고 선언하는 경우다.

앞서 해보기와 비슷한 개념은 과거에도 알파나 베타 버전 등으로 일컬어지곤 했으나, 스팀에서 해당 시스템을 공식 적용하며 널리 퍼져나갔다. 초창기에는 전문적인 QA나 테스트 진행이 어렵고 개발 초중기에 자금이 부족한 중소 게임사들을 위해 개발 중인 게임을 미리 출시(주로 유료)하고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다듬어가며 정식 출시까지 나아가는 시스템이었다. 앞서 해보기에 참여하는 유저들은 게임이 가진 잠재성을 보고 일종의 후원적 성격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렇게 앞서 해보기를 진행하던 게임이 성공적으로 출시되면 자기 일처럼 기뻐하곤 했다. 설령 완성도나 볼륨이 낮더라도 응원하는 마음으로 함께 완성도를 높여 나가는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앞서 해보기라는 개념이 널리 퍼지며 그 뜻이 미묘하게 변질됐다. 게임을 출시할 때 관성적으로 '앞서 해보기'를 붙여 내고, 이를 '완성도나 볼륨이 낮더라도 앞서 해보기니까 더 지켜봐달라'라는 면피성 용도로 사용하는 게임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앞서 해보기로 출시한 게임들은 대중의 관심이 떨어져 갈 무렵 갑자기 '정식 출시'라며 다시 한 번 시선을 끄는 마케팅을 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실제 사례가 있다. 게임메카는 얼마 전 국내 업체 한 곳의 전화를 받았다. 해당 업체는 올해 초 멀티플레이 신작에 앞서 해보기라는 이름을 붙여 출시했으나, 한 달 만에 스팀 일 최대 동시접속자가 두 자릿수로 떨어지고 두 달이 지나자 동접자가 30명 안팎으로 유지되는 등 게이머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향후 기적적으로 회생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 게임은 흥행 실패작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게임메카는 '출시 한 달만에' 이렇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해당 업체 관계자는 "출시라는 단어는 잘못됐으니 앞서 해보기로 바꿔 달라"는 요청을 했다. 회사 내부적으로 앞서 해보기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으니, 이를 지켜달라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절했다. 앞서 해보기라고 해도 사실상 출시로 봐야 하며, 이 상황에서 굳이 앞서 해보기라는 단어를 넣어달라는 것은 전형적인 면피성 의도라는 판단이었다. '아직 정식 출시가 아니니 희망이 남아 있다', '모자란 부분이 있더라도 정식 출시가 아니니 더 지켜봐 달라', '정식 출시 때는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겠다' 같은 다양한 변명 말이다.

사실 앞서 해보기라는 단어가 변질된 지는 굉장히 오래됐다. 앞서 해보기로 10년 넘게 유료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게임도 있고, 앞서 해보기임에도 유료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BM이 포함되는 것 역시 일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 일부 국내나 중국 업체들이 앞서 해보기라는 단어를 면피성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며 이 말은 급격히 오염되기 시작했다.

게이머들도 바보가 아니다. 앞서 해보기라는 단어가 예전처럼 너그러운 마음가짐으로 응원과 후원의 뜻을 담아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무늬만 앞서 해보기로 출시한 게임이 초기 흥행에 실패하고 서비스를 접는 경우도 많아지고, 뜬금없이 정식 출시라며 다가오는 모습에 염증을 느끼기도 한다. 게이머들은 더 이상 앞서 해보기를 면피용으로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더불어 본질적인 매력도 부족하면서 완성도와 볼륨까지 낮은 게임을 앞서 해보기라는 이유로 기다려주는 게이머도 없다. 더 이상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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