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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건 게임기, 이건 자판기? 기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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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센터나 테마파크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위트랜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게임센터나 테마파크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위트랜드' (사진: 게임메카 촬영)

2020년 12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아케이드게임 경품에 음식물 등 사용기한이나 소비기한, 유통기한이 있는 물품을 제공할 수 없게 됐다. 유통기한이나 위생 문제 때문인데, 이로써 흔히 '사탕크레인'으로 불리는 스위트랜드 등 일부 게임기는 운영을 중단하거나 안의 경품을 식품이 아닌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한다. 아직 계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본격적 단속이나 처벌이 진행되고 있진 않지만, 불법은 불법이다.

한편, 오락실 뿐 아니라 쇼핑센터나 마트, 편의점 앞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기 중 '추파츕스 뽑기'나 '멘토스 뽑기'로 불리는 것이 있다. 500원 동전을 넣으면 1, 2, 3, 4가 표기된 화면에 불이 빠르게 번갈아 들어오고, 'STOP' 버튼을 누르면 움직임이 멈추다 1개에서 4개 사이의 경품이 나오는 방식이다. 이 기기는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다. 이유는 게임기가 아닌 자판기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위트랜드나 인형뽑기는 '아케이드 게임물'로 분류되어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 심의를 받아야 하며 게임법이 적용된다. 하지만, 츄파춥스/멘토스 뽑기 기기는 게임물이 아니라 자판기로 분류된다. 게임위 사후관리 관계자는 "이용자 조작 등 게임의 요소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돈을 넣고 물품을 구매하는 자판기로 보인다"라며, "실력에 무관하게 최소 1개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기에, 현재까지는 게임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게임기가 아닌 자판기로 분류되는 츄파춥스/멘토스 뽑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법적으로 게임기가 아닌 자판기로 분류되는 츄파춥스/멘토스 뽑기 기기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만, 어디까지가 게임기이고 어디까지를 자판기로 둬야 하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2조에는 게임물의 정의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

“게임물”이라 함은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의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제작된 기기 및 장치를 말한다.
게임진흥법에 명시된 게임물에 대한 정의 (자료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게임진흥법에 명시된 게임물에 대한 정의 (자료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앞에서 예를 든 스위트랜드의 경우 버튼 두 개를 순서대로 터치하는 간단한 조작이지만, 어느 타이밍에 삽을 내리고, 어느 타이밍에 삽을 기울이고, 어느 타이밍에 사탕을 쏟을 것인지를 이용자가 직접 판단해야 한다. 그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경품의 양과 유무가 정해진다. 이 과정이 '오락'이기에, 스위트랜드를 게임물로 판단하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추파츕스/멘토스 뽑기는 사실 애매하다. 조작과 상관 없이 완전히 랜덤으로 수량이 나오는 시스템도 아니고, 타이밍을 잘 맞춰 터치해야 3~4개의 많은 양을 뽑을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요소가 아예 없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물론, 그 요소가 매우 적기 때문에 '이것까지 게임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어디까지가 게임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사실상 위에 예로 든 게임물의 정의 하나에 달려 있기에, 해석하기에 따라 게임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만약 저 뽑기 기기를 구조는 그대로 하되 개별 사항들을 업그레이드 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1~4 숫자판을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LED로 만들어 두근두근하게 만든다던가, 화면 대신 과거 주택복권 추첨처럼 빙글빙글 도는 회전판에 화살을 쏘는 방식을 도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추첨 방식을 아예 슬롯머신이나 빅 휠처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조금 악의를 넣어 본다면 1~4의 결과창을 1~1,000으로 넓히고 확률을 각자 다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1,000개가 나오면 잭팟 이펙트와 사운드가 나오게끔 하는 식이다.

반대로, 스위트랜드나 인형뽑기를 개조하면 자판기가 될까? 예를 들면 동전을 넣을 때마다 옆에 있는 구멍으로 무조건 조그마한 박하사탕이 하나씩 나오고, 보너스로 인형뽑기나 스위트랜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 말이다. 기기명은 '박하사탕 자판기' 정도로 잡아서 자판기로 등록하면 안의 경품을 1만원 상한에 맞출 필요도 없을 것이다.

만약 자판기에서 사탕이 나오는 갯수를 룰렛을 통해 결정한다면, 그래도 자판기일까? (사진출처: 픽사베이)
▲ 만약 자판기에서 사탕이 나오는 갯수를 룰렛을 통해 결정한다면, 그래도 자판기일까? (사진출처: 픽사베이)

과연 위에서 예를 든 기기들도 게임이 아니라 자판기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일단은 '돈을 넣고 물품 구매'가 가능하며, '실력에 무관하게 최소 1개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기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일부는 아무리 봐도 게임물이며, 아예 사행성 게임기처럼 보이는 놈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부터 게임법의 적용을 받아야 할까? 이에 대해서는 게임위 관계자 역시 "내부 회의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답할 정도로 모호한 문제다.

결론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아무리 봐도 게임인데 법망을 피해가는 편법 자판기가 등장하거나, 소소한 재미를 제공하는 자판기가 게임물로 분류되어 규제를 받는 상황을 막으려면 확실한 기준이 필요하다. 현행 게임법 상의 게임물 정의는 너무나도 원론적이고 해석의 여지가 크다. 해석의 여지가 크다는 것은 사람에 따라 게임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고, 문제가 될 수 있는 신관을 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적으로 말해서 게임위 위원장이나 위원, 판사 등의 판단에 따라 같은 기기가 자판기가 될 수도, 게임기가 될 수도 있다. 몇 년 전 일이기는 하지만, 게임위 관계자가 네이트온 경마(채팅방에서 같은 크기 파일 여러개를 동시 전송한 후 어떤 파일이 먼저 전송되는지를 보는 것)를 게임물로 보고 심의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웃음을 산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발생한 일이다. 

최근 몇 년 새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단어가 부쩍 자주 쓰이고 있다. 교육, 치료, 제작, 일상 등 다양한 분야에 게임 요소를 도입해 능률을 올리고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임화'를 뜻한다. 이 모든 것을 게임법의 테두리에 넣고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게이미피케이션을 방패 삼아 규제를 피해 가는 미꾸라지 역시 막아야 한다. 이로 인한 문제가 생기기 전에 막으려면 더욱 게임의 정의를 확실히 통일할 수 있는 세밀한 기준이 필요하다. 게임과 게임이 아닌 것의 경계가 희미한 세상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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